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아함경-560-112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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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로 생업을 경영하여 모두 현세에 과보가 있습니다. 이제 이 무리들도 현재에 도를 닦아 현세에서 과보를 얻습니까?'
그는 내게 대답했습니다.
'대왕이여, (현세에 사문에게 과보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에 대한 대답은 이렇습니다.
(이 일은 사실이다. 이 일은 사실과 다르다. 이 일은 사실과 다른 것도 아니요 다르지 않은 것도 아니다.)
대왕이여, (현세에 사문에게 과보가 없느냐)하고 묻는다면 여기에 대한 대답은 이렇습니다.
(이 일은 사실이다. 이 일은 사실과 다르다. 이 일은 사실과 다른 것도 아니요 다르지 않은 것도 아니다.)'
대왕이여, (현세에 사문에게는 과보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가) 하고 묻는다면 여기에 대한 대답은 이렇습니다.
(이 일은 사실이다. 이 일은 사실과 다르다. 이 일은 사실과 다른 것도 아니요 다르지 않은 것도 아니다.)
대왕이여, (현세에 사문에게는 과보가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는가) 하고 묻는다면 여기에 대한 대답은 이렇습니다.
(이 일은 사실이다. 이 일은 사실과 다르다. 이 일은 사실과 다른 것도 아니요 다르지 않은 것도 아니다.)'
세존이여, 그것은 마치 어떤 사람이 오얏을 물었는데 오이라고 대답하고 오이를 물었는데 오얏이라고 대답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도 또한 이와 같아서 나는 '현세에 과보를 얻는가' 하고 물었는데 그는 '이론(異論)'으로 나에게 대답했습니다. 나는 곧 스스로 생각했습니다.
'나는 머리에 물을 붓는 의식을 치른 종족인 찰리왕으로서 이유 없이 출가한 사람을 죽이거나 묶어 내쫓을 수는 없다.'
나는 분노에 찬 마음을 품었다가 이렇게 생각한 뒤로는 곧 그를 버리고 떠났습니다.”
또 부처님께 아뢰었다.
“또 저는 옛날 언젠가 니건자를 찾아가 이렇게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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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이여, 사람들은 코끼리ㆍ말ㆍ수레를 타고 나아가 갖가지 생업을 경영하여 현세에 과보가 있습니다. 이제 이 무리들도 현재에 도를 닦아 현세에 과보를 얻습니까?'
그는 내게 대답했습니다.
'대왕이여, 나는 일체지(一切智)와 일체견(一切見)을 가진 사람으로서 모든 것을 남김 없이 압니다. 다니거나 머물거나 앉거나 눕거나 언제나 남김 없이 깨달아 지혜가 항상 앞에 있습니다.'
세존이시여, 이것은 마치 어떤 사람이 오얏을 물었는데 오이라고 대답하고 오이를 물었는데 오얏이라고 대답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도 또한 이와 같아 나는 '현세에 과보를 얻는가' 하고 물었는데 그는 내게 '모든 것을 아는 지혜[一切智]'로 대답했습니다. 나는 곧 스스로 생각했습니다.
'나는 머리에 물을 붓는 의식을 치른 종족인 찰리왕으로서 이유 없이 출가한 사람을 죽이거나 묶어 내쫓을 수는 없다.'
나는 분노에 찬 마음을 품었다가 이렇게 생각한 뒤로는 곧 그를 버리고 떠났습니다.
그러므로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여기 와서 이런 뜻을 묻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코끼리ㆍ말ㆍ수레를 타고 나아가 갖가지 생업을 경영하여 모두 현세에 과보가 있습니다. 이제 사문도 현재에 도를 닦아 현세에서 과보를 얻습니까?”
부처님께서 아사세왕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이제 왕에게 도리어 묻겠습니다. 마음대로 대답하시오. 어떻습니까? 대왕이여, 왕의 집 종이나 안팎의 하인들도 모두 보름날 달이 찼을 때 왕이 머리 감고 목욕하고 높은 전각에 올라가 여러 채녀(婇女)들과 서로 오락하는 것을 보았을 것이고, 그들은 이렇게 생각했을 것입니다.
'아, 행(行)의 과보가 저렇게까지 되는 것인가? 이 아사세왕은 보름날 달이 찼을 때 머리 감고 목욕한 뒤 높은 전각에 올라 여러 채녀와 더불어 5욕(欲)을 즐기는구나. 이것이 바로 행의 과보임을 누가 능히 알겠는가?'
그는 뒷날 수염과 머리를 깎고 3법의를 입고 집을 나와 도를 닦고 평등법을 실천했습니다. 어떻습니까? 대왕이여, 대왕께서 멀리서 그 사람이 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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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을 본다면 그 때도 '저 사람은 내 종이 아닌가'라고 생각하시겠습니까?”
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그가 오는 것을 본다면 저는 마땅히 일어나 맞이하고 앉기를 청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것이 어찌 사문이 현세에 얻는 과보가 아니겠습니까?”
왕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이것은 사문이 현세에 얻는 과보입니다.”
“다시 대왕이여, 만일 왕의 경계 안에 살면서 왕의 창고에서 주는 것을 먹고 사는 나그네가 왕이 보름날 달이 찼을 때 머리 감고 목욕한 뒤 높은 전각에 올라가 모든 채녀와 더불어 5욕을 즐기는 것을 보았다면 그는 이렇게 생각했을 것입니다.
'아아, 저 분 행위의 과보가 이와 같은 것인가? 이것이 바로 행의 과보라는 것을 누가 알 수 있겠는가?'
그리고 그는 뒷날 수염과 머리를 깎고 3법의를 입고 집을 나가 도를 닦고 평등법을 실천했습니다. 어떻습니까? 대왕이여, 대왕께서 만일 멀리서 그 사람이 오는 것을 본다면 그 때도 '저 사람은 나의 녹을 먹던 나그네가 아닌가' 하고 생각하시겠습니까?”
왕이 말했다.
“아닙니다. 만일 그가 멀리서 오는 것을 본다면 저는 마땅히 일어나 맞이하여 예경하고 인사한 뒤 앉기를 청할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대왕이여, 이것이 사문이 현세에 얻는 과보가 아니겠습니까?”
왕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현세에서 얻는 사문의 과보입니다.”
“다시 대왕이여,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이 이 세상에 나타나면 내 법에 들어오는 자는 결국에는 3명(明)으로써 모든 어둠을 멸하고 큰 지혜의 광명을 낼 것이니, 이른바 누진지증(漏盡智證)이 그것입니다. 무슨 까닭인가? 그것은 부지런히 정진하고 전념하여 잊지 않으며 조용히 혼자 지내기를 즐기고 방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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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어떻습니까? 대왕이여, 이것이 사문이 현세에서 얻는 과보가 아니겠습니까?”
왕이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실로 그것은 사문이 현세에 얻는 과보입니다.”
그 때 아사세왕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 숙여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오직 원컨대 세존이시여, 저의 뉘우침을 받아 주소서. 저는 미치광이이고 어리석고 어둡고 무식합니다. 저의 아버지 병사왕은 법으로써 다스리고 교화하여 치우치거나 억울하게 한 일이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5욕에 미혹하여 사실은 부왕(父王)을 해쳤습니다. 오직 원컨대 세존이시여, 사랑하고 불쌍히 여기시어 저의 참회를 받아 주소서.”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어리석고 어둡고 무식한 짓을 했지만 이제 스스로 잘못을 뉘우치고 있습니다. 그대는 5욕에 미혹하여 끝내 부왕을 해쳤습니다. 그러나 이제 현성의 법 가운데서 능히 허물을 뉘우친다면 곧 스스로 이익되고 편안할 것입니다. 나는 그대를 불쌍히 여겨 그대의 참회를 받아들이겠습니다.”
그 때 아사세왕은 세존의 발에 예배한 뒤 돌아와 한쪽에 앉았다. 부처님께서는 그를 위해 설법하고 가르쳐 보여 이롭게 해 주고 기쁘게 해 주셨다. 왕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곧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이제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며 승가에 귀의합니다. 제가 정법 가운데서 우바새가 되는 것을 허락하소서. 저는 지금부터 목숨이 다할 때까지 살생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으며 음탕하지 않고 속이지 않으며 술을 마시지 않겠습니다. 오직 원컨대 세존과 모든 대중들께서는 내일 저의 공양청을 받아 주소서.”
그러자 세존께서는 잠자코 그것을 허락하셨다. 왕은 부처님께서 잠자코 허락하시는 것을 보고 곧 일어나 부처님께 예배하고 세 번 돌고 돌아갔다. 그가 떠난 지 오래지 않아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 아사세왕은 죄가 줄어들어 무거운 재앙에서 빠져 나왔다. 만일 아사세왕이 그 아버지를 죽이지만 않았더라면 이 자리에서 곧바로 법안(法眼)의 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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끗함을 얻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사세왕이 오늘 스스로 참회하여 죄가 줄어들고 무거운 재앙에서 빠져나왔다.”
그 때 아사세왕은 돌아오는 길에 수명 동자에게 말했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너는 이제 내게 많은 이익을 주었다. 너는 먼저 '여래께서는 가르쳐 주고 깨우쳐 주신다'고 찬탄하였고, 그런 뒤에 나를 이끌고 세존께 가서 지혜가 열려 깨달음을 얻게 해 주었다. 나는 너의 은혜를 깊이 새겨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그 때 왕은 궁중으로 돌아와 온갖 맛있는 음식을 장만하였고 이튿날 때가 되자 '성인이시여, 때를 아소서' 하고 알려드렸다. 그 때 세존께서는 옷을 입고 발우를 들고 모든 제자 1,250명과 함께 왕궁에 나아가 자리에 앉으셨다. 그러자 왕은 손수 음식을 권하면서 부처님과 스님들을 공양했다. 공양을 마치자 발우를 거둔 뒤 손 씻을 물을 돌린 다음 세존의 발에 예배하고 아뢰었다.
“저는 이제 몇 번이고 잘못을 뉘우칩니다. 저는 미치고 어리석고 어두우며 무식했습니다. 저의 아버지 마갈(摩竭)의 병사왕은 법으로써 다스리고 교화하여 치우침이 없었고 억울하게 한 일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5욕에 미혹하여 사실 부왕을 해쳤습니다. 오직 원컨대 세존이시여, 사랑하고 가엾게 여기시어 저의 참회를 받아 주소서.”
부처님께서 왕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어리석고 어둡고 무식하여 5욕에 미혹되어 부왕을 해쳤습니다. 그러나 이제 현성의 법 가운데서 능히 참회하니 곧 스스로 이익될 것입니다. 나는 이제 그대를 가엾게 여겨 그대의 참회를 받아들이겠습니다.”
이 때 왕은 부처님의 발에 예배한 뒤 작은 자리 하나를 가지고 와서 부처님 앞에 앉았다. 부처님께서는 그를 위해 설법하고 가르쳐 보여 이롭게 해 주고 기쁘게 해 주셨다. 왕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들은 뒤 또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이제 몇 번이고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며 승가에 귀의합니다. 오직 원하옵건대 제가 정법 가운데서 우바새가 되는 것을 허락하여 주소서. 저는 지금부터 목숨이 다할 때까지 살생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으며 음탕하지 않고 속이지 않으며 술을 마시지 않겠습니다.”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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