增一아함경, 雜아함경

증일아함경-420-84

근와(槿瓦) 2018. 2. 20. 01:16

증일아함경-420-84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416 / 1393]

...로 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대왕은 너무 방일(放逸)하십니다. 지금 장수왕이 이 성에 와 있습니다.'
그러자 왕은 매우 성을 내면서 곧 좌우 신하들에 명하여 장수왕을 잡아오라고 하였다. 그 때 측근 신하들은 겁비를 데리고 가서 동서(東西) 사방으로 찾아 나섰다. 그 때 겁비는 멀리서 장수왕을 보고 곧 눈으로 가리키며 대신들에게 말하였다.
'저 사람이 장수왕입니다.'
그들은 곧 그 앞에 나아가 장수왕을 잡아 범마왕이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가서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이 사람이 장수왕입니다.'
온 나라의 백성들은 모두 장수왕이 잡혔다는 말을 들어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 때 그 부인도 장수왕이 범마왕에게 붙잡혔다는 말을 듣고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이제 살아서 무엇하겠는가? 차라리 대왕과 함께 목숨을 같이하리라.'
그 때 부인은 그 태자를 데리고 사위성으로 들어가면서 부인은 태자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너는 이제 네 살길을 찾도록 해라.'
 

그러자 장생 태자는 그 말을 듣고 나서도 잠자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때 부인은 범마왕이 있는 곳으로 갔다. 왕은 멀리서 그 부인이 오는 것을 보고 기뻐 뛰면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즉시 대신들에게 명하여 부인과 장수왕을 끌고 네거리에 가서 그들의 몸을 네 동강을 내라고 하였다.
그 때 모든 대신들은 왕의 명령을 받고 장수왕과 그 부인의 몸을 뒤로 묶어 가지고 사위성을 돌면서 온 백성들로 하여금 모두 보게 하였다. 그 때 백성들은 그것을 보고 누구나 마음이 아파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그 때 장생 태자가 그 대중들 가운데 있다가 자기의 부모를 끌고 시장바닥을 돌아다니다가 끌고 가서 죽이려고 하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도 그는 얼굴빛이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그 때 장수왕은 장생 태자를 돌아보면서 말하였다.
'너는 남의 장점도 보지 말고 또 남의 단점도 보지 말라.'


                                                                             [417 / 1393]

그리고는 곧 이런 게송을 말하였다.

원한을 원한으로 갚으면 그치지 않나니
옛날부터 이런 법이 있어왔다.
원한을 없애면 원한을 이기나니
이 법은 영원히 변치 않는 법이다.

이 때 대신들이 서로 말했다.
'저 장수왕은 매우 어리석다. 장생 태자가 어떤 사람이기에 우리들의 앞에서 저 왕은 태자에게 이런 게송을 외우는 것일까?'
그 때 장수왕은 모든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어리석지 않다. 다만 이 가운데서 지혜로운 사람만이 내 말을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이다. 여러분은 마땅히 알아야만 한다. 내 한 사람의 힘만으로도 이 백만(百萬) 무리들을 쳐부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그렇게 하면 이 중생들이 수없이 죽어갈 것이다. 내 한 몸 때문에 여러 세상 동안에 죄를 받을 수는 없다. 원한을 갚으면 원한은 끊이지 않는다. 이것은 옛날부터 있어온 법이다. 원한이 없으면 원한을 이길 수 있다이 법은 영원히 변치 않는 것이다.' 


그 때 그 모든 신하들은 장수왕과 그 부인을 네거리로 끌고 가서 그들의 몸을 네 동강을 내고, 그대로 버려 둔 채 제각기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장생 태자는 해질 무렵에 나무와 풀을 주워 모아 부모를 화장하고 떠나갔다.
그 때 범마달왕은 높은 누각[] 위에 올라가 멀리서 어린아이가 장수왕과 그 부인을 화장하는 것을 보고 측근 신하들에게 명하였다.
'저 애는 틀림없이 장수왕의 친척일 것이다. 너희들은 어서 가서 저 아이를 잡아오너라.'
그 때 모든 신하들이 미처 그를 잡으러 가기 전에 그 아이는 벌써 달아났다. 장생 태자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저 범마왕은 우리 부모를 죽였고, 또 우리 나라를 빼앗아 살고 있다. 내가 부모의 원수를 갚으리라.'


                                                                             [418 / 1393]

장생 태자는 곧 거문고를 잘 타는 스승에게 가서 말하였다.
'나는 이제 거문고 타는 것을 배우고 싶습니다.'
거문고 타는 스승이 물었다.
'지금 너의 성()은 무엇이며, 부모는 어디에 있는가?'
아이가 대답하였다.
'저에게는 부모가 없습니다. 저는 본래 이 사위성에 살았었는데, 우리 부모는 일찍 돌아가셨습니다.'
거문고 타는 스승이 말하였다.
'거문고 타는 법을 배우고 싶으면 배우도록 해라.'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야 한다. 장생 태자는 곧 거문고 타는 기술과 노래 곡조를 배웠다. 장생 태자는 본래 총명(聰明)하여 채 며칠이 지나지 않아 거문고 타는 기술과 노래 곡조에 대하여 모르는 것이 없었다. 그 때 장생 태자는 거문고를 안고 범마달왕의 처소에 있는 코끼리 외양간으로 가서 아무도 없는 틈을 타서 혼자 거문고를 타면서 또 청아한 노래를 불렀다.
 

그 때 범마달왕은 높은 누각 위에서 거문고를 타면서 노래를 부르는 소리를 듣고 곁에 있는 신하에게 물었다.
'저 아이는 어떤 사람이기에 코끼리 외양간에서 혼자서 거문고를 타고 노래를 부르면서 저렇게 놀고 있는가?'
신하가 대답하였다.
'이 사위성에 사는 어떤 아이가 혼자서 거문고를 타면서 저렇게 노래를 부르며 놀고 있습니다.'
그 때 왕이 시자(侍者)에게 말하였다.
'너는 저 아이에게 명하여 여기 와서 놀게 하여라. 내가 저 아이의 노는 모습을 보고 싶다.'
그 때 그 시자는 곧 아이를 불러 왕이 있는 곳으로 오라고 하였다. 범마달왕이 아이에게 물었다.
'네가 어제 밤에 저 코끼리의 외양간에서 거문고를 탔느냐?'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대왕이시여.'


                                                                             [419 / 1393]

범마달이 말하였다.
'너는 지금 내 곁에서 거문고를 타면서 노래하고 춤을 추어보아라. 내가 너에게 의복과 음식을 대주리라.'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 때 장생 태자는 범마달의 앞에서 거문고를 타면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었다. 그 솜씨는 매우 절묘하였고 아름답기 그지없는 일이었다.
범마달왕은 거문고 타는 소리를 듣고 매우 기뻐하면서 장생 태자에게 말하였다.
'이제부터 너는 나를 위해 내 보물창고를 지키도록 하여라.'
그러자 장생 태자는 왕의 분부를 받은 뒤로 한 번도 실수가 없었으며, 그는 항상 왕의 뜻을 따라 먼저 웃어 보이고 뒤에 말하되 늘 왕의 뜻을 먼저 알아차리곤 하였다.
그 때 범마달왕이 다시 명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너는 사람됨이 매우 총명하다. 나는 다시 너에게 명한다. 너는 이 궁중 안의 일을 모두 책임지고 알아서 처리하라.' 


그 때 장생 태자는 궁중 안에 있으면서 거문고 타는 기술과 노래 부르는 법을 모든 기녀들에게 가르치고, 또 코끼리 타는 법과 말 타는 기술을 가르치는 등 무슨 일이든 모르는 것이 없었다.
그 때 범마달은 공원 관사에 나가 서로 즐기면서 놀고 싶어서 장생을 명하여 보배 깃털로 만든 수레를 정비하라고 하였다.
그러자 장생 태자는 곧 왕의 분부를 받고 곧 깃털로 만든 수레를 준비하고, ()과 은()으로 만든 안장(鞍裝)과 굴레를 코끼리에게 씌워 수레를 장식하였다. 그는 왕에게 돌아와 아뢰었다.
'수레 준비가 다 끝났습니다. 왕은 때를 아소서.'
범마달왕은 보배 깃털로 만든 수레를 타고 장생을 시켜 수레를 몰게 하고, 네 부류의 군대를 거느리고 갔다. 장생 태자가 수레를 몰고 앞서 가면서 늘 대중들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 때 범마달왕이 장생 태자에게 물었다.
'지금 군사들은 어디에 있는가?'


                                                                             [420 / 1393]

장생이 대답하였다.
'신은 군사들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때 왕이 말하였다.
'잠깐 멈추어라. 내가 지금 몹시 피로하여 조금 쉬고 싶다.'
그 때 장생 태자는 곧 수레를 멈추고 왕을 쉬게 하였다. 그 당시는 군사들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 때 범마달왕은 곧 장생 태자의 무릎을 베고 잠이 들었었다. 장생 태자는 왕이 잠든 것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왕은 나의 큰 원수이다. 나의 부모를 죽였고 우리 나라를 빼앗아 살고 있다. 지금 원수를 갚지 않으면 언제 그 원수를 갚을 수 있겠는가? 내가 이제 저 왕의 목숨을 끊어놓으리라.'
그렇게 생각한 그는 오른손으로 칼을 빼고 왼손으로 그 머리카락을 잡았다.
그러다가 다시 생각하였다.
'아버지께서 임종하실 때에 나에게 타이르기를 (장생아, 너는 꼭 알아야 한다. 남의 장점(長點)도 보지 말고 또 남의 단점(短點)도 보지 말라)고 하시면서 다시 게송을 말씀하시지 않으셨던가?

원한을 원한으로 갚으면 그치지 않나니
옛날부터 이런 법이 있어왔다.
원한을 없애면 원한을 이기나니
이 법은 영원히 변치 않는 법이다.

내 이제 이 원수를 용서해야 하겠다.'
이와 같이 생각하고는 곧 칼을 도로 꽂았다. 이렇게 두 번 세 번 되풀이하다가 다시 생각하였다.
'이 왕은 나의 큰 원수이다. 나의 부모를 죽였고 우리 나라를 빼앗아 살고 있다. 지금 원수를 갚지 않으면 언제 그 원수를 갚을 수 있겠는가? 그렇다,...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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