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

관세음보살전기-15

근와(槿瓦) 2016. 10. 17. 00:54

관세음보살전기-15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15. 상궁 영련, 마침내 감화받다


공주는 이와 같이 입문한 날로부터 엄한 일과를 반복하면서 정신일도하야 일사불난하게 수행에 매진하였다. 공주의 진지한 수행태도에 사내 전대중은 마침내 큰 감명을 받았다.


날이 감에 따라 공주에 대한 태도는 감복과 존경으로 바뀌어 공주의 힘든 일을 거들어 주려고 하였으나 엄히 감시하는 영련의 눈초리를 의식하여 오로지 무사건강을 기도할 뿐이었다.


그러나 마침내 영련도 악인이 아니었기에 이러한 인지상정의 기미에 감동되지 않을 수 없었다. 매일 공주의 행동을 감시하고 있던 중 언제부터인지 자신도 모르게 감탄과 존경의 마음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힘에 벅찬 물 깃기에 다른 니승들로 하여금 거들어 줄 것을 지시하고 장작을 팰 때에는 자진해 가담하여 거들 정도로 달라진 것이다.


그러나 공주는 주위의 존경이나 동정을 전연 마음에 두지않고 주어진 임무를 묵묵히 해 낼 뿐이었다. 보다 못한 영련이

공주님! 그처럼 너무 무리하시다가는 쓰러지고 말게 되옵니다. 저에게 잠시 대신하도록 허락해 주시옵소서.”


하며 대신하려 들면 공주는

그건 안되요. 저는 부왕마마께 불효한 죄로 벌을 받고 있는 여식입니다. 왕명을 거역한 죄상으로 말하면 중벌을 받아 마땅할 것입니다. 다행히 부왕마마의 온정에 의해 이 절에서 일하는 것만 해도 대단한 행운입니다.


자신의 일을 남에 의뢰한다면 부왕에게 죄스러울 뿐만 아니라 내 자신의 양심에도 부끄러울 뿐입니다. 그대의 뜻은 마음깊이 감사하고 있으나 더욱 자신의 행은 자신이 닦아야 하는 것입니다.”


결코 누구를 원망하지 않는 착한 공주의 말에 달리 할 말이 없게 된 영련은 한층 더 깊이 감격하여 거친 일만 하는 공주로 하여금 수행에만 전심케 하려는 생각에서

공주님의 뜻깊은 말씀 깊이 잘 알고 있사옵니다. 그러나 수행함에는 따로이 수행할 시간이 필요할 듯 하옵니다. 그러나 공주님께서는 예불염경(禮佛念經)이나 조석근행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전혀 없사옵니다. 구도참오(求道參悟)에만 전념하시와 하루라도 빨리 정과성취(正果成就)해 주시옵기 바라나이다.” 하며 진심으로 권유하는 것이었다.


어느 사이 주위에 십여명의 여승이 모여 두 사람의 대화에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듣고 있었다.


지금까지 절안 대중들은 모두들 영련의 감시의 눈을 두려워하고 있었는데 그녀의 일변한 태도에 놀라며 일제히 막혔던 보뚝이 터지듯 영련을 찬양하며 그녀의 의견에 적극 찬동하여 서로가 공주의 맡은 일을 떠맡으려 했다.


공주는 기쁨의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여러분의 온정후덕에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불연숙근이 깊고 깊음을 잘 알겠습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하나는 잘 생각하였으나 둘을 생각지 않았습니다. 수행하는 데에는 개오(開悟)의 법을 얻어 외형에 붙잡히지 않고 성심(誠心)을 내는 것이 간요(肝要)합니다. 만약 마음으로 수행함이 없이 외형적으로만 고행난행을 해보았자 백해무익합니다. 지금의 나에게는 예불근행의 틈이 없습니다만 마음은 잠시도 구도수행을 떠남이 없습니다. 모든 일을 해나가는 그 가운데에서 참다운 수행이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자기 맡은바 임무에 정근하면서 그 가운데에서 가장 존귀한 진리를 회득해 주십시오.”


여승일동에게 감사함과 아울러 본의를 단호하게 천명하는 것이었다. 공주의 결의가 금강과 같음을 알게 된 영련과 여러 대중들은 더 이상 말할 수 없어 달리 무슨 방도를 강구하여 일을 없애 주어야겠다고 생각하며 각자의 맡은 곳으로 돌아갔다.


그날밤, 영련은 공주가 깊이 잠이 든 것을 확인하자 소리없이 일어나 발소리를 죽이며 니승 처소로 갔다. 조용히 여러 사람을 일으킨 다음에 공주를 쉬게 할 방법을 상의했다. 지금까지 공주를 냉정하게 감시만 해온 것에 심하게 양심의 가책을 느껴 참을 수 없이 된 영련은 물론 각 여승들도 진심으로 공주의 일을 걱정하고 있었으므로 모두들 영련의 제의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면 공주께서 잠든 시간을 이용하여 각자 한가지씩 일을 맡아 모르는 사이에 일을 끝내도록 합시다.”


라는 영련의 제의에 모두가 수긍하였다. 그들은 즉시 일어나 옷을 갈아입고 매일 공주가 하던 일들을 각기 분담해서 순식간에 해치워 버렸다.


다음날 아침, 공주가 일어나서 할 일을 살펴보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느 물옹기에나 물이 가득 담겨있고 짚신까지 맡은 분량대로 이미 다 삼아져 있었던 것이다.

누구의 짓일까……?속으로 생각하며 공주는 옆사람들에게 차례로 물었으나 누구나 한결같이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내저었다.


그 가운데 한 니승이

부사의한 일입니다. 짧은 시간에 이처럼 많은 일이 될 수가 없습니다. 이는 사람이 한 일이 아니고 불법무한(佛法無限)의 영험일 것입니다.”


이때 영련이 곁에 다가와 놀란 표정으로 니승의 말을 듣고 있다가 그말이 옳다는 듯 자신의 생각을 부연했다.

이것은 확실히 기적입니다. 드디어 공주님의 참된 정성이 부처님께 감응되어 가피법력(加被法力)으로 은혜를 은밀히 베푸신 것에 틀림이 없습니다. 앞으로 두고 보아 만약 이와 같은 일이 매일 계속되면 확실히 부처님의 기적의 은혜가 내린 것임이 틀림없겠지요.”


모두가 과연!”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으나 공주는 말없이 감격하고 감사를 표시할 뿐이었다.


그로부터 매일 동일한 행위가 반복되어 모두의 결속은 하루 하루 갈수록 굳어져 갔다. 공주가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모두가 언동에 특별히 유의해서 공주의 수행을 측면에서 도우려는 배려가 대중의 마음속에서 움터나온 것이다. 공주가 모두의 선의를 모를 리 있으랴. 절안 대중 모두의 숙근(夙根)이 깊음을 알고 감사할 뿐이었다. 그러며서도 공주는 틈틈이 짚신 삼기를 하여 만들어진 짚신은 창고에 쌓아두고 잘 보관해 두었다.


뉘 알았으랴. 이 짚신이 장래 공주의 성도길에 생명을 구해 주게 될 줄이야.


절의 장로나 니승들은 이제는 묘장왕의 엄명따위는 완전히 잊어버리고 공주에 심복해 수행과 근행에 매진하고 있었다. 영련도 감시자의 임무를 완전히 망각한 채 공주를 따라 오로지 수행에 열중할 뿐이었다. 대덕의 감화는 위대한 것으로 묘장왕의 위엄과 권력으로서도 공주의 강한 믿음의 힘을 이겨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공주는 틈이 나는대로 방에 들어앉아 신령을 순숙하게 탁마함에 매진하였다. 신기선정(神氣禪定)에 따라 점차 대법륜을 굴리며 나날이 무념무상의 경계에 통달해 갔다.


보모는 긴 동안 공주를 시종하는 사이에 잡념을 떨치고 번뇌를 멸할 만큼 진보해 왔으나 영련은 아직 연이 얕아 때때로 외마망상에 걸리기도 했으나 점차 정진수행에 열중하게 되었다.


모든 절안 니승도 공주의 감화와 설법에 의해 한층 수행에 진실묘미를 터득하면서 정진해 나갔다.


어느 일이거나 좋은 의미의 경쟁은 서로간의 영기본성을 높여 탁마합심이 가속적으로 득도성취를 촉진하는 것으로 백작사의 공기는 발랄한 보리심에 충일(充溢)하여 신통영기(神通靈氣)가 융성되어서 무게를 더하였다.


그러나 수행에는 항상 마장(魔障)이 있어서 하늘에 알지못할 풍운이 있고 사람에 알지 못할 길흉이 닥쳐오듯이 이들에게도 일찍이 없었던 참혹하기 그지없는 마장의 그림자가 뻗쳐오고 있음은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출전 : 大聖 관세음보살일대기



-나무 관 세 음 보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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