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보적경(大寶積經)

대보적경-3020-604

근와(槿瓦) 2018. 6. 7. 01:11

대보적경-3020-604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3016 / 3476]

대사여, 무슨 이치 때문에 또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천자여, 죽어야 할 이는 누구고, 어느 것이 머리며, 누가 죽이겠습니까? 천자여, 그대는 이제 알아야 합니다. 모름지기 탐욕을 죽여야 하고, 성냄을 죽여야 하고, 어리석음을 죽여야 하며 이렇게 하여 아만과 질투와 속임수와 아첨과 집착과 취하는 모양과 느낌[생각[] 등을 죽여야하니, 천자여, 이것을 죽여야 하는 것입니다. 천자여, 만일 어떤 사람이 오로지 한 마음으로 자신을 지키다가 탐욕의 마음이 일어나면 이내 깨달아 알면서 방편으로 흩어 없애어 다시 고요하게 하여야 합니다. 어떻게 흩어 없애느냐 하면, 그는 생각하기를 '이것은 바로 공이요, 이것은 청정하지 않다'고 하고 이 욕심이 나는 곳과 없어지는 곳을 찾으면서 '어디서부터 왔고, 가면 다시 어디로 가는 것일까? 이 안에서 그 누가 물들이고, 누가 물들임을 받는 이며, 어느 것이 물들이는 법이냐'고 해야 합니다. 이렇게 관찰하면 물드는 이도 보지 못하고, 물들임을 받는 사람도 보지 못하며, 물들이는 일도 보지 못합니다.
보지 못하기 때문에 취하는 것이 없고, 취하지 않기 때문에 버리는 것도 없으며, 버리지 않기 때문에 받는 것도 없나니, 버리지도 않고 받지도 않으면 곧 욕심이 사라진 열반이라 합니다. 이렇게 하여 온갖 느낌[]과 마음[]도 역시 그와 같이 설명할 수 있습니다. 천자여, 알아야 합니다. 이와 같이 없애는 법은 곧 죽이기도 하고 살리기도 하나니, 그러므로 그가 살해하는 때는 먼저 그 머리를 벤다고 합니다. 이것이 진실한 살해라, 이런 이치 때문에 나는 그런 말을 한 것입니다.”
 

그 때 문수사리가 다시 선주의 천자에게 말하였다.
천자여, 그대가 지금 만일 모든 부처님을 배반하고 교법과 승가를 훼방할 수 있으면 나는 장차 그대와 이와 같이 청정한 행을 함께 할 것입니다.”
선주의가 말하였다.
대사여, 어진 이께서는 이제 무엇 때문에 또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천자여, 그대의 뜻과 같다면 무엇으로 부처님을 삼습니까?”
선주의가 말하였다.


                                                                            [3017 / 3476]

대사여, 여여(如如)한 법계(法界)를 가리켜 저는 부처님이라 합니다.”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천자여, 그대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여여한 법계는 염착[染箚]할 수 있는 것입니까?”
선주의가 말하였다.
그럴 수 없습니다, 대사여.”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천자여, 그런 이치 때문에 나는 '그대가 지금 만일 모든 부처님을 훼방할 수 있으면 나는 장차 그대와 그렇게 청정한 행을 함께 하겠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또 천자여, 그대의 뜻과 같다면 무엇으로 교법을 삼습니까?”
선주의가 말하였다.
대사여, 욕심을 여의어 고요해짐을 교법이라 합니다.”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천자여, 그대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저 고요한 법은 염착할 수 있는 것입니까?”
선주의가 말하였다.
그럴 수 없습니다, 대사여.”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천자여, 그런 이치 때문에 나는 '그대가 이제 만일 바른 법을 비방할 수 있으면 나는 장차 그대와 이와 같이 청정한 행을 함께 하겠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천자여, 그대의 뜻으로는 무엇으로 승가를 삼습니까?”
선주의가 말하였다.
대사여, 무위법(無爲法)을 성승(聖僧)이라 합니다. 마치 세존께서 말씀하신 것과 같이 '모든 성현은 무위로써 이름을 삼는다'고 하셨으므로 무위의 법을 성문승(聲聞僧)이라 하겠습니다.”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천자여, 그대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이 무위법은 집착할 수 있는 것입니까?”
선주의가 말하였다.


                                                                            [3018 / 3476]

그럴 수 없습니다, 대사여.”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천자여, 그런 이치 때문에 나는 '그대가 이제 만일 성승(聖僧)을 파괴할 수 있다면 나는 장차 그대와 이와 같이 청정한 행을 함께 하겠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또 천자여, 만일 어떤 사람이라도 부처님을 뵙는다고 하면 그는 곧 부처님에 집착하는 것이요, 만일 어떤 사람이라도 교법을 본다고 하면 그는 곧 교법에 집착하는 것이며, 만일 어떤 사람이라도 승가를 본다고 하면 그는 곧 승가에게 집착하는 것입니다. 왜냐 하면 불··승은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천자여, 만일 사람이 부처님을 보지도 않고 법을 듣지도 않으며 스님들을 알지 못하면, 그는 부처님을 배반하지도 않고 법을 비방하지도 않으며 스님네를 파괴하지도 않습니다. 왜냐 하면 그는 불··승을 얻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천자여, 만일 사람이 부처님을 사랑하고 교법을 사랑하며 스님들을 사랑하면 그는 불··승에 염착하게 됩니다. 천자여, 알아야 합니다. 만일 사람이 불··승에 염착하지 않으면 이것을 가리켜 욕심을 여의고 해탈[離欲寂滅]한다고 합니다. 천자여, 그런 이치 때문에 나는 '그대가 지금 만일 불··승에 염착하지 않으면 나는 곧 그대와 이와 같은 청정한 행을 함께 하겠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 때 선주의 천자가 다시 문수사리에게 아뢰었다.
대사여, 희유하고 희유하나이다. 오늘 이와 같이 매우 깊은 이치를 연설하셨는데 저는 대사에게 무엇으로 은혜를 갚아야 합니까?”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천자여, 그대는 은혜를 갚지 말아야 합니다.”
선주의가 말하였다.
대사여, 제가 이제 어떻게 은혜를 갚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천자여, 그대는 은혜를 갚지 말아야 하나니 그 까닭은 천자여, 은혜를 갚지 않는 것이 바로 갚는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선주의가 말하였다.
대사여, 어진 이께서는 지금 정녕 은혜를 갚지 말라고 하셨나이까?”


                                                                            [3019 / 3476]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천자여, 그렇습니다, 그렇습니다. 나는 은혜를 갚지도 않고 또한 갚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선주의가 말하였다.
대사여, 어진 이께서는 무엇 때문에 다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천자여, 무릇 어리석은 사람은 갖가지 법을 짓고 갖가지 소견을 일으키며 갖가지 행을 행하는 등, 이와 같이 갖가지 소견과 행을 지음으로써 생각하기를 '나는 은혜를 갚아야겠다'고 하는 것입니다. 천자여, 이것은 행이 바른 선남자가 아닙니다. 저 행이 바른 선남자라면 아주 조금도 짓는 것이 없으며 혹은 짓거나 짓지 않거나 간에 그는 끝내 '나는 은혜를 갚을 생각이다'고 하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또 천자여, 은혜를 갚지 않는다 함은 마치 부처님·세존께서 평등함을 연설하신 것과 같나니, 이를테면 모든 법은 짓는 것이 없고 짓는 곳도 없으며, 모두가 평등함에 들어가서 옮아감도 없고 초월함도 없으며, 자기도 아니고 남도 아니며, 짓거나 짓지 않는 것도 없습니다. 그 때문에 나는 은혜를 갚지 않는 것입니다.”
그 때 선주의 천자가 다시 문수사리에게 아뢰었다.
대사여, 어진 이께서는 어느 곳에 머무시기에 이런 말씀을 하십니까? ()에 머물러서 말씀하십니까, ()에 머물러서 말씀하십니까?”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천자여, 내가 머문 곳은 인도 아니고 법도 아닙니다.”
선주의가 말하였다.
대사여, 실로 어느 곳에 머무시기에 그렇게 말씀하십니까?”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천자여, 나는 머무르는 곳이 없습니다. 마치 변화로 된 사람이 머무는 것처럼 그와 같이 나는 머뭅니다.”
선주의가 말하였다.
대사여, 저 변화로 된 사람은 다시 무엇에 의지하여 머무나이까?”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3020 / 3476]

천자여, 마치 여여(如如)가 머무는 것처럼 허깨비도 그렇게 머뭅니다. 천자여, 만일 그렇다면 그대는 어찌하여 '어느 곳에 머물러 있습니까? 인입니까, 법입니까?'라고 질문하는 것입니다. 천자여, 그러므로 내가 말한 인()은 다만 그 이름이 있을 뿐이요 머무는 곳이 없나니, ()도 역시 그와 같아서 머무는 곳도 없고 움직임도 없으며 분별함도 없습니다. 천자여, 알아야 합니다. 모든 법은 모두 머무는 곳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머문다고 말하는 까닭은 바로 여래께서 모든 중생들을 위하여 그렇게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 까닭은 마치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과 같아서 여래는 저 여여(如如)한 법 중에 머무르며 온갖 중생도 역시 그와 같아서 여여에 머무르되 본래부터 이동하지 않기 때문이니, 마치 중생의 여()가 곧 여래의 여요, 여래의 여가 곧 중생의 여이어서 중생과 여래는 둘이 아니고 구별도 없습니다.”
그 때 선주의 천자가 다시 문수사리에게 아뢰었다.
대사여, 사문[沙門那]이라고 하셨는데 그 사문이란 뜻이 무엇입니까?”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천자여, 만일 사문(沙門)도 아니고 바라문(婆羅門)도 아니면 그것을 곧 진실한 사문이라 합니다. 그 까닭은 그는 욕계에도 집착하지 않고 색계에도 집착하지 않으며 무색계에도 집착하지 않기 때문이니, 그러므로 나는 진실한 사문이라 하는 것입니다. 천자여, 만일 눈이 새지[] 아니하고, 귀가 새지 아니하며, 코가 새지 아니하고, 혀가 새지 아니하며, 몸이 새지 아니하고, 뜻이 새지 아니하면 나는 다시 진실한 사문이라고 말합니다. 천자여, 만일 언[]에 의지하지 않고, 증득[]에 의지하지 않고, 처소[]에 의지하지 않으면 나는 또 진실한 사문이라고 말합니다. 천자여, 만일 가는 곳도 없고, 오는 곳도 없으며, 다친 데도 없고, 부스럼도 없으면 나는 또 진실한 사문이라고 말합니다. 천자여, 그러므로 저 언구[]는 사문도 아니고 바라문도 아니니, 이것을 진실한 사문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 때 선주의 천자가 문수사리를 찬탄하였다.
장하고 장하나이다. 대사여, 실로 예전에 없었던 일입니다. 어진 이께서는 뜻함이 마치 금강(金剛)과 같아서 연설한 것에는 장구(章句)가 없고 또한 처소도 없으며, 마음이 함께 환히 통달하여, 남아서 버리는 것이 없습니...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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