增一아함경, 雜아함경

증일아함경-580-116

근와(槿瓦) 2018. 3. 24. 01:37

증일아함경-580-116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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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는 집으로 돌아와 갖가지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만재 장자를 대접하였다. 이 때 만재 장자가 다시 물었다.  "내가 이 음식은 먹겠지만 딸은 저에게 시집보내시겠습니까, 안 보내시겠습니까?" 아나빈저가 대답하였다. "생각이 꼭 그러하시면 그 뜻을 따르겠습니다. 지금부터 보름 뒤에 아들을 저희 집으로 오라고 하십시오." 이렇게 말하자 그는 곧 떠나갔다. 그 때 만재 장자는 필요한 물건을 모두 준비해 가지고 보배 깃털로 장식한 수레를 타고 80유연(由延 : 由旬)까지 나아갔다. 아나빈저 장자도 그 딸을 목욕시키고 향을 피우고는 보배 깃털로 장식한 수레를 타고 만재 장자의 아들을 맞이하기 위해 나아가 중도에서 서로 만났다.


그 때 만재 장자는 그 처녀를 데리고 만부성으로 돌아갔다. 그 때 만부성 사람들은 이런 규칙을 만들어 놓았었다.  '만일 이 성에 살던 처녀가 다른 나라로 나가게 되면 중한 벌을 받는다. 또 다른 나라의 여자를 데리고 들어오는 사람도 중한 벌을 받는다.' 그 때 그 나라에는 6천 명의 범지(梵志)들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이 나라 사람들이 받들어야 할 규칙을 만들어 놓고, 만일 이 규칙을 어기는 자가 있으면 그는 6천 명 범지들에게 식사를 대접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 때 만재 장자는 그 규칙을 범한 것을 스스로 알았기 때문에 곧 6천 명의 범지들에게 식사 대접을 하기로 하였다. 범지들이 먹을 음식은 그들 모두가 먹을 만큼의 돼지고기와 돼지고기 국과 맑은 술이었다. 또 범지들이 입을 옷으로 흰 천이나 혹은 솜털로 만든 옷을 준비하였다. 그런데 그 범지들의 법에 나라로 들어올 때에는 옷으로 오른 어깨만 덮고 몸의 반은 드러내게 되어 있었다. 그 때 장자가 곧 그들에게 알렸다.  "때가 되어 음식이 다 준비되었습니다." 그 때 6천 명의 범지들은 모두 한 쪽만 옷으로 가리고 몸의 반은 드러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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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장자의 집에 들어갔다. 장자는 범지들이 오는 것을 보고 무릎으로 걸어 나아가 맞이하여 공경을 다해 예를 올렸다. 그러자 그 중 우두머리 범지가 손을 들어 장하다고 칭찬하고는 장자의 목을 끌어안고 자리에 나아가 앉았다. 다른 범지들도 저마다 차례대로 앉았다. 6천 범지들이 자리에 앉기를 마치자 장자가 수마제에게 말하였다.  "너는 화장을 하고 나와서 우리 스승들을 향하여 예를 올려라." 수마제가 대답하였다.  "그만 두십시오, 제발 그만 두십시오. 시아버님[大家], 저는 옷을 벗은 사람들에게 예를 올릴 수 없습니다." 장자가 말하였다.  "저 분들은 옷을 벗은 것이 아니다. 부끄러움이 없는 것도 아니다. 다만 저 분들이 입은 옷은 곧 법복(法服)일 따름이다."


수마제가 말하였다.  "저들은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모두 몸을 밖으로 드러내 놓고 있습니다. 무슨 저런 옷을 법복으로 사용합니까? 장자께서는 들어 보소서. 세존께서는 세상 사람들이 귀하게 여겨야 할 것으로 두 가지를 말씀하셨습니다. 이른바 제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慚]과 다른 사람에 대해 부끄러워하는 것입니다. 만일 이 두 가지가 없었다면 부모 · 형제 · 친족과 다섯 친족(親族)들의 높고 낮음을 분별할 수 없게 되어, 지금은 닭 · 개 · 돼지 · 양 · 나귀 · 노새의 무리들과 다를 바 없이 높고 낮음이 없게 되었을 것입니다. 이 두 가지 법이 세상에 있기 때문에 곧 높고 낮음의 구분이 있는 줄을 알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저 사람들은 이 두 가지 법을 여의어 흡사 닭 · 개 · 돼지 · 양 · 나귀 · 노새의 무리들과 같습니다. 저는 결코 저들을 향해 예를 올릴 수 없습니다." 수마제의 남편이 그 아내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일어나서 우리 스승님들에게 인사를 드리시오. 이 분들 모두 내가 하늘처럼 섬기는 분들이오." 수마제 여인이 대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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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두십시오. 족성자(族姓子)여, 나는 스스로 부끄러워할 줄도 모르고 남부끄러운 줄도 몰라 몸을 들어낸 사람들에게 예를 올릴 수 없습니다. 나는 사람인데 어떻게 짐승들을 향해 예를 올리겠습니까?" 남편이 다시 말하였다. "닥치시오. 그런 말하지 마시오. 그대의 입을 조심하여 죄를 짓지 마시오. 저 분들은 짐승이 아니고, 또 미친 사람들도 아니오. 저 분들이 입은 옷은 바로 법의(法衣)일 뿐이오." 그 때 수마제 여인은 얼굴빛이 변하고 눈물을 흘리며 슬피 울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차라리 우리 부모와 다섯 친척들에게 몸이 다섯 조각이 나 이 목숨이 끊길지언정 끝내 이러한 삿된 소견에 떨어지지는 않겠습니다." 그 때 6천 범지들이 저마다 큰 소리로 고함을 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그만 두시오, 제발 그만 하시오. 장자여, 무슨 까닭에 그 여인으로 하여금 저렇게 욕을 하게 하는가? 만약 청하는 사람이 있으면 곧 음식을 돌리시오."


그 때 장자와 수마제의 남편은 곧 돼지고기와 돼지고기 국과 맑은 술을 내어 6천 범지들을 배불리 먹였다. 모든 범지들은 그것을 먹고 나서 얼마동안 이야기를 나누다가 곧 일어나 떠나갔다. 그 때 만재 장자는 높은 누각에 혼자 앉아서 근심하고 슬퍼하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저 여자를 데리고 와서 이제 우리 집이 망하게 되었구나. 내가 우리 문중을 욕되게 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 때 다섯 가지 신통[五通][5신통(神通)이라고도 한다. 즉 천안통(天眼通)·천이통(天耳通)·타심통(他心通)·숙명통(宿命通)·신족통(神足通)을 말한다.]을 얻고 모든 선정(禪定)을 다 얻어 만재 장자의 존경을 받고 있던 수발(修跋)[팔리어로는 Sudhadda라고 하며, 또는 수발(須跋)이라고도 한다.]이라는 범지가 있었다. 그 때 수발 범지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장자와 헤어진 지도 오래 되었다. 지금 가서 만나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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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만부성(滿富城)으로 들어가 장자의 집에 이르러 그 문지기에게 물었다. "장자께서 지금 계십니까?" 문을 지키는 이가 대답하였다. "장자께서는 지금 높은 누각 위에서 말할 수 없이 깊은 시름에 빠져 계십니다." 범지는 누각 위로 재빨리 올라가 장자를 만나보았다. 범지가 장자에게 물었다. "무엇 때문에 이처럼 근심하고 계십니까?  관청이나 도둑이나 수재(水災)나 혹은 화재(火災)의 변(變)을 당했습니까? 아니면 집안에 무슨 불화라도 생긴 것은 아닙니까?" 장자가 대답하였다. "관청이나 도둑의 변은 없습니다. 다만 집안 일이 조금 뜻대로 되지 않아서 그럽니다." 범지가 물었다. "그 사정을 듣고 싶습니다. 무슨 사연입니까?"


장자가 대답하였다" 어제 우리 아이가 장가를 들어 아내를 맞이함으로 인하여 나라 법을 범(犯)하고, 게다가 다섯 친척들을 욕되게까지 하였습니다. 즉 여러 스승님들을 집에 초청하고 며느리를 데리고 가서 인사를 시키려고 하였으나 며느리가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범지 수발이 말하였다. "그 여자의 집은 어느 나라에 있습니까? 가까운 데서 데려왔습니까, 아니면 먼 곳에서 데려 왔습니까?"  "그 여인은 사위성에 사는 아나빈저의 딸입니다." 범지는 그 말을 듣고 나서 깜짝 놀라면서 두 손으로 귀를 막고 이렇게 말하였다. "아아! 장자여, 매우 기이한 일이고 매우 특별한 일입니다. 그 여자가 아직 그대로 살아 있습니까? 또 자살(自殺)을 하지도 않았고 다락에서 몸을 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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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않았다니 참으로 매우 다행한 일입니다. 왜냐 하면 그 여인이 섬기는 스승들은 모두 범행(梵行)을 닦는 사람들이기 때문이오. 그런데 아직도 그 여자가 살아 있다는 것은 매우 기이한 일이고 매우 특별한 일입니다." 장자가 말하였다. "내가 지금 당신 말을 듣고 나니 도리어 비웃고 싶습니다. 왜냐 하면 당신은 외도(外道)로서 배우는 것이 저들과 다른데 어째서 저 사문 석씨 아들의 행(行)을 찬탄하는 것입니까? 그 여자가 섬기는 스승이 무슨 위덕(威德)이나 무슨 신통변화라도 가지고 있습니까?" 범지가 대답하였다. "장자여, 그대는 그 여인의 스승들이 가진 신령스러운 덕에 대하여 듣고 싶습니까? 내가 이제 대충 그 내력을 말해주겠습니다." 장자가 말하였다" 그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범지가 말하였다. "나는 옛날 설산 북쪽에 가서 어떤 마을에서 걸식을 한 적이 있습니다. 나는 밥을 얻어 가지고 아누달(阿耨達)이라는 못으로 날아 왔었습니다. 그 때 저 하늘 · 용 · 귀신들이 멀리서 내가 오는 것을 보고 모두 칼을 들고 내게 와서 말하였습니다.  '수발 선인이여, 이 못 가엔 오지 마시오. 제발 이 못을 더럽히지 마시오. 만일 우리의 말을 듣지 않으면 바로 그대의 목숨을 끊어버리겠소.' 나는 그 말을 듣고 곧 그 못을 떠나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밥을 먹었습니다. 장자여, 마땅히 알아야 합니다. 그 여자가 섬기는 스승들 중에 가장 어린 제자로서 균두(均頭)라는 사미가 있었습니다. 그 사미도 설산 북쪽에 가서 걸식(乞食)을 하다가 아누달이라는 못으로 날아와 두 손으로 무덤 사이에 있는 죽은 사람의 옷을 집었습니다. 그 옷은 피투성이에 매우 더러웠습니다. 그 때 아누달이라는 못에 사는 큰 신(神)과 하늘 · 용 · 귀신(鬼神)들은 모두 일어나서 나아가 맞이하며 공경하고 문안하였습니다.  '잘 오셨습니다. 사람들의 스승이시여, 이 자리에 앉으십시오.'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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