맺힌 것을 푸는 것(20)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아 난 : 세존이시어, 부처님께서 둘째 뜻을 말씀하시오나 세상에서 맺힌 것 푸는 사람들을 보건댄 맺힌 근원을 알지 못하면 풀지 못하리이다. 세존이시어, 나와 이 회중에 있는 처음 배우는 성문들도 역시 그러하여 끝없는 옛적부터 무명으로 더불어 함께 나고 함께 없어지고 하였사오매 비록 많이 들은 선근(善根)으로 말미암아 이렇게 출가는 하였사오나 마치 하루거리 학질 같사오니 바라건대 크신 자비로 생사에 헤매는 것을 어여삐 여기옵소서. 오늘날 이 몸과 마음이 어찌하여 맺혔사오며 어찌하면 풀겠나이까. 오는 세상에 고생받을 중생들로도 바퀴돌듯 하는데서 벗어나 삼계에 떨어지지 않게 하소서.
이 말을 마치고 대중들과 다섯 활개를 땅에 엎드리고 눈물을 흘리며 정성을 다하여 부처님께서 깨우쳐 주시기를 기다리었다.
그 때에 부처님께서 아난과 여러 배우는 이들을 딱하게 생각하시며 오는 세상 여러 중생들을 위하여 출세할 인연을 만들며 장래의 눈을 삼고자하사 염부단 금빛 같으신 손으로 아난의 정수리를 만지시니 즉시에 시방의 여러 세계가 여섯가지로 진동하며 그 세계에 계시는 티끌같이 많은 부처님께서 각각 정수리로 보배광명을 놓으시니 그 광명이 한꺼번에 여러 세계로부터 기타숲으로 모여와서 부처님의 정수리에 대시니, 여러 대중들이 처음봄을 얻었다.
이 때에 아난과 대중들은 시방에 계신 여러 부처님께서 같은 말씀으로 법문하시는 것을 들었다.
여러 부처님 : 좋다, 아난아. 네 몸과 함께 난 무명이 너로 하여금 생사에서 헤매게 하는 맺힌 뿌리를 알고자 할진댄 오직 너의 六根이라 다른 것이 아니며 또 위없는 보리가 너로 하여금 즐겁고 자유롭고 고요하고 항상한 이치를 증득하게 할 것을 알고자 할진댄 역시 너의 六根이라 다른 것이 아니니라.
아난이 비록 이러한 법문을 들었으나 오히려 분명하게 알지 못하여 머리를 조아리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아 난 : 어찌하여 나로 하여금 생사에서 헤매게 하는 것과 즐겁고 항상함을 얻게 하는 것이 다 같은 육근이라, 다른 것이 아니라 하시나이까.
부처님 : 根과 塵이 근본이 같고 얽매이고 벗어나는 것이 둘이 아니며 인식하는 성품이 허망하여 허공의 꽃과 같느니라. 아난아, 진으로 말미암아 알음알이를 내고 근으로 모양이 있는 것이니, 모양과 보는 것이 제 성품이 없어서 기대어 서있는 갈대와 같느니라.
그러므로 네가 지금 알고 보고 하는데 안다는 생각을 내면 무명의 근본이요, 알고 보고 하는데 본다는 소견이 없으면 곧 열반의 번뇌없고 참된 것이니 이 가운데 어찌 다른 물건을 용납하겠느냐.
이 때에 부처님이 이 뜻을 다시 펴려하사 게송(偈頌)으로 말씀하시었다.
참된성품 가운덴 有爲法이 없건만 인연으로 생기매 요술같이 허망해
하염없는 법이란 生도滅도 없어서 진실하지 못함이 허공꽃과 같으네
허망함을 말하여 참된성품 나투면 두가지가 모두다 허망하게 되오리
참된것도 아니오 아닌것도 아니니 보는것가 볼것가 말할것도 없겠네
중간이란 그것이 참된성품 없으매 기대서는 갈대가 서있는것 같다나
맺는것과 푸는것 그인연이 한가지 성인이나 범부나 두갈랫길 없다네
기대섰는 갈대의 그성품을 보느냐 있는것도 아니오 없는것도 아니니
아득하여 모르면 無明이라 말하고 밝게 깨달는것을 해탈이라 한다오
맺힌것을 풀려면 차례차례 하나니 여섯근을 다풀면 하나까지 없어져
六根에서 골라서 圓通한根 가리면 성인축에 들어서 위없는각 이루리
아타나識 그모양 알아보기 어려워 익혀오는 저습기 폭포수가 되고녀
眞性인지 아닌지 모를까봐 두려워 오늘까지 한번도 말을 하지않았네
내마음인 여기서 또내마음 찾으면 요술아닌 그법이 요술법이 되려니
안찾으면 요술법 아닌것도 없거니 없는데서 어떻게 요술법이 생기랴
이를일러 이름을 연꽃같이 묘하고 금강같이 굳으신 보배로운 覺이며
요술같이 허망한 삼마제라 하나니 손튕기는 동안에 無學 뛰어넘으리
이세상에 다시는 비길데가 없을새 이것을 아비달마 법이라고 하나니
시방세계에 계신 여러 바가범께서 이한길로 열반에 들어가는 문일세.
이 때에 아난과 대중이 부처님께서 자비하게 일러주시는 기야와 가타(伽陀)의 문장이 아름답고 이치가 미묘함을 듣잡고 마음눈이 환하게 열리어 처음봄을 찬탄하면서 합장하여 정례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아 난 : 내가 지금 부처님께서 자비하게 말씀하시는 깨끗하고 묘하고 항상한 참된 법문을 들었사오나, 아직도 여섯이 풀리면 하나까지 없어지는 매듭 푸는 차례를 알지 못하오니 바라옵건댄 크신 자비로 우리들과 이 다음 사람들을 다시 어여삐 여기사 법문을 말씀하시어 깊은 번뇌를 씻어주소서.
그 때에 부처님께서 사자좌에 앉으사 열반승(內衣)를 바르게 하시며 승가리(大衣)를 여미시고 칠보(七寶)로 만든 책상을 끌어 당기시어 그 위에 있는 겁바라천이 바친 비단수건을 드시어 대중 앞에서 한매듭을 맺으시고 아난에게 보이시면서,
부처님 : 이것을 무엇이라 하느냐.
아난과 대중 : 그것은 매듭이로소이다.
부처님께서 또 한매듭을 맺으시고,
부처님 : 이것은 무엇이냐.
아난과 대중 : 그것도 매듭이로소이다.
이렇게 차례차례로 여섯 매듭을 맺으시면서 한매듭을 맺으실 적마다 아난에게 보이면서 “이것은 무엇이냐”고 물으신대, 아난과 대중은 번번이 “그것도 매듭이로소이다”하고 대답하였다.
부처님 : 내가 처음 수건 맺은 것을 네가 매듭이라 하였나니 이 비단수건은 본래 하나이어늘 어찌하여 둘째, 셋째를 모두 매듭이라고 하느냐.
아 난 : 세존이시어, 이 疊華를 짜서 만든 수건이 본래는 하나이지마는 내가 생각하오니 부처님께서 한번 맺으시면 한매듭이라 하고 백번 맺으시면 백매듭이라 할것이온데, 이제 이 수건은 다만 여섯매듭뿐이어서 일곱매듭은 되지 못하고 다섯은 지냈삽거늘 부처님께서는 어찌하여 첫매듭만 인정하시고, 둘째 셋째는 매듭이라 하지 아니하려 하나이까.
부처님 : 아난아, 이 수건은 본래 하나이어늘 내가 여섯번 맺어서 여섯매듭이란 이름이 있게 되었느니라. 네가 자세히 살펴보라. 수건 자체는 같건마는 맺음으로 인하여 매듭이 다르게 되었으니 첫 번 맺은 것을 첫매듭이라 하고 이리하여 여섯째 매듭이 생겼은즉 내가 이제 이 여섯째 매듭을 가져서 첫매듭이라 하면 될 수 있겠느냐.
아 난 : 아니니이다, 세존이시어. 여섯매듭이 그냥 있으면 이 여섯째 매듭이 첫매듭 될 수가 없나이다. 내가 비록 여러생을 두고 변명하온들 어떻게 여섯매듭의 이름을 바꿀 수가 있겠나이까.
부처님 : 그러니라. 여섯매듭이 같지 아니하나, 근본을 따져보면 한 수건으로 된 것이언만 그 매듭을 섞이게 할 수 없듯이 너의 육근도 그와 같아서 필경 같은데서 필경 다른 것이 되었느니라.
아난아, 네가 이 여섯매듭이 제각기 있는 것을 싫어하여, 하나 되기를 원할진댄 어떻게 하여야 하겠느냐.
아 난 : 이 매듭들이 그냥 있으면 시비(是非)하는 말이 어지러이 일어나서 이 매듭은 저 매듭이 아니오, 저 매듭은 이 매듭이 아니라 할 것이오니, 부처님께서 모두 풀어서 한매듭도 없게 하오면 이것이라 저것이라 할 것이 없어서 하나랄 것도 없삽거늘 여섯이 어디에 있사오리까.
부처님 : 여섯이 풀리면 하나까지 없어지는 것도 역시 그러하니라. 너의 끝없는 본 마음이 미치고 어지러워 알고 보는 것이 허망하게 생기었고 허망한 것 생기는 것이 쉬지 아니하여 보는 것이 피로하여져서 티끌이 생기나니 마치 눈이 피로하여지면 고요하고 밝은데서 까닭없이 헛꽃이 어지러이 일어나는 것 같이 이 세상의 산과 강과 땅과 나고 죽는 것과 열반이란 것이 모두 미치고 피로하여서 생기는 뒤바뀐 헛꽃이니라.
아 난 : 이 피로하여진 것이 매듭 같사올진댄 어찌하여야 풀겠나이까.
부처님께서 맺은 수건을 손에 드시고 왼쪽으로 당기면서,
부처님 : 아난아, 이렇게 하면 풀수 있겠느냐.
아 난 : 못하나이다, 세존이시어.
부처님께서 손에 드신 매듭을 다시 오른쪽으로 당기면서,
부처님 : 아난아, 이렇게 하면 풀수 있겠느냐.
아 난 : 못하나이다, 세존이시어.
부처님 : 아난아, 내가 지금 왼쪽으로 당기고 오른쪽으로 당기어서 풀지 못하였으니, 네가 방편을 내어라. 어떻게 하면 풀겠느냐.
아 난 : 세존이시어, 매듭 복판에서 풀어야 풀리겠나이다.
부처님 : 아난아, 그러니라. 매듭을 풀려면 매듭 복판에서 풀어야 하느니라. 아난아, 불법이 인연으로 좇아 난다고 말한 것은 세간에서 화합으로 생기는 거칠은 모양을 말한 것이 아니니라. 여래는 세간법과 출세간법을 잘 알아서 그 원인이 무슨 반연으로 생기는 것을 알며, 또 항하사 같이 많은 세계에 내리는 빗방울 수효를 알고 앞에 있는 소나무는 곧고 멧대추나무는 굽고 따오기는 희고 까마귀는 검은 것을 모두 그 원인을 아느니라.
그러므로 아난아, 네 마음대로 육근(六根)에서 가리어 보아라. 근의 맺힌 데가 풀리면 六塵도 저절로 사라질 것이니 모두 허망한 것이 사라져 없어지면, 참된 성품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냐.
아난아, 이 겁바라천이 바친 수건이 지금 여섯매듭이 맺혔으니 한꺼번에 풀어 버릴 수 있겠느냐.
아 난 : 아니니이다, 세존이시어. 이 매듭이 원래 차례차례 맺힌 것으로 지금 차례차례로 풀어야 하나이다. 여섯매듭의 본체는 같지마는 맺히던 때가 같지 않삽거늘 풀릴때엔들 어떻게 한꺼번에 풀수 있겠나이까.
부처님 : 육근을 풀어버리는 것도 역시 그러하니, 이 근이 처음 풀리면 먼저 나라는 것이 空함을 얻고, 空한 성품이 두렷이 밝아지면 법에서 解脫하게 되고, 법에서 해탈한 뒤에 모두 空하였다는 것 까지도 나지 아니하여야, 이것을 보살들의 삼마제로 좇아 무생법인을 얻는 것이라 하느니라.
출전 : 수능엄경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수릉엄경(首楞嚴經)'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육근(六根) 원통(22) (0) | 2015.03.29 |
---|---|
육진(六塵) 원통(21) (0) | 2015.03.23 |
업을 짓는 근본(19,수능엄경) (0) | 2015.03.10 |
인행때의 마음(18,수능엄경) (0) | 2015.03.04 |
인연이란 의심을 끊다(17,수능엄경) (0) | 2015.0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