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

관세음보살전기-13

근와(槿瓦) 2016. 10. 12. 05:16

관세음보살전기-13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13. 묘장왕, 공주를 백작사 노역으로 내몰다

 

묘장왕은 며칠을 두고 묘선공주의 일로 번민하며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속히 개심시키고 싶었다. 당초 화원에 보내면 괴로움을 못이겨 곧 마음을 바꾸리라 생각했음이 착오였고 너무 단순한 판단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보고에 의하면 묘선공주는 근래에 더욱 수행에 힘쓰고 있음을 알게 되었으니 이는 묘장왕의 마음을 더 어둡게 하는 것이었다.

 

묘장왕은 도저히 공주를 그대로 놓아둘 수 없었다. 어떻게 하면 공주의 수행결심을 단념시킬 것인가를 골똘히 생각하게 되었다.

“무슨 다른 방법을 써서라도 막지 않으면 갈수록 더 깊이 들어가 종래에는 영영 되돌아 올 수 없게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묘음공주 서랑인 초괴가 나아가,

“제가 보건대 묘선공주의 수행을 단념케 함은 곤란한 일이라 생각되옵니다. 그보다도 원하는 대로 하도록 하여 엄격히 고행을 시켜 징벌로 삼음이 어떠하올지요?”

 

“대체 어떻게 고행을 시켜 징벌한다는 것인가?”

“우신이 알기로 성의 남쪽에 백작사라는 여승절이 있사온데 약 오백명 정도의 여승들이 수행하고 있다 하옵니다. 그곳의 장로니승(長老尼僧)에게 공주를 데려다 노역을 시키며 절안 모두에게 명하여 수행의 괴로움을 깨닫도록 하게 하소서. 그리하면 여자의 약한 육체로 아무리 버티어 간다해도 수행선배들의 타이름과 경험을 듣고 더 이상 견디고저 아니할 것이며 괴로운 수행의 현실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묘장왕은「그것 참 좋은 명안이다」라고 생각하여 즉시 명을 내려 장로니승 득진(得眞)을 등정케 하였다. 명을 받은 백작사 장로니승은「도대체 무슨 일인가?」하고 심히 궁금해 하며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하면서 그날로 묘장왕을 찾아뵈었다. 왕은 고민이 가득한 얼굴로 두 부마(서랑)들과 심각한 태도로 무엇인가를 의논하고 있었다.

 

묘장왕은 장로니승이 부복하고 있음을 보고,

“오늘 그대를 부름은 다름이 아니다. 공주 묘선이 근래 갈수록 불교에 깊이 빠져 수행에 골몰하고 있음을 그대들도 이미 잘 알고 있으리라. 짐이 화원에 보내어 노역을 시키고 있는 것도 결국 그 뜻을 꺾어보고자 함이었다. 허나 노역을 시키면 시킬수록 더욱 더 고집을 완고히 지켜가게 되어 버렸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대의 사원에 보내려 생각한다. 결코 불가에 귀의시키려 함이 아니고 가장 괴로운 일을 시켜 수행을 단념시키려 함이다. 그러니 하루 종일 중노동을 시켜 쉴 틈이 없도록 하여라. 취사, 물깃기, 세탁, 나무마련 등 무엇이나 고된 일은 모두 시키되 결코 쉬지 못하게 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시간이 있으면 짚신이라도 삼게 하고 사원의 모든 대중에게 명하여 항상 수행의 괴로운 현실을 들려주어서 개심 번의토록 해야 한다. 그리하여 개심 번의한다면 큰 상을 내리겠으며 모든 소원을 다 들어 주리라.”

 

장로니승은 일순간 안색이 창백해지며 매우 놀라는 기색이었다. 이야말로 큰일인 것이다. 자기뿐 아니라 모든 니승(尼僧)들이 존경해 마지않는 공주에게 수행을 단념시키기 위해 갖은 박해와 중노동을 시키라니, 이는 오히려 스스로 죽는 것보다 더 무거운 죄업을 짓는 일이 아닌가? 보리심을 발한 수행자의 청규(淸規)를 파멸하는 행위야말로 누대(累代)의 중죄를 면할 길이 없는 일, 이야말로 칼을 물고 엎드려 자결할 일이었다.

 

마음이 혼란하고 정신이 아득해져 한마디도 대답할 수가 없었다. 괴로워 하는 장로니승의 모습을 살피고 난 묘장왕은 대갈일성, 장로니승을 더욱 절망하게 하는 것이었다.

 

“내일 일찍 공주를 보낼 터인즉 명대로 어김없이 이행하렸다. 만일 개심시키지 못한다면 중죄로 다스리겠노라.”

 

이 추상같은 엄명을 들은 장로니승은 거의 낙백(落魄)할 지경이 되어 절에 돌아와 그대로 자리에 눕고 말았다. 저녁 무렵에야 겨우 정신을 차려 제자들을 모아놓고 왕의 전갈 시종을 알리니 이를 들은 오백여명의 여승들도 대경실색, 개구망연하여 누구 한사람 무어라 말을 하는 자가 없었다.

 

이는 독선적인 권력자의 명령이 때로 선량한 백성에게 가혹한 복종을 강요하는 것으로, 평소에 선정을 베풀던 묘장왕도 잠시 잘못된 생각을 지님으로 해서 대죄를 범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던 것이다.

 

장로니승이 돌아간 후, 묘장왕은 궁녀에게 명하여 화원에 있는 공주에게 새로이 결정된 사항을 전달하도록 하고 곧 이어 신임이 두터운 상궁 영련을 불러들여 다시 영을 내렸다.

“내일 아침 상궁은 공주와 함께 백작사로 가서 공주의 행동을 엄하게 감시하도록 하라. 그대는 짐의 생각하는 바를 짐작하겠거니와 요는 괴로움의 진상을 철저히 알도록 함이니라.”

 

“어김없이 시행하겠나이다.”

영련은 왕명을 배수하고 물러났다. 한편 공주는 궁녀로부터 전갈을 듣자 드디어 시련의 시기가 닥쳐 왔음을 감지하고 새로이 각오를 단단히 하며 보모를 급히 불러 급박한 사정을 이야기하고 헤어지게 됨을 섭섭해왔다.

 

“보모! 저도 섭섭함을 금할 수 없습니다. 부디 몸조심하시고 수행을 계속하소서. 사랑해 보살펴 주신 은혜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바다같은 은혜에 아무 보답도 못하고 물러나게 되어 가슴이 메어질 듯 합니다. 불가호 있으시기를 항시 기원하겠어요.” 하고 눈물을 흘리며 이별을 슬퍼했다.

 

그러나 보모는 절대로 공주와 헤어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공주! 저도 함께 가요. 노역도 상관없어요. 어떻게든 같이 가게 해주세요. 저는 이미 작정하고 있었어요. 평생 곁에서 공주를 보살피고 함께 살 것을 말이어요.”

 

공주는 거듭 사양했으나 결국 굳은 보모의 결의를 이기지 못하여 함께 가기로 작정을 했다.

 

그나마 그런대로 정들었던 화원 생활도 끝나게 되고 내일이면 궁(宮)을 떠나야 할 것을 생각하니 그동안의 감회가 새로워져 이제 진정한 의미의 수행을 닦아나가게 될 것을 생각하니 일층 결의가 새로워졌다.

 

마음을 새로이 먹고 자세를 가다듬으니 지난 날의 온갖 추억이 깃들어 있는 궁전을 떠나감에 미련은 없었으나 부왕의 부조리와 몰이해가 한없이 슬펐으며 모후가 살아 계셨다면 이렇게까지는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비통하기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두 언니 공주들과는 화원에서 헤어진 뒤 한번도 만나보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돌아가던 두 언니의 뒷모습이 강하게 떠올라 왔다. 다정다감한 공주에게 혈연은 짙고도 깊은 것이어서 이별의 마당에 깊은 감회가 일어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모후가 세상을 떠난 후 진정으로 친절히 대해주던 언니들이라 언젠가 때가 오면 반드시 자기의 모든 점을 이해해 줄 것이라 믿었다. 두렵게도 성도하기 전에는 다시 돌아오지 못할 느낌이 들었다.

 

십육년의 세월, 한결같이 사랑해 주시던 부왕마마 또 하늘보다 더 큰 그 은혜에 대한 추모의 정은 갈수록 강렬해지면서 공주를 괴롭혔다. 그 대은에 보답하는 길은 단 한 가지,「우선 묘지혜(妙智慧)의 개오(開悟)를 얻어 피안(彼岸)에 이르며, 어서 무상정등정각(無上正等正覺)을 얻어 열반과(涅槃果)를 증득하는 것이다」라는 생각을 굳게 하게 되었다.

 

또한 일자성도(一字成道)하면 상 칠대조선(上七代祖先), 하 구대자손(下九代子孫)에 은혜가 미친다고 경전에 있으니 그를 얻는 것이야말로 극진의 효행이며 부모양육의 대은에 영구히 보답함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을 묘장왕에게 이해시킬 수가 없었다. 묘장왕의 완고한 생각은 천언만어를 사용하여 설명해도 지금의 그의 심경으로는 고려의 여지조차 없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었다. 한번 굳어진 완매한 생각은 강경한 반대입장으로 나타나 공주를 핍박해서라도 뜻을 바꾸도록 하는 방책으로 더욱 굳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공주는 이를 탁마(琢磨)해주는 하나의 수련으로 받아들이고 그위에 다시금 결심을 굳게하게 된 것이다.「수도자에게는 장해도 박해도 다 득도의 연(緣)이 되며 더욱이 백귀야차나 수라악마(修羅惡魔)의 저해를 받지 않으면 안되며 이를 모두 초극한 곳에 피안이 있고 광명이 있는 것이다. 그곳이야말로 불타가 설하신 서방극락이며 그에 반해서는 득도의 기회를 잃어버리게 된다. 지난 날, 후원에서 노승이 곧 더한 간난(艱難)이 있을 것을 이미 예언하시었다. 최후까지 시종일관하여 이 뜻을 버려서는 안된다.」이러한 공주의 결의는 기실 경천동지(驚天動地)하기에 마땅한 것이어서 귀신천룡을 울리고, 선불(仙佛)의 심지(心地)를 당황케 하기에 이르렀으리라.

 

 

출전 : 大聖 관세음보살일대기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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