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릉엄경(首楞嚴經)

견은 차별이 없다(9)

근와(槿瓦) 2014. 12. 8. 00:32

견은 차별이 없다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아 난 : 세존이시여, 이 견의 정기가 반드시 나의 묘한 성품일진댄, 이 묘한 성품이 지금 내 앞에 있사온대 이 앞에 있는 견이 만일 나의 참 성품이오면, 내 몸과 마음은 무엇이오리까. 이 몸과 마음은 저 견을 분별하는 실체가 있거니와 저 견은 내 몸을 분별하는 성품이 없나이다.

 

만일 저 견이 참으로 내 마음이어서 나로 하여금 물건을 보게 한다 할진댄 저 분별없는 견이 도리어 내가 될 것이요, 이 몸은 내가 아닐 것이니 그렇다면 여래께서 먼저 말씀하신 ‘물건도 나를 보리라’ 하시던 것과 무엇이 다르오리까. 자비하신 마음으로 모르는 우리들을 깨우쳐 주소서.

 

부처님 : 아난아, 네가 말하기를 ‘견이 네 앞에 있다’는 것이 옳지 아니하니, 그 견이 참으로 네 앞에 있어서 네가 본다 할진댄 이 견의 있는 처소가 있을 터인즉 네가 어디 있다고 지적할 수 있어야 하리라.

 

내가 지금 너와 더불어 기타숲 절에 앉아서 숲과 법당을 보며, 위로는 해와 달을 보고, 앞으로는 항하를 보나니, 네가 내 사자좌 앞에서 손으로 분명히 가리켜 보아라. 이 여러 가지 모양이 그늘진 것은 숲이요, 밝은 것은 해요, 막힌 것은 벽이요, 통한 것은 허공이요, 이리하여 풀과 나무와 검불과 쓰레기 까지라도 크고 작은 것은 다를지언정 형상있는 것은 가리키지 못할 것이 없나니 견이 반드시 네 앞에 있을진댄 손으로 분명하게 가리켜 내라. 어느 것이 견이냐.

 

아난아, 잘 생각하여 보아라. 만일 허공이 견이라면 허공이 이미 견이 되었으니 무엇을 허공이라 하겠느냐. 만일 물건이 견이라면 물건이 낱낱이 쪼개내어 밝고 묘한 견을 가리켜서 내게 보이되, 저 물건들과 같이 분명하여 의심이 없게 하라.

 

아 난 : 내가 지금 이 훌륭한 강당에서 멀리로는 항하를 보고, 위로는 해와 달을 보거니와 손으로 가리킬 수 있는 것과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모두 물건이옵고, 견이라 할 것이 없나이다.

 

세존이시어, 부처님의 말씀과 같사오니 나는 처음 배우는 성문(聲聞)이라 그러하거니와 비록 보살들이라도 이 여러 가지 물건 앞에서 견의 정기를 쪼개어 내어 온갖 물건을 여의고 따로 견의 성품인 것을 가르키지 못하리로소이다.

 

부처님 : 그러하다, 아난아. 네 말과 같이 온갖 물건을 여의고는 따로 견의 성품이 없다할진댄 네가 가리키는 물건 가운데는 견이 없어야 하리라.

 

지금 다시 묻노라. 네가 여래와 함께 기타숲 절에 앉아서 숲과 동산과 해와 달과 여러 가지 물건들을 보나니, 이 가운데 반드시 네가 가리킬 견이 없을진댄 너는 다시 따져 보아라. 이 물건들 가운데 어느 것이 견이 아니냐.

 

아 난 : 내가 다시 이 기타숲을 두루 살펴보오나 어느 것이 견이 아닌 지를 알 수 없나이다. 그 까닭을 말하건댄 만일 나무가 견이 아니라면 어떻게 나무를 보며, 만일 나무가 곧 견일진댄 어찌 나무라 하오리까. 이와 같이 허공이 견이 아니라면 어떻게 허공을 보며 만일 허공이 곧 견일진댄 어찌 허공이라 하오리까. 내가 다시 생각하온즉 이 여러 가지 물건 가운데서 자세하게 따져 보면 견 아닌 것이 없나이다.

 

부처님 : 그러하다.

 

이에 대중 가운데 무학(無學) 아닌 이들이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이 이치의 끝과 처음을 알지 못하여 한참동안 어리둥절하여 어찌할 줄을 모르더니 부처님께서 그들의 생각에 놀라워하는 줄을 아시고 가엾은 생각을 내시어 아난과 대중을 위로하시며 말씀하시었다.

 

부처님 : 좋은 남자들아. 부처님의 말씀은 진실한 말이며, 진리에 맞는 말이며, 속이지 않는 말이며, 허망하지 않는 말이니 말가리들이 죽지 아니하려고 어지럽게 속이는 네 가지 허망한 말이 아니니라. 너희들이 잘 생각하여 부질없이 기대하는 마음을 어기지 말라.

 

이때에 문수사리보살이 사부(四部) 대중을 딱하게 여기어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예배하고 합장하고 여쭈었다.

 

문 수 : 세존이시어, 이 대중들이 여래께서 말씀하신 물건이나 허공이 견인지, 견이 아닌지 그 두 가지 뜻을 알지 못하나이다.

 

세존이시어, 앞에 있는 물건이나 허공이 만일 견이라면 가리킬 수가 있어야 할 것이요, 견이 아니라면 보지 못하여야 할 것이온데, 지금 그 이치가 어찌된 까닭인 줄을 알지 못하여 놀라워 함이언정 옛날의 선근(善根)이 부족하여 그러는 것이 아니오니, 바라옵건댄 크신 자비로 일러주소서. 이 여러 가지 물건과 견이란 것이 원래 어떻게 된 것인데 맞다, 아니다 할 수가 없나이까.

 

부처님 : 문수야, 시방의 여래나 대보살들이 자신이 머물러 있는 삼마디 가운데는 보는 정기나 볼 물건이나 인식하는 마음이나 몸이 모두 허공에 보는 헛꽃과 같아서 본래부터 참말 있는 것이 아니니라. 이 견이나 물건이나 인식하는 것들이 원래 보리의 묘하고 맑은 본체이니 어찌 이 가운데 맞다, 아니다 할 수가 있겠느냐.

 

문수야, 네게 묻노니 마치 네가 문수거든 다시 옳은 문수라 할 문수가 있겠느냐, 문수가 없겠느냐.

 

문 수 : 그러하니이다, 세존이시어. 내가 참말 문수이오매 옳은 문수라 할 것이 없사오니 만일 옳은 문수가 있사오면 문수가 둘이 되겠나이다. 그러나 오늘날 문수가 없는 것 아니오매 여기에는 옳다, 아니다 할 것이 없나이다.

 

부처님 : 이 묘하고 밝은 견이나, 저 허공과 물건들도 역시 그러하여 원래 묘하고 밝은 위없는 보리의 깨끗하고 두렷한 참 마음으로서 허망하게 물건들과 허공과 보는 것 듣는 것들이 되었나니, 마치 곁의 달을 어느 것은 옳은 달이라 어느 것은 그른 달이라 할 수 없는 것 같느니라. 문수야, 한 달(一月)만이 참달이니, 그 가운데서 옳은 달이라 그른 달이라 할 것이 없느니라.

 

그러므로 네가 지금에 이것은 견이라 하고 이것은 물건이라 하여서 여러 가지로 분별하는 것이 모두 허망한 생각이므로 이 가운데서 맞다 아니다 하는 것을 벗어나지 못하거니와, 만일 이 참된 정기의 묘하고 밝은 각의 본성을 깨닫기만 하면 금시에 ‘견이라고 가리킬 수 없다’ 하는데서 뛰어나게 되리라.

 

 

출전 : 수능엄경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