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국사(普照國師,지눌,僧)

머리말(自序,眞心直說)

근와(槿瓦) 2015. 10. 24. 00:20

머리말(自序)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질문) 조사들의 오묘한 도를 알 수 있는가?

(대답) 옛사람이 이르지 않았던가, 도는 알고 모르는 데 있지 않다고. 안다고 하는 것은 망상이고 모르는 것은 무기(無記)다. 참으로 의심이 없는 경지에 이르면 탁 트인 허공과 같은데 어찌 굳이 옳다(是) 그르다(非) 하는 생각을 하겠는가.

 

(질문) 그렇다면 조사들이 세상에 출현하는 것은 중생들에게 아무 이익도 없단 말인가?

(대답) 부처님이나 조사들이 세상에 출현하여 사람들에게 따로 법을 준 일은 없고, 중생들에게 스스로 자기 본성을 보게 했을 뿐이다.

<화엄경>에 말하였다.

'모든 법이 곧 마음의 자성(自性)임을 알면 지혜의 몸(慧身)을 성취한다. 결코 타인에 의해 깨닫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부처님이나 조사들은 사람들에게 문자에 집착하지 않고 마음을 푹 쉬어 자기 본심을 보게 하였다. 그래서 덕산(德山)스님은 입문(入門)하는 이에게 방망이로 대했고, 임제(臨濟)스님은 큰 소리로 꾸짖었다. 이 밖에 무슨 말이 더 필요했겠는가.

 

(질문) 예전에 마명(馬鳴)보살은 <기신론(起信論)>을 짓고, 육조(六祖)스님은 <단경(壇經)>을 설하고, 오조(五祖) 황매(黃梅)스님은 <반야경(般若經)>을 전하였다. 이것은 다 점차로 사람들을 위한 것인데, 어찌 법에 방편이 없겠는가?

(대답) 가장 높은 묘고봉(妙高峰) 위에서는 원래 헤아림을 허락하지 않지만 둘째 봉우리에서는 조사들이 간략하게 말로 아는 것을 용납하였다.

 

(질문) 감히 비노니, 둘째 봉우리에서 대강 방편을 베풀어 주겠는가?

(대답) 그 말이 옳다. 큰 도는 아득하고 비어서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며, 참 마음(眞心)은 그윽하고 오묘해서 생각할 수도 없고 말할 수도 없으니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러므로 그 문을 알고 들어가지 못하면, 설사 5천부의 대장경을 살펴볼지라도 많은 것이 아니라고, 진심을 크게 깨달으면 단 한 마디의 말을 하더라도 그것은 벌써 군더더기다. 이제 눈썹을 아끼지 않고 삼가 몇장(章)의 글로써 진심을 밝혀 도에 들어가는 기초와 절차를 삼고자 한다. 이에 서문을 쓴다.

 

 

출전 : 밖에서 찾지 말라(지은이 :보조선사, 옮긴이 : 법정스님)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