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修行)도움말씀 133

옛사람의 공안을 천착하지 말라(참선경어-제1장-11,33페)

옛사람의 공안을 천착하지 말라(참선경어-제1장-11,33페)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참선하는 납자는 옛스님들의 공안(公案)을 알음알이로 헤아려 함부로 해석해서는 안된다. 비록 그런 식으로 하나하나의 뜻을 깨닫고 지나간다 하더라도 그것이 자기 공부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일이다. 그런 사람은 이것을 모르고 있다. 즉 옛스님들의 말씀은 마치 큰 불덩어리 같아서 가까이 갈 수도 없고 만져볼 수도 없다는 사실이다. 하물며 그 가운데 어떻게 앉아보고 누워볼 수 있겠는가. 그러한 말씀에다 다시 이러니저러니 분별을 일으켜 자기 신명(身命)을 망치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 참고 공안(公案,146)-뉴사전 : 또는 고칙(古則)·화두(話頭). ① 공부(公府)의 안독(案牘)의 준말. 정부가 확정한 법률안..

벙어리가 되라(참선경어-제2장-4,63페)

벙어리가 되라(참선경어-제2장-4,63페)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조주스님이 말씀하셨다. “그대들이 만약 평생 총림(叢林)을 떠나지 않으면서 5년, 10년 동안 아무와도 말하지 않고, 또 아무도 그대들을 불러주는 이 없이 벙어리가 된다면, 그런 다음에야 부처님도 그대를 어찌할 수가 없을 것이다. 나는 이렇게 평한다. 말을 하지 않는다 함은 마음을 번거롭게 쓰지 않는다는 뜻이니, 가사를 입고 생사문제의 큰 도리를 참구하지 않는 납자는 위와 같은 경계와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다. 참고 도리(道理,482)-뉴사전 : ① 도리. 일의 도리. 모든 사물이 존재하고, 변화해 가는 것에 맞춰서 반드시 의거하여 준비된 규칙. 법칙을 말함. 이치. 바른 논리. 생기고 없어지고 변화하는 모든..

지식을 배움은 참선이 아니다(참선경어-제2장-11,68페)

지식을 배움은 참선이 아니다(참선경어-제2장-11,68페)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서록사(瑞鹿寺) 본선(本先 : 941~1008)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문답을 하거나 그 뜻을 논리적으로 따지는 일, 또는 대어(代語 ; 남이 대답치 못한 말에 나더러 대신 대답하라면 이렇게 했을 텐데)나 별어(別語 ; 이 기연에 대해 나는 다른 말을 붙이겠다) 등을 배우는 일을 가지고 참선한다고 할 수는 없다. 또한 경론(經論)에 나오는 그럴듯한 이론이나 조사(祖師)스님들의 파격적인 언어에 천착하는 일을 가지고 참선한다고 말할 수도 없다. 위에서 열거한 공부에 그대들이 비록 무애자재하게 통달했다 하더라도 불법(佛法) 중에 나름대로 어떤 경지를 체험하지 못했다면, 그런 이들을‘쓸데없는 지식만 좇는 무리’..

직접 부딪쳐 깨달아라(참선경어-제1장-22,43페)

직접 부딪쳐 깨달아라(참선경어-제1장-22,43페)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참선할 때에는 깨닫겠다는 마음만 가지고는 안된다. 이것은 마치 어떤 사람이 길바닥에 주저앉아서 집에 도착하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이런 사람은 끝내 집에 도착하지 못할 것이니 반드시 모름지기 계속 걸어가야만 집에 다다를 수가 있다. 마찬가지로 마음만 가지고 깨닫기를 기다린다면 끝내 깨닫지 못할 것이니, 오직 직접 부딪쳐서 깨달아야 한다. 크게 깨닫는 순간은 마치 연꽃이 활짝 피어나듯 하고, 또는 깊은 꿈에서 홀연히 깨어나는 듯하다. 이런 이치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꿈은 깨어나기를 기다리지 않아도 잠이 깊이 들고 나면 자연히 깨어나고, 꽃은 피어나기를 기다리지 않아도 때가 되면 저절로 핀다. 마찬가지로 깨닫..

동(動)이나 정(靜)에 치우치지 말라(참선경어-제2장-24,78페)

동(動)이나 정(靜)에 치우치지 말라(참선경어-제2장-24,78페)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현사스님이 말씀하셨다. “움직이면 생사의 본원이 일어나게 되고, 조용하면 혼침(昏沈)한 경계에 빠져들게 된다. 그렇다고 동(動)과 정(靜)을 모두 쓸어 없애면 단견(空無)에 떨어지며 두 가지를 다 받아들이면 얼굴만 훤칠한 알맹이 없는 불성(佛性)이 되리라.” 나는 이렇게 평한다. 납자들이 흔히 움직이는 것을 싫어하고 조용한 것을 좋아하나, 조용함이 오래되면 다시 움직일 것을 생각하게 된다. 반드시 눈썹을 치켜세우고 동정(動靜)의 소굴을 깨버려야만 비로소 도인의 공부가 되는 것이다. 참고 혼침(昏沈,2837)-뉴사전 : ① 마음이 우울한 것. 침울해 하는 것. 마음의 침전. 불활발한 기질. 마음의..

경론에서 증거를 드는 알음알이를 조심하라(참선경어-제1장-36,51페)

경론에서 증거를 드는 알음알이를 조심하라(참선경어-제1장-36,51페)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참선할 때에는 화두를 들고서 오직 이 의정이 깨어지지 않았음을 알았으면 끝까지 딴 생각(第二念)이 없어야 한다. 그리고 결코 경(經)에서 증거를 대어가며 알음알이에 끄달려가서는 안된다. 알음알이가 일단 작동하게 되면 망념이 갈래갈래 치달리게 되니, 그때 가서 말 길이 딱 끊기고 마음 쓸 곳이 없어진 경지를 얻고자 한들 되겠는가? 참고 증거(證據,2400)-뉴사전 : 사실에 의해 증명하는 것. 명확히 나타내는 것. 분병히 아는 것. ...증거(證據,2182)-국어사전 : ① 어떤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근거. ② 법원이 법률 적용의 대상이 되는 사실의 유무를 확정하는 재료. 알음알이→심념(心念..

시끄러운 경계를 피하려 하지 말라(참선경어-제1장-30,48페)

시끄러운 경계를 피하려 하지 말라(참선경어-제1장-30,48페)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참선할 때에는 시끄러운 것을 피하려 해서는 안된다. 고요한 곳을 찾아가 눈을 감고 앉아 있으면 도깨비굴 속에 앉아 살아날 궁리를 하는 셈이다. 옛사람이 이른바“흑산(黑山) 밑에 앉아 있으면 사수(死水)가 젖어들어올 때 어느 쪽으로 건너겠는가?”하신 말씀이다. 그러므로 환경과 인연의 굴레 속에 있으면서 공부해 나가야 비로소 힘을 얻게 된다. 그리하여 문득 한 구절의 화두가 눈썹 위에 붙어 있게 되면, 걸어갈 때나 앉아 있을 때나 옷 입고 밥 먹을 때나 손님을 맞이할 때나 오직 그 화두의 귀결처만을 밝힌다. 그러던 어느날 아침, 얼굴을 씻다가 콧구멍을 더듬어 만져보니 원래 그 자리에 붙어 있음을 알게 ..

주관이 객관을 관조하는 망념(참선경어-제2장-34,84페)

주관이 객관을 관조하는 망념(참선경어-제2장-34,84페)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대혜스님이 말씀하셨다. “다음과 같이 납자들을 지도하는 부류가 있다.‘어떠한 연(緣)을 만나든지 주인공을 잃지 말며 생각(情)을 잊고 묵묵히 관조(觀照)하라’고. 그러나 이런 식으로 해나가다 보면 그 결과는 마음속에 번민만 더해갈 뿐 끝마칠 기약은 없다.” 나는 이렇게 평한다. 이미 잃지 않으려는 마음과 비추어 보려는 대상이 있다면 주관(能)과 객관(所)이 대립한 것이니 망념이 아니고 무엇인가. 만약 망념을 가지고 참구한다면 문득 자기 마음에서 자재할 수가 없게 된다. 오직 제자리에서 생사를 끊어버려 주관과 객관이 일지 않게 해야 마음속에 꽉 막혔던 응어리가 물통 밑바닥이 빠져나가듯 쑥 빠질 것이다. 참..

고요한 경계를 조심하라(참선경어-제1장-4,28페)

고요한 경계를 조심하라(참선경어-제1장-4,28페)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참선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할 사항은 고요한 경계에 빠져들어 사람을 말라죽은 듯한 적막 속에 갇히게 하는 태도이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사람들은 번거로운 곳을 싫어하고 고요한 곳에서는 대부분 염증을 느끼지 않는다. 도를 닦는 수행인의 경우도 그러하다. 시끄러운 바닥에서만 내내 살던 이가 일단 조용한 경계를 맛보고 나면 그것이 꿀이나 되는 양 달갑게 받아들이게 된다. 이런 사람은 권태가 오래되면 잠자기를 좋아할 것이니, 자기가 이런 병통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아차릴 수 있겠는가. 어떤 외도(外道)는 자기의 몸과 마음을 완전히 없애어 딱딱한 돌(頑石)처럼 되게 하였다 하니 이것도 고요한 경계를 통해서 그렇..

집착을 버리면 망상이 없어진다(참선경어-제2장-10,67페)

집착을 버리면 망상이 없어진다(참선경어-제2장-10,67페)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스님께서 계속해서 말씀하셨다. “그리고 납자들이여, 알아듣겠는가? 마음에 옳다고 긍정하는 일이 없는 사람은 바로 모든 것이 다 옳다고 받아들이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그대들이 집착하고 헤아리고 하는 한 어떻게 깨달을 수 있겠는가?” 나는 이렇게 평한다. 앞에 거론된 옳다 아니다의 두 가지 병통은 집착에 그 원인이 있으니 내가 처방을 하리라. 오직 시비를 따지는 것과 집착이 없기만 하면 이 병은 즉시 낫는다. 참고 시비(是非,1495)-뉴사전 : ① 대립하는 두 개 가운데 한쪽편에 집착하는 것. ② 좋은 것과 나쁜 것의 구별. 바른 것인가 틀린 것인가 하는 것. ③ 말다툼. 찬성과 반대의 논의. 티, 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