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

관세음보살전기-14

근와(槿瓦) 2016. 10. 15. 01:50

관세음보살전기-14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14. 공주, 백작사에서 중노동을 이겨내다


이튿날, 아침 일찍 궁전 뒷문으로 세 채의 가마가 떠나고 있었다. 그 가운데 하나에는 묘장왕의 특사 상궁인 영련(永蓮)이 타고 있었다.


공주가 백작사에 귀양감을 궁전에서는 비밀에 붙였는지, 아니면 묘장왕의 금지령 때문이었는지 한사람의 전송하는 사람도 볼 수 없었다.


공주는 여지껏 정성들여 가꾸어 온 아름다운 화원을 다시 한번 쳐다보고 나서는 아바마마가 계신 곳을 향해서 깊이 머리숙여 하직인사를 올렸다.


나름대로의 하직인사를 마친 공주는 대기하고 있는 가마에 올라 보모와 더불어 궁문 밖으로 빠져 나갔다. 이때 공주가 공들여 기른 많은 꽃들이 이별을 슬퍼하듯 바람이 없는데도 공주가 가는 방향을 향해 고개를 숙여 날리고 있었다.


가마가 마악 궁문밖을 나서려 할 때에 화원 저쪽에서 묘음, 묘원 두 공주가 가마 쪽으로 달려왔다. 두 언니들은 아침에야 동생 묘선의 백작사 행을 부마(駙馬=왕의 사위)들로부터 듣고 허겁지겁 달려나온 것이다. 가마옆에 달려붙은 두 언니의 얼굴, 주렴을 열고 쳐다보는 묘선의 얼굴, 서로의 눈동자는 얼어붙은 듯,


“묘선!”

“언니!”


만감이 엇갈리고 가슴이 메어져 그저 눈물, 또 눈물 뿐이었다. 혈육의 이별은 비통하기 그지없는데 내일의 운명을 알 수 없는 동생 묘선을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질 듯 괴롭기 그지없었다.


근래에 들어 묘음과 묘원은 동생 묘선의 마음을 조금씩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끔 되어가고 있었다.


지난 날, 동생이 설한 말이 가끔씩 뇌리에서 생생이 되살아 나는 것이었다. 만약 그들도 서랑을 맞이하지 않았으면 지금쯤 묘선과 같은 길을 밟고 있을지도 몰랐다.


이와 같은 의미가 있었기에 두 언니들은 동생 묘선이 기특하고 갸륵하여 더 애통하기에 말이 나오지 않았다.


묘선공주 또한 두 언니들을 보자 같은 심정이 되어 만감이 서려 양손을 서로 잡고 고개를 숙인 채 울먹일 뿐이었다. 이 순간에 세 자매가 마주 대하는 눈동자는 그들의 마음을 하나로 붙들어 매고 있어서 구차스런 언어가 필요치 않았다.


비통한 이별을 마친 묘선공주 일행은 언니들의 뜨거운 눈물로 전송을 받으면서 만감이 교차하는 가운데 궁문을 빠져나와 백작사를 향하게 되었다.


누구의 입에서인지 모르게

“시방(十方)에 상존하신 부처님! 광대무변의 불법(佛法)으로 공주마마에게 가피를 내리소서.”

“공주님! 부디 고행을 초극하시어 공덕성취 하소서.”

“여인들을 위하여 보살도를 행하시어 무한과(無限果)를 득하소서.” 하면서 각각 축복과 기도로써 제불의 가호를 빌었다.


대중들은 공주의 마음이 아름답고 착하며 특히 서민들에게 헌신적인 것을 알고 있어 존경과 함께 각별한 친밀감을 늘 가슴에 품고 있었다.


묘장왕의 계책을 알지 못하는 민중들은 공주가 궁중에서 수행하는 것보다도 백작사에 옮겨 수행에 전념할 수 있는 것이 몇갑절 유익함에 틀림없다고 선의로 받아들여 공주를 마음깊이 축복한 것이다.


실제로 공주에게는 천인(天人)의 대사상(大師相)이 갖추어져 있었다. 궁중에 있으면 왕사(王嗣)의 후비(后妃)요, 치정(治政)에 나서면 열국을 감화시킬 유덕여왕(裕德女王)의 상이었고, 또 불도에 들면 삼계의 신인귀유(神人鬼幽)를 제도할 보살상을 지녔다. 소홀히 마장에 굴할 이유가 없었다.


백작사에 도착하니 절의 장로니승 외에 전 대중과 여승이 문앞까지 모두 나와 공주일행을 정중히 맞이하였다. 공주는 맞아주는 모든 사람에게 일일이 손을 합장하여 진심으로 감사하며 보모와 영련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수족을 청결히 한 다음에 대웅보전에 나아가 미타, 불타상에 헌향하며 지극정성으로 참배한 후 본당에 모여있는 여승들과 처음으로 절하고 회견하였다.


공주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장로와 일동에게

“이번에 부왕마마의 명에 의해 이곳 본사 수행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연이 짧고 아직 아무 것도 모르오나 기필코 도를 구하여 불타께서 성취하신 무상보리심을 얻고저 하는 일심 뿐이옵니다. 바라옵나니 장로스님을 비롯하여 여러 선배스님들께서 한없는 고덕심혜(高德深惠)로 잘 지도하여 주시기 빌어마지 않습니다.”


공주말이 이지정연하고 은근경건한 구도자 태도이므로 일동은 놀라고 기뻐하며 오래 떨어져 있던 동지를 이제야 만난 듯 모두 동감을 표하여 당장 절안이 화기에 휩싸이게 되었다.


장로니승도 공주의 말에 동심동감인양 그저 머리를 끄덕이고 있었으나 공주곁에 서있는 영련상궁의 눈짓에 양손으로 손을 저으며,

“실은 오늘 공주께서 본사에 참여하게 된 것은 상감마마께서 공주에게 수행을 허락하심이 아니고 얼마나 수행이 괴로운 것인가를 실제 체험하여 수행을 단념하고 이후 빨리 번의개심할 것을 바라시는 마음에서입니다.” 하며 정중하게 공주에게 며칠 쉬었다가 궁중에 돌아갈 것을 권유하였다.


“장로스님! 저는 경박한 동경이나 허식으로 수행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진실한 마음으로 진리를 찾아 법을 구하고 있사옵니다. 다시 궁중으로 돌아갈 마음은 털끝만큼도 없습니다. 이곳에 있으면서 어떠한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얼마든지 이겨나갈 각오가 되어 있사옵니다.”


“이곳의 생활은 궁중의 생활과 아주 판이합니다. 예를 들자면 아무리 고귀한 신분의 사람이라도 일단 불문에 들어오게 되면 저희들과 똑같은 생활을 하면서 엄격한 계율을 지켜야하며 조의 악식(粗衣惡食)을 달게 알고 자신의 주변은 자신이 모두 챙기지 않으면 안됩니다. 도저히 공주님이 견디어 내시기 어려운 일이옵니다.”


“아닙니다. 각오는 이미 다 되어 있사옵니다. 수행자로서 그러한 일이야 당연한 일이옵니다. 어찌 어렵다 하겠습니까?”


“처음 들어온 사람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가장 힘들고 험한 일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물론 왕녀의 신분인 공주께서도 일단 세상사를 버리고 불문에 들어온 이상은 이러한 규칙을 준수해야만 하는데 과연 견디어 낼 수 있으실지요?”

“지시하시는대로 즐거이 내 몫의 일을 완수하겠습니다.” 장로니승은 본의와는 다른 말을 자꾸 하게 되었다.


“어떠한 고통이라도 이겨내시겠는지요. 밤늦게야 잠자리에 들 수 있고 아침엔 일찍 일어나 청소, 세탁, 나무패기, 취사, 물깃기, 분향하기 등의 어려운 일을 하셔야 합니다. 일을 다 마치고서도 시간이 나면 틈틈이 쉬지말고 짚신을 삼아야 합니다.”


공주는 담담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이러한 공주의 침착한 태도에 장로니승은 더 이상 자신의 마음을 속이면서까지 공주를 설득할 마음이 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다른 니승이 매우 궁금하다는 듯 공주에게 물었다.

“공주께서는 아무나 얻을 수 없는 고귀한 신분을 버려가면서까지 수행코저 하시는지요?”


“조석으로 궁녀들 시중을 받으며 몸에 봉수금의(鳳繡錦衣)를 걸치고 산해진미를 즐길 수 있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훌륭한 신분이 아닙니까?”


“그것은 죄를 짓고 악의 인과를 만들 뿐인 것입니다. 왕후장상에 전생(轉生)함은 전세(前世)의 선인(善因)에 의한 것입니다. 지금의 궁중생활은 이러한 인과응보를 알지 못한 채 죄악을 거듭하고 있을 뿐이지요. 그렇게 살다보면 내세에 다시 고통을 받지 않을 수 없겠지요. 그러나 세상에는 불행하게 태어난 사람들이 대부분이며 우리들 또한 세상에서 버림받은 자들인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불행한 아이들을 갖고 어떤 사람들은 고독과 빈곤으로 괴롭게 지내며 몸붙일 곳이 없는 노인과 미망인들이 출가하여 삭발하고 비구니가 되곤 하지요. 조석으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집집을 돌며 구걸하여 사람들의 동정을 받는 처지에요. 또한 단가(檀家)의 신자들이 절에 들리면 우리의 몸을 깎아 내어서라도 빈객으로 후히 접대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공주께서는 간단히 말을 하시지만 우리들은 때때로 부자나 유복한 사람을 볼 때면 부럽기 짝이 없고 한없이 동경을 느끼게 되어 서글픈 생각을 갖는 일이 많사옵니다.”


실제로 백작사의 생활은 다른 절에 비해서 엄계극빈(嚴戒極貧)하여 식사는 청다담반(淸茶淡飯)으로 소금을 약간 쓸 뿐 기름이나 양념을 쓰지 않으며 일체 외부와의 접촉이나 대화조차 엄금하므로 여승 중에는 참지 못하여 도망가는 자도 많았다.


공주는 여승의 말을 듣고서 웃어버리고 말았다.

“비구니들이라면 모두가 이미 불가에 귀의하여 수행으로 심신을 닦고 있는 사람들이 아닙니까? 더욱 한마음으로 심신을 안정하며 미망에 들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니승이 되기에는 삼생의 행을 갖추지 않으면 되고 싶어도 될 수 없는 것 아닙니까? 고매한 불제자이며 선덕이 두터운 인연이 있는 자라야 될 수 있습니다. 결코 천한 신분이 아니니 절대로 자기를 천시해서는 안되겠지요.”


공주는 그런 뜻을 표시한 여러 사람에게 주의를 주면서 바로 어조를 높여

“수행이란 전세의 죄업을 소멸시키기 위한 것만이 아닙니다. 현세의 범인들은 자포자기에 빠져 간역악도를 자행하여 악인(惡因)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윽고 그 악이 다 차면 무서운 과보에 당해서 고민하고 고통을 받겠지요. 현실의 쾌락은 미래 고난의 인소(因素)가 되며 또한, 현실의 고된 간난은 미래 쾌락의 인소가 됩니다. 청다담반(淸茶淡飯)이라도 오히려 즐겁지 않겠어요?”


이때 여태 듣고만 있던 영련이 물을 끼얹듯

“공주! 수행은 원래 남자들이 하는 것입니다. 여자 몸으로는 여러 가지 불편이 있고 또한 여자의 몸은 불결한 것이어서 수행이란 도저히 합당칠 못한 것입니다.”


공주는 영련을 돌아보며

“그러기에 더욱 여자가 수행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지요. 여자는 오탁부정으로 남자보다 오백급이나 죄가 중하며 그 외에 오루체로 되어 있습니다.”


“오루(五漏)란 무엇입니까?”누군가가 물었다.

“첫째, 물주(物主)가 될 수 없고. 둘째, 인주(人主)가 될 수 없고, 셋째, 가주(家主)가 될 수 없고, 넷째, 신주(身主)가 될 수 없고, 다섯째, 성주(聖主)가 될 수 없음을 이른 것입니다.”


“그렇다면 수행이란 아주 곤란한 것 아닙니까?”

“곤란할 망정 안된다는 법은 없지요. 열의와 신심이 부족하기 때문인 것입니다. 죄가 중하기에 더욱 수련을 해야할 뿐입니다. 보살행이 용이하게 증득될 일은 아닙니다. 근래 여인이 수행해서 무상정등정각(無上正等正覺)을 얻은 자가 드문 것은 인연이 박하고 수행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일동은 자신들도 모르게 공주의 설명에 빠져들어 모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장로니승은 내심 기뻐해 마지 않았으나 묘장왕의 엄명을 생각하고 또 영련을 의식하자 난처한 기색이 되어 애석한 마음으로 좌중을 폐회하도록 명하였다. 공주를 데리고 후원으로 가면서 장로니승은 묘장왕의 엄명과 공주의 확고한 구도심을 생각하면서 이 어려운 사정을 어떻게 넘겨야 할지 걱정이 태산같았다.


후원에 가서 삼청전(三淸殿)에 있는 단방(丹房)에 공주, 보모, 영련을 안내했다. 그곳은 이래(以來)로 공주의 거실이자 기도실이며 수행지를 겸한 곳이 되었다. 문을 닫으면 빛이 들어오지 않는 방이었다.


그날부터 공주와 보모 그리고 영련의 세 사람은 기거를 함께 하게 되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열일곱이나 되는 커다란 항아리에 물을 채우고 아궁이에 불을 지핀 후 밥을 짓고 또 설거지를 해야 했다. 식사 후에는 나무패기, 청소와 잡역 등 산같이 일이 쌓여있어 밤늦도록 일을 해도 할 일은 태산같이 밀려 있었다.


자기 전에는 짚신까지 삼아야 했기에 조금도 쉬는 시간이란 없었다. 이같은 일이란 사실 웬만한 남자라도 힘들어 할터인데도 공주는 말없이 일하면서 조금도 괴로운 표정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므로 자리에 앉아 명상수선(瞑想修禪)하는 시간도 없었으나, 화원에서 행주좌와(行住坐臥)하는 가운데 수행의 묘를 획득한 공주는 즐거운 마음으로 묵묵히 이를 계속 감당해 나가는 것이었다. 짚신삼는 시간이야말로 심령법륜(心靈法輪)을 굴리는 적합한 시간이 되었다. 보모도 힘껏 노력하였으나 때로는 너무나 참기 어려워 울 때가 많았으나 그때마다 오히려 공주의 따뜻한 위안과 격려가 있었다.


“보모! 힘을 내세요. 이를 인내하여 초극해야만 득도의 기회에 회우(會遇)하게 됩니다. 괴로우면 괴로운 만큼의 덕을 기르는 것이 아닙니까? 도가 한자 높아지는데 따라서 천장마애(千丈魔礙)의 박해를 받지 않아서는 안되게 되어 있습니다. 끝까지 자비의 마음을 품으며 결코 원한의 념을 일으켜서는 안됩니다.”


“공주, 너무 심려치 마세요. 다시 굳게 마음을 먹겠어요.”

보모는 이를 악물고 쏟아지는 눈물을 참으며 공주의 온정과 덕력에 다시 힘을 얻는 듯 했다. 이제는 다만 공주의 말만이 보모에게 힘을 주었고 유일한 위안이 되었으며 마음을 의지할 수 있는 기둥구실을 하였다.



출전 : 大聖 관세음보살일대기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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