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長)아함경, 중아함경(中阿含經)

장아함경-260-52

근와(槿瓦) 2018. 10. 31. 05:13

장아함경-260-52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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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문도 말했다.

“귀의해야 할 위없이 존귀한 분은 지금 어디 계신지요?”

가섭도 대답했다.

“지금 나의 스승이신 세존께서 멸도(滅度)하신 지 오래되지 않았다.”

바라문은 말했다.

“세존께서 만일 계신다면 멀고 가까움을 가리지 않고 마땅히 직접 뵙고 귀의하고 예배하였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가섭의 말씀을 들으면 여래께서는 이미 멸도하셨다 하니 그러면 이제 곧 멸도하신 여래와 법과 스님들께 귀의하고자 합니다. 가섭이시여, 제가 정법(正法) 가운데서 우바새(優婆塞)가 되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저는 지금부터 목숨이 다할 때까지 살생하지 않고[不殺], 도둑질하지 않으며[不盜], 간음하지 않고[不婬], 속이지 않으며[不欺], 술을 마시지 않고[不飮酒], 또 나는 마땅히 일체 중생들에게 큰 보시를 하겠습니다.”

가섭이 말했다.

“만일 그대가 중생을 살해하고 하인들을 때린다면 아무리 모임[會]을 가진다 해도 그것은 청정한 복이 되지 않을 것이니, 이는 또 자갈이 많은 메마른 땅에 게다가 가시덩쿨이 많이 나서 우거진 그런 곳에 씨를 뿌려도 반드시 얻는 것이 없는 것과 같다. 그대가 만일 중생을 살해하고 하인들을 때리면서 큰 모임을 열어 삿된 견해를 가진 대중에게 보시한다면 그것은 청정한 복이 아니다. 그러나 만일 그대가 크게 보시를 행하고 중생을 해치지 않으며 회초리로 종들을 때리지 않고 기쁘게 모임을 열어 청정한 대중에게 보시한다면 곧 큰 복을 거둘 것이다. 그것은 마치 좋은 밭에 때맞추어 종자를 뿌리면 반드시 그 열매를 얻는 것과 같다.”

“가섭이여, 저는 지금부터 항상 스님들께 청정한 보시를 행하되 단절되지 않게 하겠습니다.”

그 때 한 젊은 범지가 있었는데 이름을 마두(摩頭)라고 했다. 그는 폐숙의 뒤에 서 있었다. 폐숙이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 “나는 지금 일체 중생에게 큰 보시를 베풀고자 한다. 너는 마땅히 나를 위하여 경영하고 처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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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젊은 범지는 폐숙의 말을 듣고 곧 큰 보시를 위해 경영하였고, 그 일을 마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폐숙이 금생이나 후생에 복의 과보를 얻지 않게 되기를 바라나이다.”

그 때 폐숙은 저 범지가 경영해 보시를 마치고 '폐숙이 금생이나 후생에 복의 과보를 얻지 않게 되기를 바라나이다'라고 하는 말을 듣고 그는 곧 범지에게 명령해 말했다. “네가 분명 그런 말을 했는가?”

그는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진실로 그런 말을 했습니다. 왜냐 하면 지금 베푼 음식은 모두 거칠고 떫고 아주 나쁜 것인데 그것을 스님들께 보시했기 때문입니다. 만일 그것을 왕께서 보셨다면 왕께서는 오히려 잠깐이라도 손을 대지 않았을 것인데 하물며 그것을 드시겠습니까? 현재에 베푼 것은 기쁘고 즐거워할 만한 것이 못되는데, 무엇으로 말미암아 후세에 청정한 과보를 얻겠습니까? 왕께서는 스님의 옷을 보시할 때 순 삼베로써 하였습니다. 만일 그것을 왕께서 보셨다면 왕께서는 오히려 잠깐이라도 발을 대지 않았을 것인데, 하물며 그것을 직접 입으시겠습니까? 현재 보시한 것은 기쁘고 즐거워할 만한 것이 아닌데 무엇으로 말미암아 후세에 청정한 과보를 얻겠습니까?”

그 때 바라문 폐숙은 또 젊은 범지에게 말했다.

“지금부터 너는 내가 먹는 음식, 내가 입는 옷으로 스님들께 보시하라.”

그 때 젊은 바라문은 분부를 받고 곧 왕이 먹는 음식과 왕이 입는 옷으로 여러 스님들께 공양했고 그 범지는 이 청정한 보시를 행한 뒤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서는 한 단계 하열한 하늘[一下劣天]에 태어났다. 그리고 그 모임을 경영한 범지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고는 도리천(忉利天)에 태어났다.


이 때 폐숙 바라문과 젊은 범지 및 사파혜촌의 바라문ㆍ거사들은 동녀 가섭의 말을 듣고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받들어 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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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설장아함경 제8권
후진 홍시 연간에 불타야사ㆍ축불념 한역


[제2분] ③


8. 산타나경(散陀那經)[이 경의 이역 경전으로는 송 시대 시호(施護)가 한역한 『불설니구타범지경(佛說尼拘陀梵志經)』이 있으며, 『중아함경』 제26권 104번째 소경인 『우담바라경(優曇婆羅經)』도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라열기성(羅閱祇城) 비하라산(毗訶羅山)의 칠엽수굴(七葉樹窟)에서 큰 비구 대중 1,250명과 함께 계셨다. 그 때 왕사성에 어떤 거사(居士)가 있었는데 이름을 산타나(散陀那)라고 했다. 그는 구경 다니기를 좋아해서 날마다 성을 나와 세존이 계시는 곳으로 왔다. 그 때 그 거사는 해를 우러러보며 혼자 가만히 생각했다. '지금은 가서 부처님을 뵙기에 좋은 때가 아니다. 지금 세존께서는 틀림없이 조용한 방에서 삼매에 들어 계실 것이고, 모든 비구 대중들도 또한 참선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이제 차라리 저 오잠바리(烏暫婆利:優曇婆羅) 범지녀(梵志女)가 있는 숲으로 가서 때가 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세존께 나아가 문안 예배드리고 다시 모든 비구들에게도 가서 문안 예배하리라.'

그 때 범지녀의 숲에는 한 범지가 있었는데 이름을 니구타(尼俱陀)라고 했다. 그는 500명의 범지 아들들과 함께 그 숲에 있었다. 그 모든 범지의 무리들은 한곳에 모여 높은 소리로 도(道)에 방해되는 혼탁하고 난잡한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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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떠들어대면서 온종일 이렇게 보내고 있었다. 혹은 나라 일을 의논하기도 하고 혹은 전쟁과 무기에 관한 일을 의논하기도 하며, 혹은 국가의 화합[義和]에 관한 일을 의논하기도 하고, 혹은 대신과 서민의 일을 의논하기도 하며, 혹은 수레와 말로 동산을 노니는 일에 대해 의논하기도 하고, 혹은 좌석ㆍ의복ㆍ음식ㆍ여자의 일에 대해 의논하기도 하며, 혹은 산ㆍ바다ㆍ거북ㆍ자라의 일에 대해 의논하는 등 단지 이와 같이 도(道)에 방해가 되는 이야기로 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 때 저 범지는 멀리서 산타나 거사가 오는 것을 보고 곧 대중들에게 조용히 하도록 명령했다. 그 이유는 저기 사문 구담(瞿曇)의 제자가 지금 밖에 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사문 구담의 청정한[白衣] 제자 중에서 가장 으뜸이었으며, 그가 반드시 여기로 올 것이므로 그들에게 마땅히 조용히 하라고 한 것이다. 그러자 범지들은 다 조용히 침묵하였다.

산타나 거사가 범지들에게 가서 문안드리고 한쪽에 앉아 범지에게 말했다.

“우리 스승님 세존께서는 항상 한적한 것을 좋아하시고 시끄러운 것은 좋아하시지 않는다. 그대들과 모든 제자들이 모여 도(道)에 방해되는 쓸데없는 말로 소리 높혀 떠드는 것과는 다르다.”

범지는 또 거사에게 말했다.

“사문 구담이 사뭇 일찍부터 사람들과 말하지 않았다면 대중들은 무엇으로 사문께서 큰 지혜가 있는 줄을 알았는가? 당신의 스승께서 항상 변두리에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것은 마치 애꾸눈 소가 풀을 먹을 때 보이는 곳으로만 치우쳐 가는 것과 같다. 당신의 스승인 사문 구담도 또한 이와 같아서 치우치게 홀로 보는 것만 좋아하여 사람이 없는 곳을 즐긴다. 당신의 스승이 만일 여기에 온다면 우리들은 애꾸눈 소[瞎牛]라고 부를 것이다. 그는 항상 스스로 큰 지혜가 있다고 말하지만 나는 한 마디 말로써 그를 궁색하게 만들어 그가 아무 말도 못하게 할 것이다. 마치 거북이가 여섯 기관을 움츠리는 것처럼 그렇게 만들어 버리겠다. 말하자면 아무 걱정 없게 한 화살로 쏘아 도망갈 곳이 없게 할 것이다.”

이 때 세존께서는 한가하고 조용한 방에 계시면서 천이(天耳)로써 범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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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사가 이런 논란을 벌이는 것을 들으시고서 곧 칠엽수굴을 나와 오잠바리의 범지녀(梵志女)가 있는 숲으로 가셨다. 그 때 저 범지는 멀리 부처님께서 오시는 것을 보고 모든 제자에게 명령했다.

“너희들은 다 조용히 하라. 사문 구담이 여기로 오고 있다. 너희들은 부디 일어나 맞이하거나 공경 예배하지 말라. 또 앉기를 청하지도 말라. 별도로 한 자리를 정해 그에게 주고 그가 앉거든 너희들은 마땅히 물어야 한다. '사문 구담이여, 그대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어떤 법으로 제자들을 가르쳐 안온(安穩)함을 얻게 하였으며 범행(梵行)을 깨끗이 닦게 하였는가?'”

그 때 세존께서 점점 그 동산에 다다르시자, 범지들은 저도 모르게 일어나 세존을 맞이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잘 오셨습니다. 구담이시여, 잘 오셨습니다. 사문이여, 오랫동안 서로 뵙지 못했습니다. 이제 무슨 인연으로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우선 좀 앉으십시오.”

이 때 세존께서는 곧 그 자리에 앉아 조용히 웃으시고 다시 잠자코 혼자 생각하셨다. '이 모든 미련한 사람들은 스스로 한결같지[自專] 못하여 먼저 약속[要令]을 했으면서도 끝내 지키지[全] 못하니, 그것은 부처의 신통력으로 저들의 나쁜 마음을 저절로 무너지게 했기 때문이다.' 그 때 산타나거사는 세존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니구타범지도 부처님께 인사하고 역시 한쪽에 앉아 부처님께 여쭈었다.

“사문 구담이시여, 처음부터 지금까지 어떤 법으로 제자들을 가르치시어 안온함을 얻게 하고 범행(梵行)을 깨끗이 닦게 하셨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잠깐 멈추어라. 범지여, 내 법은 깊고도 넓어 처음부터 지금까지 모든 제자들을 가르쳐 안온함을 얻게 하고 범행을 깨끗이 닦게 하였으니 그대들이 미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그대의 스승과 그대의 제자들이 행하는 도법(道法)에 대해서도 청정한 것과 대해서도 청정하지 못한 것이 있음을 나는 다 말할 수 있다.”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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