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보적경-3000-600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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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서 이 마음을 보전하지 말라'고 할 것입니다. 또 천자여, 만일 다시 어떤 사람이 나에게로 와서 출가하기를 소원한다면 나는 다시 그에게 이런 말을 하여 주리니, '선남자들아, 그대들이 만일 지금 수염과 머리칼을 잘라 내거나 없애지 않으면 그대들은 곧 진실한 출가를 한 것이니라'고 할 것입니다.”
그 때 선주의 천자가 다시 문수사리에게 아뢰었다.
“대사여, 무슨 이치 때문에 그렇게 말씀을 하십니까?”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천자여, 세존의 설법에는 잘라 내거나 없애는 바가 없습니다.”
선주의가 다시 물었다.
“어떤 것을 잘라내지 않고 또한 없애지도 않습니까?”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천자여, 물질[色]의 법을 잘라내지도 않고 없애지도 않으셨으며, 느낌[受]·생각[想]·지어감[行]·의식[識]도 역시 잘라내지도 않고 없애지도 않으셨습니다. 천자여, 만일 또 어떤 사람이 생각하기를 '나는 수염과 머리칼을 없애야 비로소 출가한 것이 된다'고 한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곧 나라는 모양[我相]에 머무는 줄 알아야 합니다.
나라는 모양에 머무르기 때문에 평등함을 보지 못하고, 또 나를 보기 때문에 중생을 보며, 중생을 보기 때문에 수염과 머리칼을 보고, 수염과 머리칼을 보기 때문에 깎아 없앤다는 생각을 내는 것입니다. 천자여, 그가 만일 나라는 모양을 보지 않으면 남이라는 모양도 보지 않고, 남이라는 모양이 없기 때문에 아만(我慢)도 없으며, 아만이 없기 때문에 우리[吾我]라 함이 없고, 우리라 함이 없기 때문에 분별함이 없으며, 분별함이 없기 때문에 동요함이 없고, 동요함이 없기 때문에 쓸모 없는 이론이 없으며, 쓸모 없는 이론이 없기 때문에 취하거나 버림이 없고, 취하거나 버림이 없기 때문에 짓거나 짓지 않음도 없으며, 끊거나 끊지 않음도 없고, 떨어짐도 없고 합침도 없으며, 덜함도 없고 더함도 없으며, 모임도 없고 흩어짐도 없으며, 생각함도 없고 기억함도 없으며, 설명도 없고 언어도 없나니, 이렇게 되면 곧 이름하여 진실에 편히 머문다고 하는 것입니다.”
선주의가 말하였다.
“대사여, 진실의 뜻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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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사리가 말하였다.
“천자여, 진실이란 허공입니다. 이와 같은 허공은 진실이라고 이름할 수 있나니, 일어남도 없고 다함도 없으며, 줄거나 늘어남도 없습니다. 그 때문에 허공을 진실이라 합니다. 성품의 공함[性空]도 진실이라 하며 여여(如如)도 진실이라 하고, 법계(法界)도 진실이라 하며, 실제(實際)도 진실이라 합니다. 이처럼 진실이란 곧 진실하지 않나니, 왜냐 하면 그 진실함 속에서는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진실하지 않다고 합니다.”
그 때 문수사리가 선주의에게 다시 말하였다.
“천자여, 만일 또 어떤 사람이 나에게로 와서 출가하기를 소원하면 나는 그에게 이렇게 말하여 주리니, '선남자들아, 그대들이 이제 만일 저 가사(袈裟)에 집착하지 않는다면 나는 곧 그대들을 참으로 출가한 이들이라 하리라'고 할 것입니다.”
선주의가 말하였다.
“대사여, 무슨 이치 때문에 또 그렇게 말씀하십니까?”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천자여, 모든 부처님·세존은 취하는 법이 없고 연설하신 것에도 취착하지 않습니다.”
선주의가 말하였다.
“어떠한 것들을 취하시지 않습니까?”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물질[色]의 항상함이나 덧없음을 취하지 않고 나아가 의식[識]의 항상함이나 덧없음을 취하지 않으며, 눈[眼]의 항상함이나 덧없음을 취하지 않고 나아가 뜻[意]의 항상함이나 덧없음을 취하지 않으며, 빛깔[色]을 취하지 않고 나아가 법(法)을 취하지 않으며, 탐욕을 취하지 않고 성냄을 취하지 않으며, 어리석음을 취하지 않고 뒤바뀜도 취하지 않습니다. 천자여, 이와 같이 모든 법을 취하지 않고 역시 버리지도 않으며, 합하지도 않고 떨어지지도 않습니다. 천자여, 만일 가사를 취한다면 그는 곧 있다는 견해와 생각이 큰 줄을 알아야 합니다. 천자여, 그러므로 나는 '가사에 집착하지 않음으로 청정해지고 해탈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그 까닭은 천자여, 모든 부처님·세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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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보리의 처소[大菩提處]에는 가사가 없기 때문입니다.”
선주의가 말하였다.
“대사여, 어떠한 법이 가사입니까?”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천자여, 어떠한 법이 가사냐고 묻는데 탐욕 그것이 가사요, 성냄이 바로 가사며, 어리석음이 바로 가사요, 원인(因)이 가사며 모든 소견이 가사요, 이름과 물질[名色]이 가사며, 허망한 생각이 가사요, 집착이 가사며, 취하는 모양이 가사요, 언어가 가사입니다. 이와 같이 쓸모 없는 이론과 온갖 일체 법이 바로 가사인 것입니다. 만일 모든 법에 착함과 착하지 않음도 없고 생각도 없고 기억도 없음을 알면 이것은 가사가 없다고 합니다. 만일 가사가 없게 되면 아무 것도 없고 아무 것도 없으면 더러움[垢濁]도 없으며 더러움이 없으면 장애도 없고, 장애가 없기 때문에 또한 짓는 것도 없나니, 이것을 일러 생각하여 헤아린다[思量]고 합니다.”
선주의가 말하였다.
“대사여, 생각하여 헤아린다 하시는데, 무슨 이치 때문에 생각하여 헤아린다고 합니까?”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천자여, 저 생각하여 헤아린다 함은 법의 평등함에는 더하거나 덜함[增減]도 없고 짓거나 짓지 않음[作不作]도 없으므로 생각하여 헤아린다 합니다. 천자여, 만일 법에 대하여 더하거나 덜함을 짓지 않을 수 있으며 세존께서 설하신 것과 같이 다시는 생각하거나 분별하지 않아야 하나니, 그러므로 생각하여 헤아린다고 합니다.”
선주의가 말하였다.
“어떠한 것들을 이름하여 더하거나 덜함을 짓지 않는다 합니까?”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천자여, 평등을 초월하는 것이니, 평등을 초월하고 나면 법은 얻을 수 없습니다. 이른바 과거도 얻을 수 없고 미래도 얻을 수 없으며 현재도 얻을 수 없습니다. 그 법은 여(如)가 아닌지라 더하거나 덜함으로 짓는 것이 없으며, 내가 짓는 것도 없고 사람으로 짓는 것도 없으며, 중생으로 짓는 것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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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명으로 짓는 것도 없으며, 단견(斷見)으로 짓는 것도 없고 상견(常見)으로 짓는 것도 없으며, 분별하는 음(陰)·입(入)·계(界)로 짓는 것도 없고, 분별하는 불(佛)·법(法)·승(僧)으로 짓는 것도 없습니다. 또한 '이것은 계율을 지니면서 짓는다, 이것은 계율을 깨뜨리면서 짓는다, 이것은 번뇌하면서 짓는다, 이것은 청정하면서 짓는다, 이것은 과위를 얻으면서 짓는다, 이것은 수다원(須陀洹)이 짓는다, 이것은 사다함(斯陀含)이 짓는다, 이것은 아나함(阿那含)이 짓는다, 이것은 아라한(阿羅漢)이 짓는다, 이것은 벽지불이 짓는다, 또 이것은 바로 공이면서 짓는다, 이것은 모양이 없으면서 짓는다, 이것은 소원이 없으면서 짓는다, 이것은 명(明)·해탈(解脫)이 짓는다. 이것은 욕심을 여의면서 짓는다'고 생각함도 없습니다. 이와 같아서 천자여, 이 모두는 들어본 적이 없는[無聞] 범부를 위하여 헤아리고 분별하면서 이런 법을 말할 뿐입니다. 그대는 곧 이것은 가장 하열한 어리석은 사람이 법을 얻고자 망령되이 생각하면서 집착하는 것인 줄 알아야 합니다. 이 때문에 여래는 그의 집착을 끊게 하기 위하여 이 헤아리고 분별하고 짓고 짓지 않는 일을 연설하는 것입니다.”
이 때에 선주의 천자는 문수사리를 찬탄하였다.
“장하나이다. 대사여, 이러한 뜻의 깊은 법문을 명쾌하게 말씀하셨습니다.”
그 때 세존께서도 문수사리를 칭찬하셨다.
“장하고 장하구나, 문수사리야 너는 이제 그러한 법을 능히 말하였도다.”
그 때 문수사리는 다시 선주의에게 말하였다.
“천자여, 만일 또 어떤 사람이 나에게 와서 출가하기를 소원하면 나는 그에게 이런 말을 하여 주리니, '선남자들아, 만일 그대가 지금 구족계(具足戒)를 받지 않는다면 곧 참된 출가라 하리라'고 할 것입니다.”
선주의가 말하였다.
“대사여, 무슨 이치 때문에 그렇게 말씀하십니까?”
문수사리가 말하였다.
“천자여, 마치 세존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구족계를 받는 법에는 오직 두 가지가 있을 뿐입니다. 두 가지 법이란 어떤 것인가 하면, 첫째는 바르고 평등한 계[正平等戒]를 받는 것이요, 둘째는 삿되고 평등하지 않은 계[邪不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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戒]를 받는 것입니다. 이 가운데 삿되고 평등하지 않은 계란 어떤 것인가 하면, 나라는 소견[我見]에 떨어지고, 사람이라는 소견[人見]에 떨어지며, 중생이라는 소견[衆生見]에 떨어지고, 수명이라는 소견[壽命見]에 떨어지며, 사부라는 소견[士夫見]에 떨어지고, 아주 없다는 소견[斷短見]에 떨어지며, 항상 있다는 소견[常見]에 떨어지고, 삿된 소견[邪見]에 떨어지며, 교만(憍慢)에 떨어지고, 탐욕에 떨어지며, 성냄에 떨어지고, 어리석음에 떨어지며, 욕계(欲界)에 떨어지고, 색계(色界)에 떨어지며, 무색계(無色界)에 떨어지고, 취착하여 분별하는 데에 떨어지는 것입니다. 천자여, 이것을 요약하여 설명하면 온갖 착하지 않은 법 가운데에 떨어지고 악지식(惡知識)을 따르면서 온갖 법을 허망하게 취하여 벗어나고 해탈할 줄을 모르는 데에 떨어지는 것이니, 천자여, 이것은 삿되고 평등하지 않은 계를 받는다고 합니다.
천자여, 이 가운데 바르고 평등한 계율을 받는 것이란 무엇인가 하면, 공함은 평등이요, 모양이 없음이 평등이며, 소원이 없음이 평등입니다. 천자여, 만일 이와 같은 3해탈문(解脫門)에 들어가 사실대로 깨달아 알면서 분별하지도 않고 생각하지도 않으면 온갖 법에서 물러남이 없나니, 천자여, 이것을 가리켜 바르고 평등한 계를 받는다고 합니다. 또 천자여, 만일 탐욕이 일어나고 성냄이 일어나고 어리석음이 일어나며, 욕망[愛]과 무명(無明)이 일어나며, 나라는 소견이 일어나고 나라는 소견이 근본이 되어 예순두 가지 소견[六十二見]이 일어나며, 세 가지 삿된 행[三邪行]이 일어나고 네 가지 뒤바뀜[四顚倒]이 일어나며, 나아가 여덟 가지 삿됨[八邪]과 아홉 가지 괴로움[九惱]과 열 가지 착하지 않은 업의 길[不善業道] 등이 일어난다면 그 때문에 바른 계[正戒]를 받는다고 합니다.
천자여, 비유하면 온갖 종자와 풀과 나무와 숲은 모두가 대지(大地)에 의지하여 나고 자라지만 그 땅은 평등하여 마음이나 생각으로 짓는 것이 없듯이 천자여, 만일 부처님 법 가운데서 계율을 바르게 받으면
그 때문에 구족하게 성취됩니다. 천자여, 비유하면 온갖 풀과 나무와 종자가 대지에 의지하여 머무르면서 더욱 자라나듯이 천자여, 이와 같이 바른 계율을 갖추어 받아야 합니다. 그 까닭은 계율에 머무르면 도법(道法)이 더욱 자라기 때문입니다. 마치 저 종자와 같이 계율도 역시 그러합니다. 또 마치 종자가 더욱 자라면 결실을 맺었다는 이름을 붙이듯이 계율에...
-나무 관 세 음 보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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