死者의 書

머리말(1)

근와(槿瓦) 2015. 11. 20. 00:11

머리말(1)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티베트 사자의 서」라는 이름이 붙혀진 이 「중음천도밀법(中陰薦度密法)」(티베트어로 바르도 쉐돌)교전(敎典)은 신비의 베일 속에만 싸여져 있던 설산(雪山)의 비경 티베트(西藏)에 있어서 일천 수백년동안 전해 내려왔던 금강대승불교(金剛大乘佛敎) 즉 진언밀교(眞言密敎)의 성전(聖典)이다.

 

여기에서 임종, 그리고 죽음으로부터 재탄생(再誕生=轉生· 還生)으로 생을 바꿔가는 이승을 하직한 자의 저승 49일간의 중음 기간에 있어서의 죽은 사람에 대한 천도가 마치 선명한 만달라의 그림풀이처럼 전개되어, 49일의 마지막까지에 걸쳐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이 교전은 죽은 자의 장례를 위한 의전서같은 성격을 띈 것이 아니라 우리들이 길을 떠날 영혼의 실제적인 인도서이며 이 교전없이는 결코 어떤 사람이건간에 해탈을 얻을 수 없다고 하는 귀중한 책인 것이다.

 

우리는 이 인도서에 의하여 인간존재에 있어서 가장 높은 생명의 비밀, 즉 불교에서 말하는 진실법계(眞實法界)와 가장 정수적인 지혜, 즉 무상정변지(無上正遍智)를 발견하고 그리하여 완전한 해탈을 얻어 불타상태(成佛)로 들어가도록 인도받게 되지 않겠는가.

 

「생이란 죽음에서 시작된다」고 이 「바르도 쉐돌」은 주장한다. 이 근거는 종교적 신조에 의하여 뒷받침받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정신생리학적인 「요가」라고 하는 과학에 의하여 「불타 석가모니」그대로의 모습으로 깨달은 의식을 가지고 죽었다가 인간계로 다시 태어났노라고 주장하는 설령(雪領)의 현인(賢人)들의 명확한 입증 위에 세워서 있는 최고의 심령과학이다.

 

영혼이 육체의 모습을 가지는 태어남, 그리고 영혼이 육체의 모습을 갖지 않는 상태의 죽음, 이 두 가지는 서로 다른 것이 아닌 하나인 것이고, 죽음에서 생으로, 생에서 죽음으로 이같이 영혼은 돌고 돈다.

 

누구나가 피할 수 없는 죽음길에 즈음해서 우리가 사후 49일간의 이 중음계(中陰界)를 헤매게 되고 인간의 거의가 깨달음을 얻어 피안(彼岸)으로 건너가서 해탈을 얻지 못하고 다시 이 세상으로 환생하여 나온다고 한다면 이때에 있어서 이 교전이야말로 절대적인 힘을 가지리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겠다. 갓난 아기가 이 세상에 눈을 떠서 이승세계를 배우지 않으면 안되듯 죽은 자는 사후세계에 눈을 떠서 저승세계를 배우지 않으면 안된다.

 

이 「중음천도밀법=바르도 쉐돌」교전이 뚜렷이 제시하고 있는 더없는 비밀은 죽은 자가 실제로 당하는 죽음의 과정동안에 더없는 통찰력과 지혜의 계발, 그리고 그로 말미암아 〈해탈〉을 얻는 최고 가능성을 부여받을 것이라는 점이라 할 것이다.

 

인간은 죽음순간에 가장 높은 정신적 정점(頂點)의 경지[불교용어로는 무상혜(無上慧)]와 가장 정수적인 지혜[불교용어로는 반야·보리·여실지(如實智)]와 완전한 해방[불교용어로는 해탈·열반]경지의 상태에 도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뒤로 바로 종내에는 죽은 자의 영혼을 윤회육도의 어느 한군데의 세계로 다시 태어나게 하기 위해 끌고 가는 별별 환각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마침내 그는 공포에 떨던 나머지 다시 태어나기 위한 어느 자궁(子宮) 한군데로 도망쳐 숨게 되어 기절해 버린다. 그런데 그 자궁이란 불우하게 태어나도 좋으니 인간으로만 태어날 수 있는 인간의 자궁이면 오직 좋으랴만 그가 생전에 저지른 악업이 너무 많거나 하면 어느 추한 동물의 자궁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이같이 자궁 안으로 도피하여 기절해 버림으로서 49일간에 걸친 영혼의 중음 방황길은 끝을 맞게 되고, 이전에 죽은 그의 영혼은 육체를 받아가지고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나서 나타나지 않으면 안된다.

 

중음길의 세계란 우리에게 있어서 공포와 파란에 차있는 세계다. 해탈하여 영원히 복되게 살게 될 불타경지를 얻느냐, 아니면 미계(迷界) 윤회육도의 불행한 세계로 빠지느냐의 두가지 갈림길을 건 수련장이라고도 볼 수 있는 기간이다.

 

그런데 이 「중음천도밀법」에서 천도하려는 목적은 그같이 하여 중음길을 헤매고 있는 죽은 자에게 그 자신의 환각의 성질을 설명해 주어 마치 꿈결속을 헤매는 것과도 같은 몽롱한 상태에 있는 그에게 불법진리의 세계인 진실법계를 깨닫게 해주고, 결코 내보인 일이 없는 가장 높은 생명의 비밀을 우리앞에 보여주면서 우리의 영혼을 정수적 지혜, 즉 부처의 최상지혜인 아누다라삼먁삼보리 안에서 해탈을 얻어 불타의 경지에 이르도록 하는 데에 있다.

 

설사 생전에 높은 종교적 수양이나 명상을 쌓은 일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설사 생전에 오악(五惡)을 범한 무거운 죄를 지은 자라 할지라도 오직 이 「듣는 것만으로서 해탈을 얻도록 천도해주는 더없는 교리」인 「중음천도밀법=바르도 쉐돌」교전은 그 엄청난「무상(無上)의 비밀」을 분명한 모습으로 밝혀 제시해 주고 있다.

 

이 교전을 통하여 우리란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를, 인간의 궁극적 목표는 무엇인가를 알 수 있게 된다.

선학(先學)인 W. Y. 이반즈 웬즈박사는 이 책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이 책이 넌지시 가르쳐주는 바와 같은 참다운 과학적, 요가적 방법에 의한 〈인간이라고 하는 그 알지못할 존재〉에 대한 탐구야말로 지구 밖의 세계를 탐험한다고 자랑스러워하는 그런 차원과는 비교조차 될 바 아닌 중요한 것이라 하겠다. 인간의 이 육체가 달, 또는 금성 그외 그 어떤 천체 위에 서본다는 것은 아마 인간의 지식에 보탬이야 되겠지. 하지만 그건 대수롭지 못한 지식을 좀더 얻는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의 궁극적 목표는 이 책에서의 현인(賢人·구루)의 가르침처럼 사물을 넘어선 〈초월(超越)〉바로 그것이다.」

 

티베트의 비경속에 깊숙히 묻혀진 채로 내려온 이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인생천도의 보배로운 책「바르도 쉐돌」교전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건 겨우 금세기에 들어와서부터다.

 

티베트불교 연구가의 선구자로서 알려진 옥스포드대학 종교학 교수 W. Y. 이반즈 웬즈박사 및 티베트어학의 권위자 라마 가지 다와삼답스님이 근 십년에 걸친 노력끝에 1972년 이 책이「티베트 사자의 서」라는 이름으로 처음으로 세상에 공헌하게 되었다. 그 반응은 지대했다.

 

특히 우리가 잘 아는 「컴플랙스」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만들어냈고, 「위대한 대성인」이라고까지 존경받고 있는 C. G. 융박사의 이「티베트 사자의 서」에 대한 찬사는 대단했다.

 

칼 구스타프 융박사(1875~1961)는 심리학의 새로운 경지를 구축한 20세기의 대석학, 1961년 6월 6일 그가 운명하기 2,3주일 전부터 이미 자기의 죽음을 예기했을 뿐더러 마치 성자(聖者)의 죽음처럼 편안하게 운명했다. 그가 죽은 2,3시간뒤 처절하기 이를 데 없는 천둥·번개가 대지를 울리기 시작, 그가 그 밑에서 곧잘 명상에 잠기곤 했던 큰 미루나무에 벼락을 때려 두 조각을 내었다고 한다.

 

이같은 이변은 석가모니와 예수의 운명때에도 있었다. 이 책에서도 깊은 명상의 실력을 얻은 사람이 운명할 때에는 반드시 이같은 이변이 일어난다고 가르치고 있기도 하다. 융박사는 이 책에서 집단적 무의식의 원형을 발견하고는 다음과 같은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초판이 나온 이래 몇년 동안은 언제나 나의 손에서 떠나지 않았고, 이 『바르도 쉐돌』은 곧, 나의 입문서(入門서)가 되어주었으며 나는 이 책에서 이념이나 발견을 위한 많은 자극을 받았을 뿐 아니라, 동시에 많은 근본적 통찰력을 신세졌다. 이 철학은 불교심리학상의 논평에 대한 진수(眞隨)를 내포하고 있어서 사람들로 하여금 이야말로 진정 어깨를 견줄바 없는 탁월한 사상이라는 말을 아끼지 않기에 족하지 않을까 한다.」

 

자기의 영혼을 남의 시체 속에 마음대로 넣었다 빼냈다 하는 비법을 지녔었던 티베트의 밀교성취자 마르빠의 제자로 자서전, 시가집, 십만가(十萬歌)등의 저술로 티베트문학의 걸작을 남긴 티베트의 가장 사랑을 받고 있는 미라레빠(1040~1122)의 유훈에 담긴 의미깊은 말을 경건하게 적어본다.

 

「큰 희망의 목표와 명상과 실수(實修)를 하나의 통일체에 결합시킬지니라. 그리하여 〈실체험(實體驗)〉에 의한 이해(理解)를 손에 넣을지니라. 이생(이生)과 차생(次生), 그리고 중음의 생과 생 사이를 하나로 간주할지니라. 그리고 하나로 보고 그때 그때에 대하여 익숙해지도록 할지니라.」

 

이 교훈들을 실제적으로 적용시키므로서 아마 궁극적 목표가 정말로 실현될 것이다.

그리고 지상에 목숨을 가진 모든 것들 위에 과거·현재·미래의 삼세(三世)에 걸쳐 이 「바르도 쉐돌」이 읽혀지고 전파되고 들려질 수 있기를.

 

「아누다라 삼먁삼보리」에 영광있을 지어다.

 

 

출전 : 티베트 사자의 서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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