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이 곧 空이다 132

반야심경-37(알기쉬운반야심경,80페)

반야심경-37(알기쉬운반야심경,80페)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반야의 지혜의 마음이 곧 마음- 앞에서 심경을 쉽게 풀이해 주었던 수도선사는, 제자(題字) 심경(心經)의 주(註)에“신악(身惡)을 소멸(消滅)하는 것을 말한다. 그곳에서 나오는 것은 모두 경(經)이다.”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신악을 소멸한다는 것은, 번뇌(煩惱 : 심신을 교란하여 어지럽히는 정신작용의 총칭)를 소멸하는 것이지만, 살아 있는 한 번뇌를 말살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번뇌의 물결을 가라앉히는 뜻으로 선사가 말하고 있는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물결을 잔잔하게 가라앉히기 위해서는 모든 현상과 존재에 대해 어느 한쪽 편을 들거나 자기 좋은 대로 판단하는 자기 위주의 편향적인 생각에 집착하지 말고, 어느..

반야심경-36(알기쉬운반야심경,75페)

반야심경-36(알기쉬운반야심경,75페)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목숨이 불꽃놀이라면- 번뇌를 씻고 마하반야바라밀다의 경지를 찾아가는 수도자 한 사람이 다음과 같은 고백의 기록을 남기고 있습니다. 나는 아직 수행도상의 미숙한 인간입니다만, 미숙한 대로 자신의 생활 속에서 느낄 수 있었던 체험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생(生)과 사(死)의 기로로 헤매이던 한 인간의 솔직한 고백의 이야기로서 어쩌면 다른 인생과도 서로 통하는 공통성이 있을 것 같아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적어서 남기고 싶어진 것입니다. 전쟁이라는 소용돌이 속에서는 특별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인간은 간단히 자신이 생(生)을 부정하고 헛된 것으로서, 곧 공(空)으로 돌릴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게 되면 분명히 부정해..

반야심경-35(알기쉬운반야심경,73페)

반야심경-35(알기쉬운반야심경,73페)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삶을 사랑하고 죽음을 싫어하는 것은 편애- 흔히 번뇌(우리의 몸과 마음을 어지럽히는 정신작용의 총칭)를 없앤다든가, 육신의 집착을 풀어 버린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말하기는 쉽지만 살아있는 한, 그러한 것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수양을 하고 깊은 신심(信心)을 갖는다고 해서 번뇌를 도려내 버릴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깨달음이란 번뇌나 집착이 없어진 상태는 아니며, 그것이 가라앉혀지고 제지되어 균형이 잡혀진 상태를 말하는 것입니다. 텔레비전의 화면을 조정하는 것과도 흡사한 일입니다. 화면이 흐트러져서 파장이 혼란한 물결을 그리면 그것을 잘 조정하듯이, 자칫하면 물결치기 쉬운 감정이 파도를 진정시키는 것입니..

반야심경-34(알기쉬운반야심경,71페)

반야심경-34(알기쉬운반야심경,71페)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물은 방원(方圓)의 그릇에 따른다- -바라밀다(波羅蜜多)- 반야바라밀다라고 이어지는 바라밀다도 범어의 파라미타(paramita)를 소리대로 옮겨 쓴 것이며, 현대어의 완성이 이에 해당되는 말입니다. 불도(佛道)를 수행하는 사람이 실천해야 할 덕목(德目)을 총칭해서 바라밀다라고 하며, 이 덕목을 실천하므로 깨달음, 즉 해탈의 저편 언덕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에 피안(彼岸)---저편 언덕에 도달한 상태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진여(眞如)의 언덕으로 몰리어 간다고 노래한 연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앞서 노파에게 말해 준 수도선사는, 다시 바라밀다에 대해서, “바라밀다는, 마하에서 나오는 지혜는 어디에도 머무르지 않으며 멈추지 않는..

반야심경-33(알기쉬운반야심경,58페)

반야심경-33(알기쉬운반야심경,58페)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물과 공기처럼 안에도 있고, 밖에도 있다- 좁은 계곡을 따라 흐르는 개울물에서 어느 고장의 아름다운 시골 처녀가 야채를 씻고 있었습니다. 개울물이 빠르게 흐르기 때문에 야채가 떠내려 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 야채가 든 대바구니를 물 속에 잠기게 하고 씻고 있었습니다. 다 씻고 나서 대바구니를 물 속에서 건져내는 순간 대바구니 속의 물이 눈부신 햇살을 받아 반사하면서 바구니 밖으로 흘러 떨어졌습니다. 그것을 보면서 문득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습니다.---대로 짠 바구니이기 때문에 물 속에 담그면 당연히 바구니 속으로 물이 들어와 있는 것이다. 반면에 바구니 속에 물이 있다고 하는 것은, 물이 바구니를 밖에서 에워싸고 있..

반야심경-32(알기쉬운반야심경,56페)

반야심경-32(알기쉬운반야심경,56페)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마하(摩訶)는 초월(超越)의 뜻입니다- -마하(摩訶)- 만화영화를 보고 있으면 요트를 타고 달리던 탐험대의 목표인 커다란 섬이, 갑자기 없어지는 것을 보게 됩니다. 탐험대장은 망원경을 떨어뜨리면서 외칩니다. “마하 이상!” 이 탐험대장은 알고 있는지 모르지만, 마하는 범어(梵語), 즉 산스크리트의 마하(maha)이며, 앞서 말한 의 마하(摩訶)는 음사(音寫), 즉 한문자의 소리로 외래어를 나타낸 마하(maha)를 한문자 소리로 옮겨 쓴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결코 이상하다든가 미스테리와 같은 경전 또는 경문(經文)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마하는 커다란(大) 모습, 뛰어난(勝) 모습, 때로는 많은(多) 것 등 모든 것을 포괄..

반야심경-31(알기쉬운반야심경,64페)

반야심경-31(알기쉬운반야심경,64페)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깜박일 수 없는 슬픔의 상징- 어떤 퀴즈에 반야의 탈에 뿔이 몇 개 있는가 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이 탈을 만들어낸 반야방(般若坊)이란 명인(名人)의 이름에서 붙여진 탈의 명칭입니다. 그 무시무시한 표정은 슬픔과 노여움을 가슴에 지닌 인간 마음의 동요를 탈의 얼굴에 나타낸 것입니다. 이것은 슬기로운 지혜의 마음이 가리워진 역현상(逆現象)의 표현이지만 단순히 그것에 그치지 않고 그 탈을 보는 사람들에게 노여움과 슬픔이 얼마나 인간 본래의 인간성을 가리워 어둡게 하는 것인가---하는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노여움의 표정을 보고 그것이 얼마나 추한가, 가면의 노여움의 표정은 모든 인간의 노여움이, 다시 말하면 자신의 노여움이 ..

반야심경-30(알기쉬운반야심경,61페)

반야심경-30(알기쉬운반야심경,61페)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어리석음을 무릅쓰고- 어느 날, 수도를 하는 선사에게 한 사람의 늙은 비구니(比丘尼)가 찾아와서 손에 들고 있는 반야심경의 강해서(講解書)를 보이면서 간청했습니다. “저는 배우지 못한 데다가 이렇게 노인이 되어버려서 옛 어른들이 풀이하신 이 책을 아무리 읽어 보아도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부디 나같은 노파도 이해할 수 있도록 알아듣기 쉽게 반야심경 이야기를 좀 해 주십시오.” 선사는 이야기를 듣고 측은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나의 어리석음을 무릅쓰고 말씀해 드리겠습니다.” 하고 심경의 한 구절마다 풀이가 되도록 짧은 말을 추가해서 되도록 일상적인 말로 이해할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이 선사는 라고 했지만 그때 당시는 더..

반야심경-29(알기쉬운반야심경,155페)

반야심경-29(알기쉬운반야심경,155페)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실체가 없는 것에 처음도 끝도 있을 수 없다- -불생불멸(不生不滅)- 종교가 아편(阿片)이라는 생각을 지니고 있던 중에 중요한 전환적 계기를 주는 법어를 보게 되었습니다. “태어나지 않은 몸이라면 죽는다는 일도 없다. 이것을 불생불멸이라고 한다.” 짧지만 인생 최고의 불안과 최대의 안심을 밝혀 준 말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최고의 불안은 죽음이며 최대의 안심은 불멸입니다. 반야심경은 한 글자도 구김없이 당당하게 서술하고 있지만, 그 어느 서적을 읽는 것보다도 어렵습니다. 어렵다고 느끼는 것은 글자의 뜻을 풀어서 사상을 파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상과 직결해서 문자를 풀어 나가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하는 것..

반야심경-28(알기쉬운반야심경,126페)

반야심경-28(알기쉬운반야심경,126페)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모인 것은 반드시 흩어진다- -조견오온개공도일체고액(照見五蘊皆空度一切苦厄)- 앞절의 심반야바라밀다를 행하는 때가 이 조견(照見)에 걸려 있습니다. 이때를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것은 시간적인 점, 즉 시점(時點)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심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는 라고 하는 장소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언제 어디서라고 하는 시간과 공간을 포괄한 그런 의미에서 시(時)·공(空)을 초월한 영원의 의미가 담겨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음의 조견에 이어지는 것입니다. 여기서 오온(五蘊)이라고 하는 말이 나옵니다. 온(蘊)은 스칸다프의 역어로서 활동을 하면서 모여 있는 것이란 뜻입니다. 모든 존재하는 것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