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前生)이야기

전생이야기 영양(羚羊)

근와(槿瓦) 2015. 9. 11. 01:12

전생이야기 영양(羚羊)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이 전생 이야기는 부처님이 죽림정사에 계실 때 제바달다에 대해 말씀하신 것이다. 때에 부처님은 제바달다가 부처님을 해치려고 애쓰고 있다는 말을 듣고,

 

「비구들이여, 제바달다가 나를 죽이려고 애쓰는 것은 지금만이 아니요 전생에도 그러했다.」하고 그 과거의 일을 말씀하셨다.

 

옛날 범여왕이 바라나시에서 나라를 다스리고 있을 때 보살(부처님)은 영양(사슴)으로서 숲 속에 있는 호수 가까운 어떤 숲속에 집을 짓고 살았다.

 

그 호수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한 나무 꼭대기에는 딱따구리 한 마리가 살고 있었고 또 그 호수 속에는 거북이 살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동무가 되어 서로 친하게 지냈다.

 

그런데 어떤 사냥꾼은 숲 속을 돌아다니다가 호수가에서 보살의 발자국을 발견하였다. 그는 쇠사슬과 같은 가죽끈으로 된 덫을 놓아 두었다. 보살은 초저녁에 물을 먹으러 나왔다가 그 덫에 치어 비명을 질렀다. 이 소리를 듣고 나무 위에서는 딱따구리가 내려오고 물에서는 거북이가 나왔다. 그들은 어쩌면 좋을까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때에 딱따구리는 거북에게,

 

「그대는 이가 있다. 그 이로 이 덫을 끊어라. 나는 가서 저자가 오지 못하도록 하리라. 그리하여 우리가 분투하면 이 동무를 용하게 도울 수 있으리라.」하며 다음 게송으로 그것을 설명하였다.

 

가죽끈으로 된 이 덫을

거북아, 너는 이빨로 끊어라

나는 가서 저 사냥꾼이

여기 못 오도록 노력하리라.

 

거북은 가죽 끈을 물어 끊기 시작했다. 딱따구리는 사냥꾼이 사는 마을로 날아갔다. 사냥꾼은 새벽녘에 벌써 칼을 들고 출발하려 하고 있었다. 그가 앞문으로 나오려 할 때 새는 소리를 지르고 날개를 치면서 그 얼굴을 때렸다. 그는 불길한 새에게 맞았다 하고 도로 들어가 잠깐 동안 누웠다가 다시 칼을 들고 일어섰다.

 

새는 그가 먼저는 앞문으로 나오려 했으니 이번에는 틀림없이 뒷문으로 나오리라 판단하고, 그 집 뒤에 가서 앉아 있었다. 사냥꾼도 아까는 앞문으로 나가다가 불길한 새에게 얻어 맞았으니 이번에는 뒷문으로 나가자 하고 뒷문으로 나왔다. 새는 또 소리를 지르며 날아와 그 얼굴을 때렸다. 사냥꾼은 또 불길한 새에게 맞고는,

 

「아마 이것은 나를 떠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생각하고 도로 들어가 해가 뜰 때까지 누워 있었다. 그리하여 해가 뜬 뒤에 그는 출발하였다.

 

새는 바삐 돌아와 이 사정을 보살에게 알렸다. 마침 그 때에 거북은 가죽끈 한 개만 남기고 다른 끈은 다 물어 끊었다. 그러나 그 이빨은 곧 못쓸만큼 버려졌고 입은 피투성이가 되었다. 보살은 사냥꾼이 칼을 들고 번개처럼 달려오는 것을 보자 그 하나 남은 끈마저 끊고 숲속으로 달아났다. 새는 나무 위에 앉아 있었다. 그러나 거북은 맥이 빠져 그 자리에 누운채로 있었다.

 

사냥꾼은 그 거북이를 집어 바구니에 넣고 나무 그루터기로 덮어 두었다. 보살이 다시 돌아와 보았을 때 거북은 잡혀 있었다. 그는 친구의 생명을 건지기 위해, 일부러 맥이 빠진 채하고 사냥꾼 앞에 나타났다. 사냥꾼은 그가 참으로 맥이 빠진 줄 알고는 그를 잡으려고 칼을 들고 쫓아왔다. 보살은 너무 멀리 떨어지지도 않고 너무 가까이 가지도 않으면서 그와 함께 숲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하여 아주 멀리 온 줄을 안 보살은 자취를 숨기고 다른 길로 바람처럼 빨리 돌아왔다. 그리하여 그 뿔로 바구니를 높이 들어올려서는 땅바닥에 내던져 부수고 거북을 끌어내었다. 딱따구리도 나무에서 내려왔다. 보살은 그들에게,

 

「나는 그대들 덕분으로 목숨이 살아났다. 그대들은 벗에 대해 할 일을 다 하였다. 이제는 사냥꾼이 돌아와 그대들을 잡으려 할 것이다. 그러므로 딱따구리는 그 아이들을 데리고 다른 곳으로 가야 한다. 그리고 거북은 빨리 물 속으로 들어가라.」고 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그대로 하였다.

 

부처님은 부처님으로서 다음 게송을 읊으셨다.

 

거북은 물 속에 들어가고

영양은 숲 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딱따구리는 그 나무에서

그 새끼들 데리고 멀리 떠났다.

 

사냥꾼은 그 장소로 돌아왔으나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부서진 바구니를 들고 마음도 무겁고 제 집으로 돌아왔다.

 

그 세 친구들은 사는 동안 서로 신리를 깨뜨린 일이 없이 지내다가 각각 그 업을 따라 이 세상을 떠났다.

 

부처님은 이 설법을 마치시고 다시 전생과 금생을 결부시켜,

「그 때의 그 사냥꾼은 지금의 저 제바달다요, 그 딱따구리는 저 사리불이며, 그 거북은 저 목건련이요, 그 영양은 바로 나였다.」고 말씀하셨다.

 

 

출전 : 本生經第二(남전부三,한글대장경203)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