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국사(普照國師,지눌,僧)

진심은 앎이 없다(眞心無知)

근와(槿瓦) 2016. 1. 12. 00:35

진심은 앎이 없다(眞心無知)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질문) 진심과 망심이 사물을 대할 때 진심인지 망심인지 어떻게 분별할 수 있는가?

(대답) 망심은 사물을 대할 때 앎이 있게 알므로, 순경(順境)과 역경에 대해 탓하고 성내는 마음을 일으키고, 그 중간 경계에 대해서는 어리석은 마음을 일으킨다. 어떤 대상에 대해서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의 삼독(三毒)을 일으키면 그것이 망상임을 알 수 있다.

 

조사께서 말씀하였다.

'역경과 순경이 서로 다투는 것은 마음의 병 때문이다.'

그러므로 옳고 그름을 대치시키는 것이 바로 망상임을 알아야 한다.

 

또 만일 진심이라면, 앎이 없이 알아서 평등하고 원만히 비추므로 초목과 다르고, 미워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내지 않기 때문에 망심과 다르다. 어떤 대상을 대하더라도 마음이 비고 밝아 미워하거나 사랑하지 않고, 앎이 없이 아는 것이 진심이다.

 

그러므로 <조론(肇論)>에 말하였다.

'성인의 마음은 미묘하고 형상이 없으므로 있다고 할 수 없고, 쓸수록 더욱 부지런하므로 없다고도 할 수 없다.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알아도 앎이 없고, 또 없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앎이 없이 안다.'

그러므로 앎이 없이 아는 것을 성인의 마음과 다르다고 할 수 없다.\

 

또 망심은 유(有)에서는 유에 집착하고 무(無)에서는 무에 집착하여 항상 양쪽에 치우치므로 중도(中道)를 알지 못한다.

 

영가스님은 말했다.

'망심을 버리고 진리를 취하면, 취하고 버리는 마음이 교묘한 거짓을 이룬다. 배우는 사람들이 바르게 수행할 줄을 몰라 도둑을 자식으로 잘못 알고 있다.'

만일 그것이 진심이라면 유무(有無)에 있으면서도 유무에 떨어지지 않고 항상 중도에 있다.

 

그러므로 조사께서 말씀하셨다.

'인연에도 따르지 않고 공(空)이라는 생각에도 머무르지 않고 한결같이 평등하게 하면 다 저절로 없어진다.'

 

또 <조론>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성인은 유(有)에도 집착하지 않고 무(無)에도 집착하지 않는다. 유무를 취하지 않으면서 또한 유무를 버리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번뇌에 마음의 빛을 섞어 다섯 세상(五趣)으로 두루 돌아다니되, 조용히 갔다가 문득 돌아와 담박하게 함이 없으면서도 하지 않음이 없다.'

 

이것은 성인이 손을 내밀어 사람들을 위해 다섯 세상을 두루 돌아다니면서 중생을 교화할 때, 가고 오고 하더라도 가고 오는 자취(相)가 없음을 말한 것이다. 그러나 망심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진심과 망심은 같지 않다. 또 진심은 평상심(平常心)이고 망심은 평상심이 아니다.

 

(질문) 어째서 평상심이라고 하는가?

(대답) 사람마다 누구나 한점의 신령스런 밝음을 갖추고 있어, 맑기가 허공과 같아 어디나 두루하다. 세속 일에 대해서는 우선 이성(理性)이라 하고, 행식(行識 : 수상행식)에 대해서는 방편으로 진심이라 부른다. 털끝만치도 분별이 없지만 인연을 만나서는 어둡지 않고, 한 생각도 취하고 버림이 없지만 사물에 부딪히면 다 거두어 대상에 따라 옮기지 않는다. 흐름을 따라 오묘함을 얻을지라도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항상 고요하다. 찾으려고 하면 볼수 없는 이것이 진심이다.

 

(질문) 어째서 평상심이 아니라고 하는가?

(대답) 경계에는 성인과 범부가 있고 더럽고 깨끗함이 있으며, 단(斷)과 상(常)이 있고 이치와 일이 있다. 경계에는 생과 멸이 있고 움직임과 고요함이 있으며, 가고 옴이 있고 아름답고 추함이 있으며, 선과 악이 있고 원인과 결과가 있다. 자세히 말하면 천차 만별이 있지만 지금 말한 열가지 상대가 다 평상이 아닌 경계다. 마음은 이 평상(平常)이 아닌 경계를 따라 생기고 또 그 경계를 따라 사라진다. 평상이 아닌 경계의 마음을 앞의 평상의 진심에 대립시키기 때문에 평상이 아닌 마음이라 하고, 진심은 본래 갖추어져 있어 평상이 아닌 경계를 따라 여러가지 차별을 일으키지 않기 대문에 평상의 진심이라 한다.

 

(질문) 진심은 평상해서 다른 인(異因)이 없는데, 어째서 부처님은 인과와 선악의 과보를 말했는가?

(대답) 망심은 여러가지 경계를 따르면서 그 경계들을 알지 못하고 갖가지 마음을 일으킨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 여러가지 인과의 법을 말씀하여 갖가지 망심을 다스리고자 인과를 내세운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진심이라면 여러가지 경계를 따르지 않으므로 온갖 마음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부처님도 여러가지 법을 설하지 않았을 것이니, 거기에 무슨 인과가 있겠는가.

 

(질문) 진심은 평상에서 일어나지 않는가?

(대답) 진심이 때로는 작용하지만 경계를 따라 생기는 것은 아니고, 다만 오묘한 작용으로 유희(遊戱)하여 인과에 어둡지 않을 뿐이다.

 

 

출전 : 밖에서 찾지 말라(진심직설, 옮긴이 : 법정스님)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