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보적경-2850-570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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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본체가 머무를 수 있습니까? 또 늘리거나 줄일 수도 있는 것입니까? 그러기에 이런 변재가 있을 수 있습니까? ”
그 때 수보리가 곧 여인에게 말하였다.
“만일 무루의 법을 증득하면 차별도 없고 변설도 없습니다. 그 때문에 법의 본체는 말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여인이 존자 수보리에게 말하였다.
“온갖 법에서 어떻게 '그 이익을 잘 얻었고 그러한 변재를 얻었다'고 그와 같은 생각을 내십니까?”
수보리가 여인에게 말하였다.
“변재를 얻었기 때문에 말한 것이요, 얻지 않았는데 일부러 말한 것이겠습니까?”
여인이 존자 수보리에게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한 것과 같은 '모든 법은 마치 메아리와 같다'고 함을 믿으십니까?”
수보리가 말하였다.
“저는 그런 일을 믿습니다.”
여인이 말하였다.
“그림자나 메아리에는 변제가 있습니까, 없습니까?”
수보리가 말하였다.
“안에서의 소리 때문에 바깥의 메아리가 있는 것입니다.”
여인이 말하였다.
“수보리여, 인연으로 생긴 소리가 있기 때문에 그 메아리가 있는 것인데 그 메아리에는 어떤 성품과 모양이 있는 것입니까? 그 메아리와 소리에는 성품이나 모양이 없습니다. 왜냐 하면 만일 인연으로 생긴다면 그것은 생겨남이 없다[無生]는 이치이기 때문입니다.”
수보리가 말하였다.
“모든 법은 인연으로 생깁니다.”
무외덕 여인이 말하였다.
“모든 법은 체성(體性)이 생기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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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보리가 말하였다.
“만일 모든 법의 체성이 그와 같이 끝내 없다면 어떻게 여래께서는 '항하의 모래만큼의 모든 부처님께서 장차 정각(正覺)을 이루신다'고 말씀하신 것입니까?”
여인이 말하였다.
“법계(法界)가 생길 수 있는 것입니까?”
수보리가 말하였다.
“생길 수 없습니다.”
무외덕 여인이 말하였다.
“모든 부처님·여래께서는 법계의 성품과 모양과 같습니다.”
수보리가 말하였다.
“온갖 모든 법계는 보지 못합니다.”
무외덕 여인이 말하였다.
“모든 사람들이 말하는 '무루(無漏)를 증득한다' 하면서 '항하 모래 만큼의 많은 모든 부처님께서 장차 정각을 이루신다' 하는데 이 말은 무슨 뜻이겠습니까? 왜냐 하면 법계는 나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온갖 설명이나 설명이 아닌 것은 마침내는 청정하기 때문이니, 저 일이 아닌 것은 말로는 설명할 수도 없으며 실제(實際)를 떠나 있는 것입니다.”
수보리가 말하였다.
“당신은 심히 기특하십니다. 집에 있으면서도 이렇게 묘하게 설법을 잘하며 또 이렇게 그지없는 변재가 있으니 말입니다.”
무외덕 여인이 말하였다.
“수보리여, 보살은 취하지 않을 것을 취하거나 듣지 않을 것을 듣거나 함이 없는지라, 집에 있거나[在家] 집을 떠나거나[出家] 변재가 있습니다. 왜냐 하면 마음이 청정한 까닭에 지혜가 드러나게 되고 지혜가 드러나는 까닭에 변재가 드러나게 되기 때문입니다.”
여인이 존자 수보리에게 이어서 말하였다.
“이제 보살의 행을 잘 말해야겠습니다.”
수보리가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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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말씀하시면 나는 듣겠습니다.”
무외덕 여인이 말하였다.
“수보리여, 보살은 여덟 가지 법 행을 성취하기 때문에 '집에 있으니' '집을 떠나느니' 하는 말은 할 수가 없습니다. 수보리여, 어떤 것이 여덟 가지 법이냐 하면, 첫째는 보살은 몸의 청정함을 얻고 반드시 보리를 믿습니다. 둘째는 대자대비를 성취하면서 중생을 버리지 않습니다. 셋째는 대자대비를 성취하기 때문에 세간의 온갖 일에 선교(善巧)합니다. 넷째는 몸과 목숨을 버릴 수 있고 그리고 방편 선교를 성취합니다. 다섯째는 교묘하게 한량없는 원을 세웁니다. 여섯째는 반야바라밀 행을 성취하고 온갖 소견을 떠났기 때문입니다. 일곱째는 큰 용맹스런 정진을 일으켜 모든 착한 업을 닦으면서 만족해함이 없기 때문입니다. 여덟째는 장애가 없는 지혜를 얻어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기 때문입니다. 수보리여, 보살은 이와 같은 여덟 가지 법을 성취하기 때문에 집에 있으니 집을 떠나느니 말할 수 없으며 어느 위의(威儀)를 따르거나 보리 안에 머무르면서 장애가 없습니다.”
그 때 존자 라후라가 무외덕 여인에게 말하였다.
“이런 말이야말로 청정하지 못한 언설(言說)입니다. 당신은 보배 신을 신고 또 높은 평상에 앉아 있으면서 이렇게 모든 성문들과 함께 논의(論議)를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당신은 어찌 '청정하지 않은 사람과 높은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는 설법하지 말라'는 말도 듣지 못했습니까?”
그 때 무외덕 여인이 곧 존자 라후라에게 말하였다.
“혹시 청정하다 청정하지 않다 함을 사실대로 아십니까?
존자 라후라여, 이것은 세간에서의 청정한 것을 말씀하십니까?”
라후라가 말하였다.
“청정하다거나 청정하지 않음은 없습니다. 여래께서 제정한 계율을 따르면서 받아 행하다가 그 계율을 범하면 청정하다거나 청정하지 않은 것이 되거니와 만일 또 어떤 사람이 그 계율을 범하지 않으면 청정하다거나 청정하지 않은 것도 아닙니다.”
무외덕 여인이 말하였다.
“그만두시오, 그만두시오. 그런 말씀하지 마십시오. 만일 설법이나 제정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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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율을 수행하는 사람이라면 그에게 청정하지 않음을 말한다 하는데 라후라여, 그는 무루의 법을 증득했기 때문에 그는 곧 범한 것이 아니며, 범하지 않았기 때문에 또한 청정함과 청정하지 않음이 없습니다. 왜냐 하면 모든 성문은 이미 모든 설법을 다 들었고 모든 제정된 계율에서 벗어났기 때문입니다.
여래는 모든 성문으로서 배우는 이를 위하여 삼계(三界)에 오셔서 그들을 위하여 짐짓 말씀하신 지라 그 성문들은 벌써 삼계를 지나갔습니다. 이런 이치 때문에 지나갔다 지나가지 않았다 함을 말하는데 모든 경계도 그와 같습니다. 그는 계율을 깨달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청정하다 청정하지 않다 함을 말하나 허공이란 오직 언설이 있을 뿐이요 지혜의 힘만으로 보는 것이니, 이 때문에 청정하다거나 청정하지 않음을 말할 수 있습니다.”
라후라가 말하였다.
“청정함과 청정하지 않음에는 어떤 차별이 있습니까?”
무외덕 여인이 말하였다.
“비유하면 마치 순금에서 모든 때[垢]를 다 빼버리고 꾸미개를 만들기도 하고 만들지 않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빛깔에 어떤 차별이 있습니까?”
라후라가 말하였다.
“차별이 없습니다.”
무외덕 여인이 말하였다.
“청정하다 함과 청정하지 않다 함은 오직 이름으로만 차별이 있을 뿐 다른 차별은 없습니다. 왜냐 하면 모든 법의 성품은 온갖 때[垢]를 여의어 물듦과 집착을 떠났기 때문입니다.”
여인은 이어서 존자 라후라에게 말하였다.
“높고 넓은 평상에 앉아서는 설법하지 않아야 합니다. 온갖 보살은 풀로 만든 깔개에 앉았으나 높은 평상에 앉은 것보다 더 뛰어나고 성문이 범천(梵天)에 있는 것보다 더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라후라가 말하였다.
“무슨 이치 때문입니까?”
여인이 말하였다.
“라후라여, 혹시 보살이 어떤 자리에 앉아서 보리를 얻는가를 보셨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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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
라후라가 말하였다.
“풀로 만든 자리에 앉아서입니다.”
여인이 말하였다.
“보살이 풀로 만든 자리에 앉아 있으면 온 삼천대천세계의 제석·범왕과 호세 사천왕(護世四天王) 등과 그 밖의 하늘들이며 아가니타천(阿迦尼吒天) 등이 모두 와서 예배하고 합장하고 보살의 발에 예배하게 됩니다.”
라후라가 말하였다.
“그러합니다, 그러합니다.”
이 때 무외덕 여인이 라후라에게 말하였다.
“이와 같은 법을 성취했기 때문에 보살이 풀로 만든 자리에 앉아 있어도 높고 넓은 큰 평상에 앉아 있는 것보다 뛰어나고 성문이 범천에 있는 것보다 더 뛰어납니까?”
그 때 아사세왕이 딸 무외덕에게 말하였다.
“너는 그 분이 석가 여래의 아드님이요, 계율을 배우는 사람들 가운데서 제일임을 모르느냐.”
딸 무외덕이 부왕에게 말하였다.
“그만 두십시오. 대왕이시여, 그런 말씀은 하지 마십시오. '라후라가 여래의 아드님'이라 하시는데 대왕이시여, 혹시 사자가 야간(野干)을 낳았다는 일을 보셨거나 들으셨습니까?”
왕이 말하였다.
“보지 못했느니라.”
딸이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혹시 전륜성왕이 그 밖의 작은 나라의 왕에게 예배하거나 공경하는 일을 보셨거나 들으셨습니까?”
대답하였다.
“보지 못했느니라.”
딸이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이와 같아서 여래는 사자인 왕이요, 큰 법륜[法輪]을 굴리시...
-나무 관 세 음 보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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