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릉엄경(首楞嚴經)

불공여래장을 말하다(15,수능엄경)

근와(槿瓦) 2015. 2. 9. 02:08

불공여래장을 말하다(15,수능엄경)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저 때에 부루나미다라니자가 대중 가운데서 일어나 오른 어깨를 벗어매고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루나 : 위덕(威德)이 갸륵하신 세존이시어, 중생을 위하시어 여래의 제일의제를 잘 말씀하시나이다. 세존께서 항상 말씀하시기를 법문을 말하는 사람중에는 내가 제일이라고 하시었사오나 이제 부처님의 미묘한 법문을 듣사오니 마치 귀먹은 사람이 백보(百步) 밖에서 모기소리를 듣는 것 같아서 보지도 못하옵거늘, 어떻게 소리를 듣사오리까. 부처님께서 분명하게 일러주시어 나의 의혹을 덜게 하시오나 아직도 그 뜻을 자세히 알지 못하오매, 끝까지 의심이 없어지지 않나이다.

 

세존이시어, 아난같은 이는 비록 깨달았다고는 하나 아직 번뇌가 없어지지 못하였거니와 우리들은 생사를 벗어나 온갖 번뇌가 없어졌지마는 지금 부처님의 법문을 듣사옵고 의심이 없지 못하나이다.

 

세존이시어, 만일 오음(五陰)과 육입(六入)과 십이처와 십팔계와 세상에 있는 온갖 것이 모두 如來藏이어서 맑고 깨끗하여 본래 그러하다 하오면 어찌하여 산과 물과 땅과 하염없는 모양들이 생기어서 차례차례로 변천하여 마치었다가 다시 비롯하나이까.

 

또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地大, 水大, 火大, 風大의 성품이 원융하여 법계에 가득하여 고요하게 항상 있는 것이라 하시었나이다. 세존이시어, 지대의 성품이 가득하였다면 어떻게 수대를 용납할 수 있으며, 수대의 성품이 가득하였으면 화대는 있지 못할 터이온데, 어떻게 수대와 화대가 함께 허공에 가득하여 서로 쫓아내고 독차지하지 않는 이치를 설명하오리까. 세존이시어, 지대의 성품은 막히는 것이요, 허공의 성품은 통하는 것이온데 어떻게 둘이 모두 법계에 가득할 수 있겠나이까. 내가 이 이치의 어찌된 까닭을 알지 못하오니 원컨댄 여래께서 자비하신 마음으로 우리들의 아득한 의심을 풀어주소서.

 

이 말씀을 마치고 대중들과 함께 다섯활개를 땅에 대고 부처님의 자비하게 가르치심을 간절하게 기다리었다. 그 때에 부처님께서 부루나와 번뇌가 없어진 여러 아라한들에게 말씀하시었다.

 

부처님 : 여래가 오늘 이 회상에 모인 대중들을 위하여 승의체중(勝義諦中)의 勝義諦를 말하여 이 회상에 있는 붙박이성문(定性聲聞)과 二空을 얻지 못한 이들과 보살승으로 돌아선 아라한들로 하여금 모두 다 一乘의 고요한 자리요, 참으로 조용한 올바르게 수행할 곳을 얻게 하리니, 너희들은 자세히 들으라. 너희들에게 이야기하리라.

 

부루나와 대중들은 부처님의 분부를 받잡고 조용하게 듣고 있었다.

 

부처님 : 부루나야, “맑고 깨끗하여 본래 그러하다면 어찌하여 산과 물과 땅이 생기었느냐”하거니와, 여래가 항상 말하기를 “자성인 각은 묘하며 밝고 본래 각은 밝고 묘하니라”함을 듣지 못하였느냐.

 

부루나 :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어.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나이다.

 

부처님 : 네가 말하는 각이라 밝다 하는 것은 자성이 밝은 것을 각이라 한다 하느냐, 각이 밝지 아니한 것을 각이라 한다 하느냐.

 

부루나 : 만일 이 밝힐 것 없는 것을 각이라 할진댄 밝을 것이 없겠나이다.

 

부처님 : “만일 이 밝힐 것 없는 것을 각이라 할진댄, 밝을 것이 없으리라” 하거니와 밝힘이 있으면 각이 아니오, 밝힘이 없으면 밝음이 아니니, 밝음이 없으면 각의 밝고 밝은 성품이 아니니라. 자성인 각은 반드시 밝은 것이어늘, 허망하게 밝혀야 할 각이 되었느니라.

 

자성인 각은 밝힐 것이 아니언만 밝음을 인하여 밝힐 것이 있게 되었고, 밝힐 것이 있게 되므로 너의 밝히려는 것이 생기게 되었으며, 같고 다름이 없는데서 환하게 다른 것이 생기었거든 저 다른 것을 다르게 여기므로 다른 것을 인하여 같은 것을 나타내며 같은 것과 다른 것을 밝히어서 다시 같음도 없고 다름도 없는 것을 내느니라. 이렇게 흔들리고 어지러운 것이 서로 의지하여 피로(疲勞)함이 생기고 피로함이 오래 계속되어 티끌이 생기어서 모양이 흐리터분하게 되나니, 이리하여 티끌같은 번뇌 망상이 일어나느니라. 일어나서는 세계가 되고 고요하여서는 허공이 되었거든, 허공은 같은 것이요, 세계는 다른 것이니 저 같음도 없고 다름도 없는 것이 참으로 하염없는 법이니라.

 

각의 밝은 것과 허공의 어두운 것이 번갈아 바뀌어 흔들림으로 풍륜(風輪)이 있어 세계를 받들었느니라. 허공으로 인하여 흔들림이 생기고 밝은 것을 굳혀 막힘이 되나니, 금이란 것은 밝은 각이 굳혀진 것으로 금륜(金輪)이 있어 땅을 바치었느니라. 각을 굳혀 금이 되고, 밝은 것을 흔들어 바람이 생겼거든, 바람과 금이 서로 갈림으로 불이 생기어 변화하는 성품이 되었느니라. 밝은 금이 축축함을 내고, 불은 위로 솟아 오르므로, 수륜(水輪)이 있어 시방세계를 싸고 있느니라. 불은 올라가고 물은 내려가서 번갈아 발동(發動)하여 굳혀지므로, 젖은 편으로는 바다가 되고 마른 편으로는 육지와 섬이 되었나니, 이러한 이치로 바다 가운데는 불빛이 일어나고 육지와 섬에는 강물이 흐르느니라. 물 세력이 불보다 적으면 엉기어 높은 산이 되나니, 그러므로 산엣돌이 서로 부닥치면 불꽃이 일어나고 녹으면 물이 되느니라. 흙 세력이 물보다 적으면 빼어나 풀과 나무가 되나니, 그러므로 숲이 타면 흙이 되고 짜면 물이 되느니라. 허망한 것들이 서로 얽히어 생겨나고는 번갈아 서로 씨가 되나니 이러한 인연으로 세계가 서로 계속 되느니라.

 

또 부루나야, 망령된 밝음의 작용은 다른 것이 아니고 깨닫는 성품이 일으킨 분별인 허물인 것이니, 허망한 것이 생긴 뒤에는 밝은 이치가 뚫고 지나갈 수 없으매, 이러한 인연으로 듣는 것은 소리에 뛰어나지 못하고 보는 것은 빛에 넘어갈 수 없어서 빛과 냄새와 맛과 觸의 여섯가지 허망한 것이 생기고, 이것으로 인하여 보고 듣고 맡고 깨닫는 것이 니누어져서 같은 업은 서로 얽히고 합하고 여의어서 형상이 생기기도 하고 변화하여 나기도 하느니라.

 

밝은 데를 보아서 빛이 나타나고 밝게 보고는 생각을 이루나니, 소견이 다르면 미워지고 생각이 같으면 사랑하며 사랑을 흘려 넣어 씨가 되고, 생각을 받아들여 태(胎)를 이루느니라. 만나 어울리어 나게 될적에 같은 업을 끌어들이나니 이러한 인연으로 갈라람과 알포담들이 생기느니라.

 

태로 나고(胎生), 알로 나고(卵生), 습기로 나고(濕生), 변화하여 나는(化生)것들이 제각기 마땅함을 따르되, 알로 나는 것은 생각만으로 생기고 태로 나는 것은 정(情)으로 생기고 습기로 나는 것은 합하여 생기고 변화하여 나는 것은 여의어서 생기느니라. 정으로 생기고 생각으로 생기고 합하여 생기고 여의어(離) 생기는 것들이 번갈아 바뀌고 서로 변하여 업으로 받는 과보(果報)가 날기도 하고 잠기기도 하나니, 이러한 인연으로 중생이 서로 계속되느니라.

 

부루나야, 생각과 애정이 함께 얽히어 사랑을 여의지 못하면 이 세상의 부모와 자손이 서로 낳아 그치지 못하나니, 이것들은 사랑하는 탐욕이 근본이 되었느니라. 탐욕과 애정으로 함께 맛들여 탐심이 그치지 못하면 이 세상의 알로 나고, 변화하여 나고 습기로 나고 태로 나는 것들이 기운 세고 약함을 따라서 번갈아 서로 잡아 먹나니, 이것들은 잡아 먹는 탐욕이 근본이 되었느니라. 사람이 양을 잡아 먹으면 양은 죽어 사람이 되고, 사람은 죽어 양이 되어서, 이렇게 열가지 중생들이 죽고 나고 나면서 번갈아 와서 잡아 먹되 나쁜 업으로 함께 나서 오는 세상이 끝이 없나니, 이것들은 훔쳐 먹는 탐욕이 근본이 되었느니라. 너는 나에게 목숨 빛을 졌고 나는 너에게 돈 빛을 갚을새, 이런 인연으로 백천 겁을 지내어도 항상 생사중에 있게 되며, 너는 나의 마음을 사랑하고 나는 너의 얼굴을 사랑하여 이런 인연으로 백천 겁을 지내어도 항상 번뇌에 얽히게 되느니라. 이렇게 잡아먹는 탐욕과 훔쳐먹는 탐욕과 음행하는 탐욕이 근본이 되었으므로 이러한 인연으로 업을 지어 과보 받는 일이 항상 계속되느니라.

 

부루나야, 이 세 가지가 뒤바뀌게 계속되는 것은 모두 밝은 각의 밝혀 아는 성품이 앎으로 말미암아 형상을 내어서 허망한 소견으로 생기는 것이니, 산과 강과 땅과 모든 하염없는 것이 차례차례 변천하되, 이 허망함으로 인하여 마치었다 다시 비롯하느니라.

 

부루나 : 만일 이 묘한 각의 본래 묘하고 맑은 것이 여래의 마음으로 더불어 더하지도 않고 덜하지도 않건마는, 까닭없이 산과 강과 땅과 하염없는 것들이 생겼을진댄 부처님께서 지금 묘하고 공한 각을 얻으셨사오니 언제 산과 강과 땅과 하염없는 것들이 다시 생기겠나이까.

 

부처님 : 부루나야, 마치 미혹(迷惑)한 사람이 어떤 동네에서 남쪽을 잘못 알아 북인줄 여긴다면 이 사람의 미혹한 것이 아득함으로 인하여 생겼느냐, 깨달음으로 생겼느냐.

 

부루나 : 이 미혹한 사람은 아득함으로 인한 것도 아니오, 깨달음으로 인한 것도 아니니 어찌함이뇨. 미혹한 것이 본래 근본이 없는 것이므로 아득함으로 인하였다 할 수 없고 깨달은 데서는 미혹이 생기는 것이 아니므로 깨달음으로 인하였다 할 수가 없나이다.

 

부처님 : 저 미혹한 사람이 한창 미혹하였을 적에 어떤 아는 사람이 일러주어 깨닫게 하면, 부루나야, 이 사람이 비록 미혹하였었으나 이 동네에서 다시 미혹하겠느냐.

 

부루나 : 아니하리이다, 세존이시어.

 

부처님 : 부루나야, 여래도 역시 그러하니라. 이 미혹한 것이 근본이 없어서 철저하게 공한 것이니라. 이전에 본래 미혹하지 않았던 것이 지금 미혹한듯 하지마는 미혹한 것을 깨달아 미혹하던 것이 없어지면, 그 깨달은 데서는 다시 미혹이 생기지 아니하느니라.

 

또 눈이 피로하여진 사람이 허공의 꽃을 보다가 피로한 병이 없어져서 헛꽃이 허공에서 없어지거든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헛꽃 없어진 자리에서 다시 헛꽃이 나기를 기다린다면, 네가 보기에 이 사람이 어리석으냐, 슬기로우냐.

 

부루나 : 허공에 원래 꽃이 없는 것을 허망하게 났다 없어졌다 함을 보는 것이온즉 헛꽃이 허공에서 없어짐을 보는 것부터 잘못이옵거늘 다시 나기를 기다리는 것은 참으로 미친 사람이온데 이런 사람을 무엇 어리석다, 슬기롭다 하오리까.

 

부처님 : 네 소견이 그렇다면 어찌하여 여래의 묘하고 밝은 각에서 언제 다시 산과 강과 땅이 생기느냐고 묻느냐. 마치 광석에 섞이었던 금이 한번 순금이 되면 다시는 광석에 섞이지 않는 것과 같으며, 또 나무가 재가 되면 다시는 나무가 되지 않는 것과 같아서 여러 부처님의 보리와 열반도 역시 그러하니라.

 

 

출전 : 수능엄경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