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前生)이야기

죽은 이를 슬퍼하는 전생 이야기

근와(槿瓦) 2015. 11. 14. 19:47

죽은 이를 슬퍼하는 전생 이야기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머리말

이 전생 이야기는 부처님이 기원정사에 계실 때, 사위성에 사는 어떤 거사에 대해 말씀하신 것이다.

 

전하는 바에 의하면 그의 형이 죽자, 그는 슬픔을 견디지 못하여 목욕도 하지 않고 음식도 먹지 않으며 몸에 향유(香油)도 바르지 않았다. 그는 아침 일찍부터 형의 무덤을 찾아가 슬픔이 가슴에 가득하여 항상 울고 있었다.

 

부처님은 아침 일찍 온 세계를 두루 살펴보시다가 그가 예류과에 들 소질이 있음을 알으시고,

「저에게 옛날의 인연 이야기를 들려 주어 슬픔을 위로하고, 예류과에 들게 해 줄 수 있는 이는 나 이외에 아무도 없다. 나는 저를 구제해 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이튿날 오후에 탁발하고 돌아오셔서, 비구를 데리고 그 집 문 앞에 가셨다. 그는 부처님이 오셨다는 말을 듣고 자리를 준비한 뒤에 들어오시라 하였다. 부처님은 그 집에 들어가 준비된 자리에 앉으셨다. 그는 나와 부처님께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부처님은 그에게 물으셨다.

「거사여, 무엇인가 생각하고 있지 않는가?」

「그렇습니다. 부처님, 제 형이 죽은 뒤로 그것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부처님은,

「거사여, 모든 행(行)은 덧없는 것이다. 파괴되지 않으면 안 될 것은 다 파괴되는 것이다. 옛날의 현인들은 그 형제가 죽었어도 구차스리 생각하지 않았었다.」하고 그의 청을 따라 그 과거의 일을 말씀하셨다.

 

본말

옛날 범여왕이 바라나시에서 나라를 다스리고 있을 때, 보살은 팔억의 재산을 가진 어떤 바라문 집에 태어났는데, 그가 성년이 되었을 때, 그 양친이 세상을 떠났다. 양친이 죽었으므로 그 형이 살림을 맡아 살아갔고 보살은 그에 의해 생활하였다. 그 뒤에 그 형이 또 병에 걸려 죽었다. 친족과 벗과 지기(知己)들은 모녀와 모두 두 팔을 벌리고 울부짖으면서 이성을 잃지 않는 이가 없었다. 그러나 보살만은 울지도 않고 부르짖지도 않았다.

 

사람들은,

「저것 보아, 저이는 형이 죽었는데도 얼굴조차 찌푸리지 않는다. 배짱이 세기도 하다. 두 사람 몫을 저 혼자 차지하려고 형이 죽기를 바라고 있었던 것 같구나.」하며 보살을 나무랐다.

 

그 친족들도,

「너는 형이 죽었는데 울지도 않는구나.」하며 비난하였다.

 

보살은 이 말을 듣고,

「당신들은 자기네가 무지하기 때문에 이 세상의 여덟 가지 사실을 모르고 내 형이 죽었다 하여 울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도 죽을 것이요, 당신들도 죽을 것입니다. 그런데 왜 우리도 죽을 것이라면서 울지 않습니까. 모든 것은 덧없는 것이어서 없어지는 것입니다. 이 법칙에 의하면 오래 남아 있을 것은 하나도 없는 것입니다. 당신들은 어리석고 무지하기 때문에 이 세상의 여덟 가지 사실을 모르고 울지마는 내가 왜 울겠습니까.」하고

 

다음 게송을 읊었다.

 

그대들은 죽은 이를 슬퍼할 줄만 알고

지금부터 죽을 이는 슬퍼하지 않는다

이 몸을 가진 이는 누구나 모두

차례차례로 그 목숨을 버린다

 

천인(天人)도 인간도 네발 짐승도

조류(鳥類)도 몸을 서리는 저 뱀들도

그 몸에는 어디에도 실체(實體) 없나니

한창 향락할 때도 그 목숨을 버린다

 

이렇게 변화하는 괴로움과 즐거움

그것이 이 인간에 있는 것 보고

한탄하고 울부짖어도 소용 없음 알면서

그대들은 왜 슬픔에 몸부림을 치는가

 

무엇에 빠져 마음을 빼앗긴 자

무식하고 어리석고 난폭하여 마음이

안정되지 않은 자들

그들은 모두 저 현자를 우자라 생각하나니

그것은 이 여덟 가지 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보살은 이렇게 그들을 위해 설법하여 그들의 슬픔을 없애주었다.

 

맺음말

부처님은 이 법화를 마치시고 다시 네 가지 진리를 설명하셨다. 그 때에 그 거사는 예류과에 들었다.

부처님은 다시 전생과 금생을 결부시켜,

「그 때에 그 많은 사람들에게 설법하여 그 슬픔을 없애 준 현자는 바로 나였다.」고 말씀하셨다.

 

 

출전 : 본생경제四편(남전부三,한글대장경203)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