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릉엄경(首楞嚴經)

공불여래장을 말하다(16,수능엄경)

근와(槿瓦) 2015. 2. 16. 01:33

공불여래장을 말하다(16,수능엄경)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부루나야, 네가 또 묻기를 “지대, 수대, 화대, 풍대의 성품이 원융하여 법계에 가득하였다면 물과 불이 어떻게 서로 쫓아내고 독차지 하지 않느냐”하고 또 의심하기를 “허공과 지대가 함께 법계에 가득하였을진댄 서로 용납하지 못하리라”하거니와, 부루나야, 마치 허공의 자체는 여러 가지 모양이 아니지마는 저 여러 가지 모양이 일어나는 것을 거부(拒否)하지 않음과 같느니라. 어찌함이냐. 부루나야, 저 허공이 햇볕이 비치면 밝고, 기운이 엉기면 흐리고, 먼지가 쌓이면 흙비가 되고, 물이 맑으면 비치나니,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 여러군데 생기는 여러 가지 모양들이 제각기 제 인연으로 말미암아 생기는 것이냐, 허공으로 인하여 있느냐.

 

부루나야, 만일 제 인연으로 말미암아 있다면 햇빛이 비칠 적에 그것이 해의 밝음일 것이러니 그렇다면 시방세계가 한결같이 햇빛이 되었을 것이어늘 어찌하여 따로 둥근 해를 보게 되느냐. 만일 허공이 밝은 것이라면 허공이 혼자도 비쳐야할 것이어늘 어찌하여 구름낀 밤중에는 밝게 비치지 않느냐. 그러므로 이 밝은 것은 해로 인한 것도 아니며, 허공으로 인한 것도 아니며, 해와 다른 것도 아니며, 허공과 다른 것도 아니니라.

모양으로 보면 원래 허망하여서 지정하여 따질 수 없는 것이 마치 허공꽃에서 허공열매 맺기를 기다리는 것 같나니 어떻게 서로 쫓아내고 독차지하지 않는 이치를 따지겠느냐. 성품으로 보면 원래 참된 것이어서 오직 묘한 각의 밝은 것뿐이니 묘한 각의 맑은 마음이 본래 물도 아니요, 불도 아니어늘 어찌 서로 용납하지 못할 것을 의심하느냐.

참되고 묘한 각의 밝은 것도 역시 그러하며 네가 공으로 발명하면 공이 나타나고, 지대, 수대, 화대, 풍대로 제각기 발명하면 제각기 나타나고, 한꺼번에 발명하면 한꺼번에 나타나느니라. 어떤 것이 한꺼번에 나타나는 것이냐.

 

부루나야. 한 강속에 해그림자 비친 것을 두 사람이 함께 보다가 한 사람은 동쪽으로 가고, 한 사람은 서쪽으로 가면 강속에 비쳤던 해그림자도 역시 그 사람을 따라 하나는 동쪽으로 가고, 하나는 서쪽으로 가게 되어 본래부터 일정한 표준이 없으니라. 이것을 보고 “해가 본래 하나인데 어찌하여 제각기 따라가느냐. 해그림자가 분명히 둘인데 어떻게 한 곳에 나타났느냐”고 따질 수 없는 것이니 완연히 허망하여 의지할 데가 없는 것이니라.

 

부루나야, 너는 색과 공으로써 여래장에서 당기락 놓으락하므로 여래장이 따라서 색도 되고 공도 되어 법계에 가득하게 되느니라. 그러므로 그 가운데서 바람은 불고, 허공은 고요하고, 해는 맑고, 구름은 어둡나니 중생들이 아득하고 갑갑하여 각을 등지고 번뇌에 합하는 탓으로 번뇌망상이 생기어서 세간의 여러 가지 형상이 있게 되느니라.

 

나는 묘하고 없어지지도 않고 나지도 않는 것으로써 여래장에 합하므로 여래장이 다만 묘한 각의 밝은 것뿐이어서 법계에 두루 비치게 되느니라. 그러므로 이 가운데서 하나가 한량없는 것이 되고, 한량없는 것이 하나가 되며, 작은 가운데 큰 것을 나타내고 큰 가운데 작은 것을 나타내며 도량(道場)에서 움직이지 않고 시방세계에 두루 퍼지며, 한 몸속에 넓은 허공을 포함하며, 한 터럭 끝에 많은 세계를 나타내며, 티끌속에 앉아서 큰 법륜을 굴리나니, 번뇌를 없애고 각에 합하는 탓으로 진여의 묘하고 밝은 각의 성품을 드러내게 되느니라.

 

그러나 본래 묘한 둥근마음은 마음도 아니요, 空도 아니오, 地大도 아니오, 물도 아니오, 바람도 아니오, 불도 아니며, 눈도 아니오, 귀도 아니오, 코도 아니오, 혀도 아니오, 몸도 아니오, 뜻도 아니며, 빛도 아니오, 소리도 아니오, 냄새도 아니오, 맛도 아니오, 닿는 것도 아니오, 法塵도 아니며, 안식계(眼識界)도 아니오, 그와 같이 의식계(意識界)도 아니며, 明도 아니오, 無明도 아니오, 명의 무명이 끝난 것도 아니며, 그와 같이 늙는 것도 아니오, 죽는 것도 아니오, 늙는 것이 끝난 것도 아니오, 죽는 것이 끝난 것도 아니며, 고체(苦諦)도 아니오, 집체(集諦)도 아니오, 멸체(滅諦)도 아니오, 도체(道諦)도 아니오, 지혜도 아니오, 얻은 것도 아니오, 보시(布施)도 아니오, 지계(持戒)도 아니오, 인욕(忍辱)도 아니오, 정진(精進)도 아니오, 선정(禪定)도 아니오, 반야도 아니오, 바라밀다도 아니며, 이와 같이 여래도 아니오, 응공(應供)도 아니오, 삼먁삼불타도 아니오, 대열반도 아니오, 상덕(常德)도 아니오, 낙덕(樂德)도 아니오, 아덕(我德)도 아니오, 정덕(淨德)도 아니니, 이것이 세간법도 아니오, 출세간법도 아닌 까닭이니라.

 

곧 여래장의 원래 묘한 밝은 마음은, 곧 마음이요, 곧 공이요, 곧 지대요, 곧 물이요, 곧 바람이요, 곧 불이요, 곧 눈이요, 곧 귀요, 곧 코요, 곧 혀요, 곧 몸이요, 곧 뜻이며, 곧 빛이요, 곧 소리요, 곧 냄새요, 곧 맛이요, 곧 닿는 것이요, 곧 법진이며, 곧 안식계요, 그와 같이 곧 의식계며, 곧 명이요, 곧 무명이요, 곧 명의 무명이 끝난 것이며, 그와 같이 곧 늙는 것이요, 곧 죽는 것이요, 곧 늙는 것이 끝난 것이요, 곧 죽는 것이 끝난 것이며, 곧 고제요, 곧 집제요, 곧 멸제요, 곧 도제요, 곧 지혜요, 곧 얻는 것이며, 곧 보시요, 곧 지계요, 곧 인욕이요, 곧 정진이요, 곧 선정이요, 곧 반야요, 곧 바라밀다며, 이와 같이 곧 여래요, 곧 응공이요, 곧 삼먁삼불타요, 곧 대열반이요, 곧 상덕이요, 곧 낙덕이며, 곧 아덕이요, 곧 정덕이니 이것이 곧 세간법이며 곧 출세간법인 까닭이니라.

 

곧 여래장의 묘하고 밝은 원래 마음은 곧 그것도 아니오, 아닌 것도 아니며, 곧 그것이요, 곧 아닌 것이어늘, 어떻게 세간의 중생들과 출세간의 성문과 연각들이 그들의 아는 헤아림으로 여래의 위없는 보리를 추측하여서 세상 말로써 부처님의 지견(知見)에 들어갈 수 있겠느냐. 마치 거문고나 비파에 미묘한 소리가 있지마는 미묘한 손가락이 아니면 소리를 타낼 수 없는 것이니 너희들 중생도 역시 그러하여 보배로운 각의 참 마음이 제각기 원만하여 있지마는 내가 손가락을 놀리면 바다에 하늘과 구름이 비치듯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너는 잠깐만 마음을 두어도 번뇌망상부터 먼저 일어나나니, 그것은 위없는 보리를 부지런히 구하지 아니하고, 소승법을 좋아하여 조그만 것을 얻고서 만족하게 여기는 탓이니라.

 

부루나 : 내나 부처님이나 보배로운 각의 두렷하고 밝고 참되고 묘한 마음은 마찬가지로 원만하건마는 나는 끝없는 예전부터 허망한 생각으로 말미암아 생사하는 데서 바퀴돌듯 하였으므로, 지금 성인의 법을 얻기는 하였으나 아직도 끝까지 이르지 못하였삽고, 세존께서는 온갖 망상이 아주 없어지고 묘한 지혜가 참되고 항상하시었나이다.

세존이시어, 중생들은 무슨 인연으로 허망한 생각이 생기어서 밝고 묘한 성품을 가리우고 났다 죽었다 하는데서 헤매게 되었나이까.

 

부처님 : 부루나야, 네가 비록 의심이 없어졌다고 하나 아직도 남은 의혹이 끝나지 못하였으니 내가 이제 요사이에 생긴 이 세상 사실로써 이야기 하리라. 너도 들었으리라. 실라벌성에 있는 연야달야가 어느 날 아침에 거울을 보다가, 거울속에 있는 사람은 얼굴이 얌전하게 생겼는데 자기의 머리에는 눈도, 코도 보이지 아니하여 도깨비가 되었다 하고 미쳐서 달아났다 하니 그 사람이 무슨 인연으로 까닭없이 달아났다고 생각하느냐.

 

부루나 : 그 사람은 마음이 미친 탓이옵고 다른 인연은 없겠나이다.

 

부처님 : 묘한 각이 본래 두렷하고 밝은 것이어늘, 이미 허망하다고 일컫는데 무슨 인(因)이 있겠느냐. 만일 인(因)이 있다면 어찌하여 허망하다 하겠느냐. 까닭없는 세월을 지내왔으므로 비록 부처님의 변재로도 그 원인을 따질 수 없느니라. 이렇게 미혹한 것은 미혹한 탓으로 있는 것이니 미혹한 것이 인연이 없는 줄을 알면 허망한 것이 의지할 데가 없어서 본래 난 것도 없거든 무엇을 없애려 하겠느냐. 보리를 얻은 이는 꿈깬 사람이 꿈꾸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서 마음으로는 분명하지마는 어떻게 꿈속의 물건을 가져올 수 있겠느냐.

하물며 허망한 것이란 원래 인연이 없어서 애초부터 있는 것이 아니니 마치 저 연야달야가 어찌 인연이 있어서 제 머리가 무섭다고 달아났겠느냐. 미친 증세만 없어지면 머리가 딴데서 생길 것이 아니며 설사 미친 증세가 없어지지 않는다 한들 머리야 어찌 없어졌겠느냐. 부루나야, 허망한 성품이 본래 이런 것이니 어찌 까닭이 있겠느냐. 네가 다만 세계와 중생과 업을 지어 과보 받는 세 가지 계속하는 것을 따라서 분별하지 아니하면 세 가지 연유(緣由)가 없어지므로 세 가지 원인이 생기지 아니하여 네 마음속에 있는 연야달야의 미친 증세가 저절로 없어지리니 없어지기만 하면 곧 보리의 훌륭하고 깨끗하고 밝은 마음이 본래부터 법계에 가득한 것이라 딴데서 얻을 것이 아니니 무슨 까닭으로 그렇게 애써서 닦으려 하겠느냐.

마치 어떤 사람이 자기의 옷속에 여의주를 차고 있으면서도 알지 못하고 여러 곳으로 돌아다니면서 옷과 밥을 구걸하는 것과 같아서 아무리 빈궁하더라도 여의주는 없어지지 않았느니라. 문득 지혜 있는 사람이 여의주를 가리켜주면 이 사람의 소원이 뜻대로 되어 큰 부자가 될 것이며 그때에는 그 훌륭한 여의주가 딴데서 온 것이 아닌 줄을 알지니라.

 

 

출전 : 수능엄경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