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보적경-3010-602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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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념처를 생각하며 닦는다'고 하나니, 어떻게 그것대로 생각하고 닦겠습니까? 생각하지도 않고 닦지도 않기 때문에 '생각하고 닦는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하면서 차례로 서른 일곱 가지 깨달음을 돕는 법[三十七助菩提法]에 이르기까지 마땅히 이렇게 알아야 합니다. 천자여, 저 선행비구(禪行比丘)는 모든 법에서 얻는 것이 전혀 없습니다. 얻는 것이 없기 때문에 생각하거나 기억하지 않고 분별하지도 않으며 닦지도 않고 증득하지도 않습니다. 왜냐 하면 천자여, 저 모든 법은 다만 이름이 있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마치 저 서른 일곱 가지 깨달음을 돕는 법과 같나니, 그것이 비록 이름은 있다 하더라도 얻을 수 없고 오직 분별하는 인연 때문에 생길 뿐이며 한 모양이어서 모양이 없습니다. 이와 같은 이름으로 설명하지만 그 설명도 역시 없기 때문이니, 비록 또 이름으로 증득하여 안다 하더라도 끝내 얻을 수는 없습니다. 이것을 곧 서른 일곱 가지 깨달음을 돕는 법을 사실대로 깨달아 안다고 합니다.”
그 때 그 선주의 천자가 다시 문수사리에게 아뢰었다.
“대사여, 선행(禪行)비구라 하시는데, 어떤 것을 선행비구라 합니까?”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저 비구란 모든 법에서 다만 하나의 행만을 취하면서 극히 수순(隨順)하는 사람이니, 이른바 생함이 없는[無生] 것이 선행이요, 또 취할만한 조그마한 법도 없는 것이 선행입니다. 또 어느 법도 취하지 않나니, 이른바 이 세상과 저 세상을 취하지 않고 삼계(三界)를 취하지도 않으며 모든 법을 취하지 않는 이와 같은 평등이 바로 선행입니다. 천자여, 선행을 하는 이는 하나의 법도 상응함이 없으며 합함도 없고 흩어짐도 없나니, 이것이 선행인 것입니다.”
그 때 거기 모인 한량없는 백천의 중생이 모두 함께 의심하기를 '지금 이 문수사리가 하신 말씀이 이와 같다면 어떻게 성현의 말씀과 상응할 수 있겠느냐. 세존께서는 항상 '만일 어떤 사람이 3해탈문에 들면 열반이라 한다'고 말씀하셨고, 또 부처님께서는 '만일 어떤 이가 서른 일곱 가지 깨달음을 돕는 법을 수행하면 곧 열반을 증득한다'고 하셨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이 문수사리는 다시 '이 보리를 돕는 행을 닦지 않아야 한다'고 하고 또 '저 삼해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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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들지 말라'고 말하고 있다. 행여 문수사리가 허망한 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고 하였다.
이 때 문수사리는 모든 비구와 대중들이 다 함께 의심하고 있는 것을 알고 곧 존자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대덕이여, 가장 훌륭하고 믿을 만하신 세존께서 당신을 일러 너는 지혜가 가장 뛰어나다[智慧第一]”라고 하셨습니다.
대덕이여, 당신은 언제 욕심 여의는 법을 증득하셨습니까? 우선 그 법을 증득할 때 4성제(聖諦)는 보지 않으셨습니까?”
사리불이 말하였다.
“보지 않았습니다.”
“일찍이 서른 일곱 가지 깨달음을 돕는 갈래의 법[三十七助菩提分法]은 닦지 않으셨습니까?”
“닦지 않았습니다.”
“일찍이 3해탈문(解脫門)에는 들지 않으셨습니까?”
“들지 않았습니다. 대사여, 저는 그때 볼 수 있고 없앨 수 있고 닦을 수 있고 증득할 수 있고 선택할 수 있는 어느 한 법도 없었습니다. 그 까닭은 모든 법은 작용[爲]이 없고 생함[生]이 없고 말[言]이 없어서 그것은 공이었기 때문입니다. 만일 그것이 공이라 하면 그 어디에 증득할 만한 것이 있었겠습니까?”
이 법을 말할 때에 대중 안의 3만의 비구가 법에서 번뇌[漏]가 다하면서 마음에 해탈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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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보적경 제105권
수 삼장 달마급다 한역
송성수 번역
36. 선주의천자회 ④
7) 파이승상품 ②
그 때 선주의 천자가 문수사리를 찬탄하였다.
“장하고 장하시옵니다. 대사여, 어진 이께서는 이제 진실로 날카로운 지혜[利智]를 밝게 말씀하셨사오며 이와 같이 매우 깊은 공의 법인[空忍]을 명쾌하게 말씀하여 주셨나이다.”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천자여, 나는 당신의 말처럼 날카로운 지혜를 밝게 말한 것이 아닙니다. 무릇 날카로운 지혜란 바로 젖먹이 아이나 범부에게 있나니 그 까닭은 온갖 범부를 바로 날카로운 지혜라 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것을 날카로운 지혜라 하는가. 이른바 지옥에 대한 날카로운 지혜요, 축생의 대한 날카로운 지혜며, 아귀에 대한 날카로운 지혜요, 염마(閻魔)에 대한 날카로운 지혜며, 나아가 삼계(三界)에서의 온갖 날카로운 지혜가 그것이니, 이와 같은 것에 취착하고 상응하는지라 날카로운 지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 까닭은 나고 죽는 번뇌의 처음과 끝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천자여, 그러므로 저 모든 범부는 탐욕에 집착함이 날카롭고, 성냄에 집착함이 날카롭고, 어리석음에 집착함이 날카로우며 나아가 저 모든 소견과 이름과 물질에 집착하고 상응하기 때문에 날카로운 지혜라 하거니와 모든 부처님·세존과 성문과 연각과 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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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얻은 보살에게는 이러한 날카로운 지혜가 없습니다. 이것을 온갖 범부가 취착하고 상응하는 날카로운 지혜라 합니다.”
이 때 선주의 천자가 다시 문수사리에게 물었다.
“대사여, 어진 이께서는 지금 지혜[智]를 드러내려 하십니까?”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아닙니다.”
선주의가 말하였다.
“행(行)을 따르려 하십니까?”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아닙니다.”
선주의가 말하였다.
“어구[句]를 따르려 하십니까?”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천자여, 나는 문자와 어구[字句]를 따르겠습니다.”
선주의가 말하였다.
“대사여, 어진 이께서는 지금 무엇 때문에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천자여, 모든 보살은 하나의 문자나 하나의 어구에 대하여 애초부터 이동(移動)하지 않지만 그 문자와 어구의 뜻의 문과 처소의 가깝고 멀고 얕고 깊은 것을 모두 사실대로 압니다. 이를테면 공한 곳을 알고 모양이 없는 곳을 알며 소원이 없는 곳을 알고 멀리 여의는 곳을 알며 아무 것도 없는 곳을 알고 생김이 없는 곳을 알며 여여(如如)한 곳을 압니다. 그러면서도 그 사이에서 받는 것도 없고 짓는 것도 없으며 이해하는 것도 없고 아는 것도 없나니 그러므로 오직 문자와 어구라고 말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 때 세존께서 문수사리를 칭찬하셨다.
“장하고 장하구나, 문수사리야. 너는 이제 이미 다라니(陀羅尼)를 얻었기에 그렇게 분별하여 말할 수 있는 것이니라.”
문수사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실로 저 다라니를 얻지 않았나이다. 왜냐 하면 세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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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여, 만일 어떤 이라도 이 다라니를 얻었다면 그것은 바로 어리석은 범부라 할 것이며 부처님·세존이나 모든 보살은 다라니를 얻은 것이 아니옵니다. 그 까닭은 세존이시여, 저 모든 어리석은 범부·중생들은 취착함이 있는 까닭에 다라니를 얻게 되기 때문이옵니다. 어떤 것에 취착(取箚)하느냐 하면 이른바 나[我]에 취착하기 때문에 다라니를 얻고, 사람[人]에 취착하기 때문에 다라니를 얻으며, 수명(壽命)에 취착하기 때문에 다라니를 얻고 장부(丈夫)에 취착하기 때문에 다라니를 얻으며, 아주 없음[斷滅]에 취착하기 때문에 다라니를 얻고, 항상 있음[常恒]에 취착하기 때문에 다라니를 얻나이다. 탐욕에 취착하기 때문에 다라니를 얻고, 성냄에 취착하기 때문에 다라니를 얻으며, 어리석음에 취착하기 때문에 다라니를 얻고, 무명(無明)에 취착하기 때문에 다라니를 얻으며, 유애(有愛)에 취착하기 때문에 다라니를 얻고, 몸에 대한 소견[身見]에 취착하기 때문에 다라니를 얻나이다. 5음(陰)에 취착하기 때문에 다라니를 얻고, 12입(入)에 취착하기 때문에 다라니를 얻으며, 18계(界)에 취착하기 때문에 다라니를 얻고, 기억[憶念]에 취착하기 때문에 다라니를 얻으며, 분별(分別)에 취착하기 때문에 다라니를 얻고, 예순 두 가지 견해[六十二見]에 취착하기 때문에 다라니를 얻으며, 이렇게 하여 모든 행(行)에 취착하기 때문에 다라니를 얻사오니, 그러므로 범부는 다라니를 얻나이다. 그 까닭은 만일 법에 그가 어리석게 취착하게 되면 이것이 곧 범부가 얻는 것이며, 부처님은 얻는 것이 아니요, 성문도 얻는 것이 아니요, 벽지불도 얻는 것이 아니요, 보살도 얻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니, 이런 이치 때문에 오직 저 범부만이 다라니를 얻나이다. 왜냐 하면 저 모든 범부는 어리석은 까닭에 취하고 얻는 것이 있다고 하거니와 부처님·세존과 보살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옵니다.”
그 때 선주의 천자가 다시 문수사리에게 아뢰었다.
“대사여, 어진 이께서 만일 다라니를 얻지 않으셨다면 저 어리석고 둔한 지위에 떨어지신 것은 아니신가요.”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천자여, 나는 참으로 어리석고 둔합니다. 왜냐 하면 무릇 어리석고 둔하다 함은 아는 것이 없음을 말하는데 내가 행한 곳은 알 수 없기...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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