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심수행장(發心修行章)

발심수행장(14~17끝)

근와(槿瓦) 2014. 12. 6. 00:39

발심수행장(14)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본문(本文)]

無行空身은 養無利益이요 無常浮命은 愛惜不保니 望龍象德하야 能忍長苦하고 期獅子座하야 永背欲樂이니라 行者心淨하면 諸天이 共讚하고 道人이 戀色하면 善神이 捨離하나니라.

[번역(飜譯)]

수행 없는 헛된 몸은 길러봐도 이익없고 덧없는 뜬 목숨은 아껴봐도 소용없네 용상의 덕 바라거든 모든 고통 길이 참고 사자 의자 기하거든 탐욕 쾌락 져버리라. 행자 마음 깨끗하면 모든 하늘 칭찬하고 도인으로 색욕내면 선신들이 떠나 가네.

[뜻풀이]

수행이 없는 빈 몸은 길러야 이익이 없고 항상함이 없는 뜬 목숨은 사랑하고 아껴도 보존치 못하리라. 용상의 덕을 이루기를 바라서 능히 오랜 고통을 참고 사자의 자리에 앉기를 기대해서 길이 욕락을 등질지니라. 행자가 마음이 조촐하면 제천(諸天)이 같이 칭찬하고 도인이 색(色)을 그리면 선신(善神)이 버리고 여의나니라.

[해설(解說)]

세월이 덧없고 인생은 무상한 것이니 위없는 부처님이 되고자 결심하여 세상의 욕락을 버리고 모든 것을 참아 이기라고 했다. 사람은 몇 천년이나 살듯이 사랑이다, 돈이다, 지위다 하여 하루 二四시간 1년 三六五일 편할 날이 없이 악착스러이 굴지만 결국은 그 욕망을 다 채우지 못하고 결국 죽고 만다. 따지고 보면 안타깝기 그지 없는 노릇이다.

그러기에 인생의 참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무상(無常)을 깨달아야 한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제행무상(諸行無常)을 그 첫 교훈으로 했다. 금강경에는 꿈(夢) ․ 꼭두각시(幻) ․ 거품(泡) ․ 그림자(影) ․ 번개(電) ․ 이슬(露)의 六가지로 인생의 무상을 비유하였으며 유마경과 능엄경에 물방울 ․ 거품 ․ 파초 ․ 그림자 ․ 메아리 ․ 아지랑이 ․ 물에 비친 달 ․ 허수아비 ․ 신기루 ․ 변화되는 것 등등 각기 열가지씩으로 비유하여 인생의 무상을 말씀하신 것은 우연이라 할 수 없다.

옛 글에「솟는 해가 길지 못하거니 지는 해인들 어찌 장구하랴, 청춘도 오히려 죽는 것을 백발이 하물며 오래 견디겠는가」라든지「이화 날 속였구나 춘풍추우 날 속였구나, 절절이 돌아오며 유신(有信)이 여겼더니 홍안(紅顔)은 어디가고 백발만 남았는고」또는「한 손에 막대 잡고 또 한 손에 가시 쥐고 늙은 길가시고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렸더니 백발이 저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라고 한 것 등은 다 인생의 무상함을 안타까이 한탄하여 본 말들이다.

용상덕(龍象德)은 높은 큰 스님을 말하는 것으로 용은 바다의 왕이고 코끼리는 짐승의 왕이다. 용과 코끼리가 모든 축생 가운데 뛰어나듯 모든 사람 가운데 뛰어난 스님을 용상이라 한다.

사자좌(獅子座)는 부처님이 앉으시는 좌상(座像) ․ 부처님은 인간중에 가장 높으신 지위에 있는 분이므로 산속의 왕 사자에 비유한 것이다. 그래서 부처님의 말씀을 사자후(獅子吼)라 하고 앉으시는 자리를 사자좌(獅子座)라 하였다. 그러니 이렇게 부처님이 되기 위해서는 괴로움을 참고 욕락을 등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욕락의 가장 근본됨이 성욕이므로 다음에는 행자와 도인이 연색(戀色)을 하지 말라고 하셨다. -14終-

 

 

발심수행장(15)

[본문(本文)]

四大忽散이라 不保久住니 今日夕矣라 頗行朝哉인저 世樂이 後苦어늘 何貪着哉며 一忍이 長樂이어늘 何不修哉리요 道人貪은 是行者羞恥요 出家富는 是君子所笑니라.

[번역(飜譯)]

사대의 몸 흩어지고 오래 못 머물며 오늘 벌써 저녁이라 내일 아침 닥쳐오네 세간 욕심 뒷 고생을 어찌하여 탐착하며 한번 참는 낙이 긴데 어찌 아니 닦을손가 도하는 이 탐을 내면 닦는 이의 큰 창피요, 출가한 이 부자됨을 군자들이 웃고 보네.

[뜻풀이]

사대가 문득 흩어져서 오래 머무름을 보장할 수 없어 오늘 저녁이 자못 아침으로 옮겨 가니라. 세상의 즐거움이란 뒤에는 괴로운 것이어늘 어떻게 탐착만할 것이며 한번만 참으면 길이 즐거운 것인데 어찌 닦지 않으랴. 도인이 탐하는 것은 행자에게 부끄러움이요, 출가해서 부자가 되는 것은 군자의 웃는 바이다.

[해설(解說)]

현대 과학에서는 인체의 구성을 一八원소로 분리하지만 고대 부처님 당시에는 地 ․ 水 ․ 火 ․ 風의 四가지로 분리하여 뼈는 地요, 수분은 水요, 체온은 火요, 호흡은 風이라 하여 이 사대(四大)가 잘 조화를 이룰 때는 생명이 유지되지만 그렇지 못하여 심장의 고동이 멈출때면 그 순간 사대는 썩고 각기 분해되기 마련이다.

생각하면 일분 일초 우리가 살아가는 그 자체가 곧 일분 일초 죽어가는 것이다. 그러기에 능엄경에서 이를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양에 비유하여 여양인도사보보추사지(如羊人屠舍步步趨死地)라 하였다.

이 몸뚱이를 허망한 거짓인 줄 모르고 자기의 참된 생명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어쨋건 생명이란 오래 머물음은 보장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일진대 그대로 묵묵히 끌려갈 수 없는 이상 하물며 생사문제에 맞부딪혀 판가름을 하겠다는 행자니 도인이니 하는 사람들이 세속적 향락을 탐착하여서는 말이 아니된다. 흥이 다하면 슬픔이 오고 낙 뒤에는 반드시 고통이 따르는 법이니 도인이 탐한다는 것은 행자 보기에 부끄러운 일이요, 출가한 사람이 부유한 삶을 바란다는 것은 오히려 세간에 묻혀 사는 군자의 웃음거리 밖에 안된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을 바라지만 그 행복은 객관적 물질에 있지 않고 주관적 정신에 있다. 가령 천원과 만원을 가진 두 사람이 있을 경우 객관적으로 볼 때 만원 가진 사람이 천원 가진 사람보다는 열 배 행복하다고 하겠지만 그러나 천원 가진 사람은 그것으로 만족하게 여긴다면 플라스 천원이요, 만원가진 사람이 만원을 더 바란다면 마이너스 만원이 되는 것으로 그 주관에 따라 행복의 가치는 달라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법구경에「知足第一富 無病第一利 涅楽第一楽」이라고 하였으니 음미하면 할수록 값진 법문이 아닐 수 없다. -15終-

 

 

발심수행장(16)

[본문(本文)]

遮言이 不盡이어늘 貪着不已하며 第二無盡이어늘 不斷愛着하며 此事無限이어늘 世事不捨하며 彼謀無際어늘 絶心不起로다 今日不盡이어늘 造惡日多하며 明日無盡이어늘 作善日少하며 今年不盡이어늘 無限煩惱하며 來年無盡이어늘 不進菩提로다.

[번역(飜譯)]

막는 말이 많건마는 탐착함을 못 끊으며 이 다음이 한이 없는데 애착함을 못 버리나 이런 일이 한이 없거늘 세상 일을 버리지 못하며 꾀하는 일이 그지 없거늘 끊을 생각을 일으키지 못한다. 오늘이 다함이 없거늘 날로 악을 짓기를 많이 하고 내일이 다함이 없거늘 날로 선(善) 짓기를 적게 한다. 금년이 다함이 없거늘 깨달음에 나아가지 못한다.

[뜻풀이]

막는 말이 많건마는 탐착함을 못 끊으며 이 다음이 한이 없는데도 애착을 버리지 못하네 이 일만 하는 것이 무한한데 세상 일을 못 끊으며 저 많은 꾀 끝이 없거늘 끊을 마음 못 내는가 오늘만 하고 하루 하루가 보내는 날이 다할 날이 없겠거늘 악을 짓고 죄를 행해 날로 더해가며 내일하고 미루는 게 내일 내일 다할 날이 없겠거늘 악을 짓고 죄를 행해 날로 더해가며 내일하고 미루는 게 내일 내일 다할 날이 없겠거늘 착한 일을 하는 것은 날로 적어가며 금년이란 한해 한해 다할 때가 없거늘 번뇌라는 생사 마음 한량없이 계속하고 내년으로 미루는 마음 그칠 줄 몰라 보리심을 일으켜 정진할 줄 모르도다.

[해설(解說)]

무상은 찰나요, 마음의 번뇌는 끝이 없다 세월은 물과 같아서 오늘 오늘속에 인생은 사라져 간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오늘 하여 끊을 마음을 갖지 못한다. 대개 마구니는「한번만」「남도 하는데」라는 두 가지 말로 우리들을 악으로 유인한다. 아무리 악한 사람일지라도 양심은 있는 법이라 처음에는 망설인다. 그럴때 마구니는 그 사람의 귀에 입을 대고 한번만 하고 다시는 하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고 속삭인다. 그래서 곧 동조하지만 그 한번만이 끝이 없다. 또 잘못 저지른 일에 번민을 하면 그 마구니가 이번에는「남도 다 하는 일이다」고 위로해 준다. 그러면「그렇지 그깟 일로 번민한다면 못난 짓이야」라고 악에 대해 용감해진다. 여기서는 이러한 점들을 들어서 여러 가지로 말씀했다. 막는 말이란 이것만 하겠다고 다짐하는 말이요, 第二란 다음부터라는 뜻이니 이번만, 다음부터는 하고 다짐하지만 그것이 끝이 없다. 옛 적 히말라야 산속에 집이 없이 사는 새가 있었다. 낮에는 따뜻한 볕을 쪼이면서 이 나무 저 가지로 즐겁게 날아 다니지만 밤만 되면 집없이 추위에 떤다. 그래서 날이 새면 집을 지어야지 하고 밤새도록 뇌까린다. 그러다 아침이 되어 볕이 나면 그만 밤새 다짐한 결심은 간 곳이 없다. 다시 또 밤이 되면 똑같은 다짐을 하며 울면서 일생을 살다 죽는다. 인생도 꼭 이와 다를 것이 없다.

이 일이란 속세 세간사요, 저 꾀란 출세간 해탈의 길이다. 세상 일은 한이 없는데 버리지 못하고 출세간 일은 갓이 없는데 마음조차 일으키지 않는다. 또 오늘만 하고 내일부터는 염불도 하고 참선도 해서 해탈도 하고 성불도 하겠다고 하지만 오늘은 날마다 오늘이요, 올해는 해마다 올해인지라 끝이 없다.

보리는 각(覺)이라고 번역한다. 이 보리는 번뇌를 끊어야 얻어지는 중생 각자가 본래 가지고 있는 자기 본성이다. -16終

 

 

발심수행장(17)

[본문(本文)]

時時移移하야 速經日夜하며 日日移移하야 速經月晦하며 月月移移하야 忽來年至하며 年年移移하야 暫到死門하나니 破車不行이요 老人不修라 臥生懈怠하고 坐起亂識이니라 幾生不修어늘 虛過日夜하며 幾活空身이어늘 一生不修오 身必有終하리니 後身은 何乎아 莫速急乎며 莫速急乎인저.

[번역(飜譯)]

때와 때가 옮기고 옮겨 속히 낮과 밤이 지나가고 날과 날이 옮기고 옮겨 속히 초하루 그믐이 지나가고 다달이 옮겨 문득 해에 이르고 연년이 옮기고 옮겨 잠깐 죽음의 문턱에 이른다. 부서진 수레는 가지 못하고 늙은 사람은 닦을 수 없다. 누우면 게으름만 생기고 앉으면 생각이 어지러워진다. 몇 생을 닦지 않고 헛세월만 보냈던가, 이 몸이 얼마나 살겠기에 일생을 닦지 않는가, 몸은 반드시 마치고 말 것인데 내생은 어떻게 할 것인가 어찌 급하고 급하지 않은가.

[뜻풀이]

시간 시간이 흘러서 밤이 잠깐가고 날과 날이 재빨라서 훌쩍 한달 속히 되며 달과 달이 계속하여 문득 일년이 닥쳐오고 해와 해가 거듭되어 어느새 죽음이 닥쳐온다. 부서진 수레는 움직일 수 없으며 잠깐사이 늙어지면 수도인들 할 수 있나 밤낮없이 드러누워 있으면 게으름만 피우게 되고 힘을 내어 앉아 봐도 어지럽고 정신없네 몇몇 생을 닦지 않고 그냥 헛되이 보내어 헛 몸 살기 몇해인데 이 한 생을 닦지 않나 이 몸뚱이 멀지않아 죽을 것이 명백한데 닦지 못한 이 내 몸을 다음 생에 어이할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급하도다.

[해설(解說)]

무상은 찰나고 사람의 목숨은 순간에 매여 있다.(無常刹那 人命須叟), 또 나무가 고요하고자 해도 바람이 그치지 아니하고 자식이 효도를 하려 해도 부모는 이미 세상에 없다.(樹欲靜而風不止 子欲養而親不在)라는 말과 같이 공부하는 것도 이 일에 매달리고 집착하다 보면 세월이 지나가고 이미 늦어서 하고 싶어도 되지 않는다.

요컨대 번뇌 ․ 망상의 집착을 끊지 않고서는 안된다. 이 몸을 금생에 닦지 않으면 백천만겁에 불법 만나기가 어려우니 어떻게 시간을 허송세월만 할 수 있겠는가? 일분 일초의 시간을 아끼고 목숨처럼 여겨야 한다. 세월은 흐르는 것, 좋건 싫건 인류야 복이 되건 화가 되건 시간만은 끊임없이 그저 조금도 쉬지 않고 흘러 간다. 괴로울 때는 더디 간다고 짜증을 내고 기쁠 때는 빨리 간다고 원망을 하지만 시간은 아무 말없이 묵묵히 흘러 가기만 한다. 초(秒)가 옮겨 분(分)이 되고 분(分)이 옮겨 시(時)가 되면 시는 옮겨 하루(日)가 되고 하루가 옮겨 달(月)이 되고 달이 옮겨 해(年)가 되고 해가 쌓여 잠깐 사이 죽음의 문앞에 다달음이 우리 인생이다. 철들자 망년으로 막상 죽음을 눈앞에 두고서야 닦지 못하였음을 뉘우치나 깨진 수레가 갈 수 없듯이 늙은 사람은 닦을 수 없다. 기력이 쇠잔하고 게으름이 생기고 정신이 혼미하여 보는 것 듣는 것이 다 낡았으니 어떻게 닦을소냐 그저 남은 것은 서글픈 한심과 허무한 마음뿐이다. 지나간 몇 생도 닦지 않고 헛되이 보냈었고 이제 이 몸도 또한 그대로 보낼건가, 이 몸도 조만간 반드시 마칠때가 닥쳐오리니 뒤늦게 후회말고 하루빨리 분 · 초를 다투어 닦기에 힘써야 하겠다. -17終끝-

 

 

출전 : 발심수행장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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