色이 곧 空이다 132

반야심경-57(알기쉬운반야심경,164페)

반야심경-57(알기쉬운반야심경,164페)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연꽃도 늪에서 핀다- -불구부정(不垢不淨)- 불생불멸을 이해하기 위해 많은 시간이 걸린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것만 바르게 알 수 있게 된다면 나머지는 훨씬 수월해집니다. 반야심경의 다음 부분을 읽어 내려가면 불구(不垢)이면서 부정(不淨)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그 앞의“이(是) 모든(諸) 법(法)은 공상(空相)이다”를 이어 받고 있음은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이것을 범문(梵文)의 현대어역에 의하면“더럽혀진 것도 아니며 더러움을 떠난 것도 아닌”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역시 그 앞에 나오는“이 세상에 있어서는 모든 존재하는 것에는 실체가 없다는 특성이 있다”에 이어져 있습니다. “존재하는 것은 공(空)의 모습..

반야심경-56(알기쉬운반야심경,162페)

반야심경-56(알기쉬운반야심경,162페)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웃으면서 죽어갈 수 있다면…- 이야기가 매우 어둡게 진행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어두운 것은 반야심경이 아니라 인생이 어두운 것입니다. 도피나 속임수가 아니고, 어디까지나 그 어두움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바라봄으로써 에 살아가라고 반야심경은 가르치고 있습니다. 즉 어둠에서 밝음을 찾는 것입니다. 어떤 여의사는 이런 이야기를 들려 줍니다. “나는 어떤 중환자인 노부인(老婦人)을 진찰하는 것이 항상 기쁩니다. 그 환자는 기분이 좋을 때는‘감사합니다’‘고마워요’하는 말을 잊지 않았습니다. 나쁠 때에는 아무 말없이 두 손을 합장해서 감사를 표합니다. 그것도 할 수 없을 때에는 그 환자는 마음으로 미소를 띠우고 있는 것을 잘 ..

반야심경-55(알기쉬운반야심경,160페)

반야심경-55(알기쉬운반야심경,160페)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고승의 임종- 옛날 학덕이 높은 한 고승(高僧)이 있었습니다. 바람처럼 왔다가 구름처럼 사라진다고 할 수 있는 성격으로 서화(書畵)를 잘 해서 후세에까지 높이 평가될 만큼 명성이 알려진 스님이었습니다. 그가 죽음에 임박하자 제자들이 고승의 최후답게 후세에 남을 명언을 찾아내고 싶어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습니다. “스님, 돌아가시고 싶습니까?”임종에 남겨 줄 기막힌 화두를 한 마디도 빠뜨리지 않으려고 귀를 기울이고 있는 관계자들에게 스승은 무거운 입을 열고 이같이 말했던 것입니다. “죽고 싶지 않다!” 이 말을 듣고 일동은 아연실색했습니다. 그런 말이 세상에 전해지면 그 스승의 덕이 땅에 떨어질 것을 우려해서 생존자들이 오..

반야심경-54(알기쉬운반야심경,148페)

반야심경-54(알기쉬운반야심경,148페)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낙하의 풍정(風情)- -공즉시색(空即是色)- 그 결과 세상은 무상하다는 생각으로 허무적인 인생관을 갖는 지극히 작은 공관(空觀)의 구멍 속에 빠져 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충실한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서든지 이 구멍에서 뛰쳐 나와야 합니다. 제2의 볼록렌즈로 뒤집어진 영상, 즉 도각(倒覺)을 다시 한 번 뒤집어 엎어야 합니다. 그것이 공즉시색이며, 범문(梵文)의 현대어 번역에는 이 대목을“무릇 실체가 없다고 하는 것은 물질적 현상인 것이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 색즉시공 공즉시색의 마음을, 차를 끓여서 마시는 다도(茶道)에 받아들인 것이, 청적(淸寂)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청(淸)이라고 받아들이는..

반야심경-53(알기쉬운반야심경,143페)

반야심경-53(알기쉬운반야심경,143페)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공은 색과 다를 것이 없다- “내 집이다”“내가 살고 있는 주택이다”, 이렇게 자아에 얽매어 있던 것이 해체되고, 한 사람 한 사람이 들어 있던 자아의 동굴같은 것이 파괴되고 나면, 도리없이 밖으로 나가게 되고 밖으로 나서면 그곳에 넓고 넓은 광장이 있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는 것입니다. 저마다 자아의 기둥을 틀어잡고 있는 동안에는 보이지 않았던 광장이 널따랗게 무한히 펼쳐져 있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나 자신이 숨을 쉬고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넓고 깊은 대기 속에 싸여서 살려지고 있다는 사실에 눈을 뜨게 됩니다. 그것이 공은 색과 다를 바 없다..

반야심경-52(알기쉬운반야심경,141페)

반야심경-52(알기쉬운반야심경,141페)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내가 했다고 하는 것은 자아의 말살- 옛 선사는 무일물중무진장(無一物中無盡藏 : 꽃이 있고 달이 있고 누대(樓臺)가 있다)이라고 노래했습니다. 무일물이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며, 이것이 공(空)일 수도 무(無), 즉 없음일 수도 있으나, 단순한 제로는 아닙니다. 앞서 나왔던 공(空)을 디디고 서서 비로소 아름다운 꽃도, 청명한 달도 그리고 훌륭한 누각(樓閣)도, 존재하는 의의를 알게 되는 것입니다. 무진장이란 아무리 써도 다 쓸 수 없을 만큼 있다는 것이므로 영원·무한을 표상합니다. 그것이 공(空)의 내용입니다. 그래서 공(空)이란 충실하게 가득차 있는 제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공은 어찌 보면 잘 아는 것 같..

반야심경-51(알기쉬운반야심경,137페)

반야심경-51(알기쉬운반야심경,137페)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어떠한 미인이라도 죽으면 해골이다- -사리자 색불이공(舍利子色不異空)- 사리자여, 색은 공과 다름이 없다---이것이 첫 번째의 깨우침입니다. 그것은 관세음보살의 발언이라고 하는 형식으로 된 현재의 우리에 대한 석가의 외침입니다. 관세음보살 대 사리자는, 나아가서 대 의 만남과 동시에 상대적 인식에 익숙해 있는 현대인의 지성과 반야의 지혜와의 대결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반야심경은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이라든가 의 어구 쯤은 외우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구절이므로 차분한 마음의 자세를 가지고 임해야겠습니다. “사리자여, 색은 공과 다름이 없다”의 색(色)은 앞서도 말한 것 같이 모든 물질현상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

반야심경-50(알기쉬운반야심경,133페)

반야심경-50(알기쉬운반야심경,133페)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모든 것이 인연- 불교의 경전은 석가 한 사람이 설법하는 형식과, 누군가가 석가를 대신해서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를 하는 형식으로 진리를 풀어 나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야심경은 후자 쪽이며, 관세음보살이 사리자(舍利子)에게 깨우치는 말을 해 주고 있는 것입니다. 관음은 실제로 살아서 실재했던 것이 아니며, 석가가 진리를 깨달은 마음의 상징이지만 사리자는 엄연한 실재의 인물입니다. 상징적인 인간이 실재의 인간에게 이야기를 걸어 간파하는 구상은 매우 흥미있는 일입니다. 사리자는 샤리푸트라(Sariputra)의 번역어이며, 사리불(舍利佛)이라고 음역(音譯)되기도 합니다. 중부 인도의 옛 마가다국(國)에 있는 바라문 집안에서 ..

반야심경-49(알기쉬운반야심경,127페)

반야심경-49(알기쉬운반야심경,127페)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꽃잎은 져도 꽃은 지지 않는다- “존재한다는 것은 공(空)이다”---드디어 공(空)이 등장했습니다. 여기서는 공(空)이 갖는 의미를 생(生)과 사(死)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인생이라는 하나의 삶을 살아감에 있어서는 뜻하지 않은 불행을 만나기도 합니다. 서로가 만날 때 헤어질 것을 예견해야 하듯, 헤어질 때에는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해 볼 수 있습니다. “꽃잎은 져도 꽃은 지지 않는다”이렇게 인간은 세상을 떠나도 정신만은 영원히 살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바로 그것이 조견(照見)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견의 원어를 번역한 뜻은 모든 것을 완전히 꿰뚫어 보았다는 의미입니다. 꿰뚫어 봄과 동시에, 지혜의 빛으로 밝게 비추..

반야심경-48(알기쉬운반야심경,124페)

반야심경-48(알기쉬운반야심경,124페)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거울 속에 내가 있다- 문단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어떤 시인의 어린 시절, 국민학교 6학년 때에 발표한 시 한 구절을 인용해 봅니다. 거울 속에 내가 있다 나의 눈에 내가 있다 화 났을 때에도 슬플 때에도 자연스럽게 방긋방긋 웃으며 다가오는 거울 속의 내가 나에게 무엇인가 이야기해 본다 그러면 나는 순박하게 된다…… 거울 속에 내가 있다 나의 안에 내가 있다 이 소년의 천진한 시 가운데, 감성적인 자아와 본질적인 자기의 두 사람이 같이 가는 동행이인(同行二人)으로서 인생의 나그네 길을 가는 모습과 두 사람의 의 대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작자의 시는 모두“나”라고 하는 한 자로 쓰여 있습니다. 그러나 구별해서 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