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심수행장(8)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본문(本文)]
離心中愛를 是名沙門이요 不戀世俗을 是名出家니라 行者羅網은 狗被象皮요 道人戀懷는 蝟入鼠宮이니라.
[번역(飜譯)]
마음 속에 애욕을 떠난 이를 사문이라 하고 세상사 그리워하지 않는 것을 출가라 한다. 수행하는 이가 비단 옷을 입는 것은 개가 코끼리 가죽을 쓴 격이고 도를 닦는 사람이 애정을 품는 것은 고슴도치가 쥐구멍에 들어간 것과 같다.
[뜻풀이]
착한 법을 닦기 위해서는 우선 먼저 애욕의 집착된 마음이 있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또 출가란 자기의 가족 생활을 떠나 불교 공부를 하고자 함이니 세속을 그리워 하여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행자란 불문에 처음 들어온 자를 가리킴이니 이러한 행자가 몸에 비단을 걸쳐 사치로운 생활을 하여서는 마치 개에게 코끼리 가죽을 씌운 듯 격에 걸맞지 않는다는 말이고, 도인이란 역시 수도하는 분이니 상당한 수행능력을 가졌다 하더라도 역시 세속적 생활을 그리워 해서는 마치 고슴도치가 쥐구멍에 들어간 듯 해서 뛰쳐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해설(解說)]
사문 ․ 출가(出家) ․ 행자(行者) ․ 도인(道人) 등은 불교에서 흔히 쓰는 명사이다.
사문(沙門)이란 범어인데 식심(息心) ․ 정지(靜志) ․ 빈도(貧道) ․ 핍도(乏道) ․ 근식(勤息)등 여러 가지로 번역돼 그 뜻 옮김을 하는데 대체로 착한 법을 부지런히 닦고 모든 악법을 쉰다는 뜻으로 풀이된다(勤修善法息諸惡法) ․ 또 이 말은 출가자(出家者)를 총칭하는 말이다.
라망(羅網)은 본래 뜻은 보배 구슬을 꿰어 만든 그물로서 장식하는 기구를 뜻한다. 그래서 첫째 하늘인 도리천(忉利天) ․ 천주(하느님)의 궁전 곧 제석전(帝釋殿)의 보궁(寶宮)을 꾸미는데 쓰이는 나망을 제망(帝網)이라고 한다.
입서궁(入鼠宮)은 고슴도치가 몸에 바늘같은 가시털이 있어서 쥐구멍에 들어가기는 쉬워도 나오기는 어렵다고 하는 뜻이며 따라서 고슴도치가 쥐구멍에 잘못 들어가서 낭패당했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도인으로서 세속적인 애정을 마음속에 품는 것은 비단 여자에 대한 애정뿐만 아니라 부모 ․ 친척 ․ 친구에 대한 애정까지라도 세속적인 정서를 마음속에 지니고 있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8終-
발심수행장(9)
[본문(本文)]
雖有才智나 居邑家者는 諸佛이 是人에 生悲憂心하시고 設無道行이나 住山室者는 衆聖이 是人에 生歡喜心하나니라
[번역(飜譯)]
비록 재주와 슬기가 있다고 하나 마을의 집에 사는 사람은 모든 부처님이 이 사람에게 슬퍼하고 근심하는 마음이 있으나, 설사 도와 행이 없다하더라도 산에 머무는 사람에 대해서는 여러 성현들이 이 사람에게 환희심을 내느니라.
[뜻풀이]
아무리 재주와 슬기를 갖고 있어도 세속에 있으면 보고 듣고 하는 가운데 세속의 삶에 물들지 아니할 수 없게 되므로 이 사람에 대해 모든 부처님은 슬퍼하는 마음을 갖게 되며, 산 속은 싱그럽고 마음을 맑게 해주며 번잡한 세속의 삶보다 자극하는 것이 산에 사는 사람이 잘못될 일이 적으므로 성현이 이에 안심한다는 뜻이다.
[해설(解說)]
세속이란 환락의 무덤으로 아무리 재주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타락하기 쉬운 곳이고 산 속의 절은 사람들이 수도하는 곳이라 듣고, 보고, 깨닫는 것이 없어 설사 재주가 없는 자라도 선근(善根)과 복덕(福德)을 증장시킬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인 것이다. 재주와 지혜를 갖고서도 속가에 머물면 그를 슬퍼하고 걱정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환경을 중요시한 말이니, 수행이 쌓이고 자기의 주견이 완전히 선 사람은 마치 연꽃이 더러운 흙탕물에서 났지만 그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것과 같아서 문제가 되지 않으나 그렇지 못한 초심자로서는 무엇보다 환경의 선택이 필요한 것이다.
공자가 말하기를 나이 40이 되어서야 비로소 세상 사물의 유혹에 능히 이겨낼 수 있고 나이 70이 되어야 자기 마음속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해도 탈선(脫線)하는 일이 없게 된다 하였다. 나이 어린 청소년에게 술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극장을 출입하는 것을 금하는 까닭은 술 ․ 담배 ․ 극장 그 자체가 죄악이어서가 아니라 그것들이 가져오는 유혹을 능히 이겨낼 의지가 아직 없기 때문인 것과 같이 이 글의 뜻은 세속의 일반 생활 전체가 죄악이다라고 보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무력을 경계하여서 하는 말이다. -9終-
발심수행장(10)
[본문(本文)]
雖有才學이나 無戒行者는 如寶所導而不起行이요 雖有勤行이나 無智慧者는 欲往東方而向西行이니라.
[번역(飜譯)]
비록 재주와 학문이 있다해도 계행이 없는 사람은 마치 보배있는 곳으로 인도하고자 하되 일어나 가지 않는 것과 같으며 비록 부지런히 행함은 있다해도 지혜가 없는 사람은 마치 동쪽으로 향해 가고자 하여도 서쪽으로 향해 가려함과 같으니라.
[뜻풀이]
재주가 있고 배움이 많다해도 그것을 알기만 할뿐 행함이 없으면 보물있는 곳을 알아도 가지 않는 것과 같이 소용이 없으며, 행함은 있으나 지혜가 없게 되면 동쪽으로 자신이 가려고 하나 서쪽으로 가게 되는 것처럼 자신이 의지하는 반대로 되지 않으므로, 지혜를 부지런히 닦는 한편 생명을 다해 계행을 지켜야 한다.
[해설(解說)]
배움은 있으나 실행이 없으면 눈 뜬 앉은뱅이요, 행은 있으나 지혜가 없으면 다리성한 장님과 같아서 다같은 불구자(不具者)인 것이다. 그러므로 불교에서는 앎은 눈이요(智目), 행함은 발(行足)이라 하여 지와 행을 가장 중요시 하였으되 또한 이 둘은 반드시 병행을 요하고 있다.
화엄경에 문수(文殊)는 지(智)를, 보현(普賢)은 행(行)을 대표한 것도 다 여기에 인유된다 하겠다.
특히 요즈음 불교인에게는 따끔한 교훈이 아닐수 없다. 상당한 경학(經學)을 알면서도 행이 없는 사람과 또 행은 하는 척 하는데 무식한 사람도 있으니 이는 다 불교하는 사람으로서 불구자요, 온전한 사람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10終-
출전 : 발심수행장(원효대사)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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