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보적경(大寶積經)

대보적경-3025-605

근와(槿瓦) 2018. 6. 8. 00:55

대보적경-3025-605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3021 / 3476]

...다.”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천자여, 나의 마음은 굳세지 않습니다. 그 까닭은 나는 스스로 뜻을 다잡지 않고 풀어 놓아버린지라 마음이 편안하고 부드럽기 때문이니, 그러므로 굳세지 않다고 한 것입니다.”
선주의가 말하였다.
대사여, 그 뜻은 또 무엇입니까?”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천자여, 나는 마음에 꺼리는 것이 없이 성문의 지위에 들고 연각의 경계에 처하여 있나니, 이것을 방심(放心)이라 합니다. 나는 또 마음에 꺼리는 것이 없이 모든 진로(塵勞)와 생사(生死) 안에 들어있으면서도 역시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과 같은 번뇌의 허물을 미워하지 않나니, 이것을 방심이라 합니다.”
그 때 선주의 천자가 다시 문수사리를 찬탄하였다.
장하고 장하시옵니다. 희유하신 대사여, 어진 이께서는 과거 세상에서 오래도록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셨고 많은 덕의 근본[德本]을 심으셨기 때문에 이렇게 연설하실 수 있고 미묘함이 이와 같습니다.”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천자여, 나는 부처님들께 공양한 일도 없고 선근도 심지 않았습니다. 그 까닭은 나는 애초부터 전생에 겪었던 일을 보지도 않고 또 미래 세상에 할 일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비록 한 일이 있다하더라도 역시 짓는 것이 없고 모든 부처님 법에서도 일찍이 건립한 일이 없거늘 어떻게 많은 덕의 근본을 심었겠습니까?”

9) 신통증설품(神通證說品)
 

그 때 선주의 천자가 다시 문수사리에게 아뢰었다.
대사여, 저는 옛날 일찍이 여환삼매(如幻三昧)를 들은 적이 있는데 원하옵나니 자비를 베푸셔서 이 정수(正修)를 드러내 보여주십시오.”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3022 / 3476]

천자여, 그대는 여환삼매의 깊은 경계를 보고 듣고 싶습니까?”
선주의가 말하였다.
대사여, 저는 진실로 듣고 싶나이다.”
그 때에 문수사리는 말한 대로 이내 여환삼매에 들어갔다. 그러자 때를 맞추어 시방의 항하 모래만큼 많은 모든 부처님 국토의 온갖 경계들이 저절로 앞에 나타났다.
이 때 선주의 천자는 동방의 항하 모래같이 많은 불국토 안에 있는 온갖 일들을 모두 다 보았다. 비구가 이와 같은 경전을 찬양하면서 연설하는 모습을 보기도 하고, 비구니의 형상이나 우바새와 우바이의 형상도 보았고, 혹은 대범천왕과 하늘의 제석왕과 사천왕도 보았으며 인간인 전륜성왕도 보았고, 혹은 온갖 하늘··야차·건달바·아수라·가루라·긴나라·마후라가도 보았으며 온갖 날짐승·길짐승과 그 밖의 여러 형상의 좋은 것과 추한 것도 보았는데 모두가 설법을 하고 있었다.
이 동방에서와 같이 남방·서방·북방과 네 간방(間方)과 위와 아래의 모든 시방에서도 이처럼 항하의 모래만큼 많은 부처님 국토에 있는 모든 일들이 역시 그와 똑같아서 다름이 없었으나 그 모든 일들은 문수사리의 위신력 때문이었다.
그 때 선주의 천자는 이러한 시방 불국토의 온갖 경계를 보고 기뻐 춤을 추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 때 문수사리가 삼매에서 일어나자 선주의 천자는 일심으로 공경하고 우러르면서 문수사리에게 아뢰었다.
대사여, 아까 저는 시방의 모든 부처님 국토의 한량없는 경계를 보았는데 불사(佛事)는 역시 달랐으나 저마다 이와 같은 경전을 연설하고 계셨습니다.”
그 때 문수사리가 선주의 천자에게 말하였다.
천자여, 어떻게 생각합니까? 그대가 아까 보았던 동방에 있는 모든 경계는 진실합니까?”
선주의가 말하였다.
아니옵니다, 대사여.”


                                                                            [3023 / 3476]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이러한 동방과 그 밖의 시방에 있는 모든 경계도 또한 진실합니까?”
선주의가 말하였다.
대사여, 온갖 모두는 거짓이어서 진실한 것이 없습니다. 그 까닭은 온갖 모든 법은 본래 생함이 없기 때문이니, 그것은 마치 허깨비와 같아서 세간을 속이는 것이요, 온갖 모든 법은 점차 변하여 옮아가나니 덧없으며 존재하는 것은 모두가 허망합니다. 나타나고 이루어지는 일도 그 본체와 진실을 따져보면 마침내 얻을 수 없어서 짓지도 않고 나지도 않으며 일어나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습니다.”
그러자 문수사리는 선주의를 칭찬하였다.
장하고 장합니다. 천자여, 진실로 그대의 말과 같습니다.”
그 때 모임 가운데 있던 5백의 보살은 이미 4()을 얻었고 5()을 성취하였다. 그러나 이 보살들은 선정에 의지하여 앉고 일어나면서 아직 법인(法忍)을 얻지는 못하였으나 역시 비방하지는 않았다.
그 때에 그 모든 보살들은 숙명통(宿明通)이 있었기에 옛날에 스스로 지은 나쁜 업으로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죽이고 아라한을 죽이고 혹은 부처님과 절을 헐었고 탑을 무너뜨렸으며 승가를 파괴하기도 하였던 일들을 보았다. 그들이 이와 같이 남아있는 업을 분명하게 보자 깊은 근심과 뉘우침이 생겨나 항상 마음에서 떠나지 않았기에 매우 깊은 법을 깨달아 들어가지 못했고, 나라는 마음으로 분별하면서 그 죄를 잊지 못했다. 그 때문에 깊은 법인을 얻을 수 없었다.
 

그 때 세존께서는 그 5백 보살의 분별하는 마음을 없애주기 위하여 곧 위신력으로 문수사리를 깨우치시니, 문수사리는 부처님의 신력을 받들어 자리에서 일어나 가사를 단정히 하고는 오른 어깨를 드러내고 손에 날카로운 칼을 잡고 곧장 세존께 나아가서 살해하려 하였다. 그 순간 부처님은 문득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멈추어라, 너는 멈추어라. 역죄(逆罪)를 지어서는 안 되느니라. 나를 해치지 말라. 나는 반드시 해를 입을 것이며 아주 큰 해를 입을 것이니라. 왜냐 하면 문수사리는 본래부터 나가 없고 사람이 없고 장부가 없으며, 다만


                                                                            [3024 / 3476]

마음속에서만 나와 사람이 있다고 보나니, 마음속에서 일어날 때에 그는 벌써 나를 해친 것이므로 곧 해쳤다고 하느니라.”
그 때에 모든 보살들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나서 모두 함께 생각하기를 '모든 법은 모두 허깨비와 같은지라 이 안에는 나도 없고 사람도 없으며, 중생도 없고 수명도 없으며, 장부도 없고 마노사(摩奴闍)도 없고 마나바(摩那婆)도 없으며, 아버지도 없고 어머니도 없고 아라한도 없으며, 부처님도 없고 교법도 없고 승가도 없으므로 이런 역죄도 없고, 역죄를 지을 이도 없거늘 어찌 역죄에 떨어질 이가 있겠는가. 그 까닭은 지금의 이 문수사리는 총명하고 거룩하게 통달하여 지혜가 남보다 더 뛰어나므로 모든 부처님도 찬양하기 때문이요, 이 분은 이미 걸림 없는 깊은 법인을 얻었고 이미 일찍이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의 모든 부처님·세존께 공양하였으므로 모든 부처님의 법을 훌륭하게 분별하여 알면서 이와 같은 진실한 법을 연설할 수 있으며 모든 여래를 평등하게 생각하며 공경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칼을 쥐고 여래를 해치려 하자 세존께서는 급히 말씀하시되 '멈추어라, 멈추어라. 문수사리야, 너는 나
를 해치지 말라. 만일 반드시 해치려 한다면 마땅히 잘 해쳐야 한다'라고 말씀하셨다. 그 까닭은 이 안에 만일 하나의 법이라도 화합된 무더기가 있으면 틀림없이 성취하리니, 이름이 부처님이요 교법이요 승가요 아버지요 어머니요 아라한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니, 결정코 취한다는 생각을 가지면 하나도 이룰 수 없느니라. 그러나 지금 이 모든 법은 본체도 없고 실제도 없으며, 있는 것도 아니고 진실한 것도 아니어서 허망하고 뒤바뀌고 공한 것이 마치 허깨비와 같다. 그러므로 이 안에는 죄를 얻는 사람도 없고 얻을 만한 죄도 없거늘 그 누가 살해를 하는 이며 또 그 누가 재앙을 받는 이냐'라고 하셨다.
모든 보살들은 이와 같이 관찰하여 명료하게 알고 나자 그 즉시 무생법인을 얻게 되었으므로 기뻐 뛰면서 그 몸이 일곱 다라수[七多羅樹] 높이의 허공으로 솟아올라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모든 법은 마치 허깨비와 같고
이것은 분별로 말미암아 일어나네.


                                                                            [3025 / 3476]

이 안에는 아무 것도 있지 않으니
온갖 법은 모두가 다 공이도다.

뒤바뀌고 허망한 생각으로 인하여
어리석게도 나라는 마음을 취하며
내가 지었던 옛날의 허물을 기억하고
지은 업 중에서 가장 심한 죄를 헤아리네.

과거에 대역(大逆)의 죄를 지었으니
부모와 어진 복전(福田)을 살해한 것이요,
아라한과 비구를 살해한 것이니
이것은 극히 중한 악()이다.

저 악한 업 때문에
나는 장차 큰 고통을 받을 것이네.
의심 그물에 빠진 중생은
법을 듣고 후회하며 미혹을 제거하네.

명성 높으신 이는 나의 독()을 뽑아 주고
나의 의심을 깨뜨려 없애 주시니
나는 이미 법계(法界)를 깨달은지라
많은 악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네.

모든 부처님은 훌륭한 방편으로
저희들의 뜻을 잘 헤아리시고
방편으로 중생을 제도하시며
모든 의심과 속박을 풀어 주시네.

어느 곳에 모든 부처님이 계실까?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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