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일아함경-1295-259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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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살피고 나라를 다스리되 내가 있을 때와 같이 하라. 나는 오래지 않아 다시 돌아올 것이다.'
왕이 분부를 마치자 수레가 곧 땅에 내려왔다. 왕은 곧 수레에 올랐다.
어자가 왕에게 물었다.
'어느 길로 가리이까?'
왕이 말하였다.
'무슨 말인가?'
어자가 대답하였다.
'가는 데는 두 갈래 길이 있습니다. 첫째는 악의 길이요, 둘째는 선의 길입니다. 악을 행한 사람은 나쁜 길로 가서 괴로운 곳에 이르고, 선을 닦은 사람은 좋은 길을 거쳐 즐거운 곳에 이르는 것입니다.'
왕이 말하였다.
'오늘은 선악(善惡)의 길을 모두 가고 싶구나.'
어자는 그 말을 듣고 한참 만에야 깨닫고 말하였다.
'참으로 좋습니다, 대왕이여.'
어자는 곧 두 길 중간으로 인도하였다. 왕은 선악을 모두 다 보면서 삼십삼천으로 갔다.
천제와 여러 천자들은 멀리서 왕이 오는 것을 보고서 천제가 말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대왕이여.'
그리고는 자기 자리에 같이 앉게 하였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왕은 곧 천제의 자리에 앉았다. 왕과 천제는 모양과 옷과 말소리가 모두 똑같았다. 천자들은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하였다.
'어느 것이 제석이며 어느 것이 왕인가?'
또 생각하였다.
'사람은 눈을 깜빡이는 법인데 모두 다 눈을 깜빡이지 않는다.'
그래서 그것을 분별할 수 없어 모두 놀랐다.
천제는 천자들이 의심을 가진 것을 보고 생각하였다.
'나는 왕을 붙들어 여기서 머물게 한 뒤에 저들을 깨닫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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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제는 여러 천자들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내가 왕을 붙들어 여기서 머물게 하기를 바라는가?'
천자들이 말하였다.
'진정 머물게 하고 싶습니다.'
천제가 임왕에게 말하였다.
'대왕은 여기 머무를 수 있습니까? 내가 다섯 가지 욕망을 공급해주고, 그로써 여러 하늘들이 왕을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왕이 천제에게 말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왕은 곧 쾌락의 공양(供養)을 받고는 말하였다.
'원컨대 여러 천자님들의 수명이 무궁하시기를 빕니다. 손님은 주인께 사양하려고 청합니다.'
이렇게 세 번 청하였다.
제석천이 왕에게 물었다.
'왜 머무르지 않으시렵니까?'
왕이 대답하였다.
'나는 출가하여 도를 배워야 하겠습니다. 지금 이 천상에서는 도를 배울 인연이 없습니다.'
천제가 말하였다.
'왜 도를 닦으려 하십니까?'
왕이 대답하였다.
'부왕의 유언을 받았습니다. 만일 흰 머리카락이 나거든 집을 떠나라고 말입니다.'
제석천은 도에 들어가라는 유언이 있었다는 말을 듣고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왕이 천상에서 잠깐 동안 다섯 가지 욕망을 누린 시간은 인간 세계의 12년에 해당하였다. 왕은 장차 고별(告別)하려고 여러 천자들을 위해 자세히 법을 설명하였다. 이 때 제석천이 어자에게 명령하였다.
'너는 이 임왕을 본국으로 배웅해 드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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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자는 분부를 받고 곧 수레를 장엄하고 왕에게 말하였다.
'왕은 수레에 오르소서.'
이에 왕은 제석과 여러 천자들에게 고별인사를 하고 수레에 올라, 오던 길을 따라 밀제라 궁전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여자는 곧 천상으로 돌아갔다.
며칠 뒤에 왕은 다시 겁북에게 분부하였다.
'만일 내 머리에서 흰 머리카락을 보거든 곧 내게 알려라.'
며칠 사이에 왕의 머리에 흰 머리카락이 났다. 겁북은 금 족집게로 흰 머리카락을 뽑아 왕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왕은 그것을 보고 곧 게송을 읊었다.
이제 내 머리에
이 흰 털이 났구나.
몸의 사자가 부르러 왔으니
도에 들어갈 때가 되었네.
왕은 가만히 생각하였다.
'나는 이미 인간의 다섯 가지 욕망은 한껏 누렸다. 이제는 출가하여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복을 입으리라.'
왕은 태자 선진(善盡)을 불러 말하였다.
'나는 이제 흰 머리카락이 났다. 세간의 다섯 가지 즐거움은 이미 싫어졌다. 이제는 천상의 쾌락을 구하여야 하겠다.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복을 입고 출가하여 도에 들어가리라. 동자야, 나는 이제 나라 일을 너에게 부탁한다. 그리고 겁북을 잘 보호하여, 만일 네 머리에 흰 머리카락이 나거든 나라를 너의 태자에게 물려주고 너도 출가하여 도에 들어가라. 동자야, 나는 이제 이 거룩한 왕위를 너에게 물려준다. 종족을 끊어지게 하지 말라. 종족이 끊어지면 곧 변방 사람이 될 것이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임왕은 곧 나라 정사를 태자에게 물려주고 겁북과 농토를 붙여 주었다. 그리고 이 성·이 동산·이 땅에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법복을 입고 출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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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를 닦았다. 도를 닦은 이레 뒤에 바퀴와 구슬은 변화해 떠나고 코끼리·말·옥녀·장자·장군은 모두 죽었다.
왕은 그 동산에서 8만 4천 년 동안 자·비·희·호의 4범행을 행하다가 목숨을 마친 뒤에는 범천에 태어났다.
그 뒤에 선진왕은 그 아버지의 업(業)을 받들지 않아 바른 법이 바뀌고 무너졌다. 그 때문에 칠보는 다시 와서 호응하지 않았다.
선한 행이 계속 되지 않자 사람들의 목숨은 짧아지게 되었고 모습은 추하며 힘은 적고 병은 많으며 지혜가 없는 다섯 가지 줄어듦[五減]이 닥쳐왔다. 다섯 가지 줄어듦이 이르자 갈수록 백성들은 빈곤해지고 빈곤으로 말미암아 절도(竊盜)는 들끓었다. 그들은 왕에게 나아가 아뢰었다.
'이 사람은 남의 물건을 훔친 사람입니다.'
왕은 바깥 신하들에게 명령하여 그 나라 백성들에게 벌을 주게 하였다. 왕이 도둑을 죽였다는 말을 듣고 백성들은 모두 그의 악함을 미워하여 제각기 칼을 만들었다. 칼은 여기서 비로소 만들어졌고, 또 그로 말미암아 살생이 생기게 되었으니 여기서 두 가지 악이 있게 되었다.
또 남의 아내를 범하고 그 남편과 싸우면서 '나는 하지 않았다'고 하니 여기서 넷째 악이 생겼고, 이간하는 말로 싸움을 붙이니 이것이 다섯째의 악이며, 싸우면서 서로 꾸짖으니 이것이 여섯째의 악이요, 나쁜 말로 진실하지 못하니 이것이 일곱째 악이며, 남의 화합(和合)을 미워하니 이것이 여덟째 악이요, 성을 내어 얼굴빛이 변하니 이것이 아홉째 악이며, 마음에 의심을 품으니 이것이 열째 악이다. 이 열 가지 악이 이미 갖추어지자 다섯 가지 줄어듦은 갈수록 더해 갔다."
부처님께서 이어 말씀하셨다.
"현겁 초에 나타났던 그 때의 대천왕이 누구인지 알고 싶으냐? 그 분은 바로 나이다. 아난아, 그 때의 8만 4천 년 맨 마지막 왕으로서 정치를 바로 한 임왕이 누구인지 알고 싶으냐? 그 이는 바로 너이다. 그 때 최후의 왕으로서 난폭하여 도가 없고 성왕의 종족을 끊은 선진왕이 누구인지 알고 싶으냐? 그이는 바로 저 조달(調達)이다.
아난아, 너는 과거에 대천 전륜성왕의 좋은 계통을 이어 받아 그 왕위가 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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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 않게 하였으니, 그것은 다 너의 공(功)으로서 법대로 하였고 비법으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난아, 나는 지금 위없는 법왕으로서 위없는 선법을 물려 간절한 마음으로 너에게 붙여주는 것이다. 너는 석종(釋種)의 아들로서 변방 사람이 되지 말고 종족을 끊는 행을 짓지 말도록 하라."
아난이 부처님에게 여쭈었다.
"어떤 것이 종족을 끊는 행이 됩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대천왕은 비록 선법은 행하였으나 번뇌를 다하지 못하여 세간을 벗어나지 못하였고 건너지 못하였으며 탐욕을 끊지 못하였고 20억[신수대장경 각주에 의하면 "송(宋)·원(元)·명(明) 세 본에는 억(億)이 일(一)로 되어 있다"고 하였다.]의 결박[結]을 부수지 못하였으며, 62가지 소견을 버리지 못하였고 세 가지 때[三垢][탐(貪)·진(瞋)·치(癡) 3독(毒)의 이명(異名)이다.]를 씻지 못하였으며, 신통을 얻지 못하였고 해탈의 참 도를 얻지 못하였으며, 열반을 얻지 못하였다. 그래서 대천이 행한 선법은 범천에 태어나는 것에 지나지 못하였다.
아난아, 나는 지금 법을 밝혀 끝내 함이 없다. 내 법은 진제(眞際)에 이르러 천상과 인간세계를 벗어났으며, 내 법은 샘이 없고 탐욕이 없으며 번뇌가 사라지고 생사를 건너고 신통을 얻었으며 번뇌를 해탈하였고 진정한 사문이며 열반에 이르렀다.
아난아, 나는 지금 이 위없는 법을 간절한 마음으로 너에게 부촉(咐囑)하니 너는 내 법을 사라지게 하지 말고, 또 변방 사람이 되지 말라. 아난아, 만일 현재의 성문으로서 이 법을 끊는 이가 있으면 그는 곧 변방 사람이 될 것이요 만일 능히 이 법을 일으키면 그는 곧 부처의 맏아들이 되어 권속을 성취할 것이다.
아난아, 너는 부디 권속을 성취하고 종족을 멸하는 행을 짓지 말라. 아난아, 내가 지금까지 말한 법을 모두 너에게 부촉하니 너는 그렇게 알고 공부해야 한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아난은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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