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일아함경-265-53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261 / 1393] 쪽
...려 알지 못하는 것이 있다.'
그러자 운뢰 범지가 곧 스승의 앞에 나아가 아뢰었다.
'부디 원컨대 가르쳐 주소서. 제가 아직 외우지 못한 것이 무엇입니까?'
그 때 야야달 범지는 곧 5백언(言)의 송(誦)을 생각해 지어 가지고 운뢰에게 말하였다.
'여기 5백언 송이라고 하는 이런 글이 있다. 너는 이것을 공부해야 한다.'
운뢰가 아뢰었다.
'원컨대 스승께서 가르쳐 주시면 제가 외우겠습니다.'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 때 야야달 범지에게 이 5백언 송을 가르친 지 며칠이 되지 않아 그는 그것을 다 외웠다.
그 때 야야달 바라문이 5백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이 운뢰 범지는 모든 기술을 다 갖추어 무슨 일이든지 통달하지 못한 것이 없다.'
그리고는 그 자리에서 초술(超術)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이 초술 범지는 매우 재주가 뛰어나서 천문과 지리를 널리 보아 알지 못하는 것이 없었고 글씨와 문장까지도 다 깨달아 알았다.
그 때 초술 범지는 며칠이 지나자 다시 그 스승에게 아뢰었다.
'범지로서 배워야 할 기술이란 기술은 이제 모두 알았습니다. 그리고 또 책에 실려 있는 모든 유학(有學)들의 기술을 훨씬 능가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스승님의 은혜를 갚는 것이 당연한 일이겠으나, 집안이 가난하여 스승님께 공양을 올릴 만한 금·은 같은 진귀한 보물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제 다른 나라에 나아가 재물을 구해 스승님께 공양할까 하오니 원컨대 허락해 주십시오.'
그러자 야야달 범지가 말하였다.
'네가 그 때를 제대로 알 것이다.'
초술 범지는 앞으로 나아가 그 스승의 발에 예를 올리고 곧 물러나 떠나갔다.
그 때 그 성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발마(鉢摩) 대국이 있었는데, 그곳에 많은 범지들이 한곳에 모두 모여 크게 제사를 올리고, 게다가 강론(講論)까
[262 / 1393] 쪽
지 벌이려고 하였다. 그리하여 8만 4천 명의 범지들이 한곳에 모여 있었는데, 그 중 제일가는 상좌(上座)로서 또한 외도(外道)의 글들을 외워 밝게 통달하지 않은 것이 없고, 천문·지리·별자리들의 변괴 따위에 대하여 모두 밝게 아는 이에게 그 법회(法會)를 마치고 서로 헤어질 때에는 금 5백 냥과 금 지팡이 하나, 금 물통 하나, 소 천 마리를 가지고 스승으로 받들어 섬기며 그 제일가는 상좌에게 주기로 하였다.
그 때 초술 범지는 '발마대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8만 4천 명의 범지들이 한 곳에 모여 기술을 시험해, 제일 뛰어난 사람에게 금 5백 냥과 금지팡이 하나, 금 물통 하나, 소 천 마리를 준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 때 초술 범지는 스스로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무슨 까닭에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구걸하고 있는 걸까? 차라리 저 대중들에게 가서 기술을 겨루어 보는 것이 낫겠다.'
초술 범지는 곧 그 대중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 때 많은 범지들이 멀리서 초술 범지를 보고 저마다 큰 소리로 외쳐댔다.
'훌륭하십니다. 제사 주인[祠主]이여, 이제 큰 이익을 얻게 되어 범천을 몸소 내려오시게까지 하였습니다.'
8만 4천 명의 범지들은 저마다 일어나 함께 맞이하면서, 똑같은 소리로 이렇게 말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큰 범신천(梵神天)이여.'
그 때 초술 범지가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 모든 범지들은 나를 범천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러나 나는 범천이 아니다.'
그 때 초술 범지가 여러 바라문들에게 말하였다.
'그만두시오, 그만두시오. 여러분, 나를 범천이라고 부르지 마시오. 당신들은 듣지 못하였습니까? 설산 북쪽에 많은 범지 대중들의 스승이 계신데, 그 이름을 야야달이라고 하오. 그 분은 천문과 지리에 대해 모두 환하게 통달하지 못한 것이 없소.'
모든 범지들이 말하였다.
'우리들도 듣기는 했는데 아직 만나 보지는 못했습니다.'
[263 / 1393] 쪽
초술 범지가 말하였다.
'나는 그 분의 제자로서 이름을 초술이라고 합니다.'
그 때 초술 범지는 그 대중들 중 제일가는 상좌를 향하여 말하였다.
'어떤 기술이든지 아는 것이 있으면 나에게 말해 보시오.'
그 때 저 대중들 중에 제일가는 상좌가 곧 초술 범지를 향해 3장(藏)의 기술을 외웠는데, 조금도 빠뜨리거나 실수가 없었다. 그러자 초술 바라문이 다시 그 상좌에게 말하였다.
'1구 5백 언을 나에게 외워 보시오.'
그 때 그 상좌는 말하였다.
'나는 그 의미를 모르겠습니다. 어떤 것이 그 1구 5백 언입니까?'
초술 범지가 말하였다.
'여러분은 잠자코 내가 말하는 1구 5백 언으로 된 대인(大人)의 모습에 대해 들으시오.'
비구들이여,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 때 초술 범지는 곧 3장의 기술과 1구 5백 언으로 된 대인의 모습에 대해 외웠다. 그 때 8만 4천 명의 범지들은 일찍이 들어보지 못했던 내용이라고 찬탄하였다.
'참으로 기이하고 매우 특별한 일입니다. 우리는 1구 5백 언으로 된 대인의 모습에 대해 전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이제 존자는 제일가는 상좌로서 우두머리가 되셔야 합니다.'
그 때 초술 범지는 그 상좌의 자리로 옮기고 자기가 제일가는 우두머리의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그 대중들의 상좌로 있던 이가 심한 원한을 품고 이런 서원을 하였다.
'이제 이 사람이 내가 앉는 자리를 밀어내고 제가 그 자리에 앉았다. 내가 지금 경전을 암송하는 것과 고행하며 계를 지키는 것이, 만일 장차 어떤 복이 있는 것이라면, 그것을 다 걸고 이렇게 서원을 할 것이다. 이 사람이 어떤 곳에서 태어나서 어떤 일을 하려고 하면 나는 그 때마다 꼭 그 공을 부숴 버릴 것이다.'
그 때 그 모임의 시주는 곧 금 5백 냥과 금 지팡이 하나, 금 물통 하나,
[264 / 1393] 쪽
소 천 마리와 미녀 한 사람을 뽑아 이 초술 상좌에게 주며 주원(呪願)을 해 달라고 하였다.
그 때 이 초술 상좌가 시주에게 말하였다.
'나는 지금 이 금 5백 냥과 금 지팡이와 금 물통만 받아 내 스승님께 공양할 것이오. 그리고 이 여자와 소 천 마리는 시주님에게 도로 돌려주겠소. 왜냐 하면, 나는 탐욕을 익히지 않았고, 또한 재물을 쌓아두지도 않기 때문이오.'
그리고 나서 초술 범지는 그 금 지팡이와 금 물통만 받아 가지고 발마대국으로 갔다. 그 나라 왕의 이름은 광명(光明)이라고 하였는데, 그 때 그 국왕은 정광(定光)여래와 비구 대중들을 초청하여 의복(衣服)과 음식(飮食)을 공양하려 하였다. 그래서 그 국왕은 성 안에 영(令)을 내렸다.
'어떤 백성이든지 향(香)과 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모두 그것을 팔지 말라. 만일 파는 사람이 있으면 그에게 엄중한 벌을 줄 것이다. 나는 그것을 사서 다시 다른 곳에 팔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백성들에게 칙명(勅命)을 내려 길을 깨끗이 쓸게 하고 청소하여 흙·자갈과 그밖에 더럽고 흉악한 물건을 다 치우고, 비단으로 만든 번기와 일산을 달고 향즙(香汁)을 땅에 뿌리고 광대와 기생으로 하여금 음악을 연주하게 하는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었다.
그 때 저 범지는 이것을 보고 나서 길을 가는 사람에게 물었다.
'오늘이 무슨 날이기에 이처럼 길을 깨끗이 쓸고 더러운 물건을 치우며, 비단으로 만든 번기와 일산을 다는 등 이루 말할 수 없이 분주하니, 장차 국왕이나 태자가 결혼이라도 하는 것입니까?'
길을 가던 사람이 대답하여 말하였다.
'범지께서는 알지 못하십니까? 발마대국의 왕이 지금 정광 여래·지진·등정각을 초청하여 의복과 음식을 공양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길을 닦고 비단으로 만든 번기와 일산을 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범지비기(梵志祕記)』에도 또한 이런 말이 있습니다.
(여래께서 이 세상에 출현하시는 것을 만나기는 매우 어렵다. 오랜만에 나타나는 일이라 참으로 만날 뵐 수가 없다. 비유하면 마치 우담발화(優曇鉢華)가 아주 오랜만에 한 번 피는 것처럼, 여래께서 세상에 출현하시는 것을
[265 / 1393] 쪽
만나는 것도 참으로 어렵다.)
또 범지의 책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두 사람이 세상에 나타나는 것을 만나기는 참으로 어렵다. 어떤 사람이 그 두 사람인가? 여래(如來)와 전륜성왕(轉輪聖王)을 말하는 것이다. 이 두 사람이 세상에 출현하는 것을 만나기는 참으로 어렵다.)'
그 때 그 범지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지금 어떻게 해야 빨리 스승님의 은혜(恩惠)를 갚을 수 있을까? 그러나 지금은 우선 금 5백 냥을 정광 여래께 바치리라.'
그리고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책에 기록된 것을 보니 여래는 금·은 같은 진귀한 보물 따위는 받지 않는다고 적혀 있다. 그러면 나는 이 금 5백 냥으로 꽃과 향을 사서 여래 위에 뿌리리라.'
그 때 범지는 곧 성안으로 들어가 향과 꽃을 사려고 하였다. 그러자 성안의 길을 가던 사람이 말하였다.
'범지는 알지 못하십니까? 지금 국왕이 영(令)을 내려, 그 누구든지 향이나 꽃을 파는 사람이 있으면 중한 벌을 내리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그 초술 범지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복이 엷어서 꽃을 구하려고 해도 얻을 수가 없구나. 어쩌면 좋을까?'
도로 성을 나와 성문 밖에 서 있었다.
그 때 어떤 바라문의 딸이 있었는데, 그의 이름은 선미(善味)라고 하였다. 그는 물병을 가지고 물을 길러 나오는 중이었는데, 한 손에 다섯 송이의 꽃을 들고 있었다. 범지는 그것을 보고 그 여인에게 말하였다.
'누이여, 나는 지금 꽃이 필요합니다. 바라건대 누이여, 나에게 그 꽃을 파시오.'
범지녀(梵志女)가 말하였다.
'내가 언제부터 당신의 누이란 말입니까? 제 부모님을 알기라도 하십니까?'
초술 범지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여자는 성품과 행실은 관대하지만, 장난치려는 생각을 하고 있구나.'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增一아함경, 雜아함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증일아함경-275-55 (0) | 2018.01.22 |
---|---|
증일아함경-270-54 (0) | 2018.01.21 |
증일아함경-260-52 (0) | 2018.01.19 |
증일아함경-255-51 (0) | 2018.01.18 |
증일아함경-250-50 (0) | 2018.0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