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일아함경-885-177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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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 그쳐 다시는 저지르지 않으면
이는 세상을 비추는 것
구름이 사라지고 달이 나타나듯.
사람이 이전에 죄를 지었더라도
뒤에 그쳐 다시는 저지르지 않으면
이는 세상을 비추는 것
구름이 사라지고 해가 나타나듯.
어리고 젊고 연로한 비구들이
부처님의 법을 닦아 행한다면
이는 세상을 비추는 것
구름 없는 하늘의 저 달처럼.
어리고 젊고 연로한 비구들이
부처님의 법을 닦아 행한다면
이는 세상을 비추는 것
구름 없는 하늘의 저 해처럼.
내 이제는 집착과 감정 적어지고
음식에 있어선 만족할 줄 알며
온갖 괴로움을 다 벗어났으니
과거의 인연 이제는 다하였네.
다시는 죽음의 길 받지 않고
구태여 살기를 좋아하지도 않나니
이제는 그저 때를 기다리며
스스로 기뻐하고 어지럽지 않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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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 여래께서는 앙굴마의 말을 긍정하셨다. 앙굴마는 여래께서 긍정하시는 것을 보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의 발에 예배하고 떠났다. 그 때 비구들이 세존께 아뢰었다.
"저 앙굴마는 전생에 어떤 공덕을 지었기에 지금 저렇게 총명하고 지혜로우며 세상에 드물 만큼 얼굴이 단정합니까? 또 어떤 악업을 지었기에 지금 저 몸으로 헤아릴 수 없는 중생을 죽였습니까? 또 어떤 공덕을 지었기에 지금 여래를 만나 아라한의 도를 얻게 된 것입니까?"
세존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아주 먼 옛날 이 현겁(賢劫)에 가섭(迦葉) 여래(如來)·지진(至眞)·등정각(等正覺)이라는 부처님께서 이 세상에 출현하셨고, 그 가섭여래께서 세상을 떠난 뒤에 대과(大果)라는 왕이 나라를 다스리며 이 염부제(閻浮提)를 맡았었다. 그 왕에게는 8만 4천 명의 궁녀와 시녀가 있었지만 그 누구에게서도 자식이 없었다. 대과왕은 여러 나무신·산신·해·달·별 등에 빠짐없이 기도하며 자식을 얻고자 하였다. 그러자 왕의 첫째 부인은 곧 아이를 배었고, 8·9개월이 지나 아들을 낳았는데 세상에 드물 만큼 얼굴이 단정하였다. 그 때 그 왕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몇 년을 자식도 없이 지내던 내가 이제야 비로소 아들을 얻었다. 이제 이름을 짓고 다섯 가지 욕망[五欲]을 마음껏 누리게 하리라.'
왕은 관상을 볼 줄 아는 여러 신하들을 불러모으고 명령하였다.
'내가 이제 아들을 얻었으니 각기 이름을 지어 보라.'
신하들은 왕의 분부를 받고 왕에게 아뢰었다.
'이 태자는 너무도 기묘하고 비할 바 없이 단정하며 얼굴빛이 복숭아꽃 같습니다. 반드시 큰 세력을 가질 것이니 이름을 대력(大力)이라 하소서.'
관상가들은 태자의 이름을 짓고 제각기 자리에서 일어나 떠났다. 왕은 그 태자를 사랑하여 잠시도 눈앞에서 때어놓지 않았다.
태자가 나이 여덟 살이 되던 때였다. 그는 신하들을 거느리고 부왕에게 나아가 아침 문안을 드렸다. 왕은 '태자가 참으로 기특하구나'고 생각하고는 곧 태자에게 말하였다.
'내가 이제 너를 결혼시키고 싶은데 어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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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자는 아뢰었다.
'제가 아직 나이도 어린데 구태여 결혼해 무엇하겠습니까?'
부왕은 우선 참고 결혼시키지 않았다. 그렇게 20년이 지나 왕은 다시 말하였다.
'내 너를 결혼시키고 싶구나.'
태자는 아뢰었다.
'결혼은 해서 무엇하겠습니까?'
그 때 부왕은 신하들과 백성에게 말하였다.
'내 자식도 없이 오랫동안 지내다가 겨우 아들을 하나 낳았는데 결혼할 생각은 않고 티 없이 청정하게만 지내는구나.'
그래서 왕은 태자의 이름을 청정(淸淨)이라고 고쳤다.
청정 태자가 나이 30이 되자 왕은 다시 신하들에게 분부하였다.
'나는 이제 이미 늙었고 다른 아들이 없다. 오직 청정 태자가 있을 뿐이니, 지금 왕위를 태자에게 주어야겠다. 그러나 태자가 다섯 가지 욕망을 좋아하지 않으니, 이 나라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겠는가?'
신하들은 아뢰었다.
'방편을 써서 다섯 가지 욕망을 즐기게 하소서.'
부왕은 곧 종을 치고 북을 울려 온 나라에 영을 내렸다.
'누구든 청정 태자로 하여금 다섯 가지 욕망을 좋아하게 할 수 있는 자가 있다면, 내 천금과 여러 가지 보물을 내리리라.'
그 때 예순 네 가지 술수를 환히 아는 음종(淫種)이라는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왕이 '누구든 청정 태자로 하여금 다섯 가지 욕망을 좋아하게 할 수 있는 자가 있다면 천 금과 여러 가지 보물을 내리리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소식을 듣고, 곧 왕에게 가서 아뢰었다.
'저에게 천 금과 여러 가지 보물을 주신다면 태자로 하여금 다섯 가지 욕망을 즐기게 하겠습니다.'
부왕은 대답하였다.
'정말 그렇게 할 수 있다면 더욱 중히 상을 내리고 약속을 어기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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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음녀는 아뢰었다.
'태자는 어느 곳에서 주무십니까?'
'저 동쪽 별당에 있다. 거기는 여자란 없고 오직 남자 한 사람이 시봉하고 있을 뿐이다.'
'원컨대 대왕께서는 내궁(內宮)에 영을 내려 마음대로 출입하되 막지 말게 하소서.'
그 음녀는 그 날 밤 두 시를 알리는 소리가 나자 태자가 거처하는 방 문밖에서 거짓으로 소리내어 울었다. 태자는 여자의 울음소리를 듣고 시자에게 물었다.
'어떤 사람이 이곳에서 우는가?'
시자는 아뢰었다.
'어떤 여자가 문밖에서 울고 있습니다.'
'너는 빨리 가서 우는 까닭을 물어 보라.'
그 시자가 가서 우는 까닭을 묻자 음녀가 대답하였다.
"남편에게 버림받아서 울고 있는 것입니다."
시자는 돌아와 태자에게 아뢰었다.
'그 여자는 남편에게 버림받았고 또 도둑이 두려워 운다고 합니다.'
'그 여자를 데려다 코끼리 우리에 두라.'
그러나 그곳에 가서도 또 울었다. 다시 마구간에 데려다 두었지만 거기서도 또 울었다. 태자는 다시 시자에게 말하였다.
'이리 데리고 오라.'
곧 데려다 방에 들여놓았지만 거기서도 또 울었다. 태자는 친히 그에게 물었다.
'왜 또 우는가?'
음녀는 대답하였다.
'태자시여, 외롭고 연약한 여자라 너무도 두렵습니다. 그래서 우는 것입니다.'
'이 평상 위에 올라 오라. 무서움이 없어질 것이다.'
그때서야 여자는 잠자코 말이 없었고, 또 울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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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옷을 벗더니 태자에게 다가가 태자의 손을 끌어다 자기 가슴 위에 얹었다. 태자는 곧 깜짝 놀랐지만 차츰차츰 흥분하게 되었고, 욕정이 일어 곧 그녀를 취하게 되었다.
이튿날 아침 청정 태자는 부왕에게 갔다. 부왕은 태자의 얼굴빛이 보통 때와 다른 것을 멀리서 보고 말하였다.
'너는 바라던 일이라도 이루었는가?'
태자는 대답했다.
'예, 대왕의 말씀대로 입니다.'
부왕은 너무 기뻐 어쩔 줄 몰라하며 말하였다.
'소원이 무엇이냐, 내 뭐든지 들어주리라.'
'소원대로 해 주시겠다는 약속을 중간에 후회하지 않으신다면 소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네 말대로 결코 중간에 후회하지 않으리라. 소원이 무엇이냐?'
'지금 대왕께서는 이 염부제를 다스리며 무엇이든 마음대로 하실 수 있습니다. 염부제 안에 있는 모든 처녀들을 먼저 우리 집에 왔다가 그 뒤에 시집가게 하소서.'
'네 말대로 하리라.'
왕은 곧 나라 안의 온 백성들에게 영을 내렸다.
'아직 시집가지 않은 처녀는 먼저 청정 태자에게 보냈다가 시집가도록 하라.'
그 때 그 성의 수만(須蠻)이라는 여자가 차례가 되어 왕에게 가게 되었다. 수만 장자의 딸은 벗은 몸에 맨발로 사람들 속을 다니면서도 부끄러움이 없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저희끼리 말하였다.
'저 여인은 장자의 딸로서 그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어떻게 벗은 몸으로 사람들 속을 다니는가? 나귀와 무엇이 다른가?'
그녀는 사람들에게 대답하였다.
'나는 나귀가 아니다. 너희들이 바로 나귀다. 너희들은 여자가 여자를 보고 부끄러워하는 것을 본적이 있는가? 이 성 사람들은 모두 여자고, 오직 청정 태자만 남자다. 나도 청정 태자의 문 앞에 가면 옷을 입을 것이다.'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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