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일아함경-335-67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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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석제환인이 존자 바구로에게 아뢰었다. "중생들의 근기(根器)는 참으로 다양합니다. 그러나 존자께서는 꼭 아셔야만 합니다. 세존께서도 중생들의 종류는 이 땅덩이의 흙보다 더 많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왜 존자 바구로께서는 다른 사람들에게 설법하지 않습니까?" 바구로가 대답하였다. "중생들의 종류는 다 깨달아 알기 어렵고 세계의 온갖 나라들도 모두 똑 같지 않습니다. 그들은 다 내 것[我所]과 내 것이 아니다[非我所]라고 하는 데에 집착하고 있다. 나는 지금 그 이치를 다 관찰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들에게 설법하지 않는 것입니다." 석제환인이 말하였다. "원컨대 존자께서는 저를 위해 내 것과 내 것이 아닌 것에 대하여 그 이치를 설명하여 주십시오."
존자 바구로가 말하였다. "나는 사람의 수명(壽命)에 대하여 남자 · 여자 등 사람의 종류라면 누구나 다 이 목숨을 의지해서 존재한다는 것을 압니다. 그런데 또 구익(拘翼)이여, 세존께서도 또 말씀하시기를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만 하느니라. 항상 스스로 치열하게 힘써 삿된 법을 일으키지 말고, 또 성현의 침묵[默然]을 배워야 하느니라'라고 하셨습니다. 나는 그 이치를 관찰하였기 때문에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입니다." 그 때 석제환인은 멀리서 세존께서 계신 곳을 향해 합장하고 곧 이런 게송을 말하였다.
10력을 가지신 존귀한 분께 귀의하나니 원만하게 빛나 그 광명은 가리움이 없네. 모두가 일체 중생을 위하는 것이니 이야말로 참으로 기이하고 특별하네. 존자 바구로가 대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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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하여 제석께서는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그것은 참으로 기이하고 특별합니다."석제환인이 말하였다. "나는 기억합니다. 옛날에 나는 세존께서 계신 곳에 나아가 그 발에 예배하고 이런 이치를 물었습니다. '하늘이나 사람의 무리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까?' 그 때 세존께서 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세계의 많은 종류들이 제각기 달라서 그 근원이 똑같지 않느니라.' 저는 그 말을 듣고 조금 있다가 대답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신 것과 같습니다. 세계의 많은 종류들은 제각각이어서 똑같지 않습니다. 그러나 만일 저 중생들을 위해 설법해 주시면 모두 그것을 받들어 가져 좋은 과(果)를 성취하는 이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그것은 매우 기이하고 특별한 일이다'라고 말하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존자 바구로께서도 또한 그와 같이 세계의 많은 종류들은 제각각이어서 똑같지 않다고 말하십니다."
그 때 석제환인은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존자는 다른 사람들에게 충분히 설법할 수 있는 분이다. 설법할 능력이 없지 않다.' 그리고 석제환인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그 때 석제환인은 존자 바구로의 말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3 ][이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한 것으로는 『중아함경』 제29권 123번째 소경인 「사문이십억이경(沙門二十億耳經)」과 『잡아함경』 제9권 254번째 소경인 「이십억이경(二十億耳經)」이 있다.]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점파국(占波國)[팔리어로는 camp 라고 하며, 첨파(瞻波)국이라고도 한다. 한역하여 무승(無勝)이라고도 하는데, 인도 16대국 가운데 하나로 중인도 긍가(恆伽) 못 주변에 위치해 있었으며, 도성(都城)을 또한 점파(占波)라고 하였다.]의 뇌성(雷聲) 못가에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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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 존자 이십억이(二十億耳)는 어떤 고요한 곳에서 스스로 법의 근본을 닦아 12두타(頭陀)의 행법(行法)을 버리지 않고, 밤낮으로 경행(經行)하면서 37도품(道品)의 가르침에서 떠나지 않았다. 앉거나[坐] 다니거나[行] 간에 항상 바른 법을 닦고, 초저녁이나 밤중이나 새벽이나 늘 스스로 격려하여 잠깐도 쉬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욕루(欲漏)의 법에서 마음이 해탈하지 못하였다. 그 때 존자 이십억이는 경행하던 곳에서 다리를 다쳐 피가 흘러 온 길에 낭자했다. 비유하면 마치 소를 잡은 곳에서 흘러내린 피를 까막까치가 먹는 것과 같았다. 그런데도 그는 여전히 욕루의 마음에서 해탈하지 못하였다. 그 때 존자 이십억이는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석가문(釋迦文)부처님의 제자로서 고행(苦行) 정진(精進)하는 이들 중에 내가 제일이다. 그런데도 나는 오늘날까지 번뇌의 마음[漏心]에서 해탈하지 못하였다. 게다가 우리 집은 재산도 많고 보배도 넉넉하다. 나는 차라리 이 가사를 벗어버리고 세속 사람으로 되돌아가 집안의 재물을 가지고 널리 보시하는 것이 낫겠다. 사문 노릇을 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 때 세존께서 멀리서 이십억이가 마음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아시고, 곧 허공을 날아 그가 경행하는 곳으로 가서 자리를 펴고 앉으셨다. 그 때 존자 이십억이가 부처님의 처소로 나아가 부처님의 발에 머리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러자 세존께서 이십억이에게 물으셨다. "너는 전에 어떤 이유로 '석가문(釋迦文)부처님의 제자로서 고행 정진하는 이들 가운데서는 내가 제일이다. 그런데도 나는 오늘날까지 번뇌의 마음에서 해탈하지 못하였다. 게다가 우리 집은 재산도 많고 보배도 넉넉하다. 나는 차라리 이 가사를 벗어버리고 세속 사람으로 되돌아가 집안의 재물을 가지고 널리 은혜나 베푸는 것이 낫겠다. 사문 노릇을 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라는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느냐?" 이십억이가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지금 너에게 도로 물으리니, 네 마음 내키는 대로 나에게 대답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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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어떠냐? 이십억이야, 너는 본래 세속 집에 있을 때에 거문고를 잘 탔느냐?" 이십억이가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본래 속가 집에 있을 때에 거문고를 잘 탔었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어떠냐? 이십억이야, 만일 거문고 줄을 너무 죄면 그 소리가 고르지 못할 터인데, 그 때에도 거문고 소리를 잘 나게 탈 수 있었느냐?" 이십억이가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어떠냐? 이십억이야, 만일 거문고 줄을 다시 느슨하게 하면 그 때에도 거문고 소리를 잘 나게 탈 수 있었느냐?" 이십억이가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새존이시여."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어떠냐? 이십억이야. 만일 거문고 줄을 너무 죄지도 않고 너무 늦추지도 않으면, 그 때에는 거문고 소리를 잘 나게 탈 수 있었느냐?" 이십억이가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거문고 줄을 너무 죄지도 않고 너무 늦추지도 않으면 그 때는 거문고소리를 잘 나게 탈 수 있었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공부하는 일도 그와 같다. 너무 지나치게 정진(精進)하면 그것은 마치 조롱하고 장난치는[調戱] 것과 같고, 게을리 하면 삿된 소견에 떨어지게 된다. 만일 그 중간에 있으면 그것이 최상의 행(行)이다. 그렇게 하면 오래지 않아 마땅히 번뇌가 없는 사람이 될 것이니라." 그 때 세존께서 이십억이와 비구들에게 미묘한 법을 설명하시고 나서 뇌음못가로 돌아가셨다. 그 때 존자 이십억이는 세존의 가르침을 생각하여 잠깐도 게을리 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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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한가하고 고요한 곳에서 그 법을 수행하였다. 좋은 집안 자제가 출가하여 도를 배울 때처럼, 수염과 머리를 깎고 위없는 범행(梵行)을 닦았다. 그래서 '나고 죽음이 이미 다하였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은 이미 다 마쳐 다시는 몸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사실 그대로 알아 존자 이십억이는 곧 아라한(阿羅漢)이 되었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 성문(聲聞)들 중에서 정진 고행으로 제일가는 제자는 바로 이 이십억이 비구이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4 ][이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한 것으로는 『잡아함경』 제46권 1,233번째 소경인 「명종경(命終經)」이 있다.]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사위성에 살고 있던 바제(婆提) 장자는 우연히 병이 들어 목숨을 마쳤다. 그런데 그 장자는 자식이 없어 그가 가지고 있던 재보(財寶)는 모두 국가에 귀속되었다. 그 때 파사닉왕이 온몸에 먼지를 뒤집어쓰고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나아가 세존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 때 세존께서 왕에게 물었다. "대왕이여, 무슨 일로 온몸에 먼지를 뒤집어쓰고 나의 처소에 오신 것입니까?" 파사닉왕이 세존께 아뢰었다. "이 사위성 안에 살고 있던 바제 장자가 오늘 죽었습니다. 그런데 그에게는 자식이 없었기 때문에 제가 직접 가서 그가 가지고 있던 재산과 보물을 거두어 국가에 귀속시켰습니다. 순금(純金)이 8만 근(斤)이나 되었으니, 하물며 그 밖의 다른 물건들이야 더 말할 것이 있겠습니까? 그러나 그 장자가 세상...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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