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아함경-555-111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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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명이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제가 어찌 감히 왕을 속이고, 감히 왕을 함정에 빠뜨려 왕의 대중을 끌어다 원수에게 넘겨 주려고 하겠습니까? 왕이시여, 그저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소서. 반드시 행복과 경사를 얻을 것입니다.”
왕은 조금 더 나아가다가 다시 수명에게 말했다.
“너는 나를 속였다. 나를 함정에 빠뜨려 우리 대중을 끌어다 원수에게 넘기려고 하는구나.”
이렇게 두 번 세 번 말했다. 무슨 까닭인가? 그에게는 1,250명이나 되는 대중이 있다는데 이렇게 고요하고 아무 소리가 없는 것을 보니 장차 무슨 음모가 있는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수명은 다시 두 번 세 번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제가 어찌 감히 속이고 함정에 빠뜨려 왕의 대중들을 끌어다 원수에게 넘겨 주려고 하겠습니까? 왕이시여, 그저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소서. 반드시 행복과 경사를 얻을 것입니다. 왜냐 하면 저 사문의 법은 항상 한가하고 고요한 것을 즐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소리가 없는 것입니다. 왕이시여, 그저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소서. 동산 숲이 이미 나타났습니다.”
아사세왕이 동산의 문에 이르러 코끼리에서 내려 칼을 풀고 일산을 치우고 다섯 가지 위의[왕족 등 신분이 높은 사람들이 자신의 지위를 표시하는 다섯 가지 장식품을 말한다. 즉 칼[劍]ㆍ일산[蓋]ㆍ꽃다발[天冠 혹은 華鬘]ㆍ손잡이가 보석으로 장식된 불자[珠柄之拂]ㆍ아름답게 장식된 신발[嚴飾屣]이 다섯 가지이다.]를 버리고 걸어서 동산 문으로 들어갔다. 그는 수명에게 말했다.
“지금 불 세존은 어디 계시는가?”
수명이 대답했다.
“대왕이시여, 지금 부처님께서는 앞에 밝은 등불이 있는 높은 당(堂)에 계십니다. 세존께서는 사자좌(獅子座)에서 남쪽을 향해 앉아 계십니다. 왕께서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시면 스스로 세존을 뵐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때 아사세왕은 강당이 있는 곳으로 나아가 밖에서 발을 씻은 뒤 강당으로 올라갔다. 잠자코 사방을 둘러보다가 기쁜 마음이 생겨 입에서 저절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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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왔다.
'지금 모든 사문은 아주 고요하고 고요해 지관(止觀)을 구족했다. 나의 태자 우바야(優婆耶)도 이들과 다름없는 지관을 성취하게 하리라.'
그 때 세존께서 아사세왕에게 말씀하셨다.
“왕께서는 아들 생각 때문에 입에서 저절로 '태자 우바야도 또한 이들과 다름없는 지관을 성취하게 하리라'는 말이 터져나온 것입니다. 왕께서는 앞으로 나와 앉으시오.”
이 때 아사세왕은 앞으로 나아가 머리 숙여 부처님 발에 절하고 한쪽에 앉아 부처님께 아뢰었다.
“지금 여쭈어 볼 것이 있습니다. 만일 한가하시다면 감히 여쭙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묻고 싶은 것이 있으면 뭐든 물으시오.”
아사세왕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지금 사람들은 코끼리와 말과 수레를 타고 칼ㆍ창ㆍ검ㆍ활ㆍ화살 등의 병장기로, 전투하는 법을 익힙니다. 또 왕자ㆍ역사(力士)ㆍ대역사ㆍ하인[僮使]ㆍ가죽 다루는 이[皮師]ㆍ이발사[剃髮師]ㆍ꽃장식 만드는 이[織鬘師]ㆍ수레 만드는 이[車師]ㆍ기와공[瓦師]ㆍ대그릇 짜는 이[竹師]ㆍ갈대 엮는 이[葦師]들도 다 갖가지 기술로서 스스로 생활하면서 스스로 마음껏 오락하고 있습니다. 또 그들의 부모ㆍ처자ㆍ종[奴僕]ㆍ하인[僮使]들도 함께 오락하고 있습
니다. 이와 같이 생업을 경영하면 현세에 과보(果報)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저 모든 사문이 현재 닦고 있는 것도 현세에서 그 과보를 얻습니까?”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왕께서는 이전에 여러 사문 바라문을 찾아가 이러한 뜻을 물은 적이 있습니까?”
왕이 부처님께 말했다.
“저는 이전에 사문 바라문들을 찾아가 이런 뜻을 물은 적이 있습니다. 저는 기억합니다. 언젠가 부란가섭에게 가서 이렇게 물었습니다.
'사람들이 코끼리ㆍ말ㆍ수레를 타고 병법을 익히며 나아가 생업을 경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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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 현재에 과보가 있습니다. 이제 이 무리도 현재에 도를 닦아 현세에서 과보를 얻습니까?'
저 부란가섭이 내게 대답했습니다.
'왕께서 직접 하거나 혹은 남을 시켜서 찍고 해치고 지지고 베고 하여 중생을 괴롭히고 걱정하고 울게 하며 살생ㆍ도둑질ㆍ간음ㆍ거짓말ㆍ담을 넘어 겁탈하기ㆍ불놓아 태우기 따위로 도(道)를 끊고 악한 짓을 한다 합시다. 대왕이여, 이와 같은 일을 행하더라도 그것은 악한 짓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대왕이여, 설사 날카로운 칼로 모든 중생을 난도질하고 고기 더미로 만들어 세간을 가득 채운다 하더라도 이것도 악이 아니며 또한 그 죄의 과보도 없습니다. 항하(恒河)의 남쪽 언덕에서 중생을 칼로 베어 죽여도 또한 그 악의 과보는 없고, 항하의 북쪽 언덕에서 큰 보시의 집회를 열어 일체의 무리들에게 베풀어 사람을 골고루 이익되게 하더라도 또한 복의 과보도 없습니다.'”
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는 마치 어떤 사람이 오이를 물었는데 오얏[李]이라 대답하고 오얏을 물었는데 오이라고 대답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도 또한 그와 같아서 나는 '현세에 과보를 얻느냐'고 물었는데, 그는 '죄와 복의 과보가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나는 가만히 생각했습니다.
'나는 머리에 물을 붓는 의식을 치른 종족인 찰리왕으로서 이유 없이 출가한 사람을 죽이거나 묶어 내쫓을 수는 없다.'
나는 분노에 찬 마음을 품었다가 이렇게 생각한 뒤로는 곧 그를 버리고 떠났습니다.
또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또 언젠가 말가리구사리를 찾아가 이렇게 물었습니다.
'지금 사람들은 코끼리와 말과 수레를 타고 병법을 익히며 나아가 갖가지 생업을 경영하여 모두들 현재에 과보가 있습니다. 이제 이 무리들도 현재에 도를 닦아 현세에서 과보를 얻습니까?'
그는 내게 대답했습니다.
'대왕이여, 베풂도 없고 주는 것도 없으며 제사의 법도 없는 것입니다. 또 선악도 없고 선악의 과보도 없으며, 금생도 없고 또 후생도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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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도 없고 어미도 없으며 하늘도 없고 조화도 없으며 중생도 없는 것입니다. 세상에는 사문 바라문도 평등한 행자(行者)도 없고 또한 금세나 후세에 몸소 증명하고 남에게 두루 나타내는 자도 없습니다. 있다고 하는 모든 것은 다 허망한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그것은 마치 어떤 사람이 오이를 물었는데 오얏이라 대답하고 오얏을 물었는데 오이라고 대답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도 또한 이와 같아서 나는 '현세에 과보를 얻느냐'고 물었는데 그는 '없다'는 논리로만 대답했습니다. 나는 곧 스스로 생각했습니다.
'나는 머리에 물을 붓는 의식을 치른 종족인 찰리왕으로서 이유 없이 출가한 사람을 죽이거나 묶어 내쫓을 수는 없다.'
나는 분노에 찬 마음을 품었다가 이렇게 생각한 뒤로는 곧 그를 버리고 떠났습니다.”
또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또 언젠가 아이다시사흠바라를 찾아가 이렇게 물었습니다.
'대덕(大德)이여, 사람들은 코끼리ㆍ말ㆍ수레를 타고 병법을 익히며 나아가 갖가지로 생업을 경영하여 모두 현세에 과보가 있습니다. 이제 이 무리들도 현재에 도를 닦아 현세에서 과보를 얻습니까?'
그는 내게 대답했습니다.
'네 가지 요소[大]로 이루어진 사람이 목숨을 마치면 흙의 요소[地大]는 땅으로 돌아가고 물의 요소[水大]는 물로 돌아가며, 불의 요소[火大]는 불로 돌아가고 바람의 요소[風大]는 바람으로 돌아갑니다. 모두 무너지고 부서져 모든 감관은 공(空)으로 돌아갑니다. 만일 사람이 죽었을 때 상여(牀輿)에 몸을 실어 화장장에 갖다 두고 불을 지피면 그 뼈는 비둘기 빛처럼 되기도 하고 혹은 변해 재와 흙이 됩니다. 어리석은 자도 지혜로운 자도 목숨을 마치면 모두 무너지고 부서져 단멸(斷滅)되고 마는 법입니다.'
세존이시여, 그것은 마치 어떤 사람이 오얏을 물었는데 오이라고 대답하고 오이를 물었는데 오얏이라고 대답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도 또한 이와 같아서 나는 '현세에 과보를 얻느냐'고 물었는데 그는 내게 '단멸법'으로 대답했습니다. 나는 곧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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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머리에 물을 붓는 의식을 치른 종족인 찰리왕으로서 이유도 없이 출가한 사람을 죽이거나 묶어 내쫓을 수는 없다.'
나는 분노에 찬 마음을 품었다가 이렇게 생각한 뒤로는 곧 그를 버리고 떠났습니다.”
또 부처님께 아뢰었다.
“또 저는 옛날 어느 때 파부타가전연을 찾아 가서 이렇게 물었습니다.
'대덕이여, 사람들은 코끼리ㆍ말ㆍ수레를 타고 병법을 익히며 나아가 갖가지로 생업을 경영하여 모두 현세에 과보가 있습니다. 이제 이 무리들도 현재에 도를 닦아 현세에서 과보를 얻습니까?'
그는 내게 대답했습니다.[있는 피부타가전연의 주장이 팔리본에서는 Makkhali-Gosla의 주장에 해당한다.]
'대왕이여, 힘도 없고 정진(精進)함도 없는 사람은 힘도 없고 방편도 없습니다. 인(因)도 없고 연(緣)도 없는 중생은 염착(染著)하게 되고 인도 없고 연도 없는 중생은 청정해집니다. 목숨이 있는 일체 중생들은 모두 힘이 없고 자재(自在)하지 못하며 원수도 있을 수 없습니다. 수(數) 가운데 정해져 있는 대로 이 6생(生) 중에서 온갖 고락을 받는 것입니다.'
그것은 마치 오얏을 물었는데 오이라고 대답하고 오이를 물었는데 오얏이라고 대답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도 또한 이와 같아서 내가 '현세에 과보를 얻느냐'고 물었는데 그는 '무력(無力)'으로써 내게 대답했습니다. 나는 곧 생각했습니다.
'나는 머리에 물을 붓는 의식을 치른 종족인 찰리왕으로서 이유 없이 출가한 사람을 죽이거나 묶어 내쫓을 수는 없다.'
나는 분노에 찬 마음을 품었다가 이렇게 생각한 뒤로는 곧 그를 버리고 떠났습니다.”
또 부처님께 아뢰었다.
“또 저는 옛날 언젠가 산야비라리자를 찾아가 이렇게 물었습니다.
'대덕이여, 사람들은 코끼리ㆍ말ㆍ수레를 타고 병법을 익히며 나아가 갖가...
-나무 관 세 음 보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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