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보적경-2870-574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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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들은 뒤에는 오랜 세월 동안 이익이 더욱 자라면서 안락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일을 논하기 시작할 때에 파사닉왕이 그 곳으로 와서 그가 하는 말을 듣고 왕은 딸 무구시에게 말하였다.
“너는 모든 쾌락이 모자랄 것이 없거늘 무엇 때문에 근심하면서 잠도 자지 않고 세간의 즐거움을 좋아하지 않느냐.”
그 때 파사닉왕은 곧 그의 딸에게 게송으로 말하였다.
단정 엄숙하기 마치 천녀(天女)와 같고
목욕하고 향을 바른 옷을 입고 있으며
영락 등도 두루 갖추고 있거늘
어찌 근심하면서 잠을 자지 않느냐.
나라는 부자여서 재보가 많고
부모에게서도 자유를 얻었거늘
어떤 즐겁지 않은 일이 있기에
잠을 자지도 않는 것이냐.
너에게는 모든 이가 친한 뜻으로 대하고
사람들이 모두가 공경하고 우러르며
나는 갖가지로 장엄하여 주거늘
너는 어째서 좋아하지 않느냐.
너는 어떠한 일을 보고 들었기에
이러한 근심을 품고 있는 것이냐.
좋다, 어떠한 소원이 있는가를
너는 나에게 그 일을 말하여라.
그 때 딸 무구시는 게송으로 부왕에게 대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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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께서는 집 안에
음(陰)·계(界)·입(入)이 모두 고달픔이며
세간을 살아감은 환술과 같고
생명은 잠시도 멈춤이 없음을 모르고 계십니다.
독을 마셨거늘 누가 잠을 잘 수 있겠고
죽을 데서 그 누가 기뻐함이 있겠으며
바위에서 떨어지면서 어찌 살아나기를 바라겠습니까?
세상의 모양은 모두가 그와 같습니다.
마치 사람이 독사 사이에 있는 것과 같거늘
어찌 잠이나 욕심이 있겠으며,
사대(四大)는 마치 독사와 같거늘
어찌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마음이 있겠습니까?
모든 원수들에게 둘러싸이어
굶주린 이와 같거늘 어찌 즐겁겠으며
모든 적국(敵國)이 노리고 있거늘
부왕인들 어찌 즐겁겠습니까?
이 때문에 세존을 뵈옵고
발심하여 성불하기를 원합니다.
왕께서나 저는 보살이 잠시라도
방일한 것을 아직 보았거나 듣지 못하였습니다.
2) 성문품(聲聞品)
그 때 무구시 여인이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대덕이시여, 제가 조금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가엾이 여기셔서 해설하여 주십시오. 세존께서는 어진 이에게 '지혜(智慧)를 지닌 이 가운데서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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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이 지혜는 유위(有爲)입니까, 무위(無爲)입니까? 만일 유위라면 속이는 것이어서 진실한 법이 아닙니다. 만일 그것이 무위라면 무위의 법은 생김이 없으며, 생김이 없는 법이라면 곧 일어남이 없고 일어남이 없기 때문에 대덕의 지혜는 곧 아무 것도 없는 것입니다.”
사리불은 잠자코 가만히 있었다. 그러자 대덕 목건련이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대덕이시여, 어찌하여 무구시 여인이 물은 것에 대답하지 않고 계십니까?”
사리불이 목건련에게 대답하였다.
“이 여인은 유위의 법을 묻지는 않고 첫째가는 이치[第一義諦]를 묻고 있습니다. 첫째가는 이치 안에는 언설(言說)이 없는 것이니, 그러므로 말로써는 대답할 수 없습니다.”
그 때 무구시 여인이 목건련에게 말하였다.
“세존께서는 대덕에게 '신족(神足)을 쓰는 사람 가운데서 제일이다'고 하셨습니다. 대덕이시여, 신족으로 다닐 때에는 중생이라는 생각을 하십니까? 법이라는 생각을 하십니까? 만일 중생이라는 생각에 머무른다면 중생은 진실이 없는 것이라 그 신족도 역시 진실이 아닙니다. 만일 법이라는 생각에 머무른다면 법은 변하거나 달라짐이 없으며 변하거나 달라짐이 없다면 얻을 바가 없고 얻을 바가 없다면 곧 분별이 없습니다.”
대덕 목건련도 잠자코 가만히 있었다.
그러자 마하가섭이 목건련에게 말하였다.
“대덕이여, 어찌하여 무구시 여인이 물은 것에 대답하지 않고 계십니까?”
목건련이 말하였다.
“이 여인은 분별하는 신족을 묻지 않습니다. 모든 여래의 보리는 짓는 것도 없고 분별도 없으므로 이것은 곧 말로는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그 때 무구시 여인이 마하가섭에게 말하였다.
“세존께서는 대덕에게 '두타(頭陀)를 행하는 사람 가운데서 제일이다'고 하셨습니다. 또 다시 대덕은 중생들을 가엾이 여기어 8해탈(解脫)에 들어가신 뒤에 보시를 받거니와 한 생각 동안에라도 남의 보시를 받으면서 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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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 갚습니까? 마음으로써 갚습니까? 만일 몸으로써 갚는다면 몸의 성품은 무기(無記)나 마치 풀이나 나무나 담이나 벽이나 기왓장이나 조약돌 등과 똑같아서 다름이 없는 것이니, 그러므로 반드시 보시의 은혜를 갚을 수 없습니다. 만일 마음으로 갚는다면 마음은 찰나찰나마다 멈추지 않는 것이라 역시 갚을 수 없습니다. 만일 몸과 마음을 제외한다면 곧 무위의 법이니, 만일 무위의 법이면 그 누가 갚겠습니까?”
마하가섭도 곧 잠자코 가만히 있었다.
그러자 대덕 수보리가 마하가섭에게 말하였다.
“어찌하여 무구시 여인이 물은 것에 대답하지 않고 계십니까?”
마하가섭이 수보리에게 대답하였다.
“이 여인이 묻는 것은 법의 진제(眞際)를 묻고 있으므로 이 진리는 말로써는 대답할 수가 없습니다.”
그 때에 무구시 여인이 수보리에게 말하였다.
“세존께서는 대덕에게 '다툼이 없는[無諍] 사람 가운데서 제일이다'고 하셨습니다. 이 다툼이 없는 행은 존재의 성품[有性]에 들어가는 것입니까, 여의 성품[如性]에 들어가는 것입니까? 만일 여(如)의 성품에 들어간다면 여는 생기는 모양이 아니고 여는 소멸하는 모양이 아닌 것이니, 만일 생기는 모양도 아니고 소멸하는 모양도 아니라면 곧 이것은 평등한 것이요, 이것이 평등하다면 이 여(如)도 그러하며 이 여도 그렇다면 이것은 짓는 것이 없고 짓는 것이 없다면 언설이 없으며 언설이 없다면 불가사의하고 만일 불가사의하다면 곧 펴거나 표시할 수가 없습니다. 또 만일 존재의 성품에 있다면 존재의 성품은 속이는 것이라 만일 속임을 당한다면 성인으로서의 행할 바가 아닙니다.”
대덕 수보리도 곧 잠자코 가만히 있었다.
그러자 부루나미다라니자가 수보리에게 말하였다.
“어찌하여 무구시 여인이 물은 것에 대답하지 않고 계십니까?”
수보리가 부루나에게 대답하였다.
“나는 진리에 대해서는 대답할 수 없습니다. 오직 잠자코 있는 것만이 내가 좋아하는 것입니다. 이 여인이 물은 것은 쓸모 없는 이론이 없는 법[無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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論法]을 묻고 있는데 만일 언설이 있게 되면 곧 허물이 생깁니다. 법의 성품은 언설이 없는 것이라 바로 다툼이 없는 행[無諍行]입니다.”
그 때 무구시 여인이 부루나에게 말하였다.
“세존께서는 대덕에게 '설법(說法)하는 사람 가운데서 제일이다'고 하셨습니다. 만일 설법을 하실 때는 경계가 있는 법[有境界法]으로써 말씀하십니까? 경계가 없는 법[無境界法]으로써 말씀하십니까? 만일 경계가 있는 법으로 말씀하신다면 곧 범부와 똑같습니다. 그 까닭은 범부는 경계가 있는 법으로 말하기 때문에 대덕은 범부의 법을 여의지 못한 것입니다. 만일 경계가 없다면 아무 것도 없는 것이요, 아무 것도 없다면 어째서 설법하는 사람들 가운데서 제일이고 하겠습니까?”
부루나도 잠자코 가만히 있었다.
그러자 대덕 이월(離越)이 부루나에게 말하였다.
“대덕은 어찌하여 무구시 여인이 물은 것에 대답하지 않고 계십니까?”
부루나가 이월에게 대답하였다.
“이 여인은 유위를 묻지 않고 첫째가는 이치를 묻고 있습니다. 첫째가는 이치 안에는 언설이 없는 것이니, 그 때문에 대답할 만한 도리가 없습니다.”
그 때 무구시 여인이 이월에게 말하였다.
“세존께서는 대덕에게 '선(禪)을 수행하는 사람 가운데서 제일이다'고 하셨습니다. 대덕은 선을 수행할 때에 마음이 있는 선[有心禪]에 의지하십니까? 마음이 없는 선[無心禪]에 의지하십니까? 만일 마음에 의지하여 선에 들어간다면 마음은 마치 허깨비[幻化]와 같아서 진실하지 않은 것이라서 이 선정도 역시 진실하지 않을 것입니다. 만일 마음이 없이 선에 들어간다면 모든 바깥의 법인 풀과 나무와 가지와 잎과 꽃과 열매 등도 역시 선정을 얻어야 됩니다.
그 까닭이 무엇이냐 하면, 그것들은 다 같이 마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대덕 이월도 잠자코 가만히 있었다.
그러자 대덕 아나율이 이월에게 말하였다.
“어찌하여 무구시 여인이 묻는 것에 대답하지 않고 계십니까?”
이월이 아나율에게 대답하였다.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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