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前生)이야기

사유(思惟)의 전생이야기

근와(槿瓦) 2015. 3. 21. 00:11

사유(思惟)의 전생이야기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머리말

이 전생 이야기는 부처님이 기원정사에 계실 때, 출가생활을 싫어하는 어떤 비구에 대해 말씀하신 것이다.

 

그는 사위성에 사는 어떤 양가(良家)의 아들로서 불도에 귀의하여 출가하였다. 어느 날 그는 사위성 안을 탁발하러 다니다가 아름답게 꾸민 어떤 여자를 보고 애욕을 일으켜 괴로워하면서 돌아다녔다.

그 스승이 그것을 보고 괴로워하는 까닭을 물어 그가 환속(還俗)하고 싶다는 것을 알고,

 

「법우여, 부처님은 애욕과 그 밖의 번뇌에 괴로워하는 이를 위해 번뇌를 없애 주고, 네 가지 진리를 설명하여 예류과와 그 밖의 과에 인도해 주신다. 자, 우리 부처님에게로 가자.」

하고 그를 데리고 부처님에게로 갔다. 부처님은 왜 그를 데리고 왔느냐고 물으셨다. 비구들은 그 까닭을 말씀드렸다. 부처님은 그 비구에게,

 

「비구여, 너는 출가생활이 싫어졌다는데 사실인가.」

「예, 사실입니다.」

「무슨 까닭인가.」

그는 그 사정을 말하였다.

 

그 때에 부처님은,

「비구여, 여자란 옛날 선정의 힘으로 번뇌를 다 끊은 청정한 사람에게까지도 번뇌를 일으킨 것이다. 그런데 하물며 너와 같은 무지한 사람으로 어떻게 번뇌를 일으키지 않겠는가. 청정한 사람도 번뇌를 일으키고 세상의 명예가 극히 높은 사람도 그 명예를 떨어뜨리는 일이 있는데 청정하지 않은 사람은 말할 것도 없다. 수미산을 흔들 만한 바람이 마른 풀잎 일산을 흔들지 못할 까닭이 없다. 이 번뇌는 보리도량에 앉아 깨달은 사람까지도 움직이는 것이다. 그런데 너와 같은 자가 어떻게 흔들리지 않겠는가.」

하고 비구들의 청을 따라 그 과거의 일을 말씀하셨다.

 

본말

옛날 범여왕이 바라나시에서 나라를 다스리고 있을 때, 보살은 팔억의 재산을 가진 어떤 바라문의 큰 집에 태어났다. 그는 성년이 되자 특차시라에 가서 온갖 학예를 배우고 바라나시에 돌아와서는 결혼하였다. 양친이 죽은 뒤에는 장례를 치르고 금을 챙기다가,

「이 보(寶)는 여기 있으나 이것을 만든 사람들은 이제 다 죽었다.」

생각하고 슬픈 마음으로 몸에서 땀이 흘렀다. 그는 오랫동안 가정생활을 하다가 많은 재산을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는 뜬 세상의 욕심을 버리고, 눈물을 흘리는 친족을 떨쳐 버리고 설산지방에 들어갔다. 그는 거기서 기분 좋은 자리에 초막을 짓고 떨어진 것을 주워 먹는다는 주의로 숲 속의 나무 뿌리와 갖가지 과일을 먹으면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는 오래지 않아 신통의 힘과 선정의 힘을 얻고 선정의 즐거움을 누리면서 생각하였다.

「이제 사람 사는 마을에 가서 짜고 신맛의 음식을 먹자. 그렇게 하면 내 몸도 튼튼해질 것이요, 또 그로써 운동도 될 것이다. 그리고 나 같이 덕이 높은 사람에게 보시하고 예배하는 이는 천상이나 인간세계에 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설산에서 내려와 차츰 걸어 바라나시로 갔다. 해질녘이 되어 잘 곳을 찾다가 왕의 동산을 보고,

「이 곳은 혼자서 좌선하기에 적당한 곳이다. 여기서 묵자.」

하고, 그 동산에 들어가 어떤 나무 밑에 앉아 선정의 즐거움을 맛보면서 그 밤을 지났다.

 

이튿날 오전에 머리를 정돈하고 영양(羚羊)의 가죽옷을 입고는, 바루를 들고 모든 감관을 제어하고 위의를 갖추어, 눈 앞의 여섯 자를 바라보며 모든 미점(美點)을 갖춘 그 훌륭한 모습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끌면서 성내로 들어갔다. 그리하여 탁발하기 위해 여러 곳으로 돌아다니다가 왕궁의 문 앞에 이르렀다.

 

왕은 높은 누대(高臺)위를 거닐다가 보살을 보고 그 위의에 감심하여, 만일 이 세상에 안정(安靜)의 길이 있다면 그것은 저 사람의 몸에 다 갖추어 있을 것이다 생각하고, 어떤 대신에 명령하여 보살을 데려오라 하였다. 대신은 가서 보살의 바루를 받아 들고,

「스승님, 대왕께서 당신을 부르십니다.」고 하였다.

「큰 공덕주(功德主)님, 대왕께서는 나를 모르십니다.」

「그러면 스승님, 내가 갔다 올 때까지 여기서 기다리고 계십시오.」

하고 그는 왕에게 가서 이 사정을 알리었다. 왕은,

 

「지금까지 우리 궁중에 온 행자는 없었다. 그대는 가서 그 행자를 데리고 오너라.」하고 자기도 모르게 손을 내밀어,

「스승님, 오십시오.」하였다.

보살은 대신에게 바루를 건너주고 높은 누대에 올라갔다. 왕은 그에게 예배하고 옥좌(玉座)에 앉힌 뒤에, 자기를 위해 만든 죽과 밥을 그에게 공양하고 식사가 끝난 뒤에 그에게 질문했다. 그 질문의 답에 의해 더욱 그를 믿어하여 예배한 뒤에 보살에게 물었다.

 

「스승님, 당신은 어디 계시며 어디서 오셨습니까.」

「대왕님, 나는 설산지방에 사는 사람으로서 설산지방에서 왔습니다.」

「무엇하러 오셨습니까.」

「대왕님, 큰 비가 올 때에는 일정한 주소를 얻을 필요가 있습니다.」

 

왕은,

「그렇다면 스승님, 내 동산에 계십시오. 네 가지의 물품은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나는 인간이나 천상에 나는 도움이 되는 선업을 닦겠습니다.」

하고 약속한 뒤에 아침 식사를 마치고는 보살과 함께 동산으로 가서 초막을 짓고 거니는 곳을 만들었다. 그리고 밤에 있는 곳, 낮에 있는 곳을 다 만들고 생활에 필요한 모든 도구를 다 준비한 뒤에,

「스승님, 마음 편히 계십시오.」하고 보살을 동산지기에게 맡기고 돌아갔다.

 

그 뒤 보살은 십이년 동안 거기 머물렀다. 그러자 어느 때 국경지방에 반란이 일어났다. 왕은 그것을 진압하러 떠나려고 그 왕비를 불러,

「여보, 당신이나 내나 누구든지 한 사람은 이곳에 머물러 있지 않으면 안되겠소.」

하고 말하였다.

「대왕님, 그것은 무슨 까닭이옵니까. 말씀해 주십시오.」

「여보, 그것은 저 덕행이 높은 행자가 여기 있기 때문이오.」

「여보시오, 대왕님. 그 분의 일이라면 내가 충분히 돌보아 드릴 것입니다. 그 스승님에 대한 봉사는 내 의무입니다. 당신은 조금도 마음에 끼지 마시고 떠나십시오.」

그리하여 왕은 출발하고 왕비는 이전처럼 공손히 보살을 섬기었다.

왕이 떠난 뒤에 보살은 언제나 자유로이 왕궁에 가서 식사하였다.

 

어느 날 보살이 너무 늦게 오게 되어 왕비는 갖가지 음식을 준비하고 목욕한 뒤에 화장하고 낮은 침대를 준비하였다. 그리고 보살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향을 피우고 속옷을 너저분하게 입은 채로 침대에 누워 있었다.

보살은 때를 헤아려 바루를 들고 공중으로 날아와 큰 창문 어구에 서 있었다. 왕비가 그의 가죽옷 소리를 듣고 바삐 일어났을 때, 누른 빛깔의 향의(香衣)가 밑으로 떨어졌다. 보살은 애욕을 이기지 못해 그 그윽한 곳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그 때에 선정의 힘으로 억제하고 있던 그 번뇌는 마치 상자 안에 든 독사처럼 머리를 치켜들고 일어났으며 혹은 고무나무를 칼로 베는 때와 같았다.

 

번뇌가 일어나자 그는 선정의 힘을 잃고 여섯 감관은 더러워졌다. 그리하여 마치 날개를 잃은 까마귀와 같았다. 그는 이전처럼 앉아서 식사할 수도 없었고 앉아 있을 수도 없었다. 그래서 왕비는 맛난 음식을 바루에 담아 주었다.

이전 같으면 공중을 날아갔는데 그 날은 그렇지 못하고 바루를 든채 계단을 내려가 동산으로 향하였다. 왕비도 또 그가 자기에 대해 생각을 걸고 있음을 알았다. 그는 동산에 돌아갔으나 식사할 생각은 하지 않고 그것을 침대 밑에 놓아 둔채,

「왕비의 그 손은 이렇게 고왔고 그 발과 허리통은 이러했으며 그 다리 모양은 이러했다.」고 잠꼬대를 하면서 이렛 동안 누워 있었다. 음식은 다 썩어 파리가 가득 달겨들었다.

 

왕은 국경지방의 반란을 진압하고 돌아왔다. 훌륭하게 장식한 성내를 한 번 돌고 왕궁에 들어갔다가, 보살을 만나려고 동산으로 갔다. 그 도원(道院)의 거칠어진 것을 보고, 왕은「아마 밖에 나갔으리라」생각하고 그 초막 사립을 열고 들어갔다.

왕은「그가 누워 있는 것을 보고는 틀림없이 몸이 아픈 것이라」생각하고, 썩은 음식을 버리게 하고 초막을 정돈한 뒤에 보살에게 물었다.

 

「스승님, 어디가 편찮으십니까.」

「대왕님, 나는 찔렸습니다.」

왕은,

「내 적이 나를 이렇게 할 수 없게 되자, 내가 소중히 여기는 이 사람을 욕 보이려고 와서 찌른 것이다.」

생각하고는, 보살의 몸을 뒤적거리며 찔린 곳을 찾아 보았으나 발견하지 못하고,

「스승님, 어디를 찔렸습니까.」고 물었다.

「대왕님, 나는 어떤 다른 사람에게 찔린 것이 아닙니다. 내가 내 가슴을 찔렸습니다.」

 

그리고 보살은 일어나 자리에 앉으면서 다음 게송을 읊었다.

 

탐욕에 씻기우고

상상에 단련된 생각 때문으로서

아름답게 장식한 여자 때문 아니요

화살 만드는 이의 그 화살에 맞은 것도 아니다

 

귓불에 꽂힌 진주 때문 아니요

공작의 깃으로 꾸며진 것 때문도 아니다

나는 내 온 몸을 다 태우는

그것 때문에 내 가슴을 찔리었다

 

나는 내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그 상처를 보지 못한다

그러나 마음의 진실을 잃은 그만큼

나는 스스로 내 고통 불러왔네.

 

보살은 이 게송으로 왕을 위해 설법한 뒤에 왕을 초막 밖으로 나가라 하고, 관념의 예비수행을 행하여 한 번 잃은 선정을 다시 얻고 초막 밖으로 나가 공중에 앉은 채 왕에게 훈계하였다. 그리고 그는 설산지방으로 간다고 말하였다.

왕이 가서는 안 된다고 만류하는 데도 불구하고,

「대왕님, 내가 여기 살면 이런 불상사가 일어납니다. 나는 이제 여기 머무를 수 없습니다.」

하며 왕의 만류는 개의하지 않고 공중을 날아 설산지방으로 갔다. 그리하여 거기서 일생 동안 살면서 범천세계에 날 몸이 되었다.

 

맺음말

부처님은 이 이야기를 마치시고 다시 네 가지 진리를 설명하셨다. 그 때에 출가생활을 싫어한 그 비구는 아라한과를 얻었고, 혹은 예류과, 혹은 일래과, 혹은 불환과에 이르렀다.

부처님은 다시 전생과 금생을 결부시켜,

「그 때의 그 왕은 지금의 저 아난다요, 그 행자는 바로 나였다.」고 말씀하셨다.

 

 

출전 : 사유품,본생경제三편,남전부三,한글대장경203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