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심수행장(發心修行章)

발심수행장(5~7)

근와(槿瓦) 2014. 11. 30. 00:42

발심수행장(5)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본문(本文)]

高嶽峨巌은 智人所居요 碧松深谷은 行者所棲니라 飢飱木果하야 慰其飢腸하고 渴飮流水하야 息其渴情이니라.

[번역(飜譯)]

높은 산 험한 바위는 슬기 있는 사람의 살 곳이요, 푸른 솔 깊은 골짜기는 수행자가 길들일 바니라. 주리면 나무열매로 주린 창자를 달래고 목마르면 흐르는 물을 마셔 갈증을 풀어라.

[뜻풀이]

높은 산 바위 밑은 지혜로운 사람이 살 곳이요, 푸른 솔나무 있는 깊은 산골이야말로 수행하는 이가 길들일 만한 곳이라, 배가 고프면 나무열매를 먹고 주린 창자를 위로해 줄 것이며 목마를 때면 흐르는 냇물을 마시어 타는 마음을 쉬게 하라.

[해설(解說)]

번뇌 망상을 쉬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객관 세계의 자극 인연을 정리해야하므로 깊은 산 속의 맑은 공기 속에 마음을 가라 앉혀야 할 것이니 우뚝 솟은 바위로 집을 삼고 끝없는 창공을 자재로이 오고가는 구름을 바라보면서 호연의기(浩然之氣)와 자적의정(自適之情)을 기리고 푸른 솔 우거진 깊은 골짜기 세상사람들의 닿지 않는 곳에서 오직 송풍나월(松風蘿月)로 더불어 벗을 삼아 자세의 행을 쌓으면서 주리면 나무 열매를 따 먹고 목마르면 흐르는 물을 움켜마시면서 걸림없는 생활을 함이 또한 보람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마치「나물 먹고 물 마시고 팔을 베고 누웠으니 대장부 살림살이 이만하면 만족하다」라고 한 것과도 상통할 수 있는 것이다. -5終-

 

발심수행장(6)

[본문(本文)]

喫甘愛養하여도 此身은 定壞요 着柔守護하여도 命必有終이니라 助響巌穴로 爲念佛堂하고 哀鳴鴨鳥로 爲歡心友니라.

[번역(飜譯)]

잘 먹이어 길러 보아도 끝내는 무너지고 비단으로 보호해도 이 목숨끝이 있네, 울려 주는 바윗굴로 염불 법당 도량 삼고, 슬피우는 새 소리도 즐거운 벗 짝을 하여라.

[뜻풀이]

아무리 고량진미와 능라주단으로 이 몸을 아끼고 사랑한다 하더라도 장생불사는 못하는 몸이므로 마침내 죽어 없어지고 마는 헛된 거짓 존재일 뿐이니 메아리 울려주는 바윗굴로 염불당을 삼아 수도하고 슬피우는 새로 마음을 기쁘게 하는 벗을 삼으라.

[해설(解說)]

모든 괴로움의 근원인 이 몸뚱이의 무상함을 깊이 깨닫고 세속의 인연을 등지고 현상계의 모든 것을 다 헛 것(空)으로 보며 오직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의 마음 법을 깨우치고자 출가 수행하는 불도자로서는 육체로 인한 모든 난관을 오직 정신력으로 이겨 나갈 굳은 결의가 필요하다. 배부르고 편안하게 하여 몸뚱이에만 얽매인 이로서 큰 도를 성취했다 함은 일찍이 없었으니 이는 육체의 노예가 되면 온갖 좋지 못한 본능이 치성(熾盛)하게 되므로 이것이 마음을 가리어 마음의 바탕이 드러날 수 없고 성품을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메아리 울리는 동굴에 슬피우는 새로 마음의 벗을 삼는다는 말은 영세적이고 은둔적인 태도를 취하라 함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대자연 속에서 있는 그대로를 벗 삼아 소요자재하여 걸림없는 생활을 뜻하는 것이다. -6終-

 

발심수행장(7)

[본문(本文)]

拜膝이 如氷이라도 無戀火心하며 餓腸이 如切이라도 無求食念이니라 忽至百年이어늘 云何不學이며 一生이 幾何관대 不修放逸고.

[번역(飜譯)]

절하는 무릎이 얼음같아도 불(火)을 생각지 말며 주려서 창자가 끊어질 것 같더라도 밥을 구하는 생각이 없어야 한다. 백년이 잠깐인데 어찌 배우지 아니하며 일생이 얼마나 되는데 닦지 않고 놀기만 하겠느냐.

[뜻풀이]

절하는 무릎이 추워서 얼어 붙더라도 따뜻한 불(火)생각을 마음에 두지 않고 밥을 굶어 주린 창자가 끊어질듯 고파 오더라도 먹을 것 찾아 헤매는 마음이 없어야 한다. 문득 백년이 다가오는데 어찌 배우지 아니하며 일생이 얼마나 되기에 닦지 아니하고 안일해 있는가.

[해설(解說)]

메아리 울리는 동굴로 염불당을 삼는다는 대목부터 이것은 불교의 수행하는 태도와 굳은 각오에 대하여 쓴 글이다. 수행의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여기에서는 염불과 예불을 밝혀 놓았다. 발심수행장을 지으신 원효스님을 가리켜 화엄종주(華嚴宗主)라 하지만 그렇다고 화엄경만을 숭상하신 것은 아니다.

원효스님에 있어서 화엄경은 철학적 이론의 바탕이고 종교적 실천의 형식은 염불이었다고 보아 틀림이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불교 가운데 가장 보편적이며 대중적이고 또한 행하기 쉬운 수행의 길이 곧 염불이므로 화엄경이나 대승기신론 또 기타의 모든 경전에 반드시 염불을 권장하였다. 헌데 염불에는 四가지가 있으니 부처님의 명호를 입으로 부르는 칭명염불(稱名念佛), 부처님의 상호를 마음에 생각하는 관상염불(觀像念佛), 부처님의 미묘한 모습을 관찰 상념하는 관상염불(觀想念佛), 마음의 진실 ․ 자성인 그 진리 즉 법신을 생각하는 실상염불이 있다.

부처님께 절하는 무릎이 얼음처럼 시리더라도 불을 생각하는 마음을 갖지 말라는 것은 얼핏 들으면 무리하게 들릴지 모르나 무슨 일을 하든 전심할 때에는 모든 것을 잊어버리게 되는 법인 것이다. 춥고 배고픈 것을 억지로 참으라 해서는 참을 수도 없거니와 또 보람도 없는 것이다. 부처님을 섬기고 마음을 닦는 간절함으로 인해 저절로 춥고, 배고픔을 잊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또 세월이 덧없고 인생이 무상함을 깨달아 놀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할 것을 강조한 것이다. -7終-

 

 

출전 : 발심수행장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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