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修行)도움말씀 133

의단(疑團)을 깨라(참선경어-제1장-6,29페)

의단(疑團)을 깨라(참선경어-제1장-6,29페)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참선하는 납자는 고개를 쳐들어도 하늘을 못 보고 고개를 숙여도 땅을 보지 못하며, 산을 보아도 산으로 보이지 않고 물을 보아도 물로 보이지 않아야 한다. 또한 길을 걸어가도 걷는 줄을 의식하지 못하며, 앉아 있어도 앉아 있는 줄을 몰라야 한다. 많은 인파 속에서도 한 사람도 눈에 보이지 않아야 한다. 그리하여 몸과 마음이 온통 의심 덩어리 하나뿐이니 세계를 하나로 뒤섞어놓았다 할 만하다. 이 의심 덩어리를 깨뜨리지 않고는 맹세코 마음 놓을 수 없으니, 이것이 공부에 있어서 긴요한 것이다. 세계를 하나로 뒤섞는다고 하는 말은 무슨 뜻인가? 헤아릴 수 없는 오랜 겁 전부터 본래 갖추어져 있는 큰 이치는 소리도 없이 고..

공(空)에 떨어짐을 두려워 말라(참선경어-제1장-21,42페)

공(空)에 떨어짐을 두려워 말라(참선경어-제1장-21,42페)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참선하는 사람이 흔히 공(空)에 떨어질까 두려워하는데 화두가 현전한다면 어떻게 공(空)에 떨어질 수 있겠는가. 오직 이렇게 공에 떨어질까봐 두려워하는 사람은 이미 공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니 하물며 화두가 현전할 수 있겠는가. 참선할 때에 의정을 깨뜨리지 못했으면 마치 깊은 물가에 간 듯 살얼음판을 지나듯 조심해야 하니, 털끝만큼이라도 한 생각 놓쳐버리면 목숨을 잃어버리게 된다. 의정을 깨뜨리지 못하면 이치를 밝혔다고 한 숨을 놓을 수가 없다. 이런 상태에서 숨이 떨어지면 일생 동안 중음신(中陰身)이 끄는 대로 끌려다니다가 업식(業識)에 매이는 결과를 면치 못한다. 그리하여 계속 다른 몸을 받고 ..

딴 생각이 일어남을 조심하라(참선경어-제1장-24,45페)

딴 생각이 일어남을 조심하라(참선경어-제1장-24,45페)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참선할 때에는 한 가닥의 실오라기만큼도 딴 생각을 내서는 안된다. 언제 어디서나 오직 한 길로 본래 참구해 오던 화두만을 들고 의정을 일으켜 하나의 귀결처만을 찾는 데 분발해야 한다. 만약 털끝만큼이라도 딴 생각이 있게 되면 이것은 옛사람이 말씀한‘잡독(雜毒)이 심장 속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그 결과가 어찌 목숨만을 상하게 하는 데 그치겠는가. 부처님의 혜명(慧命)까지도 해치게 되니 납자라면 반드시 삼가야 한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딴 생각(別念)’이란 단지 속세의 일뿐이 아니라 마음을 참구하는 일을 제외한 나머지 불법 중의 모든 좋은 일까지도 포함된다. 또한 어찌 불법에만 국한되겠는가..

아무것도 하지 않음이 도라는 생각에 빠지지 말라(참선경어-제1장-42,55페)

아무것도 하지 않음이 도라는 생각에 빠지지 말라(참선경어-제1장-42,55페)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참선할 때에는‘아무것도 하지 않음이 도(道)’라는 생각을 해서는 안되고, 오직 이 도리를 밝혀내고야 말겠다는 뜻을 굳게 세워야 한다. 만약 아무것도 하지 않음이 바로 도(道)라는 생각에 빠지면 일생 동안 그저‘아무 일 없는 놈’일 뿐이다. 그렇게 되면 가사(袈裟) 속의 생사대사는 끝내 깨닫지 못할 것이다. 이는 마치 잃어버린 물건을 찾음과 같아서 확실하게 찾았으면 비로소 일이 끝나지만, 확실히 찾지도 못한 채 무사안일에 몸을 맡겨 찾아보려는 의지조차 없다면 설사 잃은 물건이 나타나더라도 빤히 보면서도 잘못 알고 지나쳐 버리게 되니, 이것은 그에게 찾으려는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참고 ..

알음알이로 나타난 경계를 형상화하는 장애(참선경어-제4장-6,106페)

알음알이로 나타난 경계를 형상화하는 장애(참선경어-제4장-6,106페)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참선할 때 의정을 일으켜 법신도리와 상응하게 된 어떤 이들은 마치 눈앞에 어른어른하게 무엇인가가 있는 듯한 것을 보게 된다. 그리하여 이 어릿어릿한 것에다가 계속 의심을 붙여가면서 이제는 눈앞에 마주 선 말뚝처럼 확연하게 형상화(形象化)한다. 그러면서 스스로“나는 법신 도리를 터득했고 법신의 성품을 보았노라”하며, 이러한 형상들이 괜히 자기 눈을 눌러서 나타난 헛것임을 모르고 있다. 이런 사람은 온몸 그대로 병통이지 선은 아니다. 만약 진실로 깨닫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세계의 넓이가 한 장(丈)이면 고경(古鏡)도 한 장(丈)이듯 몸을 가로눕히면 온 우주를 덮어야 한다. 그 속에선 티끌 세계를 ..

둔한 근기는 절실하게 노력하라(참선경어-제2장-18,74페)

둔한 근기는 절실하게 노력하라(참선경어-제2장-18,74페)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현사스님이 말씀하셨다. “근기가 둔한 사람이라면 다만 밤낮으로 애써 공부하여 고단함도 잠자는 것도 잊고, 먹는 것도 마치 부모 상(喪)을 당했을 때처럼 해야 한다. 이렇게 다급하고 절실하게 일생을 공부하다가 보면 문득 선지식의 도움을 받을 날이 있을 것이다. 이토록 뼈를 깎는 노력으로 참구해야 무엇인가가 구체적으로 되어나가는데, 하물며 지금 같아서야 누가 이러한 공부를 감당해낼 수 있겠는가.” 니는 이렇게 평한다. 온누리 사람이 다 이 공부를 감당해낼 수가 있다. 오직 무지(無知)하고 신근(信根)을 갖추지 않은 사람을 빼고는, 설사 석가 부처님이 빛을 놓아 대지를 뒤흔드는 위엄을 보이신다 하더라도 그런..

생사애증에 미련을 두지 말라(참선경어-제2장-31,82페)

생사애증에 미련을 두지 말라(참선경어-제2장-31,82페)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현사스님이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오직 생사애증(生死愛憎)의 그물에 길이 미련을 두지 말아야 하니 그렇게 되면 선악의 업장에 끄달려 자유가 없는 형편이 되고 만다. 이렇게 되었을 때 설사 그대들이 몸과 마음을 허공처럼 닦을 수 있고, 또한 마음(精明)이 맑아서 흔들리지 않는 경지를 이루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알음알이(識陰)를 벗어나지 못한 경계이다. 옛사람은 이것을 두고‘급류가 거침없이 흐르는 데도 알지 못하고 허망하게도 고요하게 여기는 경계’라고 말하고 있다.” 나는 이렇게 평한다. 알음알이(識心)가 끊어지지 않았으면 비록 심신을 허공처럼 닦는다 하더라도 악업(惡業)에 끌려간다. 또한 마음이 맑아 흔들리..

안이한 마음을 먹지 말라(참선경어-제2장-15,71페)

안이한 마음을 먹지 말라(참선경어-제2장-15,71페)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운문스님이 대중에게 설법하셨다. “여러분들은 절대로 안이하게 시간을 보내지 말고 매우 빈틈없이 공부해야 한다. 옛 스님들은 마음속에 번거러움이 뒤엉킬 때 설봉(雪峯 : 822~908)스님의‘온누리가 전부 내 몸이다’하신 말씀과, 협산(夾山)스님의‘온갖 것에서 나를 찾아내고 시끄러운 저자거리에서 천자를 찾아내 보라’하신 말씀을 오로지 생각하셨다. 또한 낙포(洛浦)스님의‘티끌 하나가 일자마자 온누리를 그 속에 거두어들이고, 하나의 털 끝에 사자의 온몸을 받아들인다’는 말씀만을 생각하셨다. 그러므로 그대들은 위의 모든 말씀을 철저하게 깊이 생각하라. 세월이 오래 가면 자연히 깨닫게 되는 점이 있게 될 것이다. 나..

참선중에는 앉아 있음도 잊어라(참선경어-제1장-19,41페)

참선중에는 앉아 있음도 잊어라(참선경어-제1장-19,41페)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참선하는 중에는 걸어가도 걷는 줄을 모르고 앉아 있어도 앉은 줄을 모르니, 이것을“화두가 현전(現前)한다”고 말한다. 의정(疑情)이 깨어지지 않으면 몸과 마음이 있는 줄도 모르는데 하물며 걷고 앉는 일을 의식하겠는가. 참고 현전(現前,2802)-뉴사전 : ① 나타남. 일어남. ② 눈앞에 나타나고 있는 것. 눈앞에 있는 것. ③ 지혜앞에 명료하게 나타나는 것. ④ 면전에. 눈앞에서. ⑤ 즉시. ⑥ 있는 그대로 나타내는 것. 의정(疑情,2033)-뉴사전 : (해석예) 의심하는 마음. 의심하는 죄. 선법(善法,1318)-뉴사전 : 선한 일. 바른 일. 도리에 따르고 자타(自他)를 이익되게 하는 법(法). 세..

의정을 일으켜라(참선경어-제1장-2,27페)

의정을 일으켜라(참선경어-제1장-2,27페)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참선하는 데에는 의정(疑情)을 일으키는 일이 중요하다. 무엇을 의정이라 하는가? 예컨대 우리가 어디로부터 태어나는지 모르니 그 온 곳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고, 또한 죽어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니 가는 곳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경우와 같은 것이다. 생사문제라는 관문을 뚫지 못했을 때 문득 의정이 생기게 된다. 그것이 맺혀서 눈꺼풀 위에 머물고 있어, 내치려 해도 떨어져 나가지 않고 두고 달아나려 해도 갈 수가 없다. 그러다가 홀연히 하루아침에 의정의 뭉치를 때려 깨고 나면, “이‘생사’라는 두 글자가 어느 집 구석에 한가하게 놓인 가구란 말이냐!” 라고 외치게 된다. 아! 옛날 어느 큰스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