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국사(普照國師,지눌,僧)

진심의 가는 곳(眞心所往)

근와(槿瓦) 2016. 1. 14. 01:27

진심의 가는 곳(眞心所往)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질문) 진심을 통달하지 못한 사람은 진심을 모르기 때문에 선악의 인(因)을 짓는다. 선의 인을 지음으로써 선도(善道)에 나고 악의 인을 지음으로써 악도에 떨어지는데, 업(業)에 따라 상을 받는 이치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진심을 통달한 사람은 망정(妄情)이 모두 없어지고 진심에 계합하여 선악의 인이 없을 것이니, 죽은 후에 그 영혼은 어디에 의탁하는가?

 

(대답) 의탁할 데가 있는 것이 의탁할 데 없는 것보다 낫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또 의탁할 데가 없는 것은 인간에 떠돌아다니는 방탕한 사람과 같고, 귀신 세계의 주인 없는 외로운 넋과 같다고 하여, 특히 이와 같이 물어서 의탁할 데를 구하는 것이 아닌가?

 

질문자가 말했다.

'그렇다.'

 

내가 다시 말했다.

바탕(性)을 알면 그렇지 않다. 일체 중생들이 각성(覺性)을 모르기 때문에 허망한 정과 사랑하는 생각으로 업을 맺고 인을 삼아 육취(六趣) 중에 나서 선악의 과보를 받는다. 가령 천상의 업이 인이 되어서는 천상의 과보를 받아 마땅히 날 곳을 제하고는 그 나머지는 수용(受用)하지 못한다. 다른 세계도 그와 같아서 그 업을 따르기 때문에, 자기가 태어난 곳을 즐거워하고 태어나지 않는 곳은 즐거워하지 않는다. 자기가 태어난 곳을 자기의 의탁할 곳이라 하고, 남이 태어난 곳을 남의 의탁할 곳이라 한다.

그러므로 허망한 정이 있으면 허망한 인이 있고, 허망한 인이 있으면 허망한 과가 있으며, 허망한 과가 있으면 허망한 의탁할 데가 있다. 또 허망한 의탁할 데가 있으면 피차가 갈라지고, 피차가 갈라지면 옳고 옳지 않음이 있다.

 

지금 진심을 통달하여 생멸이 없는 각성(覺性)에 계합하여 생멸이 없는 오묘한 작용을 일으킨다. 오묘한 실체는 진실하고 영원해서 본래 생멸이 없지만 오묘한 작용은 인연을 따라 생멸이 있는 듯하다. 그러나 실체에서 생긴 작용이므로 작용이 곧 실체인데, 거기에 무슨 생멸이 있을 수 있겠는가.

 

달인(達人)은 곧 진체(眞體)를 증득했는데 생멸이 무슨 상관인가, 그것은 물과 같아서 젖는 성질이 그 실체가 되고 물결이 작용이다. 젖는 성질에는 원래 생멸이 없으므로 물결 속의 젖는 성질에 무슨 생멸이 있겠는가. 그렇지만 물결이 젖는 성질을 떠나 따로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물결에도 생멸은 없다.

 

그러므로 옛사람이 말하였다.

'온 대지가 사문(沙門)의 뛰어난 바른 눈(一隻正眼)이며, 온 대지가 하나의 가람이니, 이것이 깨달은 사람의 안심입명(安心立命)할 곳이다.'

 

이미 진심을 알았으니 사생(四生) 육도(六道)가 일시에 사라지고, 산하대지(山河大地)가 다 진심이므로 이 진심을 떠나서는 따로 의탁할 데가 없다. 이미 삼계(三界)의 허망한 인이 없어졌으므로 반드시 육도의 허망한 과보도 없을 것이다. 허망한 과보가 없어졌는데 무슨 의탁할 데를 말하겠는가. 따로 피차가 없으니 피차가 없다면 무슨 옳고 옳지 않음이 있겠는가.

 

시방세계가 오로지 한 진심이므로 전신으로 수용(受用)하여 따로 의탁할 데가 없고, 또 시현문(示現門) 중에서 마음대로 왕생하여 장애가 없다.

 

<전등록(傳燈錄)>에서 말하였다.

온조 상서(溫操尙書)가 규봉(圭峰)스님에게 묻기를, 이치를 깨달은 사람은 수명이 다하면 어디에 의탁하는가 하니,

 

규봉스님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일체 중생이 모두 신령스럽게 밝은 각성(覺性)을 갖추고 있어 부처와 다름이 없으므로, 그 바탕이 곧 법신(法身)임을 깨달으면 본래 스스로 생이 없는데 무슨 의탁할 데가 있겠는가. 신령스럽게 밝고 어둡지 않아 항상 분명히 알며, 어디서 오지도 않았고 어디로 가지도 않는다. 다만 공적(空寂)으로써 자체를 삼고 육신을 인정하지 말며, 신령스런 앎(靈知)으로써 자기 마음을 삼고 망념을 인정하지 말라. 망념이 일어나더라도 전혀 따르지 않으면 목숨을 마칠 때에도 저절로 그 업이 얽어맬 수 없고, 중음(中陰)이 있더라도 가는 곳이 자유로와 천상이나 인간에 마음대로 의탁한다.'

이것이 곧 진심이 죽은 후에 가는 곳이다.

 

 

출전 : 밖에서 찾지 말라(진심직설,옮긴이 : 법정스님)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