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대에서 여래장을 보이다(14,수능엄경)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부처님께서 이렇게 법문하심을 듣잡고 아난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아 난 :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항상 화합하는 인연을 말씀하사대, 온갖 세간의 여러 가지 변화하는 것이 모두 사대의 화합으로 인하여 나타난다 하시더니, 여래께서 어찌하여 인연과 자연을 모두 아니라 하시나이까. 내가 지금 그 까닭을 알지 못하옵나니 바라건대 어여삐 여기사, 중생들에게 희롱거리가 아닌 중도(中道)의 분명한 이치를 보여 주소서.
이때에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부처님 : 아난아, 네가 먼저 성문, 연각의 소승법(小乘法)을 싫어하고 위없는 보리를 얻으려 함으로 너에게 지금 제일의 의체(義諦)를 말하여 준 것인데 어찌하여 또 세간의 희롱거리인 허망한 인연에 얽매이고 있느냐. 네가 많이 알기는 하지마는 마치 약 이야기 하는 사람이 참말 약을 보고는 분별하지 못하는 것 같으므로 여래가 너를 가련한 사람이라 하는 것이니라.
네가 지금 잘 들어라. 너를 위하여 잘 분별하여 주며, 또 이 다음 세상에 대승법(大乘法) 닦는 이로 하여금 실상(實相)을 알게 하리라.
아난은 잠잠하게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있었다.
부처님 : 네가 말하기를 “사대가 화합하여 세간의 여러 가지 변화하는 것을 나타낸다”하거니와, 아난아, 만일 사대의 體性이 화합이 아닐진댄, 다른 大와 화합하지 못할 것이니 마치 허공이 색법(色法)과 화합하지 아니함과 같을 것이요 만일 화합함일진댄 변화함과 같아서 처음과 나중이 서로 이루고, 나고 없어짐이 서로 계속하여 났다가 죽고, 죽었다가 나며, 나고 죽는 것이 마치 불을 둘러 고리 되듯이 쉴새가 없으리라.
아난아, 마치 물이 어름이 되고, 어름이 도로 물되는 것과 같느니라. 네가 지대(地大)의 성품을 보라. 큰 것은 땅덩이요, 작은 것은 미진(微塵)이어니와 저 인허진(隣虛塵)이란 것은 색진의 가장 끝인 극미진(極微塵)을 일곱 몫으로 쪼갠 것이니, 인허진을 다시 쪼개면 곧 허공이니라.
아난아, 만일 이 인허진을 쪼개어서 허공이 된다면 허공이 들어서 색이 되었던 것임을 알지니라. 네가 묻기를 “화합함을 말미암아 여러 가지 변화가 생긴다”하였으니 이 한 인허진은 얼마나 되는 허공을 화합하여 생긴 것이냐. 인허진을 화합하여 인허진이 되지는 않았으리라. 또 인허진을 쪼개어 허공이 된다면 얼마나 되는 인허진을 쪼개어 모아서 이 큰 허공이 되었겠느냐. 만일 색진이 모였을 적에는 색을 모은 것이라 허공이 아니요, 허공을 합하였을 적에는 공을 합한 것이라 색이 아니니라. 색은 설사 쪼갤 수가 있으려니와 허공이야 어떻게 합하겠느냐.
네가 원래 알지 못하도다. 여래장 가운데 색의 성품을 가진 참된 공과 공의 성품을 가진 참된 색이 맑고 깨끗하고 본래 그러하여 법계(法界)에 가득하여 있으면서 중생의 마음을 따르고 아는 헤아림(量)에 맞추느니라. 業을 따라 나타나는 것이어늘 세상 사람들이 알지 못하고 인연인줄 자연인줄 여기나니 이것이 모두 허망한 마음으로 분별하고 억측하는 것이라, 말만이 있을지언정 전혀 그러할 이치가 없느니라.
아난아, 불의 성품이 혼자 있지 못하고 여러 인연에 의지하나니, 이 실라벌성의 밥먹지 않은 집에서 불을 넣으려 할적에 손에 화경(火鏡)을 들고 햇볕에 비치어 불을 내느니라. 아난아, 이것을 화합이라 한다면 마치 나와 너와 一千二百五十 비구가 한 화합한 대중이 되었나니, 대중으로는 하나이지마는 근본을 따져보면 제 각기 몸이 있고, 성과 이름이 있어서 사리불은 바라문종이요, 우루빈다는 가섭파종이요, 아난은 구담종인 것과 같느니라. 아난아, 이 불이 화합으로 났다면 저 사람이 손에 화경을 들고 햇볕에서 불을 얻나니, 이 불이 화경에서 나느냐, 쑥에서 생기느냐, 해에서 오느냐. 아난아, 만일 해에서 온다면 멀리 있는 해가 네 손에 쑥을 태우는 터인즉 오는 곳마다 풀과 나무가 모두 타야할 것이니라. 만일 화경에서 난다면 화경에서 나온 불이 쑥을 태우는데 화경은 어찌하여 녹지 않느냐. 네 손에 들리운 화경이 더운 기도 없는데, 어찌하여 녹겠느냐. 만일 쑥에서 생긴다면 어찌하여 햇볕과 화경이 마주친 뒤에야 불이 나느냐. 네가 자세히 보라. 화경이 손에 들렸고, 해는 하늘에 떴고 불은 땅에서 났나니, 불은 어디로부터 오느냐. 해와 화경은 서로 멀어서 화합할 수 없으며, 불이 난데없이 저절로 생기지도 아니하리라.
네가 오히려 알지 못하도다. 여래장 가운데 불의 성품을 가진 참된 공과 공의 성품을 가진 참된 불이 맑고 깨끗하여 본래 그러하여 법계에 가득하여 있으면서 중생의 마음을 따르고 아는 헤아림(量)에 맞추느니라. 아난아, 세상 사람들이 한 곳에서 화경을 들면 한 곳에 불이 나고, 온 법계에서 화경을 들면 온 세계에 불이 나는 것이어서 불이 세상에 가득하게 나거늘 어찌 나는 곳이 따로 있다 하겠느냐. 업을 따라 나타나는 것이어늘 세상 사람들이 알지 못하고 인연인줄 자연인줄 여기나니, 이것이 모두 허망한 마음으로 분별하고 억측하는 것이라, 말만이 있을지언정 전혀 그러할 이치가 없느니라.
아난아, 물의 성품이 일정치 아니하여 흐르고 그치는 것이 항상하지 아니하니라. 실라벌성에 사는 가비라선인(仙人)이나 작가라선인이나 바무마선인이나 하살다선인들의 환술(幻術)하는 사람들이 달 정기를 받아서 환술약을 갤적에 보름달 밤중에 방저(方諸)를 들고 달의 물을 받나니, 이 물이 방저에서 나느냐, 허공에서 생기느냐, 달에서 오느냐. 아난아, 만일 달에서 온다면 멀리 있는 방저에 물이 흐르는 터인즉 오는 곳마다 나무와 숲에서 물이 흘러야 할 것이며 그렇다면 하필 방저에서 물이 흐르는 것을 요구하느냐. 숲에서 물이 흐르지 않는다면 물이 달에서 오는 것이 아니니라. 만일 방저에서 난다면 어느 때나 방저에서 항상 물이 흐를 것이어늘, 어찌하여 보름날 밤중에 달에 비치어야 받게 되느냐. 만일 허공에서 생긴다면 허공은 끝이 없는 것일새, 물도 끝이 없어서 인간에서 천상까지 모두 물속에 들것이니, 어찌 바다와 육지와 허공의 분별이 있겠느냐. 네가 다시 자세하게 보라. 달은 하늘에 떴고, 방저는 손에 들렸고, 물 받는 그릇은 사람이 놓은 것이니, 물이 어디로부터 흘러오느냐. 달과 방저는 서로 멀어서 화합할 수 없으며, 물이 난데없이 저절로 생기지도 아니하리라.
네가 아직도 알지 못하도다. 여래장 가운데 물의 성품을 가진 참된 공과 공의 성품을 가진 참된 물이 맑고 깨끗하고 본래 그러하여 법계에 가득하여 있으면서 중생의 마음을 따르고 아는 헤아림(量)에 맞추느니라. 한곳에서 방저를 들면 한곳에 물이 나고, 온 법계에서 방저를 들면 온 법계에 물이 흐르는 것이니, 물이 세상에 가득하게 흐르거늘 어찌 나는 곳이 따로 있다 하겠느냐. 업을 따라 나타나는 것이어늘 세상 사람들이 알지 못하고, 인연인줄 자연인줄 여기나니, 이것이 모두 허망한 마음으로 분별하고 억측하는 것이라, 말만이 있을지언정 전혀 그러할 이치가 없느니라.
아난아, 바람의 성품이 자체가 없어 움직이고 고요함이 항상(恒常)하지 아니하니라. 네가 가사를 수하고 대중에 들어갈 적에 가삿자락이 펄럭거리면 가벼운 바람이 곁엣 사람의 낯에 부나니, 이 바람이 가삿자락에서 나느냐, 허공에서 생기느냐, 저 사람의 낯에서 나느냐. 아난아, 만일 가사에서 바람이 난다면 네가 바람을 입었으므로 옷을 날리어 벗어져야 할지니라. 내가 지금 법을 말하면서 가사를 수하였거니와 내 가사를 보라. 바람이 어디 있느냐. 가삿속에 바람 넣는 곳이 있지 아니하리라. 만일 허공에서 생긴다면 네 가사가 펄럭거리지 아니할 적에는 어찌하여 바람이 불지 않느냐. 허공이 항상 있는 것이매, 바람도 항상 생겨야 할 것이요, 바람이 없을 적에는 허공도 없어져야 하련마는 바람 없는 것은 볼 수 있거니와 허공이 없어지는 것은 무슨 모양이겠느냐. 만일 났다 없어졌다 함이 있으면 허공이라 할 수 없고 허공이라 할진댄, 어떻게 바람이겠느냐. 만일 저 사람의 낯에서 난다면 저 사람의 낯에서 났으므로 네게로 불어와야 할것이어늘 네가 가사를 바로 할 때에 어찌하여 거꾸로 부느냐. 너는 자세히 보라. 가사는 네가 바로하고 낯은 저 사람에게 있고 허공은 고요하여 흔들리는 것 아니어늘 바람이 어디로부터 불어 오느냐.
바람과 허공은 성질이 달라서 화합할 수 없으며 바람이 난데없이 저절로 생기지도 아니하리라.
네가 완연히 알지 못하도다. 여래장 가운데 바람의 성품을 가진 참된 공과 공의 성품을 가진 참된 바람이 맑고 깨끗하고 본래 그러하여 법계에 가득하여 있으면서 중생의 마음을 따르고 아는 헤아림(量)에 맞추느니라. 아난아, 너 한사람이 가사를 펄럭거리면 가벼운 바람이 나고, 온 법계에서 펄럭거리면 온 세계에 바람이 날 것이니, 바람이 세상에 가득하게 불거늘 어찌 나는 데가 따로 있다 하겠느냐. 업을 따라 나타나는 것이어늘 세상 사람이 알지 못하고 인연인줄 자연인줄 여기나니, 이것이 모두 허망한 마음으로 분별하고 억측하는 것이라, 말만이 있을지언정 전혀 그러할 이치가 없느니라.
아난아, 허공의 성품이 형상이 없어 빛을 인하여 나타나느니라. 이 실라벌성의 강이 먼 곳에서 찰제리나 바라문이나 비사나 수타나 파라타나 전타라들이 집을 새로 지으면서 우물을 팔 적에 흙이 한자쯤 나오면 한자만치 허공이 생기고 한길쯤 흙이 나오면 역시 한길만한 허공이 생기어서 허공의 옅고 깊음이 나오는 흙의 적고 많음을 따르나니 이 허공이 흙으로 인하여 나느냐, 팜을 인하여 나느냐, 까닭없이 저절로 생기느냐. 아난아, 이 허공이 까닭없이 저절로 생긴다면 흙파기 전에는 어찌하여 꼭 막히어서 땅덩이만 보이고 훤칠하게 트이지 못하였더냐. 만일 흙으로 인하여 난다면 흙이 나올적에 허공이 들어가는 것을 보아야 할 것이며, 만일 흙이 먼저 나오고 공이 들어가지 않는다면 어찌하여 흙으로 인하여 허공이 난다 하겠느냐. 만일 나오거나 들어가거나 함이 없다면 허공과 흙이 원래 다르지 아니한 것이러니, 다르지 않다면 같은 것이라 흙이 나올 적에 허공은 어찌하여 나오지 아니하느냐. 만일 파는 것으로 인하여 난다면 파서 허공이 나오는 것이매, 흙은 나오지 아니하여야 할 것이요, 파는 것을 인하여 나는 것이 아니라면 파는대로 흙만 나올 것이어늘 어찌하여 허공을 보게 되느냐. 네가 다시 자세하게 살펴보라. 파는 괭이는 사람의 손을 따라 이리저리 옮기고, 흙은 땅으로 인하여 옮겨지나니, 허공은 무엇으로 인하여 나느냐. 파는 것은 참이요, 허공은 빈 것이어서 서로 작용할 수 없으매, 화합할 수 없으며 허공이 난데없이 저절로 생기지도 아니하리라.
만일 저 허공의 성품이 두렷하고 가득하여 본래부터 움직이지 아니할진댄 앞에 있는 지대(地大), 수대(水大), 화대(火大), 풍대(風大)와 함께 오대(五大)라 할 것임을 알아야 할지니라. 성품이 참으로 원만(圓滿)하고 융통(融通)하여 모두 여래장이라, 본래 났다 없어졌다 하는 것이 아니니라. 아난아, 네 마음이 혼미하여 사대가 본래 여래장인줄 알지 못하나니, 이 허공을 보라. 나오느냐, 들어가느냐, 나오지 않는 것이며, 들어가지 않는 것이냐.
네가 전혀 알지 못하도다. 여래장 가운데 각(覺)의 성품을 가진 참된 공과 공의 성품을 가진 참된 각이 맑고 깨끗하고 본래 그러하여 법계에 가득하여 있으면서 중생의 마음을 따르고 헤아림(量)에 맞추느니라. 아난아, 한 우물을 파면 허공이 한 우물만치 나고 시방허공도 역시 그러하여 시방에 가득 차거늘 어찌 나는 데가 따로 있겠느냐. 업을 따라 나타나는 것이어늘 세상 사람이 알지 못하고 인연인줄 자연인줄 여기나니 이것이 모두 허망한 마음으로 분별하고 억측하는 것이라, 말만이 있을지언정 전혀 그러할 이치가 없느니라.
아난아, 견의 성품은 앎이 없어 빛과 공으로 인하여 있게 되느니라. 네가 지금 기타숲에 있어서 아침이면 밝고 저녁이면 어두우며 설사 밤중이라도 보름이면 밝고 그믐이면 어두움으로 인하여 견이 분별되나니 이 견이 밝음과 어두움과 허공과 더불어 한 체(體)냐, 한 체가 아니냐. 혹 다르기도 하고 다르지 않기도 하냐. 아난아, 이 견이 만일 밝음과 어두움과 허공과 더불어 원래 한 체라면, 밝은 것과 어두운 것은 서로 없이하는 것이어서 어두울 적에는 밝음이 없고 밝을 적에는 어두움이 없는 것이어늘, 만일 어두움과 한 체라면 밝을 적에는 견이 없어질 것이요, 밝음과 한 체라면 어두우면 견이 없어질 것이니, 견이 없어졌을진댄 어떻게 밝은 것을 보고 어두운 것을 보겠느냐. 만일 밝은 것과 어두운 것은 비록 다르나, 견은 났다 없어졌다 하지 않는다면 한 체란 말이 어떻게 성립되겠느냐. 만일 이 견의 정기가 어두움과 밝음으로 더불어 한 체가 아니라면, 네가 밝은 것과 어두운 것과 허공을 여의고 견을 가려내라. 무슨 모양이겠느냐. 밝음과 어두움과 허공을 여읜다면 견이란 것은 거북의 털, 토끼의 뿔과 같으리니 밝음과 어두움과 허공을 모두 여의고는 무엇으로 말미암아 견을 나타내겠느냐. 밝은 것과 어두운 것은 서로 어그러지는 것이어늘 어떻게 같다 하며, 이 세 가지를 여의고는 견이 없는 것이어늘 어떻게 다르다 하며, 허공과 견을 나누려하나, 본래 경계선이 없거늘 어떻게 같지 않다하며, 어두움을 보고 밝음을 보아도 견의 성품은 변천하지 않거늘 어떻게 다르지 않다 하겠느냐.
너는 다시 자세히 살피고 세밀하게 따져보라. 밝은 것은 해로 인함이요, 어두운 것은 그믐밤으로 인함이요, 통한 것은 허공으로 인함이요, 막힌 것은 땅으로 인함이어니와 견의 정기는 무엇으로 인하여 생겼느냐. 견은 깨닫는 것이요, 허공은 아득한 것이어서 화합할 수 없으며 견의 정기가 난데없이 저절로 생기지도 아니하리라. 만일 보고 듣고 아는 성품이 두렷하고 가득하여 본래부터 흔들리지 아니할진댄, 움직이지 않는 끝없는 허공과 흔들리는 지대, 수대, 화대, 풍대와 아울러서 육대라 할 것임을 알아야 할지니 성품이 참으로 원만하고 융통하여 모두 여래장이라, 났다 없어졌다 하는 것이 아니니라.
아난아, 네 성품이 혼침하여 보고 듣고 깨닫고 알고 하는 것이 본래 여래장인 줄을 알지 못하나니, 네가 이 보고 듣고 깨닫고 알고 하는 것을 보라. 나느냐, 없어지느냐, 같으냐, 다르냐, 나는 것도 아니오, 없어지는 것도 아니오, 같은 것도 아니오, 다른 것도 아니냐. 네가 일찍 알지 못하도다. 여래장 가운데 견의 성품을 가진 각의 밝음과 각의 정기인 밝은 견이 맑고 깨끗하고 본래 그러하여 법계에 가득하여 있으면서 중생의 마음을 따르고 아는 헤아림(量)에 맞추느니라. 견근(見根)의 보는 것이 법계에 가득함과 같이 듣는 것과 맡는 것과 맛보는 것과 깨닫는 것과 아는 것이 묘한 덕이 환히 밝아서 시방세계에 가득하거늘 어찌 나는데가 따로 있겠느냐. 업을 따라 나타나는 것이어늘 세상 사람이 알지 못하고 인연인줄 자연인줄 여기나니 이것이 모두 허망한 마음으로 분별하고 억측하는 것이라, 말만이 있을지언정 그러할 이치가 없느니라.
아난아, 識의 성품이 근원이 없어 육근(六根)과 육진(六塵)으로 인하여 나느니라. 네가 지금 여기있는 여러 대중을 볼적에 눈으로써 둘러보되, 눈으로 보는 것은 거울과 같아서 별로 분별이 없거든, 너의 식이 차례로 지목하여 이는 문수요, 이는 부루나요, 이는 목건련이요, 이는 수보리요, 이는 사리불이라 하나니, 이 식으로 아는 것이 견에서 나느냐, 모양에서 나느냐, 허공에서 생기느냐, 까닭없이 저절로 나느냐. 아난아, 너의 식이 만일 견에서 난다면 밝은 것과 어두운 것과 빛과 허공과는 관계가 없을 것이요, 이 네 가지가 반드시 없으면 네 견도 없으리니 견의 자성도 없거니, 무엇에서 식이 나느냐. 만일 식이 모양에서 난다면 견으로 나는 것은 아닐지니 이미 밝은 것도 보지 않고, 양도 없거니 식이 어디로서 나겠느냐. 만일 허공에서 생긴다면 모양도 아니오, 견도 아니니 견이 아니라면 분별이 없어서 밝은 것 어두운 것과 색과 공을 알지 못할 것이며, 모양이 아니라면 보고 듣고 깨닫고 아는 것이 의지할 데가 없으리라. 이 모양도 아니오 공도 아닌데 의지한다 할진댄 공이라면 아주 없는 것이요 있다 하여도 물건과는 같지 아니할지니 비록 식을 낸다한들 무엇을 분별하겠느냐. 만일 까닭없이 저절로 난다면 어찌하여 낮에는 맑은 달을 보지 못하느냐.
네가 다시 자세히 생각하고 세밀하게 살피고 잘 분별하라. 견은 네 눈을 의지하는 것이요, 모양은 앞엣 것을 말하는 것이니 형상할 수 있는 것은 색이요, 형상할 수 없는 것은 허공이라 이렇거늘 너의 식은 무엇으로 인하여 나는 것이냐. 식은 움직이는 것이요, 견은 고요한 것이어서 화합할 수 없으며 듣고 맡고 깨닫고 아는 것도 이와 같은 것이니 식이 난데없이 저절로 생기지도 아니하리라. 만일 이 식이 본래 의지할 데가 없다면 분별하는 것 듣는 것 깨닫는 것 아는 것도 원만하고 고요하여 의지할 데가 없는 것인즉, 허공과 지대와 수대와 화대와 풍대와 아울러 모두 칠대라 할 것임을 알아야 할지니 성품이 참으로 원만하고 융통하여 모두 여래장이라, 본래 났다 없어졌다 하는 것이 아니니라.
아난아, 네 마음이 거칠고 들떠서 보고 듣고 깨닫고 아는 것이 본래 여래장인 줄을 알지 못하나니 네가 이 여섯군데 알음알이 하는 마음을 보라. 같은 것이냐, 다른 것이냐, 공한 것이냐, 있는 것이냐, 같은 것도 아니오, 다른 것도 아니며, 공한 것도 아니오, 있는 것도 아니냐. 네가 원래 알지 못하도다.
여래장 가운데 식의 성품을 가진 밝은 앎(知)과 각의 밝은 참된 식과 묘한 각이 고요히 맑아 법계에 두루하여 있어 시방 허공을 삼키고 뱉거니 어찌 딴곳이 있겠느냐. 업을 따라 나타나는 것이어늘 세상 사람이 알지 못하고 인연인줄 자연인줄 여기나니, 이것이 모두 허망한 마음으로 분별하고 억측하는 것이라, 말만이 있을지언정 전혀 그러할 이치가 없느니라.
그때에 아난과 대중이 부처님께서 미묘하게 일러주심을 받잡고 몸과 마음이 훤칠하여 조금도 걸림이 없어졌다. 그리하여 이 대중들이 제각기 자기 마음이 시방에 두루하였음을 알았고, 시방허공 보기를 손에 가진 나뭇잎 보듯하며 온갖 세간의 모든 물건들이 온통으로 보리의 묘하고 밝은 마음임을 깨달았으며, 또 정미로운 마음이 가득하고 두렷하여 시방을 삼키었는지라, 돌이켜 부모가 낳아준 몸을 보니 마치 시방허공 가운데 티끌하나를 날린 것이 있는듯 없는듯 , 또 크고 넓은 바다에 물거품 하나 뜬것이 생기는듯 꺼지는듯 하여 본래 묘한 마음의 본체가 항상 있어 없어지지 않는 것을 분명하게 깨닫고 합장하여 부처님께 예배하고 희한한 생각을 내어 부처님 앞에서 게송(偈訟)으로 찬탄하였다.
미묘하고 맑으시고 다지니시고 흔들리지 않으시는 세존이시어
온갖일이 여물리는 수릉엄삼매 세상에도 처음보는 법문이오녀
억천만년 묵은망상 어디갔는지 아승지겁 안지내고 법신얻었네
우리들도 보리열반 불과이루어 저와같이 항사중생 건져볼까나
그지없고 끊임없는 이서원으로 미진세계 불보살을 공양하면서
이생으로 저생으로 또저생으로 부처님의 크신은혜 갚으렵니다
여래시여 이마음을 증명하소서 앞장서서 오탁악세 돌아다니며
이가운데 한중생만 성불못해도 그냥두곤 저열반에 나는안가요
대자대비 이번뇌를 끊어주소서 하루바삐 보리장에 앉게하소서
시방세계 저허공이 다부서진들 강철같은 이내마음 변하오리까
출전 : 수능엄경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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