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국사(普照國師,지눌,僧)

진심의 오묘한 실체(眞心妙體)

근와(槿瓦) 2015. 11. 5. 17:55

진심의 오묘한 실체(眞心妙體)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질문) 진심의 이름들은 알았지만 그 실체는 어떤 것인가?

(대답) <방광반야경(放光般若經)>에 말하기를 '반야는 어떤 형상이 없으므로 생하고 멸하는 모양도 없다'라고 했으며,

 

<기신론>에서는 또 이렇게 말하였다. '진여(眞如) 자체는 모든 범부와 성문(聲聞)과 연각(緣覺), 보살, 부처에게 더하고 덜함이 없으므로 과거에 난 것도 아니고 미래에 사라질 것도 아니다. 항상 존재하면서 본래부터 그 성질이 스스로 모든 공덕을 갖추고 있다.'

 

이런 경론에 의하면, 진심의 본체는 인과를 뛰어넘고 고금에 통했으며 범부와 성인을 가리지 않고 서로 대치될 것이 하나도 없다. 허공이 어디나 두루하듯이, 그 오묘한 본체는 지극히 고요해서 온갖 실없는 말(戱論)이 끊어져 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는다.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며, 움직이지도 않고 흔들리지도 않아 고요히 항상 머무른다.

 

그러므로 옛날의 주인공이라고도 부르고 위음나반인(威音那畔人 : 공겁초에 수행한 석가모니)이라고도 하며, 공겁(空劫) 이전의 자기라고도 한다. 한결같이 공평하고 비어서 털끝만큼의 가리움도 없으며 모든 산하 대지(山河大地)와 초목이며 우거진 숲과 삼라만상과 더럽고 깨끗한 모든 법이 다 여기에서 나온다.

 

그러므로 <원각경>에 말했다.

'선남자여, 위 없는 법왕에게 큰 다라니문이 있으니 그것을 원각(圓覺)이라 한다. 모든 청정한 진여(眞如)와 보리와 열반과 바라밀을 유출하여 보살을 가르친다.'

 

규봉(圭峰) 스님은 말했다.

'마음이란 깊고 허하고 묘하고 순수하며 빛나고 신령스럽게 밝아, 가지도 않고 오지도 않으면서 과거 현재 미래에 통하고, 중간도 아니고 바깥도 아니면서 시방(十方)에 환하게 통한다. 멸하지도 않고 나지도 않는데 어떻게 네 산(四山)이 해칠 수 있으며, 성(性)에서도 떠나고 상(相)에서도 떠났는데 어떻게 오색(五色)이 눈멀게 하겠는가.'

 

그러므로 영명 연수스님은 <유심결(唯心訣)>에서 말했다.

'이 마음이란 온갖 묘하고 신령스러움이 두루 모여 만법의 왕이 되었고, 삼승(三乘)과 오성(五性)이 가만히 돌아가 모든 성인의 어머니가 된다. 홀로 높고 홀로 귀하여 견줄 데 없고 짝할 것 없으니, 실로 큰 도의 근원이고 참법의 핵심이다.'

 

믿는다면 삼세(三世)의 보살이 함께 배운 것도 이 마음을 배운 것이고, 삼세 부처님이 똑같이 깨달은 것도 이 마음을 깨달은 것이다. 대장경이 해설하여 나타낸 것도 이 마음을 나타낸 것이고, 모든 중생이 미혹한 것도 이 마음을 미혹한 것이며, 모든 조사들이 서로 전한 것도 이 마음을 전한 것이고, 천하 납자(衲子)들이 참구(參究)한 것도 이 마음을 참구한 것이다.

 

이 마음을 통달하면 일마다 다 올바르고 물건마다 온전히 드러날 것이다. 그러나 이 마음이 어리석으면 가는 데마다 뒤바뀌고 생각마다 어리석다. 이 본체는 일체 중생이 본래부터 지니고 있는 불성(佛性)이고 모든 세계가 발생한 근원이다.

 

그러므로 세존께서는 영취산에서 침묵하시고, 수보리 존자는 바위 아래서 말을 잊었으며, 달마스님은 소림굴에서 벽을 보고 앉았었고, 유마거사는 비야리성에서 입을 다무니, 이 모두가 다 마음의 오묘한 본체를 밝힌 것이다. 그러니 처음 조사의 문 안에 들어온 사람은 반드시 먼저 이 마음의 본체를 알아야 한다.

 

 

출전 : 밖에서 찾지 말라(지은이 : 보조선사, 옮긴이 : 법정스님)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