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릉엄경(首楞嚴經)

허망한 견에서 참견을 보이다(12,수능엄경)

근와(槿瓦) 2015. 1. 14. 00:17

허망한 견에서 참견을 보이다(12,수능엄경)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아 난 :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우리들을 위하사 인연과 자연을 말씀하였사오나 화합인지 화합아닌지에는 오히려 마음이 열리지 못하였삽더니 이제 다시 ‘견을 보는 것이 견이 아니라’는 말씀을 듣잡고 더욱 답답하오니 넓으신 자비로 큰 지혜 눈을 베풀어 주시사, 우리들의 본각인 마음이 밝고 깨끗하게 하시옵소서.

 

이 말을 마치고는 슬피 울며 예배하고 부처님의 거룩하신 말씀을 듣자오려 하였다. 부처님이 아난과 대중을 가엾이 여기사 큰 다라니인 여러 삼마제와 묘하게 닦아 나아갈 길을 말씀하시려고 법문을 계속하시었다.

 

부처님 : 아난아, 네가 비록 기억을 잘하거니와 그것이 많이 아는데만 필요할 뿐이요 사마타의 미묘하고 비밀하게 보아 살피는데는 오히려 분명하게 알지 못하니 이제 자세히 들어라. 지금 너에게 분별하여 보이며 번뇌가 있는 이 다음 중생들로 하여금 보리를 얻게 하리라.

 

아난아, 온갖 중생들이 세간에서 바퀴돌듯 하는 것은 뒤바뀌게 분별하는 두 가지 허망한 소견으로 말미암아 그곳에서 생겨나서 제 업으로 바퀴돌듯 하느니라.

 

무엇을 두 가지 허망한 소견이라 하느냐. 하나는 혼자인 허망한 소견이요, 또 하나는 다같은 허망한 소견이니라.

 

어떤 것을 혼자인 소견이라 하느냐. 아난아, 세상 사람들이 눈에 삼이 서면 밤에 등불을 볼적에 이상하게 오색이 영롱한 등무리를 보나니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날밤 등불에 나타나는 등무리는 이것이 등불의 빛이냐, 견의 빛이냐.

 

아난아, 이 등무리가 만일 등불의 빛이라면 삼서지 아니한 사람은 어찌하여 보지 못하고 삼 선 사람만이 보느냐. 만일 견의 빛이라면 견이 이미 등무리 빛이 되었으니 삼선 사람이 등무리를 보는 것은 무엇이라 하겠느냐.

 

또 아난아, 이 등무리가 등불을 여의고 따로 있다면, 곁에 있는 병풍이나 휘장이나 책상이나 안석을 볼적에도 등무리가 있어야 할 것이니 견을 여의고 따로 있다면 눈으로 볼 것이 아니어늘 어찌하여 삼 선 사람만이 눈으로 보느냐. 그러니까 빛은 실로 등불에 있거든 견의 삼병(눈이 빨개지며 생기는 눈병)이 등무리가 된 것인 줄을 알지니라. 등무리와 견의 병이 모두 삼눈 탓이지만 삼눈 탓임을 보는 것은 삼병이 아니니, 그러므로 이 등무리가 등불 탓이라 견탓이라 할 것이 아니며 또 등불 탓이 아니라 견 탓이 아니라 말할 것도 아니니라.

 

마치 곁엣 달이 보는 성품으로 있는 것도 아니요, 달의 그림자로 생긴 것도 아니니 어찌하여 그러하냐. 곁엣 달은 눈을 눌러서 생기는 것이므로 지혜있는 사람이면 이 눌러서 생긴 곁엣달을 달의 형상이다, 달의 형상이 아니다 하지 아니할 것이며 또 견 탓이라 하지도 아니할 것이다.

 

이 등무리도 역시 그러하여 삼눈 탓으로 나타나는 것이어늘 무엇을 일러서 등불 탓이라 견 탓이라 하겠느냐. 하물며 등불 탓이 아니라 견 탓이 아니라 분별함일까 보냐.

 

어떤 것을 다 같은 소견이라 하느냐. 아난아, 이 남섬부주에서 바다를 빼어놓고 중간에 있는 육지가 삼천섬이 있는데 복판대륙에는 동쪽에서 서쪽까지 이천삼백 나라가 있고 그 밖에 바다 가운데 있는 작은 섬들에는 어떤 섬에는 이백나라, 삼백나라도 있고 또 어떤 섬에는 한 나라, 두 나라가 있기도 하고, 혹은 삼십 나라, 사십 나라, 오십 나라가 있기도 하니라.

 

아난아, 이 가운데서 어느 작은 섬에 단 두 나라가 있는데 한 나라 사람들은 다 같이 나쁜 재변을 보게 되어 그 나라 사람만이 여러 가지 괴변을 보되, 두 달이 뜨기도 하고, 두 해가 뜨기도 하며, 달무리 해무리도 보며, 일식 월식도 보며 해의 귀거리, 혜성, 뿔별, 별똥, 유성, 등무지개, 곁무지개, 숫무지개, 암무지개들과 같은 여러 가지 나쁜 모양을 보거니와 곁엣나라 사람들은 이런 괴변을 보지도 아니하고 듣지도 못하느니라.

 

아난아, 내가 이제 이 두 가지 전례를 번갈아 들어서 자세히 설명하리라.

 

저 중생들의 혼자인 허망한 소견으로 보는 등무리가 앞엣 물건처럼 나타나지마는 이것은 보는 이의 삼눈 때문에 생기는 것이니, 삼눈은 보는 성품이 피로하여져서 생기는 것이요, 참말 색진이 있는 것이 아니므로 삼눈 탓임을 보는 자체는 견의 허물이 없느니라.

 

이것으로써 네가 지금에 산과 물과 세계와 중생들을 보는데 견주어 보건댄 모두 끝없는 옛적부터 견의 병으로 생긴 것이니라.

 

보는 작용과 견으로 반연할 것들이 앞엣 경계를 나타내듯이 하지마는 원래 내 각(覺)의 밝은 것으로 반연할 바를 보는 삼병이니 각(覺)으로 보는 것은 곧 삼병이거니와 본 각의 밝은 마음이 여러 가지 반연을 깨닫는 것은 삼병이 아니니라. 깨달을 것을 깨닫는 것은 삼병이지마는 깨닫는 본체는 삼병이 아니니 이것이 곧 견을 보는 것이어늘 어찌하여 깨닫는다, 안다, 본다 하겠느냐.

 

그러므로 네가 지금에 나를 보고 너를 보고 여러 세계를 보고 중생들을 보는 것이 모두 견의 삼병이요, 삼병

임을 보는 것이 아니니 저 견의 참된 정기는 성품이 삼병이 아니므로 견이라고 하지 않느니라.

 

아난아, 저 중생들의 다같은 허망한 소견으로 저 한 사람의 혼자인 허망한 소견에 견주어 보면 눈에 삼 선 사람은 저 한나라와 같고 저 사람의 보는 등무리는 삼눈 때문에 생긴 것이나 이 나라 사람들의 보는 괴변은 다 같은 허망한 소견의 고장(故障)으로 일어나는 것이니 두 가지가 모두 다 끝없는 옛적부터의 허망한 소견으로 생기는 것이니라.

 

견주어 보건댄 남섬부주의 삼천 섬들과 네 바다와 사바세계와, 시방에 있는 여러 무수 세계와 모든 중생들이 다같이 샘이 없는 본각의 밝고 묘한 마음의 보고 듣고 깨닫고 알고 하는 허망한 병의 인연으로 화합하여 허망하게 생기며 화합하며 허망하게 없어지느니라.

 

만일 능히 화합하는 인연과 화합하지 않는 인연을 멀리 여의면 곧 났다 없어졌다 하는 원인을 없애버리게 되고 보리의 나지도 없어지지도 않는 성품을 원만하게 갖추어 밝고 깨끗한 본 마음의 본각이 항상 있게 되느니라.

 

아난아, 네가 비록 먼저부터 묘하고 밝은 본각의 성품이 인연도 아니고 자연도 아닌 줄을 알았으나 이러한 본각이 화합도 아니고 화합 아닌 것도 아닌 줄을 알지 못하느니라.

 

아난아, 내가 다시 앞엣 것으로 네게 물으리라. 네가 지금도 이 세상에서 허망한 생각으로 화합하는 인연을 가지고서 보리를 증(證)하는 본마음도 화합으로 생겼을 것이라고 의심하나니, 지금 너의 묘하고 깨끗한 견의 정기가 밝은 것과 화하였느냐, 어두운 것과 화하였느냐, 통한 것과 화하였느냐, 막힌 것과 화하였느냐.

 

만일 밝은 것과 화하였다면 네가 밝은 것을 볼적에 밝은 것이 앞에 나타나나니 어느 곳에 견이 섞이었느냐. 보는 모양은 분별할 수 있거니와 섞인 것은 어떤 모양이겠느냐. 만일 밝은 것이 견이 아니라면 어떻게 밝은 것을 보느냐. 만일 밝은 것이 곧 견이라면 어떻게 견을 보겠느냐. 반드시 견이 가득하였을진댄 어느 곳에 밝은 것이 섞였겠느냐. 만일 밝은 것이 가득하였을진댄 견과 섞이지 아니하였으리라.

 

견은 밝은 것과 다르므로 섞였다면 밝다는 본 성품의 이름을 잃어버릴 것이니 섞여서 밝다는 성품을 잃었다면, 아직도 밝은 것과 섞였다고 하는 말이 옳지 아니하리라. 이와 같이 어두운 것과 화하였다, 막힌 것과 화하였다는 것도 역시 이와 같느니라.

 

또 아난아, 너의 묘하고 깨끗한 견의 정기가 밝은 것과 합하였느냐, 어두운 것과 합하였느냐, 통한 것과 합하였느냐, 막힌 것과 합하였느냐. 만일 밝은 것과 합하였다면 어두울 적에는 밝은 것이 없어졌고 이 견이 어두운 것과는 합하지 아니하였거늘 어떻게 어두운 것을 보느냐. 만일 어두운 것을 볼적에 견이 어두운 것과 합하지 아니하였다면 밝은 것과 합한 견도 밝은 것을 보지 못하여야 하리라. 밝은 것을 보지 못한다면 어떻게 밝은 것과 합하였다 하며, 또 밝은 것이 어두운 것 아닌 줄을 어떻게 알겠느냐. 이와 같이 어두운 것과 합하였다, 통한 것과 합하였다, 막힌 것과 합하였다 하는 것도 역시 이와 같느니라.

 

아 난 : 세존이시어, 내가 다시 이 묘한 각이 앞엣 것이나 마음과 더불어 화합한 것이 아닌듯 하나이다.

 

부처님 : 네가 또 묘한 각이 화합한 것 아니라하니 또 네게 묻노라. 이 묘한 견의 정기가 화합한 것이 아닐진댄 밝은 것과 화하지 않았느냐, 어두운 것과 화하지 않았느냐, 통한 것과 화하지 않았느냐, 막힌 것과 화하지 않았느냐. 만일 밝은 것과 화하지 않았다면 견과 밝은 것이 경계선(境界線)이 있어야 하리니, 네가 자세히 보라. 어디까지는 밝은 것이요, 어디까지는 견이냐, 견과 밝은 것이 어디로 경계가 되었느냐.

 

아난아, 만일 밝은 가운데 견이 없다면 견과 밝은 것이 서로 닿지 못한 것이어서, 밝은 것이 있는 곳도 알지 못할 것이니 경계가 어떻게 있겠느냐. 이와 같이 어두운 것과 화하지 않았다, 통한 것과 화하지 않았다, 막힌 것과 화하지 않았다는 것도 역시 이와 같느니라. 또 묘한 견의 정기가 화합한 것이 아닐진댄 밝은 것과 합하지 않았느냐, 어두운 것과 합하지 않았느냐, 통한 것과 합하지 않았느냐, 막힌 것과 합하지 않았느냐. 만일 밝은 것과 합하지 않았다면 견과 밝은 것이 서로 어긋나서 마치 귀와 밝은 것과는 서로 관계가 없는 것 같아서 보더라도 밝은 데를 알지 못할 것이니 어떻게 합하였다, 합하지 않았다는 것을 따지겠느냐. 이와 같이 어두운것과 합하지 않았다, 통한 것과 합하지 않았다, 막힌 것과 합하지 않았다는 것도 역시 이와 같느니라.

 

출전 : 수능엄경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