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현재인과경-55-11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51 / 153] 쪽
‘나라는 바로 너의 소유인데 무엇 때문에 근심 걱정을 하면서 언짢아하느냐.’
왕은 또 여러 기녀들에게 엄히 칙명하였다.
‘태자의 뜻을 기쁘게 하기를 밤낮으로 쉬지 말라.’
이 때 백정왕은 비록 하늘의 힘이었고 사람의 일이 아닌 줄 알면서도 태자를 사랑하고 중히 여겨서 말을 않을 수가 없었으며, 마음으로 생각하였다. ‘태자가 전번에 이미 서쪽의 성문으로 나갔으니, 이제는 오직 북쪽 문만이 아직 나가지 않았으므로 그는 반드시 오래지 않아서 다시 나가 유람을 하려 하리라. 다시 그 바깥 동산숲을 장엄하여 갑절 빛나고 곱게 하며, 여러 가지 뜻에 맞지 않은 일이 없게 하여야 하겠다.’
그리고 생각했던 것을 자세히 신하들에게 칙명하였다.
때에 왕은 또 다시 마음으로 원하였다.
‘태자가 혹시 성의 북쪽 문으로 나갈 때에는 오직 원하옵나니, 여러 하늘이시여, 다시는 상서롭지 못한 일을 나타내어 또 저의 아들 마음에 근심과 괴로움이 생기지 않게 하소서.’
드디어 마부에게 칙명하였다.
‘태자가 만약 나가게 되면 말을 타게 하여 사방으로 있게 하여야 하리라.’
이 때에 태자는 왕에게 나가서 유람할 것을 여쭙자 왕은 차마 어기지 못하였으므로, 곧 우타이와 다른 관속들에게 앞뒤에서 인도하고 따르면서 성의 북쪽 문으로 나가서 저 동산에 이르매, 태자는 말에서 내리어 나무에서 머물러 쉬면서 시종들을 물리쳐 버리고 단정히 앉아 생각을 하되 세간의 늙고, 병들고, 죽음의 고통을 생각하였다.
때에 정거천은 변화로 비구가 되어 법복에 바루를 가지고 손에는 석장(錫杖)을 짚고서 땅을 보면서 가다가 태자의 앞에 서자 태자는 본 뒤에 곧 물었다.
‘당신은 바로 어떠한 사람입니까?’
비구가 대답하였다.
‘나는 바로 비구입니다.’
태자는 또 물었다.
[52 / 153] 쪽
‘무엇을 말하여 비구라 합니까?’
‘능히 번뇌의 도둑을 깨뜨리고 후생의 몸을 받지 않나니, 그 때문에 비구라 합니다. 세간은 모두가 다 무상하고 위험하고 무르지만 내가 닦고 배우는 것은 번뇌 없는 거룩한 도인지라 빛깔ㆍ소리ㆍ냄새ㆍ맛ㆍ닿임ㆍ법에 집착하지 아니하고 영원히 함이 없음[無爲]을 얻어 해탈의 언덕에 도달합니다.’
이 말을 하여 마치고 태자의 앞에서 신통력을 나타내어 허공을 날아 떠나 갔다.
이러할 때에 여러 시종하던 관속들은 모두 다 보게 되었는데, 태자는 이미 이 비구를 보았고, 또 널리 집을 떠난 공덕을 말함을 듣고서 그의 옛날부터 품고 있던 세속을 싫어하는 실정에 일치하였으므로 문득 스스로 외쳤다.
‘장하고 장하구나, 천상과 인간 가운데서 오직 이것만이 훌륭한 것이로다. 나는 결정코 이런 도를 닦고 배워야겠다.’
이렇게 말을 하여 마치고 곧 말을 찾아 타고 궁성으로 돌아왔다.
때에 태자는 마음에 기쁨과 경하함이 생겨서 스스로 생각하였다. ‘나는 먼저 늙음과 병듦과 죽음의 고통이 있음을 보고 밤낮 언제나 두려워하며 이 때문에 시달림을 받았더니, 이제야 비구를 보고서 나의 뜻을 깨쳤고 해탈의 길을 보았노라.’
그리고는 곧 스스로 방편을 생각하며 집을 떠날 인연을 찾았다.
그 때 백정왕은 우타이에게 물었다.
‘태자가 이번에 나가서는 즐거움이 있었더냐?’
때에 우타이는 왕에게 대답하였다.
‘태자가 아까 나갈 때 지나는 길에서는 상서롭지 못한 일은 없었고, 동산 안에 이르러서 태자가 혼자 나무 아래 있었사온데, 멀리서 보았더니, 한 사람이 머리칼과 수염을 깎아 없애버리고 물들인 옷을 입고는 태자의 앞에 와서 함께 말을 하다가 말하기를 마치고서 허공을 날아 돌아갔사오나, 끝내 또한 무엇을 말하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태자는 이로 인하여 수레를 차리고 돌아왔사온데, 그러할 때에는 얼굴 모습이 기뻐하더니 궁중으로 돌아와서는 곧 근심 걱정을 하였습니다.’
때에 백정왕은 이 말을 듣고 마음에 의심을 내면서도 역시 이것이 무슨 상
[53 / 153] 쪽
서로운 조짐인가를 몰랐으므로 깊이 괴로워하면서 생각하였다.
‘태자는 틀림없이 집을 버리고 도를 배우겠는데, 또 그 비를 들인 지가 오래이었으나 아들이 없으니, 나는 이제 야수다라에게 칙명하여 방편을 생각해서 나라의 후사가 끊어지지 않게 해야 하겠으며, 또 경계를 하여 태자가 떠나가는데도 모르는 일이 없게 해야겠구나.’
그리고 생각한 대로 곧 야수다라에게 칙명하자, 야수다라는 왕의 칙명을 듣고서 마음에 부끄러워 잠자코 있었으나 가고ㆍ그치고ㆍ앉고ㆍ눕는 데에 태자를 떠나지 아니하였으며, 때에 왕은 또 여러 아름다운 기녀들을 불러 재미있게 즐기게 하였다.
그 때 태자의 나이 열아홉 살이 되자 마음으로 생각하였다.
‘지금이 바로 내가 집을 떠날 때이로구나.’
곧 부왕에게 나아갔는데 위의가 차분함이 마치 제석이 범천에 나아감과 같았는지라 곁의 신하들이 보고서 왕에게 아뢰었다.
‘태자가 지금 대왕에게 오고 계십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근심과 기쁨이 엇섞였는데, 태자가 이르러서 땅에 엎드려 예배하므로 그 때에 부왕은 바로 그를 안아다가 앉게 하였다. 태자는 앉은 뒤에 부왕에게 아뢰었다.
‘은혜와 사랑이 모이면 반드시 이별이 있는 것입니다. 오직 제가 집을 떠나서 도를 배우도록 허락하여 주십시오. 일체 중생이 사랑과 이별의 괴로움을 모두 벗어나게끔 하겠사오니, 반드시 허락하시고 만류하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때에 백정왕은 태자의 말을 듣고 마음으로 크게 괴로워져서 마치 금강으로 산을 깎고 깨뜨리는 것과 같았는지라 온몸이 벌벌 떨리어 본 자리에서 편히 있지 못하다가 태자의 손을 붙잡고 말을 못하면서 슬피 울고 눈물을 흘려 흐느끼며 목이 메었다. 이렇게 하기를 한참 있다가 작은 소리로 말하였다.
‘너는 이제 집을 떠나려는 뜻을 쉬어야 한다. 왜냐 하면 나이가 젊었고 나라에 아직 후사도 없으면서 문득 나를 버리고 더욱 돌보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니라.’
그 때에 태자는 부왕이 눈물을 흘리면서 허락하지 않음을 보고 있던 데로
[54 / 153] 쪽
돌아와서 집을 떠날 것을 생각하며 근심을 하고 언짢아하였다.
그 때 가비라패도국(迦毘羅旆兜國)에서 관상을 잘 보는 사람들은, ‘태자가 만약 집을 떠나지 아니하면 7일을 지난 뒤에는 전륜왕의 위를 얻어서 사천하를 다스리며 7보가 저절로 이르리라’고 점치고는, 저마다 알고 있는 것을 왕에게 가서 아뢰었다.
‘석가 성바지는 이에 바야흐로 흥성하겠습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마음으로 기뻐하면서 곧 여러 신하와 석가 성바지 아들들에게 칙명하였다.
‘너희들도 관상쟁이에게서 이와 같은 말을 들었었느냐. 모두 낮이나 밤이나 태자를 모시고 호위하여야 한다. 성의 네 문에는 문마다 천 명씩 두고 성 밖에 요자나(踰闍那) 안을 둘러싸서 사람들을 배치하여 두고 막고 보호하게 하라’고 하고, 또 야수다라와 여러 내관(內官)들에게 칙명하였다.
‘갑절이나 경계를 더하여 7일을 지나도록 집을 떠나지 못하게 할지니라.’
고 하였으며, 때에 왕은 또 태자의 처소에 와서 닿자 태자는 멀리서 보고 즉시 나아가서 받들어 맞으면서 땅에 엎드려 발에 예배하고 기거(起居)의 문안을 드리므로 왕은 태자에게 말하였느니라.
‘나는 옛날에 이미 아사타의 말과 뭇 관상쟁이며 아울러 여러 가지 신기하고 상서로움도 들었는지라 반드시 너는 세상에 살기를 좋아하지 않는 줄 알고 있다. 나라에 후사는 중한 것이므로 부디 이어받아져야 하나니, 오직 소원은 나를 위하여 너의 한 아들만을 낳아라. 그러한 뒤에 세속을 끊겠다 하면 다시는 반대하지 않으리라.’
그 때에 태자는 부왕의 말을 듣고 생각하였다.
‘대왕께서 몹시 나를 만류하신 까닭은 바로 나라에 후사가 없었던 것이었구나’
그리고는 왕에게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칙명대로 하겠사옵니다.’
그리고는 즉시 왼손으로써 그의 비(妃)의 배를 가리켰는데, 때에 야수다라는 곧 몸에 이상함을 깨달았고 저절로 임신한 것을 알았다.
왕은 태자가 칙명대로 하겠다는 말을 듣고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면서 이
[55 / 153] 쪽
르기를,
‘태자는 7일 안에야 반드시 아이가 있지 못할 것이므로, 만약 이 기간만 지나면 전륜왕의 자리가 저절로 이를 것이며, 다시는 집을 떠나지 않게 되리라.’
그 때 태자는 생각하였다.
‘나는 나이 이미 열아홉에 이르렀다. 지금이 바로 2월이요 또 이는 7일인데, 방편을 써서 집 떠날 것을 생각해야겠구나. 왜냐하면 지금이 바로 때이며, 또 부왕의 소원도 이미 만족시켰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하여 마치고, 몸에서 광명을 내쏘아 사천왕 궁전을 비추고 내지 정거천이 궁전을 비추었으나 인간만은 이 광명을 보지 못하게 하였다.
그 때 여러 하늘들은 이 광명을 보고서 모두가 태자가 집을 떠날 때가 다가왔음을 알고는 곧 내려와서 태자에게 이르러 땅에 엎드려 발에 예배하고 합장하고 아뢰었다.
‘한량없는 겁으로부터 오면서 닦고 행한 바 이 원이 이제야 바로 성숙해진 때입니다.’
이에 태자는 여러 하늘들에게 대답하였다.
‘그대들의 말과 같이 지금이야말로 바로 때입니다. 그러나 부왕께서 안팎의 관속들에게 칙명하여 엄히 막고 지킴을 당하고 있는지라 떠나고 싶어도 갈 수가 없습니다.’
여러 하늘들이 아뢰었다.
‘우리들이 여러 방편을 마련하여 태자를 나가시게 하겠으며, 알아차리는 이가 없게 하겠습니다.’
여러 하늘들은 곧 그의 신통력으로써 여러 관속들을 모두가 다 혼곤히 잠이 들게 하였다.
그 때 야수다라는 누워 잠자는 동안에 세 가지의 큰 꿈을 얻었나니, 첫째의 꿈은 달이 땅에 떨어짐이요, 둘째의 꿈은 어금니가 빠짐이요, 셋째의 꿈은 오른편 팔을 잃어버린 것이었는데 이 꿈을 꾸고 나서 잠결에 놀라 깨어나서 마음에 크게 두려워하면서 태자에게 알리기를
‘저는 잠을 자는 동안에 세 가지의 나쁜 꿈을 꾸었습니다.’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과거현재因果經'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과거현재인과경-65-13 (0) | 2017.06.05 |
---|---|
과거현재인과경-60-12 (0) | 2017.06.01 |
과거현재인과경-50-10 (0) | 2017.05.26 |
과거현재인과경-45-9 (0) | 2017.05.23 |
과거현재인과경-40-8 (0) | 2017.05.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