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長)아함경, 중아함경(中阿含經)

중아함경(48)-480

근와(槿瓦) 2015. 11. 30. 19:04

중아함경(48)-480                                  (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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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작은 어머니도 또한 두 번 세 번 대답하였소.'나는 지금 아기를 배었다. 만일 사내를 낳으면 너는 마땅히 그 아이와 똑같이 이 재산을 나눠 가져야 할 것이고, 만일 계집애를 낳으면 재물은 다 네 것이다.'이에 작은 어머니는 어리석고 아는 게 없어서 분명하게 깨달아 알지 못하고, 지혜마저 없어서 살기를 바라면서 도리어 제 자신을 해치고 말았소. 그는 곧 방으로 들어가 예리한 칼로 배를 가르고 이것이 사내인가 계집애인가를 살펴보았소. 그는 어리석고 아는 게 없어서 분명하게 깨달아 알지 못하고, 지혜마저 없어 살기를 바라면서 제 자신을 해치고 또 뱃속의 아기까지 해쳤소. 마땅히 아시오. 비사도 또한 이와 같소. 어리석고 아는 게 없어서 분명하게 깨달아 알지 못하고, 지혜마저 없어 살기를 바라면서 도리어 이렇게 생각합니다. '가섭이시여, 만일 나와 내 친척들이 묘행을 정진하고 열심히 정근하여 게으르지 않으며, 질투가 없고 또한 간탐하지도 않으며, 손을 놀리거나 기대하는 것도 없고 마음을 열어 놓아버려 모든 외롭고 곤궁한 사람들에게 공급해 주고 보시하기를 좋아하며 재물에 집착하지 않았으므로 그들이 이것을 인연하여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 반드시 좋은 곳으로 올라가 천상에 태어나는 게 분명하다면, 나는 지금 곧 보시를 행하여 모든 복업을 닦고 재를 받들고 계를 지킨 뒤에 칼로 자살하거나 혹은 독약을 먹거나 혹은 구덩이에 떨어지거나 혹은 스스로 목을 매어 죽겠나이다. 사문 구마라가섭이여, 나를 견주어 저 장님과 같다고 하지 마소서.'비사여, 만일 정진하는 사람이 장수(長壽)하면 곧 큰 복을 얻을 것이요, 만일 큰 복을 얻으면 곧 하늘에 나서 장수하게 될 것이오. 비사여, 당신은 마땅히 이렇게 후세를 관찰해야 하며, 육안으로 보는 것을 두고 함부로 생각하지 마시오. 비사여, 만일 사문 범지가 욕심을 끊고 욕심을 여의며 욕심을 여읜 곳으로 나아가고, 성냄을 끊고 성냄을 여의며 성냄을 여읜 곳으로 나아가며, 어리석음을 끊고 어리석음을 여의며 어리석음을 여읜 곳으로 나아가면, 그는 사람의 눈보다 훨씬 뛰어난 천안(天眼)으로 이 중생들이 죽는 때와 나는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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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빛깔과 나쁜 빛깔, 혹은 묘하고 묘하지 않음과 좋은 곳과 좋지 않은 곳으로 왕래하는 것을 보고, 그것은 그 중생들이 지은 바 업을 따르는 것이라는 참다운 이치를 깨달은 것이오." 비사왕이 다시 말하였다. "사문 구마라가섭께서 아무리 그렇게 말해도 나는 그저 이렇게 보고 이렇게 말하나이다. '후세란 없는 것이고 중생이 다시 태어나는 일도 없다'고 말입니다." 존자 구마라가섭이 말하였다. "비사여, 또 이보다 더한 악함이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가섭이시여, 다시 그보다 더한 악함이 있습니다. 가섭이시여, 내게는 친척이 있었는데 병이 위독하였나이다. 나는 그에게 가서 위로하며 그를 보았고, 그도 또한 위로하며 나를 보았나이다. 그가 만일 목숨을 마친 다음에 나는 다시 그에게 가서 위로하며 그를 보려고 하였으나 그는 결국 위로하며 나를 보지 못했고, 나 또한 다시는 위로하며 그를 보지 못했습니다. 이 일로 말미암아 나는 중생이 다시 태어나는 일은 없다고 생각하나이다." 존자 구마라가섭이 말하였다. "비사여, 내가 비유를 들어 말하리니 들으시오. 지혜로운 사람은 비유를 들어 말하면 곧 그 뜻을 잘 이해할 것이오. 비사여, 비유하면 마치 어떤 사람이 고둥을 잘 부는 것과 같소. 만일 저쪽 지방 사람은 일찍이 고둥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는데, 갑자기 저쪽 지방에 가서 깜깜한 밤중에 높은 산꼭대기에 올라가 힘을 다해 고둥을 불면, 저 많은 사람들은 일찍이 고둥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는데도, 그 소리를 듣고는 곧 생각할 것이오.'이것이 무슨 소리이기에 이처럼 아주 미묘하고 매우 기특한고. 실로 애착이 가며 마음을 기쁘게 하는구나.' 그 때 그 무리들은 곧 고둥 잘 부는 사람에게로 가서 '그 소리가 무슨 소리이기에 이처럼 아주 묘하고 매우 기특하여 실로 사랑할 만하며 마음을 기쁘게 하는가?' 하고 물었소. 고둥을 잘 부는 사람은 고둥을 땅에 던지고 여러 사람에게 말하였소. '여러분 마땅히 알아야 합니다. 이 소리가 바로 고둥 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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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여러 사람들은 발로 고둥을 차면서 이렇게 말하였소. '고둥아, 소리를 내어라. 고둥아, 소리를 내어라.' 아무리 그래도 고둥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소. 고둥을 잘 부는 사람이 이렇게 생각하였소. '지금 이 무리들은 어리석고 아는 게 없구나. 분명하게 깨달아 알지 못하며 지혜마저 없다. 왜냐 하면 곧 인식작용이 없는 물건에서 소리를 구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는 고둥을 잘 부는 사람은 그 고둥을 도로 가져다 물로 씻어 가지고 곧 입을 대고 힘껏 불었소. 그 때 저 무리들은 이 소리를 듣고 이렇게 생각하였소.'고둥은 참으로 기특하구나 왜냐 하면 손으로 주워다가 물로 씻어 입으로 바람을 내어 불면 곧 좋은 소리를 내어 사방에 두루 퍼지기 때문이다.'이와 같이 비사여, 만일 사람이 살아서 목숨이 있으면 곧 말로 서로 위로할 수 있지만, 만일 목숨이 끊어지고 나면 곧 서로 말하고 위로하지 못하는 것이오. 비사여, 당신은 마땅히 이렇게 중생이 다시 태어난다는 이치를 관찰해야 할 것이요, 육안으로 보는 것을 가지고 함부로 생각하지 마시오. 비사여, 만일 어떤 사문이 범지가 욕심을 끊어서 욕심을 여의며 욕심을 여읜 곳으로 나아가고, 성냄을 끊어서 성냄을 여의며 성냄을 여읜 곳으로 나아가며, 어리석음을 끊어서 어리석음을 여의며 어리석음을 여읜 곳으로 나아가면, 그는 사람의 눈보다 뛰어난 청정한 천안(天眼)으로써 이 중생들이 죽는 때, 나는 때와 좋은 빛깔과 나쁜 빛깔, 혹은 묘하고 묘하지 않음과 좋은 곳과 나쁜 곳으로 왕래하는 것을 보고, 그것은 그 중생이 지은 바 업을 따르는 것이라는 참 다운 진리를 깨달은 것이오." 비사왕이 다시 말하였다. "사문 구마라가섭께서 아무리 그렇게 말한다 해도 나는 그저 이렇게 보고 이렇게 말하나이다. (중생이 다시 태어나는 일은 없다)고 말입니다." 존자 구마라가섭이 말하였다."비사여, 또 이보다 더한 악함도 있습니까?"비사왕이 대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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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가섭이시여, 더 심한 악함도 있습니다. 내게는 우사(右伺)가 있는데 죄인을 붙잡아 가지고 내게 와서 아뢰었습니다. '천왕이여, 이 사람은 죄가 있습니다. 원컨대 왕께서 다스리소서.' 나는 그에게 말하였습니다. '이 죄인을 잡아다 산 채로 저울에 달아 보고, 산 채로 달아 본 뒤에는 도로 땅에 내려놓고 노끈으로 목을 매어 죽인 다음에 다시 달아 보아라.' 나는 이 사람이 언제 제일 가볍고 부드럽고 연하며, 빛깔은 광택이 있어 좋은가, 즉 죽은 때가 더 좋은지 살아 있을 때가 더 좋은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그는 내가 시키는 대로 그 죄인을 잡아다 산채로 달아 보고, 달아 본 다음에는 도로 땅에 내려놓고 노끈으로 목을 졸라 죽인 뒤에 다시 달아 보았습니다. 그 죄인은 살아 있었을 때에는 가장 가볍고 부드럽고 연하며, 빛깔도 광택이 있어서 좋았지만 그 사람이 죽고 나자 가죽은 갈수록 무겁고 뻣뻣해져서 부드럽고 연하지 않았으며, 빛깔도 광택이 없었습니다. 가섭이시여, 이 일로 말미암아 나는 '중생이 다시 태어나는 일은 없다'고 생각하나이다." 존자 구마라가섭이 말하였다."비사여, 내가 다시 비유를 들어 말하리니 들어보시오. 지혜로운 사람은 비유를 들어 말하면 곧 그 뜻을 잘 알 것이오. 비사여, 비유하면 마치 쇠탄알이나 혹은 쇠보습을 진종일 불에 달구면, 그것이 그 당시에는 아주 가볍고 부드럽고 연하며, 빛깔도 광택이 있어 좋지만 만일 불이 꺼져버리고 점점 식게 되면 갈수록 엉기어 무거워지고 단단해져서 부드럽지도 않고 연하지도 않으며, 빛나던 광택도 없어진다오. 이와 같이 비사여, 만일 사람이 살았을 때에는 몸이 아주 가볍고 부드럽고 연하며 광택이 있어 좋지만, 만일 그가 죽고 나면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무거워지고 뻣뻣해지며 부드럽지도 않고 연하지 않으며, 빛나던 광택도 없어진다오. 비사여, 당신은 마땅히 이렇게 중생이 다시 태어나는 이치를 관찰해야 하며, 육안으로 본 것을 가지고 함부로 생각하지 마시오. 비사여, 만일 어떤 사문 범지가 욕심을 끊어서 욕심을 여의고 욕심을 여읜 곳으로 나아가고, 성냄을 끊어서 성냄을 여의고 성냄을 여읜 곳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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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나아가며, 어리석음을 끊어서 어리석음을 여의고 어리석음을 여읜 곳으로 나아가면, 그는 사람의 눈보다 뛰어난 청정한 천안(天眼)으로 중생들이 죽는 때와 나는 때, 좋은 빛깔과 나쁜 빛깔, 혹은 묘하고 묘하지 않음, 좋은 곳과 나쁜 곳으로 왕래하는 것을 보고, 그것은 그 중생들이 지은 업을 따르는 것이라는 참다운 이치를 보는 것이오." 비사왕이 다시 말하였다. "사문 구마라가섭께서 아무리 그렇게 말하여도 나는 그저 이렇게 보고 이렇게 말하나이다. (중생이 다시 태어나는 일은 없다)고 말입니다."존자 구마라가섭이 말하였다."비사여, 또 이보다 더한 악함도 있습니까?"비사가 대답하였다."그렇습니다. 가섭이시여, 더 심한 악함도 있습니다. 내게는 우사가 있어 죄인을 붙잡아 가지고 내게 와서 아뢰었습니다. '천왕이여, 이 사람이 죄를 지었습니다. 원컨대 왕께서 다스리소서.' 나는 그에게 말하였습니다. '이 죄인을 잡아다 쇠 가마솥에 거꾸로 처넣거나, 혹은 구리쇠가마솥 안에 넣고 그 위를 꼭 덮은 다음 밑에서 불을 지펴라. 불을 지피고는 중생이 들어가는 때와 나오는 때와 가고 오며 돌아다니는가를 관찰해 보아라.' 그는 내 분부를 받고 이 죄인을 잡아다 쇠 가마솥 안에 거꾸로 처넣거나, 혹은 구리쇠 가마솥 안에 넣고 그 위를 꼭 덮은 다음 밑에서 불을 지폈습니다. 밑에서 불을 지피고는 중생의 들어가는 때와 가고 오며 돌아다니는가를 관찰하였습니다. 가섭이시여, 나는 이와 같은 방편을 썼지만 중생이 다시 태어나는 것을 보지 못하였습니다. 이 일로 말미암아 나는 중생이 다시 태어나는 일은 없다고 생각하였나이다." 존자 구마라가섭이 말하였다."비사여, 내가 이제 당신에게 물으리니 아는 대로 대답하시오. 당신 생각에는 어떠하오. 만일 당신이 좋아하는 아주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낮에 평상에 누워 잠을 자다가 당신은 혹 꿈 속에서 동산과 목욕하기 좋은 못 풀 나무 꽃 과실 맑은 샘 긴 강에서 마음껏 유희하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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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꾼 기억이 있습니까?" 비사가 대답하였다."예전에 그런 일이 있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가섭이 다시 물었다."만일 당신이 좋아하는 아주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낮에 평상에 누워 잠을 잘 때 혹 숙직하는 시자가 있었습니까?" "있었습니다."가섭이 다시 물었다."만일 당신이 좋아하는 제일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낮에 평상에 누워 잠을 잘 때 꿈 속에서 숙직하는 측근 신하가 혹 당신이 드나들고 돌아다니며 왕래하는 것을 본 사람이 있습니까?" 비사가 대답하였다."비록 이인(異人)이라 하더라도 볼 수가 없겠거늘 더구나 좌우에서 숙직하는 시자이겠습니까?" "비사여, 당신은 마땅히 이와 같이 중생이 다시 태어나는 일이 있음을 관찰해야 하며, 육안으로 본 것을 가지고 함부로 생각하지 마시오. 비사여, 만일 어떤 바라문이나 범지가 욕심을 끊어서 욕심을 여의고 욕심을 여읜 곳으로 나아가고, 성냄을 끊어서 성냄을 여의고 성냄을 여읜 곳으로 나아가며, 어리석음을 끊어서 어리석음을 여의고 어리석음을 여읜 곳으로 나아가면, 그는 사람의 눈보다 뛰어난 청정한 천안으로써 이 중생들이 죽는 때와 나는 때, 좋은 빛깔과 나쁜 빛깔, 혹은 묘하고 묘하지 않음, 좋은 곳과 나쁜 곳으로 왕래하는 것을 보고, 그것은 그 중생들이 지은 업을 따르는 것이라는 참다운 이치를 깨닫는 것이오." 비사왕이 다시 말하였다."사문 구마라가섭께서 아무리 그렇게 말하여도 나는 그저 이렇게 보고 이렇게 말하나이다. (중생은 다시 태어나는 일이 없다)고 말입니다." 존자 구마라가섭이 말하였다."비사여, 또 이보다 더한 악함이 있습니까?" 비사가 대답하였다.

 

                                                                              [477 / 10006] 쪽

"그렇습니다. 가섭이시여, 다시 그보다 더한 악함이 있습니다. 내게는 우사가 있는데 그가 죄인을 잡아 가지고 내게 와서 아뢰었습니다. '천왕이여, 이 사람이 죄를 지었습니다. 원컨대 왕께서 다스리소서.' 나는 그에게 말하였습니다. '이 죄인을 잡아다 가죽을 벗기고 살을 저미고 힘줄을 끊고 뼈를 부수고 뼈 속 골수에 이르기까지 그렇게 하면서 중생이 다시 태어나는 일이 있는지를 살펴보아라'. 그는 내 분부를 받고 이 죄인을 잡아다 가죽을 벗기고 살을 저미고 힘줄을 끊고 뼈를 부수고 다시 뼈 속 골수를 끄집어내는 일에 이르기까지 그렇게 하면서 중생들이 다시 태어나는 일이 있는지를 살펴보았습니다. 나는 이러한 방편을 써서 중생이 다시 태어나는 일이 있는지를 찾아보았지만 끝내 중생이 다시 태어나는 일을 보지 못하였습니다. 이 일로 말미암아 나는 중생이 다시 태어나는 일은 없다고 생각하나이다." 존자 구마라가섭이 말하였다."비사여, 내가 다시 비유를 들어 말하리니 들어 보시오. 지혜로운 사람은 비유를 들면 곧 그 뜻을 잘 아는 법이라오. 비유하면 마치 불을 섬기는 머리 땋은 범지(梵志)와 같습니다. 집은 길가 가까이 있었고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 상인(商人)들의 숙소가 있었습니다. 그때 모든 상인들은 밤이 지나고 이른 아침이 되자 바쁜 걸음으로 떠나느라 한 어린애를 잊어버리고 갔습니다. 그 때 불을 섬기는 머리 땋은 범지가 일찍이 일어나 상인의 숙소로 갔다가 주인을 잃고 혼자 있는 한 어린애를 보았습니다. 그 어린애를 보고 생각하였다.'지금 이 어린애는 의지할 데가 없다. 내가 기르지 않으면 틀림없이 죽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그는 곧 그 애를 안고 집으로 돌아가 길렀습니다. 그 아이가 차츰 자라나서 모든 감관을 성취하였습니다. 그 때에 불을 섬기는 머리 땋은 범지가 속세에 작은 볼 일이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범지는 이 소년에게 명령하였습니다. '내가 작은 볼 일이 있어 잠시 마을로 간다. 너는 부디 불씨를 꺼뜨리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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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만일 불씨가 꺼지거든 너는 이 불비비개를 가지고 불을 일으키도록 하라.'그 때 불을 섬기는 머리 땋은 범지가 잘 타일러 말하고 나서 곧 마을로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그가 떠난 뒤에 소년은 밖에 나가 놀다가 그만 불을 꺼뜨렸습니다. 그는 돌아와 불을 일으키려고 곧 불비비개를 가지고 땅에다 두드리면서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불아 일어나라. 불아 일어나라.'그러나, 불은 끝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다시 돌 위에다 힘껏 두드리면서 말하였습니다.'불아 일어나라. 불아 일어나라.'그러나 불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불이 일어나지 않자, 그는 곧 불비비개를 부수어 열 조각 백 조각으로 만들어 내다 버리고 땅에 앉아서, '불을 얻을 수 없으니 장차 어떻게 할까' 하며 걱정하였습니다. 그 때에 불을 섬기는 머리 땋은 범지가 마을에서 볼 일을 마치고 본래 있던 곳으로 돌아와서 물었다. '아가야, 너는 놀지 않고 불씨를 잘 보살펴 꺼지지 않게 하였느냐?'소년은 '존자님, 제가 나가 노는 사이에 불이 그만 꺼져버렸습니다. 제가 돌아와 불을 구하려고 불비비개를 가지고 땅을 두드리면서 (불아 일어나라. 불아, 일어나라) 하고 말했으나, 불은 끝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다시 돌 위에다 힘을 주어 두드렸습니다. (불아, 일어나라. 불아, 일어나라) 하고 외쳐댔는데도 불은 결국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불이 일어나지 않으므로 곧 불비비개를 부수어 열 조각 백 조각으로 만들어 내다 버리고 땅에 앉았었습니다. 존자여, 나는 이렇게 불을 구하였지만 불을 얻을 수 없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그때에 불을 섬기는 머리 땋은 범지는 곧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지금 이 소년은 너무도 미련하고 아는 게 없다. 분명하게 잘 이해하지도 못하며 지혜도 없다. 왜냐 하면 인식하는 것이 없는 불비비개한테 이런 생각을 가지고 불을 구하였기 때문이다.' 이에 불을 섬기는 머리 땋은 범지는 조화(燥火)를 가지고 화모(火母)를 문질렀습니다. 땅에다 대고 그것을 문지르자 곧 불이 일어나더니 점점 성해졌습니다. 그는 소년에게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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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야, 불을 구하는 법은 마땅히 이렇게 해야 한다. 너는 미련하여 아는 게 없고, 게다가 지혜마저 없어서 인식작용이 없는 불비비개한테 그런 생각을 가지고 불을 구하였으니 그와 같은 일을 하여서는 안 된다.'마땅히 아시오. 비사도 또한 이와 같소. 미련하여 잘 해득하지 못하고 지혜도 없어 인식작용이 없는 죽은 살이나 나아가 뼈 속 기름에서 중생의 생을 구하였으니 말입니다. 비사여, 당신은 마땅히 이렇게 중생의 생을 관찰해야 하며, 육안(肉眼)으로 본 것을 가지고 함부로 생각하지 마시오. 비사여, 만일 어떤 사문 범지가 탐욕을 끊어서 탐욕을 여의고 탐욕을 여읜 곳으로 나아가고, 성냄을 끊어서 성냄을 여의고 성냄을 여읜 곳으로 나아가며, 어리석음을 끊어서 어리석음을 여의고 어리석음을 여읜 곳으로 나아가면, 그는 사람의 눈보다 뛰어난 청정한 천안으로써 이 중생들이 죽는 때와 나는 때, 좋은 빛깔과 나쁜 빛깔, 혹은 묘하고 묘하지 않음, 좋은 곳과 좋지 않은 곳으로 왕래하는 것을 보고, 그것은 그 중생들이 지은 업을 따르는 것이라는 참다운 이치를 깨달은 것이오." 비사왕이 다시 말하였다. "사문 구마라가섭께서 아무리 그런 말을 하여도 나는 그저 견취(見取) 욕취(欲取) 에취(恚取) 포취(怖取) 치취(癡取)를 끝내 버릴 수가 없습니다. 왜 그런가 하면, 만일 다른 나라 사람들이 들으면 곧 '비사왕은 자기 주장이 있어 오랫동안 받아 가지고 있었지만 저 사문 구마라가섭에게 항복하고 그의 다스림을 받아 그것을 끊고 버렸다'고 말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이 견취 욕취 에취 포취 치취를 끝내 버릴 수가 없습니다."존자 구마라가섭이 말하였다."비사여, 내가 비유를 들어 말하리니 들으시오. 지혜로운 사람은 비유를 들어 말하면 곧 그 뜻을 잘 아는 법이오. 비사여, 비유하면 마치 두 사람의 벗과 같소. 어떤 두 사람이 집을 떠나 돈벌이를 나갔소. 그들이 길을 갈 때에 맨 처음 주인없는 매우 많은 삼[麻]을 보았소. 한 사람은 그걸 보고는 곧 친구에게 말하였소. '너는 마땅히 알아야 한다. 지금 여기 매우 많은 삼이 있는데 주인이 없다. 나는 너와 함께 나누어 가지고자 한다. 한 짐 무겁게 지고 집으로 가지고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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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 살림살이에 보탬이 될 것이다.'그리고는 곧 한 짐 잔뜩 무겁게 지고 갔소. 그들은 다시 길에서 주인이 없는 많은 무명실[劫貝 : 木棉]과 무명으로 만든 옷을 보았소. 또 주인이 없는 많은 은을 보았소. 한 사람은 그걸 보고는 짊어지고 가던 삼을 버리고 다시 은을 한 짐 잔뜩 무겁게 짊어지고 갔소. 다시 길에서 주인이 없는 많은 금 덩어리를 보았소. 그러자 은을 지고 가던 사람은 삼을 진 사람에게 말하였소. '너는 이제 마땅히 알라. 주인이 없는 금이 이렇게 많으니 너는 삼을 버려라. 나도 은을 버리겠다. 나는 너와 함께 이 금을 지고 가고자 한다. 한 짐 무겁게 지고 집으로 가지고 가면 살림살이에 보탬이 될 것이다.' 저 삼을 진 사람은 은을 진 사람에게 말하였소. '나는 이 삼을 이미 잘 쌌고 단단하게 묶었으며 멀리서부터 여기까지 지고 왔다. 나는 결코 버릴 수 없으니 너는 네 일이나 잘 알아 하고 내 걱정은 하지 말라.'그러자 은을 지고 가던 사람은 삼짐을 억지로 빼앗아 땅에 메쳐 허물어 버렸다. 저 삼을 지고 가던 사람은 은을 지고 가던 사람에게 말하였다.'너는 이미 내 짐을 이렇게 허물어 버렸다. 내 이 삼짐은 단단하게 묶여져 있을 뿐만 아니라 이렇게 멀리까지 지고 여기에 이르렀다. 나는 끝까지 이 삼을 지고 돌아갈 것이며 결코 버리지 않을 것이다. 너는 네 일이나 알아서 하고 내 걱정은 하지 말라.'저 은을 지고 가던 사람은 곧 은짐을 버리고 금을 무겁게 지고 돌아갔다. 금을 진 사람이 돌아가자, 부모는 멀리서 금을 지고 오는 것을 보고는 찬탄하면서 말하였다.'잘 왔다. 현명한 아들아, 빨리도 왔구나. 현명한 아들아, 너는 이 금으로 말미암아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을 것이며, 부모를 공양은 물론 처자 노비 하인들에게도 공급해 줄 수 있을 것이며, 또 사문 범지들에게도 보시하여 복이 점점 많아질 것이며 마침내는 좋은 과와 좋은 과보로 천상에 태어나서 장수(長壽)를 누리게 될 것이다.'그러나, 저 삼을 지고 온 사람이 그 집으로 돌아갔을 때 부모는 멀리서 삼을 지고 돌아오는 아들을 보고는 꾸짖어 말하였소.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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