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마음을 가리다 2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그때에 아난이 대중 가운데서 일어나 오른 어깨를 벗어메고,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하고 공손하게 여쭈었다.
아 난 : 나는 부처님의 어린 아우로서 부처님의 사랑을 입삽고 출가하였사오나, 귀여워 하심만 믿은 탓으로 많이 알기만 하고 번뇌가 없어지지 못하였사오매 마등가의 사비가라주문에 홀리어 기생방에 들어갔사오니 참 마음이 있는데를 알지 못함이로소이다. 바라건대 세존이시여, 어여삐 여기시어 우리에게 사마타에 나아갈 길을 보여 주시어 저 일천제들로 하여금 미려차를 깨뜨리게 하소서.
이말을 마치고는 다섯 활개를 땅에 엎드리고 대중과 함께 정성을 다하여 부처님의 말씀을 듣잡고 있었다. 이때에 세존께서 얼굴로 여러 가지 광명을 놓으시니 그 빛이 휘황찬란하여 마치 백천개의 해가 한꺼번에 뜬 듯하며 여러 세계가 여섯가지로 진동하며 시방에 있는 티끌같이 많은 세계들이 일시에 나타났다. 부처님의 위신력(威神力)으로 이 세계들을 합하여 한 세계를 만드시니 그 세계에 있는 여러 보살들이 모두 본국에 있어서 합장하고 듣잡고 있었다.
부처님 : 아난아, 온갖 중생들이 끝없는 옛적부터 여러 가지로 뒤바뀌어 업을 짓고 고통을 받는 것이 악차나무 열매가 한데 모이듯 하며 수행하는 사람들도 위 없는 보리를 이루지 못하는 이나, 성문이 되는 이나, 연각이 되는 이나, 외도나, 천상사람이나, 마왕이나, 마의 권속이 되는 것은 모두 두 가지의 근본을 알지 못하고 잘못 닦는 탓이니 마치 모래를 삶아서 좋은 음식을 만들려는 것 같아서 아무리 오랜 세월을 지내어도 될 수 없는 일이니라.
무엇을 두 가지 근본이라 하느냐, 아난아.
하나는, 끝없는 옛적부터 나고 죽는 근본이니 지금 너나 중생들이 밖의 물건을 반연하는 마음을 잘못 알고 자기의 성품인양 여기는 것이요, 둘째는 끝없는 옛적부터 깨끗한 보리, 열반의 본체니 지금 너의 본래 밝은 식의 정기가 반연하는 마음을 내었거든 도리어 그 반연하는 마음 때문에 잃어버린 것이니라. 모든 중생들이 이 본래 밝은 본체를 잃어버린 탓으로 종일토록 보고 듣고 하면서도 이 본체를 깨닫지 못하고 억울하게 여러 갈래로 들어가게 되느니라.
아난아, 네가 지금 사마타에 나아갈 길을 알아서 나고 죽는데서 벗어나기를 원할새 다시 너에게 묻노라 하시면서 팔을 들어 다섯 손가락을 구부려 쥐시고 아난에게 물으셨다.
부처님 : 네가 이것을 보느냐?
아 난 : 보나이다.
부처님 : 무엇을 보느냐?
아 난 : 여래께서 손가락을 구부려 빛나는 주먹을 만들어 나의 마음과 눈에 비치심을 보나이다.
부처님 : 네가 무엇으로 보느냐?
아 난 : 나와 대중이 모두 눈으로 보나이다.
부처님 : 네 말이 ‘여래가 손가락을 구부려 빛나는 주먹을 만들어 너의 마음과 눈에 비친다’하니 네 눈은 보겠다 만은 무엇을 마음이라 하며 내 주먹이 비친다 하느냐?
아 난 : 부처님께서 마음 있는데를 묻사오매 내가 마음으로 그 있는 데를 찾아보는 것이오니 이 찾아보는 생각을 마음이라 하겠나이다.
부처님 : 아니다, 아난아. 그것은 너의 마음이 아니니라.
아난이 놀래어 자리에서 비켜서서 합장하고 여쭈었다.
아 난 : 이것이 내 마음이 아니오면 무엇이라 하나이까?
부처님 : 이것은 앞엣 것들을 분별하는 허망한 생각이니 너의 참 성품을 의혹하게 하는 것이다. 네가 끝없는 옛적부터 지금까지 오도록 도적을 잘못알아 아들인줄 여기는 것 같이 이것을 네 마음인줄 알고 본래 있는 참마음을 잃어버린 탓으로 나고 죽는데서 바퀴돌듯 하느니라.
아 난 : 세존이시어. 나는 부처님의 사랑하는 아우로서 이 마음으로 부처님을 사모하여 출가하였사오니 이 마음이 어찌 부처님만 공양하오리까. 여러 세계로 다니면서 많은 부처님네와 선지식들을 섬기는 것도 이 마음으로 할 것이옵고, 용맹한 생각을 내어 여러 가지 행하기 어려운 불사를 하더라도 이 마음으로 할 것이온데, 만일 이것이 마음이 아니라 하오면 나는 마음이 없어서 목석과 같을 것이오며 또 이 알음알이를 여의고는 다른 마음이 없삽거늘 어찌하여 이것을 내마음 아니라 하시나이까. 참으로 놀라운 일이오며 다른 대중들도 모두 의심하는 터이오니 자비하신 마음으로 우리들을 가르쳐 주옵소서.
그때에 세존께서 아난과 대중에게 가르쳐 주어 나지도 죽지도 않는 법을 아는 지혜를 얻게 하려고 사자좌에서 아난의 정수리를 어루만지면서 말씀하셨다.
부처님 : 여래가 항상 말하기를 온갖 병이 생기는 것이 마음으로 나타나는 것이니 범부나 성현이나, 큰세계나 작은 티끌이나 모두 마음으로 되는 것이라고 하지 아니하였느냐. 아난아, 모든 세계에 있는 온갖 물건들이 그 가운데 조그만 풀잎새나 실오리까지라도 그 근원을 따져보면 모두 자체가 있고, 허공이라 하더라도 이름과 모양이 있는 것이어늘, 하물며 맑고 깨끗하고 묘하고 밝은 마음이 온갖 물건의 성품이 되면서 어찌하여 저의 본체가 없겠느냐.
네가 만일 이 분별하고 살펴보고 깨닫고 알고하는 성품을 고집하여 네 마음이라고 할진댄 이 마음이 저 온갖 빛과 냄새와 맛과 소리와 그러한 여러 가지를 여의고도 제 성품이 따로 있어야 할 것이니라. 그러나 네가 지금 내 법문을 듣는 것은 소리로 말미암아 분별이 있는 것이며, 설사 보는 것 듣는 것 깨닫는 것 아는 것을 없이하고 마음속으로 고요함을 느낀다 하더라도 이것은 법진(法塵)을 분별하는 그림자에 지나지 못하는 것이니라.
내가 지금 네게 명령하여서 이것이 너의 마음이 아닌 줄을 인식하라고 억제하는 것은 아니다마는 네가 마음으로 자세하게 생각하여 보아라. 만일 앞의 물건을 여의고도 분별하는 성품이 있다며는 그것은 참으로 너의 마음이라 할 수 있으려니와 너의 분별하는 성품이 앞의 물건을 여의고는 그 자체가 없을진댄 그것은 다만 앞의 물건을 분별하는 본체의 그림자일 뿐이니라.
앞의 물건이 본래 항상하는 것이 아니매 그것이 변천하여 없어질 적에는 그것은 분별하던 마음도 거북의 털, 토끼의 뿔과 같을 것이니라. 그렇다면 너의 법신(法身)이 아주 없는 것과 같을 것이니 무엇이 나지도 죽지도 않는 법을 아는 지혜를 얻겠느냐.
그때에 아난과 대중들이 아무 말도 없이 가졌던 것을 잃어버린 듯하고 있었다.
부처님 : 아난아, 이 세상에서 공부한다는 사람들이 금시에 차례로 닦는 아홉 가지 선정을 이루더라도 번뇌가 없어지지 못하고 아라한을 못이루는 것은 모두 이 나고 죽고하는 허망한 생각을 잘못 알아 참 마음인줄로 여기는 탓이니 그러므로 네가 비록 아는 것이 많으면서도 성인을 이루지 못하는 것이니라.
출전 : 수능엄경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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