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보적경-2875-575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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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인이 묻는 바는 모든 부처님께서 행하는 것이라 성문으로서는 대답할 바 아닙니다.”
그 때 무구시 여인이 말하였다.
“모든 부처님의 법과 성문의 법은 다름이 있습니까? 만일 그것에 다름이 있다면 무위(無爲)에 두 가지가 있습니까? 모든 현인이나 성인은 모두가 무위를 행합니다. 무위의 법은 곧 생김이 없고 만일 생김이 없다면 이것에는 둘이 없으며 이것에 둘이 없다면 이 여(如)도 그러하고 여도 그러하다면 둘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대덕 이월은 어째서 이런 말씀을 하는 것입니까?”
그 때 무구시 여인이 아나율에게 말하였다.
“세존께서는 대덕에게 '모든 천안(天眼)을 지닌 사람 가운데서 제일이다'고 하셨습니다. 대덕이 천안으로 보는 것은 물건이 있는 것입니까, 물건이 없는 것입니까? 만일 물건이 있는 것을 본다면 항상 있는 것[常]을 보는 것이요, 만일 물건이 없는 것을 본다면 아주 없는 것[斷]을 보는 것이니, 만일 두 가지 치우침[二邊]을 여의게 되면 곧 보는 것이 없게 될 것입니다.”
대덕 아나율도 곧 잠자코 가만히 있었다.
그러자 대덕 아난이 아나율에게 말하였다.
“어찌하여 무구시 여인이 묻는 것에 대답하지 않고 계십니까?”
아나율이 아난에게 대답하였다.
“이 여인이 묻는 바는 임시적인 명칭[假名]을 무너뜨리고 있나니, 그러므로 임시적인 명칭으로는 대답할 수가 없습니다.”
그 때 무구시 여인이 아난에게 말하였다.
“세존께서는 대덕에게 '많이 들은[多聞] 사람 가운데서 제일이다'고 하셨습니다. 이 많이 듣는 법은 바로 진실한 이치[實義]인 것입니까, 문자(文字)인 것입니까? 만일 이것이 진실한 이치라면 이치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법이라면 곧 이식(耳識)으로써 알 바가 아니요, 이식으로 알 바가 아니라면 다시 말로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만일 문자로써라면 세존께서는 '분명한 이치에 의지하고 문자에 의지하지 않는다[依於了義不依文學]'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므로 대덕 아난도 역시 많이들은 것이 아니요 분명한 이치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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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 아난도 잠자코 가만히 있었다.
그러자 문수사리 법왕자가 대덕 아난에게 말하였다.
“어찌하여 무구시 여인이 물은 것에 대답하지 않고 계십니까?”
아난이 말하였다.
“이 여인이 묻는 바의 많이 들음[多聞]은 문자를 여읜 것이니, 이것은 곧 음성으로써는 대답할 수 없습니다. 평등한 데서 묻는다 하여도 평등함은 마음이 아니요, 마음의 모양을 여의었기 때문에 이것은 배우는 지위[學地]에 있는 사람의 법이 아니거늘 내가 어찌 대답할 수 있겠습니까? 이것은 바로 모든 여래이신 법왕(法王)께서 저 언덕에 이르신 곳입니다.”
3) 보살품(菩薩品)
그 때 무구시 여인이 문수사리 법왕자에게 말하였다.
“세존께서는 당신에게 '깊이 이해하는[深解] 보살 가운데서 제일이다'고 하셨습니다. 당신은 12인연(因緣)의 깊은 것으로써 깊음을 삼습니까, 진리의 깊은 것[眞深]으로써 깊음을 삼습니까? 만일 12인연의 깊은 것으로서 깊음을 삼는다면 12인연의 깊은 것을 이룬 중생은 없습니다. 그 까닭은 12인연은 오는 데도 없고 가는 데도 없으며 안식(眼識)으로 알 바가 아니요, 이식(耳識)·비식(鼻識)·설식(舌識)·신식(身識)·의식(意識)으로 알 바도 아니기 때문이니, 이 중의 12인연은 바로 행하는 법이 아닙니다. 만일 진리의 깊은 것으로 깊음을 삼는다면 진리의 깊은 것은 곧 깊은 것이 아니요 또한 진리의 깊은 것을 얻는 이도 없습니다.”
문수사리가 무구시 여인에게 대답하였다.
“처음[始]이나 끝[際]이 깊기 때문에 깊은 것입니다.”
무구시 여인이 문수사리에게 물었다.
“처음이나 끝이면 끝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당신의 아는 것은 역시 아는 것이 아닙니다.”
문수사리가 무구시 여인에게 대답하였다.
“앎이 없으면 얻음이 없는 것을 얻기 때문에 처음과 끝이라고 말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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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구시 여인이 문수사리에게 말하였다.
“얻는 것이 없는 가운데서는 말할 거리가 없는 것이니, 언어의 길을 초월한 것이므로 할 말이 없습니다.”
문수사리가 무구시 여인에게 대답하였다.
“문자를 빌어서 말할 뿐입니다.”
무구시 여인이 문수사리에게 말하였다.
“모든 부처님의 보리는 문자와 구절과 언설을 초월한 것이니, 그러므로 보리는 말로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그 때 무구시 여인이 무치견(無癡見) 보살에게 말하였다.
“당신 선남자께서 말씀하기를 '나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사위성에 나아가서 성안의 중생으로서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어야 할 이면 그가 보는 물건마다 모두 여래의 상(像)이 되게 하겠으며 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결연(決然)하게 하겠습니다'라고 하셨습니다. 만일 여래를 보게 할 때에 색신(色身)을 보게 하겠습니까, 법신(法身)을 보게 하겠습니까? 만일 색신을 보게 한다면 부처님을 보지 못합니다. 마치 세존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아서 '만일 나의 색신을 보거나 나의 음성을 들으면 그 사람은 치우치게 본 것이라 나를 본 것이 아니니라'고 하셨습니다. 만일 법신이라면 법신은 볼 수 없습니다. 그 까닭은 법신은 보거나 들음을 여의어서 취할 수 없기 때문이니, 그러므로 보거나 들을 수가 없습니다.”
그 때 무치견 보살은 잠자코 가만히 있었다.
그러자 보상(寶相)보살이 무치견 보살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무엇 때문에 무구시 여인이 묻는 바를 대답하지 않고 계십니까?”
무치견 보살이 말하였다.
“무구시 여인이 물은 바는 성품이 없는 법[無性法]입니다. 이 성품이 없는 법은 말로 설명할 수 없나니, 그 때문에 대답하지 않습니다.”
무구시 여인이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성품이 없는 법을 묻지 않았습니다. 성품이 없는 법은 물을 수조차도 없습니다. 배우고 나서 대답하면 거리낄 것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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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무구시 여인이 보상 보살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당신이 말씀하기를 '나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사위성에 나아가서 온갖 성바지의 집에 보배 광이 솟아 나와서 7보가 두루 갖추게 하겠습니다' 라고 하셨습니다. 당신이 보배를 보시하겠다는 마음은 염착(染箚)이 있는 것입니까, 염착이 없는 것입니까? 만일 염착이 있다면 범부와 똑 같나니, 그 까닭은 범부에게는 애착(愛着)이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애착이 없다면 애착이 없는 가운데서는 보배를 보시함이 없습니다.”
그 때 보상 보살이 곧 잠자코 가만히 있었다.
그러자 무구시 여인이 이악취(離惡趣) 보살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당신은 말씀하기를 '나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사위성에 나아가서 성안에 만일 어떤 중생으로서 마땅히 나쁜 길에 떨어져야 할 이면 모두 현재의 세상에서 벗어나게 하겠습니다'고 하셨습니다. 여래께서는 업(業)은 불가사의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불가사의한 업을 속히 끊을 수 있습니까? 만일 끊을 수 있다면 곧 여래의 말씀을 어긴 것입니다. 만일 모르셨다면 어떻게 하면 가벼이 받고 속히 끊을 수 있습니까? 만일 끊을 수 있다면 주인이 없는 법안에서 당신이 곧 주인 노릇을 한 것이요, 또 끊을 수 있다면 마땅히 끊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악취 보살이 무구시 여인에게 대답하였다.
“나는 원력(願力)으로 가벼이 받고 속히 끊게 할 수 있습니다.”
무구시 여인이 이악취 보살에게 물었다.
“선남자여, 모든 법은 여(如)의 성품이라 원력으로써는 받게 할 수 없습니까?”
그러자 이악취 보살이 곧 잠자코 가만히 있었다.
그 때에 무구시 여인이 제제개(除諸蓋) 보살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당신은 말씀하기를 '나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사위성 안의 중생으로 하여금 5개(蓋)를 모두 제거하게 하겠습니다'고 하면서, 당신은 생각하기를 '이 선정에 들어간 뒤에 중생으로 하여금 5개에 가려지지 않게 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이 선정 안에서는 자기가 마음대로 하는 것입니까, 다른 이가 마음대로 하는 것입니까? 만일 자기가 마음대로 한다면 그들에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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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칠 까닭이 없습니다. 모든 법은 저것에 이르는 것이 없거늘 어떻게 당신이 선정에 들어가서 다른 이의 5개를 제거시킨다는 것입니까? 만일 다른 이가 마음대로 한다면 다른 이를 이익 되게 할 수가 없습니다.”
제제개 보살이 무구시 여인에게 대답하였다.
“이 행은 인자함[慈]을 최고로 삼습니다.”
무구시 여인이 제제개 보살에게 물었다.
“모든 부처님의 모든 행은 인자한 행입니다. 선남자여, 부처님은 중생으로 인하여 5개(蓋)로써 근심거리를 삼지 않으면 안됩니까?”
제제개 보살이 곧 잠자코 가만히 있었다.
그 때 무구시 여인이 관세음(觀世音) 보살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당신은 말씀하기를 '나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사위성 안의 중생이 감옥에 갇히면 속히 풀려나게 하고 죽게 될 이면 곧 목숨을 건져 주며 두려워하는 이는 곧 두려움이 없게 하겠습니다'라고 하셨습니다. 무릇 두렵다 함은 취함이 있는 것입니까, 취함이 없는 것입니까? 만일 이것을 취함이 있다면 어리석은 사람도 역시 취함이 있나니, 그러므로 옳지 않습니다. 만일 이것을 취함이 없다면 베풀 바가 없는 것이요, 베풀 바 없는 법 가운데서 어떻게 제거가 있을 수 있겠습니까?”
관세음 보살이 잠자코 가만히 있었다.
변엄(辯嚴) 보살이 관세음 보살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어찌하여 무구시 여인이 묻는 바를 대답하지 않고 계십니까?”
관세음 보살이 말하였다.
“이 여인은 나고 없어지는 법[生滅法]은 묻지 않았습니다. 그 때문에 대답할 수가 없습니다.”
무구시 여인이 관세음 보살에게 말하였다.
“이 남이 없고[無生] 없어짐이 없음[無滅]을 물으면 안 됩니까?”
관세음 보살이 무구시 여인에게 대답하였다.
“남이 없고 없어짐이 없는 것 안에는 문자나 언설이 없습니다.”
무구시 여인이 관세음 보살에게 말하였다.
“모든 지혜가 있는 이는 문자가 없는 데서 임시로 문자를 말합니다. 그러...
-나무 관 세 음 보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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