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현재인과경-60-12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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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자는 물었다.
‘당신은 어떤 꿈을 꾸었습니까?’
야수다라는 자세히 꾸었던 일을 설명하는지라 태자는 말하였다.
‘달은 아직도 하늘에 있고, 어금니도 빠지지 않았으며 팔도 아직 있습니다. 모든 꿈이란 거짓이어서 진실이 아닌 줄 알아야 하리다. 당신은 이제 쓸데없이 두려워하지 마시오.’
야수다라는 또 태자에게 말하였다.
‘제가 스스로 꿈을 꾼 일을 헤아려 볼 것 같으면, 반드시 이는 태자께서 집을 떠나는 조짐이십니다.’
태자는 또 대답하였다.
‘당신은 편히 잠이나 잘 것이요, 그런 염려는 하지 마시오. 반드시 당신에게 상서(祥瑞)롭지 못한 일은 없게 되리라.’
하므로, 야수다라는 이 말을 듣고, 곧 도로 잠을 자는지라, 태자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두루 기녀들과 야수다라를 살펴보매 모두가 마치 나무로 만든 사람들과 같았고 파초의 속이 굳거나 차지 않음과 같았는데, 혹은 악기의 위에 엎드려 있기도 하고 팔다리를 땅에 드리워 있기도 하고 다시 서로가 베개 삼아 누워 있기도 하고 콧물과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입 속에서 침이 흘러나오기도 하였으며, 또 다시 두루 아내와 기녀들을 자세히 살펴보았더니, 그의 형체에는 터럭과 손톱 발톱ㆍ골수ㆍ뇌ㆍ뼈ㆍ이ㆍ해골ㆍ피부ㆍ살ㆍ힘줄ㆍ맥ㆍ기름ㆍ피ㆍ심장ㆍ허파ㆍ지라ㆍ콩팥ㆍ간ㆍ쓸개ㆍ소장ㆍ대장ㆍ밥통ㆍ똥ㆍ오줌ㆍ눈물이며 침이 보였는데, 바깥이 가죽 주머니로 되어 가운데에 더러운 것이 담겨져서 하나도 기특할 만한 것은 없었거늘 억지로 향을 바르고 꽃과 비단으로 꾸몄다. 마치 빚졌다가 도로 갚는 것과 같아서 역시 오래할 수 없었으므로, ‘백년 동안의 목숨을 누어서 그 반을 소비하고, 또 근심과 괴로움이 많아서 그 즐거움을 얼마 되지 않는다. 세상 사람들은 어찌하여 항상 이런 일을 보면서도 깨치지를 못하며, 또 그 속에서 음욕에 탐착하는 것일까? 나는 이제 옛날의 모든 부처님들께서 닦으셨던 행을 배워야겠으며, 서둘러서 이 큰 불더미를 멀리하여야 하겠구나.’
그 때 태자는 이를 생각하여 마치고 5경(更)이 되었는데, 정거 천왕과 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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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세계의 하늘들이 허공에 가득히 차서 함께 소리를 같이하여 태자에게 말하였다.
‘안팎의 권속들이 모두 다 혼곤히 잠을 자고 있으니, 지금이 집을 떠날 때입니다.’
그 때에 태자는 즉시 스스로 가서 차익에게 도착하는데, 하늘들의 힘 때문에 차익이 저절로 깨어나므로 말을 하였다.
‘너는 나를 위하여 건척을 차리어서 오도록 하라.’
그 때에 차익은 이 말을 듣고 나서 온몸을 떨면서 마음에 머뭇거렸나니, 첫째는 태자의 명령을 어기지 않으려는 것이요, 둘째는 왕의 칙명이 엄함을 두려워하였기 때문이니라.
한참 생각을 하며 있다가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였다.
‘대왕의 인자하신 칙명이 이렇게 엄하거늘, 또한 지금은 유람을 하실 때도 아니며, 또 적을 항복 받는 날도 아니옵니다. 어찌하여 이 5경인 밤중에 갑자기 말을 찾으십니까? 어디를 가려 하십니까?’
태자는 또 다시 차익에게 말하였다.
‘나는 이제 일체 중생들을 위하여 번뇌의 도둑을 항복받으려는 까닭이니, 너는 이제 나의 이 뜻을 어기지 말지니라.’
그 때에 차익은 소리를 높여 울부짖으면서 야수다라와 여러 권속들에게 태자가 떠나가는 것을 모두가 깨어나 알게 하려 하였지만 그 때에는 하늘들의 신력이었는지라 혼곤히 잠을 그대로 자게 하였으므로, 차익은 말을 끌고 오자, 태자는 천천히 나오면서 차익과 건척에게 말하였다.
‘온갖 은혜와 사랑은 만나면 이별을 하여야 한다. 세간의 일은 쉬이 해낼 수가 있거니와 집을 떠나는 인연이야말로 매우 성취하기 어렵다.’
차익은 듣고 잠자코 말이 없었고, 이에 건척도 다시는 울부짖지 않았다.
그 때에 태자는 새벽 동이 트는 것을 보고 몸의 광명을 내어 시방을 환히 비추고 사자처럼 외쳤다.
‘과거 모든 부처님께서 집을 떠나신 법을 나도 이제 그렇게 하노라.’
이에 여러 하늘들은 말의 발을 바치고 아울러 차익을 붙안고서 석제환인은 일산을 잡고 따르며 여러 하늘들은 곧 성의 북쪽 문이 저절로 열리게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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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서 소리가 없게 하였다.
태자는 이에 문을 따라 나가자 허공의 하늘들은 찬탄하며 따르는데, 그때에 태자는 또 사자처럼 외쳤다.
‘나는 만약 나고ㆍ늙고ㆍ병들고ㆍ죽음과 근심ㆍ슬픔이며 괴로움을 끊지 못하면 마침내 궁중으로 돌아오지 않겠으며, 나는 만약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지 못하거나 또 다시 법의 바퀴를 굴릴 수 없다면 반드시 돌아와 부왕을 만나지 않을 것이며, 만약 은혜와 사랑의 정을 다하지 못하면 끝까지 돌아와 마하파사파제와 야수다라를 만나지 않으리라.’
태자가 이 맹세를 말할 때 허공에서 하늘들은 찬탄하였다.
‘장하십니다. 그 말씀이야말로 반드시 이루시리이다.’
새벽에 이르기까지 갔던 길은 3요자나였으며, 때에 여러 하늘들은 태자를 따라서 이곳까지 와서는 할 일을 다 마쳤는지라 홀연히 나타나지 않았다.
그 때 태자는 점차로 가다가 저 발가 선인(跋伽仙人)이 고행하는 숲 속에 닿았는데, 태자는 이 동산 숲을 보자 고요하고 시끄럽지 않으므로 마음에 기뻐지고 모든 감관이 기꺼워지는지라 곧 말에서 내리며 등을 어루만지면서 말하였다.
‘하기 어려운 일을 너는 하여 마쳤도다.’
또 차익에게 말하였다.
‘말의 행보가 빨라서 마치 큰 금시조왕과 같았거늘 너는 한결같이 따르면서 나의 곁을 떠나지 않았도다. 세간의 사람들은 혹은 착한 마음을 지녔어도 몸은 따르지 않기도 하고, 혹은 몸과 힘은 따르면서도 마음이 맞지 않기도 하는데, 너는 이제 마음과 몸이 모두 다 어김이 없었구나. 또 세간 사람들은 부귀에 있는 이면 다투어서 따르고 받들어 섬기거니와 나는 이미 나라를 버리고 이 숲속으로 왔는데, 오직 너 한 사람만이 혼자서 나를 따른 것이 매우 드문 일이로다. 나는 이제 이미 한가하고 고요한 곳에 이르렀으니, 너는 곧 건척과 같이 함께 궁중으로 돌아갈지니라.’
그 때에 차익은 이 말을 듣고 슬피 울부짖으면서 정신없이 땅에 거꾸러져 어쩔 줄을 몰랐으며, 이에 건척은 보낸다 함을 듣고 무릎을 꿇고 발을 핥으며 눈물을 비오듯 흩리는데, 차익은 대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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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어떻게 차마 태자의 하신 이런 말씀을 듣겠나이까? 나는 궁중에서 대왕의 칙명을 어기고 건척을 차리어서 태자께 드리어 오늘 여기까지 오게 되었기 때문에 반드시 근심하고 괴로워하실 것이며, 궁중 안팎에서도 야단법석일 것이옵니다.
또 여기야말로 여러 험난함이 많고 사나운 짐승과 독충들이 길에 마구 깔려 있거늘 제가 어떻게 태자를 버리고 혼자 궁중으로 돌아가겠나이까?’
태자는 곧 차익에게 대답하였다.
‘세간의 법에서는 혼자 나고 혼자 죽거늘 어찌 또 벗이 있겠느냐. 또 나고ㆍ늙고ㆍ병들고ㆍ죽음의 여러 고통이 있거늘 내가 어찌하여 이것과 함께 벗이 되어야겠느냐. 나야말로 이제 모든 고통을 끊기 위하여 여기까지 온 것이니, 고통이 만약 끊어진 때면 그런 뒤에 일체 중생들과 함께 벗이 되겠거니와 내가 지금에 모든 고통도 아직 끊지 못했으면서 어찌하여 너와 벗이 될 수가 있겠느냐?’
차익은 또 말하였다.
‘태자가 탄생하셔서부터는 깊은 궁중에만 오래 계셨으므로 몸과 손발이 모두 다 부드러우며 잠을 자는 평상과 이부자리는 가늘고 미끄럽지 않음이 없었거늘 어떻게 하루아침에 가시덤불과 기와 부스러기며 진흙을 깔고 나무아래 머무르시겠나이까?’
태자가 대답하였다.
‘진실로 너의 말과 같되 만일 내가 궁중에서 산다 하면 이런 가시덤불의 환난을 면할 수 있거니와 늙고ㆍ병들고ㆍ죽음의 고통만은 마침내 저절로 침범을 당하리라.’
차익은 태자의 이 말을 듣고 슬피 울며 눈물을 흘리면서 잠자코 서 있자, 때에 태자는 차익에게 나아가서 7보의 칼을 잡고 사자처럼 외쳤다.
‘과거의 부처님네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기 위하여 장식과 좋은 것을 버려 버리고 수염과 머리칼을 깎아 없애셨나니, 나도 이제 모든 부처님의 법을 의지해야 하리라.’
이 말을 하여 마치고 곧 보배 관과 상투 속의 명주(明珠)를 벗어서 차익에게 주면서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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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보매 관과 명주를 왕의 발 아래 바치고서 너는 나를 위하여 대왕에게 아뢰기를,(저는 이제 하늘에 나서 즐기려 함도 아니요, 또한 부모에게 불효하려 함도 아니요, 또한 원망하거나 성내는 마음도 없으며 오직 저 나고ㆍ늙고ㆍ병들고ㆍ죽음을 두려워하여 끊어 없애기 위하여 여기까지 왔을 뿐이옵니다)라고 할 것이며, 너는 나를 도와서 따라 기뻐하고 경하할 것이요, 상서로운 일에 다시는 슬퍼하거나 근심을 하지 말라.
부왕께서 만약 나의 지금의 집을 떠남이 아직 시기가 아니라고 말씀하시면, 너는 나의 말로써 대왕께 아뢰기를, (늙고ㆍ병들고ㆍ죽음의 다가옴이 어찌 일정한 시기가 있으며, 사람이 비록 젊고 씩씩하다 한들 어찌 이를 면할 수 있겠나이까)라고 하라.
부왕께서 만약 또 나를 책망하시되, (본래 아들을 두겠다는 약속으로 집 떠나기를 허락하였거늘 이제 아직 아들이 없으면서 어찌하여 떠나갔는냐)라고 하시면, 궁중을 나올 때에 미처 여쭙지 못한 것을 네가 나를 위하여 자세히 부왕에게 여쭙되, (야수다라는 오래부터 이미 임신하였사오니 왕 스스로가 물어 보실 것이오며, 옛날의 칙명이 그와 같으셨으므로 멋대로 한 것이 아니옵니다)라고 하더이다라고 하라.
옛날에 전륜성왕으로서 나라의 자리를 싫어할 이들은 산 숲에 들어가서 집을 떠나 도를 구하다가 중도에 돌아가서 다섯 가지 욕심을 받음이 없었나니 내가 이제 집을 떠나서도 역시 그와 같으리라.
보리를 이루지 못하면 마침내 궁중에 돌아가지 않으리니, 안팎 권속들이 모두 나에게 은혜와 애정이 있을 터이나 너의 변재로써 그들을 위하여 풀이할 것이요, 나에게 멋대로 근심 고통을 내지 않게 하라.’
그리고 태자는 또 다시 몸의 영락을 벗어서 차익에게 주면서 말하였다.
‘너는 나를 위하여 이 영락을 가져다 마하파사파제께 바치면서 아뢰되, (저는 이제 모든 괴로움의 근본을 끊기 위하여 짐짓 궁성을 나왔으므로 이 소원을 채우겠으니, 다시는 저에 대하여 도리어 괴로움을 일으키지 마소서)라고 하더라 하라. 또 몸 위의 그 밖의 꾸미개를 벗어서 야수다라에게 줄 터이니, 또 다시 말하기를 (인생은 세상에서 사랑하면 이별하는 괴로움이 있으므로, 나는 이제 이 여러 괴로움을 끊기 위하여 집을 떠나서 도를 배우는 것....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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