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일아함경-1240-248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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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문들은 스스로 범천에게서 태어났다고 일컫습니다. 지금 사문 구담께서는 무엇이라 주장하시겠습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범지여, 알라. 사람이 혼인할 때라면 반드시 호귀(豪貴)한 성을 구할 것이다. 그러나 나의 바른 법에는 높거나 낮고 옳고 그른 이름과 성이 없느니라."
범지는 다시 아뢰었다.
"어떻습니까, 구담이시여. 타고난 성이 청정해야 법이 청정한 것 아닙니까?"
"너는 무슨 이유로 법이 청정한 것은 타고난 성이 청정하기 때문이라 하는가?"
"여러 바라문들은 제각기 '우리 성이 가장 뛰어나고 이보다 나은 것은 없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혹은 성이 희다고 하고 혹은 성이 검다고 하며, 바라문들은 스스로 '범천에게서 태어났다'고 일컫는 것입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만일 찰리 처녀가 바라문 집에 시집가서 사내를 나았다면 그 아이는 어느 성을 따라야 하겠는가?"
범지는 아뢰었다.
"그는 바라문 종족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왜냐 하면 아버지가 정기를 주어 그 아이가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만일 바라문 처녀가 찰리 집에 시집가서 사내를 낳았다면 그 아이는 어느 성을 따라야 하겠는가?"
범지는 아뢰었다.
"그는 찰리 종족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왜냐 하면 아버지가 정기를 주어 그 아이가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깊이 사유한 뒤에 내게 대답하라. 지금 너의 말은 앞뒤가 서로 맞지 않다. 어떤가? 범지여, 가령 나귀가 말의 꽁무니를 쫓아가 새끼를 낳았다면 그것을 말이라 하겠는가, 나귀라 하겠는가?"
범지는 아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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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종류는 나귀말[驢馬]이라 할 것입니다. 왜냐 하면 나귀의 정기로 말미암아 새끼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깊이 사유한 뒤에 내게 대답하라. 너는 아까 '찰리 처녀가 바라문에게 시집가서 아이를 낳으면 바라문 종족이다'고 말하더니, 지금은 '나귀가 말을 쫓아가 새끼를 낳으면 나귀말이다'고 말하니, 그것은 앞의 말과 어긋나지 않는가? 그리고 또 범지여, 만일 말이 나귀를 좇아가 새끼를 낳았다면 이름을 무엇이라고 하겠는가?"
범지는 아뢰었다.
"말나귀[馬驢]라고 부를 것입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어떤가, 범지여. '말나귀'와 '나귀말'이 무엇이 다르겠는가? 만일 어떤 사람이 '보배 한 섬'이라 말하고 또 어떤 사람은 '한 섬의 보배'라고 말한다면 이 두 가지 말뜻에 다른 점이 있는가?"
범지는 아뢰었다.
"그것은 같은 뜻입니다. 왜냐 하면 '보배 한 섬'과 '한 섬의 보배'는 그 뜻이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러므로 말나귀와 나귀말은 그 뜻이 같으니라."
범지는 아뢰었다.
"사문 구담께선 그렇게 말씀하시지만 바라문들은 '우리 성이 가장 뛰어나니 우리보다 나은 자는 없다'고 스스로 일컫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먼저는 그 어머니를 칭찬하더니 뒤에는 다시 그 아버지를 칭찬하는구나. 그러면 만일 그 아버지도 바라문종족이요 그 어머니도 바라문 종족으로서 그들이 두 아이를 낳았다고 하자. 그 중 한 아이는 온갖 기술이 많고 보지 못한 일이 없으며, 둘째 아들은 아는 것이 없다면, 그 때 그 부모는 어느 아들을 정중히 대하겠는가? 지혜로운 아들이겠는가, 아무 것도 모르는 아들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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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지는 아뢰었다.
"그 부모는 덕이 높고 총명한 아들을 정중히 대할 것이요, 지혜 없는 아들은 정중히 대하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 하면 그 한 아들은 모르는 일이 없고 익숙하지 않은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그 아들을 정중히 대할 것이요, 무지한 아들은 정중히 대하지 않을 것입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만일 그 두 아들 중에서 총명한 아들은 살생과 도둑질과 음행 따위의 열 가지 악한 법을 행하고, 총명하지 않은 아들은 몸과 입과 뜻의 행에 있어 열 가지 선한 법을 잘 지켜 하나도 범하는 일이 없다면, 그 부모는 어느 아들을 정중히 대하겠는가?"
범지는 아뢰었다
"그 부모는 응당 열 가지 선을 행하는 아들을 정중히 대할 것입니다. 선하지 않은 짓을 하는 사람을 정중히 대해 뭣하겠습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먼저는 많이 들음을 칭찬하더니 뒤에는 그 계율을 칭찬하는구나. 어떤가? 범지여, 또 두 아들이 있다고 하자. 한 아들은 아버지는 온전한데 어머니가 온전하지 못하며, 한 아들은 아버지는 온전하지 못한데 어머니가 온전하다. 어머니는 온전한데 아버지가 온전하지 못한 그 아들은 익숙하지 않은 일이 없고 경전과 주술을 널리 알며, 아버지는 온전한데 어머니가 온전하지 못한 두 번째 아들은 널리 배우지는 못하였으나 열 가지 선만은 지킨다면, 그 부모는 어느 아들을 정중히 대하겠는가? 어머니는 깨끗한데 아버지는 깨끗하지 못한 이를 정중히 대하겠는가, 혹은 아버지는 깨끗한데 어머니가 깨끗하지 못한 이를 정중히 대하겠는가?"
범지는 아뢰었다.
"응당 어머니가 깨끗한 아들을 정중히 대할 것입니다. 왜냐 하면 그는 경서와 온갖 기술을 널리 알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아버지는 깨끗한데 어머니는 깨끗하지 못한 두 번째 아들은, 비록 계율은 가졌으나 지혜가 없으니 결국 어디에 쓰겠습니까? 들음이 있으면 반드시 계율은 있는 법입니다."
부처님께서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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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먼저는 아버지가 깨끗한 것을 찬탄하고 어머니가 깨끗한 것은 찬탄하지 않더니, 지금은 어머니가 깨끗한 것을 찬탄하고 아버지가 깨끗한 것은 찬탄하지 않는구나. 또 먼저 들음의 덕을 찬탄했다가 뒤에 계율의 덕을 찬탄하더니, 다시 이제는 계율을 찬탄했다가 뒤에서야 들음을 찬탄하는구나.
어떤가? 범지여, 만일 그 범지의 두 아들 중에 한 아들은 널리 배우고 들음이 많은데 겸하여 열 가지 선을 가졌고, 그 둘째 아들은 지혜는 있지만 겸하여 열 가지 악을 행한다면 그 부모는 어느 아들을 정중히 대하겠는가?"
범지는 아뢰었다
"아버지가 깨끗하고 어머니가 깨끗하지 못한 아들을 정중히 대할 것입니다. 왜냐 하면 그는 온갖 경전을 널리 보고 온갖 기술에 밝으며 아버지의 깨끗함으로 말미암아 그런 아들이 태어났기 때문이며, 또 겸하여 열 가지 선을 행해 범하는 일이 없고 모든 덕의 근본을 두루 갖추었기 때문입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너는 처음에는 그 성을 말했고, 다음에는 들음을 말하면서 성을 말하지 않았고, 다음에는 다시 계율을 말하면서 들음을 말하지 않았고, 뒤에는 다시 들음을 말하면서 계율을 말하지 않았다. 네가 지금 그 부모와 들음과 계율을 찬탄하는 것이 어찌 앞의 말과 어긋나지 않는가?"
범지는 아뢰었다.
"사문 구담께서는 비록 그렇게 말씀하시지만 바라문들은 '우리 성이 가장 뛰어나니 우리보다 나은 자는 없다'고 스스로 일컫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혼인을 하는 경우라면 성을 논하겠지만 나의 법 안에서는 그런 법이 없다. 너는 혹 먼 변방에 있는 나라와 또 다른 변방 사람들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범지는 아뢰었다.
"예,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그 나라 백성들에게는 두 가지 종성이 있다. 그 두 가지란, 첫째는 평민이요, 둘째는 노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성도 일정하지 않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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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지는 여쭈었다.
"어떻게 일정하지 않습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먼저는 평민이었다가 뒤에 노예가 되고, 혹은 먼저는 노예였다가 뒤에 평민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중생 무리는 모두 동일한 종류로서 차이점이 없느니라.
범지여, 천지가 모두 무너져 이 세상이 텅 비게 될 때에는 산과 강과 석벽과 초목들은 모두 불타 없어지고 사람도 또한 다 죽고 만다. 그러다가 천지가 다시 이루어지려 할 때에는 하루·한달·한해·세월 등의 한정이 없느니라.
그 때 광음천이 이 세상으로 온다. 그 광음천들은 복덕이 차츰 다해 순수한 광명이 없어지면 서로를 바라보다가 곧 욕심을 일으킨다. 그래서 욕심이 지나치게 많은 이는 곧 여자가 되고 욕심이 적은 이는 남자가 되어 서로 서로 정을 통해 곧 아이를 배게 된다.
이 인연으로 말미암아 최초로 사람이 있게 되고, 계속해서 네 종류의 성이 생겨 천하에 퍼진다. 이런 사실로 보더라도 사람은 모두 찰리 종족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느니라."
그 때 범지는 아뢰었다.
"그만 두소서, 그만 두소서. 구담이시여, 마치 꼽추의 등을 펴주고 장님의 눈을 띄워주며 어둠 속에 있는 이에게 등불을 주는 것처럼, 사문 구담께서도 그와 같이 무수한 방편으로 저를 위해 설법하셨습니다. 저는 이제 사문 구담께 귀의합니다. 원컨대 저를 위해 설법하시고 제가 우바새 되는 것을 허락하소서."
그 때 범지는 다시 세존께 아뢰었다.
"원컨대 여래께서는 저의 초청을 받아주시어 비구들을 데리고 우리 집으로 오소서."
세존께서는 잠자코 허락하셨다.
이 때 범지는 세존께서 잠자코 청을 받아주심을 보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땅에 엎드려 발아래 예배하고 이내 물러갔다.
그는 집에 돌아가 음식을 장만하였고, 온갖 자리를 펴고 향수를 땅에 뿌리...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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