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일아함경-270-54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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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그녀에게 말하였다. '현녀(賢女)여, 내가 꽃값을 지불할 테니, 이 꽃을 그냥 보시한다고 보지 마시오.' 범지녀가 말하였다. '당신은 어찌 꽃을 팔지 말라고 하는 대왕의 엄명을 듣지 못했습니까?' 범지가 말하였다. '현녀여, 그 일은 그리 어려울 게 없습니다. 대왕이라 한들 그대한테까지야 어떻게 할지 못할 것입니다. 나는 지금 급하게 그 다섯 송이 꽃이 필요합니다. 내가 그 꽃만 얻는다면 그대는 귀한 대가를 받을 것입니다.' 범지녀가 말하였다. '당신은 그렇게 급하게 꽃을 구해서 무엇에 쓰려고 하십니까?' 범지가 말하였다. '내가 오늘 좋은 땅을 발견했습니다. 그 꽃을 거기에 심으려고 합니다.' 범지녀가 말하였다. '이 꽃은 이미 뿌리에서 떨어져 나온 것이라서 결국 살지 못할 것입니다. 무슨 방법으로 내가 심으려고 한다고 그렇게 말씀하십니까?' 범지가 말하였다. '내가 오늘 발견한 좋은 밭은 죽은 재를 심어도 오히려 살아날 것인데 하물며 이렇게 좋은 꽃이겠습니까?' 범지녀가 물었다. '어떤 좋은 밭이기에 죽은 재를 심어도 곧 살아날 것이라고 하십니까?'
범지가 대답하였다. '현녀(賢女)여, 정광(定光) 불(佛) · 여래(如來) · 지진(至眞) · 등정각(等正覺)께서 이 세상에 출현하셨습니다.' 범지녀가 말하였다. '정광 여래는 어떤 분이십니까?' 범지가 곧 그녀에게 대답하였다. '정광 여래는 이와 같은 덕(德)이 있으시고 이와 같은 계(戒)를 지니셨으며, 온갖 공덕을 성취하신 분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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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지녀가 말하였다. '만일 그런 공덕이 있는 분이시라면 그 분에게서 어떤 복을 구하려고 합니까?' 범지가 대답하였다. '나는 후생(後生)에 꼭 저 정광 여래 · 지진 · 등정각처럼 되고 싶고, 또 금계(禁戒)와 공덕도 그와 같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범지녀가 말하였다. '만일 당신이 나와 태어나는 세상마다 부부가 되겠다고 허락해 준다면 나는 곧 이 꽃을 당신에게 드리겠습니다.' 범지가 말하였다. '내가 지금 수행하고 있는 것은 마음이 탐욕에 집착하지 않는 것입니다.' 범지녀가 말하였다. '제가 지금 당장 이 몸으로 당신의 아내가 되겠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음 생에 당신의 아내가 되게 해 달라고 부탁하는 것입니다.'
초술 범지가 말하였다. '보살이 닦는 행은 애욕과 아까워하는 것을 없애는 데 있습니다. 만일 그대가 내 아내가 된다면 반드시 내 마음을 무너뜨리고 말 것입니다.' 범지녀가 말하였다. '나는 결코 당신이 보시를 하려고 하는 뜻을 무너뜨리지 않을 것입니다. 설령 내 몸을 가지고 남에게 보시한다 하더라도 나는 끝내 그 보시할 마음을 무너뜨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 때 범지는 곧 5백 금전(金錢)을 주고 그 다섯 송이 꽃을 사 가지고 그 여자와 서로 서원(誓願)을 하고는 제각기 헤어져 갔다. 그 때 정광 여래 · 지진 · 등정각께서 때마침 비구 스님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발마대국으로 들어가고 계셨다. 그 때 초술 범지는 멀리서 정광 여래를 보았다. 용모가 매우 단정하여 보는 이마다 모두들 기뻐하지 않는 이가 없었고 모든 감각기관[根]은 고요하였으며, 걸음걸이도 어지럽지 않았고 32상(相)과 80종호(種好)를 갖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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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마치 물이 맑아서 더럽고 흐림이 없고 광명이 두루 비쳐 걸림이 없는 것 같았고, 또 보배 산[寶山]이 여러 산 위에 우뚝 솟아있는 것과 같았다. 그는 부처님을 보고 곧 환희심(歡喜心)을 내어, 여래께서 계신 곳에서 그 다섯 송이 꽃을 들고 정광 여래께서 있는 곳으로 나아가 한쪽에 머물렀다.
그 때 초술 범지가 정광(定光) 부처님께 아뢰었다. '원컨대 이것을 받아 주소서. 만약 세존께서 지금 수결(授決)을 주시지 않는다면 저는 여기서 목숨을 끊겠나이다. 살기를 원하지 않나이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범지야, 그 다섯 송이 꽃을 위없는 등정각에게 주는 것은 옳지 않다.' 범지가 아뢰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저를 위해 보살이 행해야 할 법을 말씀해 주십시오.' 정광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살이 행해야 할 법은 애욕을 없애는 것이니라.' 그 때 범지가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감히 아버지와 어머니를 다른 사람에게 보시할 수는 없고 모든 부처님은 진인(眞人)의 어른이라 또한 감히 남에게 보시할 수 없다. 해와 달은 세상을 골고루 돌아다니는 것이라서 그 두 가지도 보시할 수 없지만 나머지는 다 보시해야 하나니 마음에 결정 내리면 어려울 것이 없네. 그 때 정광 부처님도 또한 이런 게송으로 범지에게 대답하셨다.
네가 말한 것과 같은 그런 보시는 여래가 말한 보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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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 겁 동안 괴로움을 참으며 머리 · 몸 · 귀 · 눈을 보시하라. 또 처자와 나라와 재물도 보시하고 수레와 말과 종들까지 보시하라. 만일 그런 것을 다 보시할 수 있다면 나는 곧 너에게 수기를 주리라. 그 때 마납(摩納)[팔리어로는 ma ava라고 한다. 또는 마납바(摩納婆)라고 하기도 하며, 번역하여 소년(少年)·연소정행(年少淨行)이라고 하니, 정정하게 수행하는 젊은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이 다시 이런 게송을 말하였다.
마치 불이 훨훨 타오르는 큰 산을 억 겁 동안 머리에 이고 참고 견디면서 도를 향하는 마음 무너지지 않으리니 원컨대 지금 곧 수기를 주소서. 그 때 정광 여래께서는 잠자코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
그 때 그 범지가 손에 다섯 송이 꽃을 들고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 정광 여래께 뿌리면서 아울러 이렇게 말하였다. '이 복[福祐]으로 말미암아 다음 세상에 꼭 정광 여래 · 지진 · 등정각처럼 되게 하시어 조금도 다름이 없게 하소서.' 그리고는 곧 머리를 풀어 진흙길 위에 깔고 아뢰었다. '만일 여래께서 저에게 수결(授決)을 주시려거든 지금 곧 제 머리털을 밟고 지나가십시오.' 비구들이여, 마땅히 알아야만 한다. 그 때 정광 여래께서는 범지가 마음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아시고 곧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다음 세상에서 석가문(釋迦文) 불 · 여래 · 지진 · 등정각이 될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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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 때 초술 범지에게는 함께 공부를 하던 담마유지(曇摩留支)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가 여래의 곁에 있다가 정광부처님께서 초술 범지에게 수결을 주고, 또 발로 머리털을 밟고 지나가는 것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까까머리 사문(沙門)이 어떻게 차마 발로 이 청정한 범지의 머리털을 밟고 지나간단 말인가? 이것은 사람으로서 할 행동이 아니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 야야달 범지가 어찌 다른 사람이겠느냐? 그렇게 알지 말라. 왜냐 하면, 그 때의 야야달은 바로 지금의 백정왕(白淨王)이고, 그 때 8만 4천 명의 범지 상좌는 바로 지금의 제바달두이며, 그 때 초술 범지는 바로 지금의 나이니라. 그 때 범지의 딸로서 꽃을 판 여자는 바로 지금의 구이(瞿夷)이고, 그 때의 사당 주인[祠主]은 바로 지금의 집장(執杖) 범지이며, 그 때 입으로 좋지 않은 소리를 내는 행(行)을 지은 담마유지는 바로 지금의 담마유지이니라. 그리고 또 담마유지는 수없이 많은 겁 동안 늘 축생(畜生)이 되었다가 최후로 받은 몸이 큰 바다의 물고기가 되었는데 그 몸의 길이가 7백 유순(由旬)이나 되었었다. 그는 거기서 목숨을 마치고 이 세상에 태어나서는 선지식(善知識)들과 함께 종사(從事)하고 항상 선지식을 친근히 하면서, 여러 착한 벗과 함께 일하고 항상 착한 벗과 가까이 친하면서, 여러 가지 착한 법을 익혀서 모든 감각기관이 통하고 영리해졌다. 그런 까닭에 나는 '참으로 오랜만이다'라고 말하였던 것이고, 담마유지도 또한 스스로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참으로 오랜만입니다'라고 아뢰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항상 몸과 입과 뜻으로 짓는 행을 잘 닦아 익혀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4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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