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릉엄경(首楞嚴經)

참견은 없어지지 않는다(4)

근와(槿瓦) 2014. 10. 23. 00:30

참견은 없어지지 않는다(4)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저때에 아난과 대중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잡고, 몸과 마음이 편안하여져서 가만히 생각하니, 끝없는 옛적부터 본마음은 잃어버리고, 앞엣것을 분별하는 그림자만을 나의 마음인줄 알았더니, 이제 알고 본즉, 마치 젖 잃었던 아이가, 뜻밖에 어머니를 만난 것 같아서, 합장하여 부처님께 예배하고 이 몸과 마음이 어느 것은 참되고, 어느 것은 허망하며, 어느 것은 났다, 없어졌다 하는 것이요, 어느 것은 나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는 것인 줄을 부처님께서 분명하게 일러주시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에 바사닉왕이 일어서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바사닉왕 : 내가 부처님의 말씀을 듣잡기 전에, 가전연과 비라지자를 만났사온데 그들의 말이 이 몸이 죽은 뒤에 아무 것도 없는 것을 열반이라고 한다고 하옵더니 지금 부처님을 만났사오나 아직도 의혹이 없지 못하오니, 어찌하오면 이 마음이 나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않는 것임을 분명하게 아오리까. 이 대중들도 번뇌가 있는 이는 모두 듣잡고자 하나이다.

 

부처님 : 대왕이여, 당신의 몸이 지금 있거니와 그 몸이 금강과 같아서 영원히 살리라 하는가, 혹은 변하여 없어지리라 하는가.

 

바사닉왕 : 세존이시어, 이 육신은 필경에 없어질 것이니이다.

 

부처님 : 대왕의 몸이 일즉 없어져 본일이 없는데, 어떻게 없어질 것을 아는가.

 

바사닉왕 : 세존이시여, 이 무상하게 변하여 가는 몸이 비록 없어져 보지는 않았으나, 지금에도 금방 금방 변하여지고 새록 새록 달라지는 것을 보온즉 마치 불이 스러져 재가 되듯이 점점 늙어지고 쉬지 아니하오매 이 몸이 필경에 없어질 줄을 아나이다.

 

부처님 : 그러하오. 대왕의 나이는 이미 늙었거니와 얼굴은 아잇적과 어떠한가.

 

바사닉왕 : 세존이시여, 내가 어렸을 적에는 손발이 토실토실하고 살결이 고왔으며 나이 점점 자라서는 혈기가 충실하였삽더니 지금은 늙어빠져 다 죽게 되었사오매 살은 여위고, 정신은 혼미하고, 머리카락은 희어지고, 낯은 쭈부러져 오래 살지 못할 것이온데 어떻게 젊었을 때와 비교할 수 있사오리까.

 

부처님 : 대왕의 얼굴이 갑자기 늙지는 아니하였으리라.

 

바사닉왕 : 세존이시여,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깨닫지는 못하오나, 세월이 흘러감을 따라 점점 이렇게 늙었나이다. 그 까닭을 말하면 스무살 적에는 젊었다고는 하지마는 열 살보다는 늙었고, 설흔살 적은 또 스무살보다 늙었으며, 그리하여 지금은 예순두살이온데, 쉰살 적을 생각하면 훨씬 건강하였나이다.

 

세존이시여, 조금씩 달라지는 것이 이렇게 엄청나게 늙었사온데, 그 동안에 변하여 진 것을 십년씩 잡아 말하였거니와 자세하게 생각하면 어찌 십년, 이십년 뿐이오리까. 실로는 해마다 늙었사오며 어찌 해마다 뿐이오리까. 역시 달마다 달라졌으며 어찌 달마다 뿐이오리까. 실상은 날마다 변하였사오니 곰곰 생각하오면 잠깐동안도 머물러 있지 아니하였사오매 필경에는 이 몸이 없어질 줄을 아나이다.

 

부처님 : 대왕이여, 당신이 변하고 달라져서 가만히 있지 않은 것을 보고 이 몸이 필경에 없어질 줄을 아노라 하거니와, 그 없어지는 몸가운데 없어지지 않는 것이 있는 줄을 아는가.

 

바사닉왕은 이 말을 듣고 합장하고 여쭈었다.

 

바사닉왕 : 그것은 내가 알지 못하나이다.

 

부처님 : 내가 이제 났다, 없어졌다 하지 않는 성품을 보여주리라. 대왕의 나이 몇 살 적에 항하수를 보았는가.

 

바사닉왕 : 내 나이 세 살 적에 어머니가 나를 데리고 기바천 사당에 가서 뵈올 때에 이 강을 건너게 되어 그때에 항하수인 줄을 알았나이다.

 

부처님 : 대왕의 말대로 스무살 때에 열 살적보다 늙었고, 지금 육십살이 되도록 날로, 달로, 해로, 때로 금방금방 달라졌다 하니 세 살적에 이 물을 보던 것과, 열 세 살적에 이 물을 보던 것과는 어떠하던가.

 

바사닉왕 : 세 살적과 똑같아서 조금도 달라지지 아니하였사오며 지금에 예순두 살이지마는 세 살적이나 조금도 다름이 없나이다.

 

부처님 : 대왕이 지금 머리카락이 희어지고, 낯이 쭈부러짐을 싫어하거니와, 낯은 어렸을 적보다 쭈부러졌을망정, 지금 항하수를 보는 정기도, 어려서 항하수를 보던 것보다 늙어졌는가.

 

바사닉왕 : 그렇지 않나이다, 세존이시여.

 

부처님 : 대왕의 낯은 비록 쭈부러졌을지 망정 보는 정기는 쭈부러지지 아니하였나니 쭈부러지는 것은 변하려니와, 쭈부러지지 않는 것은 변치 아니할 것이며 변하는 것은 없어지려니와, 변하지 않는 것은 원래부터 났다 없어졌다 하는 것이 아니니 몸은 죽더라도 그 보는 정기는 없어질 것이 아니어늘, 어찌하여 죽은 뒤에는 아주 없어진다는 말가리들의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는가?

 

바사닉왕이 이 말을 듣고는 죽은 뒤에도 이 생을 버리고 다른 생에 태어날 줄을 알고 여러 대중들과 함께 뛰놀며 기뻐하여, 처음으로 보는 일이라고 좋아하였다.

 

 

출전 : 수능엄경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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