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릉엄경(首楞嚴經)

참견을 드러내다(3)

근와(槿瓦) 2014. 10. 19. 03:22

참견을 드러내다(3)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아난이 이 말씀을 듣잡고 다시 슬피울며 다섯 활개를 엎드려 절하고 꿇어앉아 합장하고 여쭈었다.

 

아 난 : 내가 부처님을 따라 출가한 뒤로 부처님의 위신(威神)만 믿삽고 항상 생각하기를, 내가 애써서 닦지 아니하여도 부처님께서 삼매를 얻게 하여 주실 줄만 여기고 몸과 마음은 서로 대신할 수 없는 줄을 알지 못하여 나의 본마음을 잃었으므로 몸은 비록 출가하였으나 마음은 도에 들어가지 못한 것이 마치 거지 아이들이 아버지를 떠나서 도망한 듯하옵더니, 오늘에야 아무리 많이 알더라도 행을 닦지 아니하면 알지 못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 마치 음식 이야기만 하는 사람들이 배부를 수 없는 것과 같은 줄을 알았나이다.

 

세존이시어, 우리들이 지금 번뇌장과 소지장에 얽매어 있는 것은 고요하고 항상한 참 마음을 알지 못한 탓이오니 바라건대 나의 외로운 것을 불쌍히 여기사 묘하고 밝은 마음을 일러 보이시어 도를 아는 눈을 열어 주소서.

 

그때에 여래께서 가슴의 만(卍)자로서 훌륭한 광명을 놓으시니 그 광명이 찬란하고 현란하여 백천가지 빛이 나타나며 티끌같이 많은 시방세계에 한꺼번에 퍼지어서 시방세계에 계시는 여러 부처님의 정수리에 대시고 다시 돌아와서 아난과 대중에게 대시었다.

 

 

부처님 : 아난아, 꼭 같다는 말이 옳지 아니하다. 왜냐하면 손없는 사람은 주먹이 끝까지 없으려니와 눈없는 사람은 보는 것이 아주 없는 것 아니니라. 네가 시험삼아 한길에 나가서 소경들에게 ‘무엇이 보이느냐’ 물으면 ‘내눈에는 꺼멓게 어두운 것만 보이고 다른 것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하리니, 이것으로 말하면 소경들의 앞엣 것이 어두울 뿐이언정 보는 것이야 무슨 잘못됨이 있겠느냐.

 

아 난 : 소경들 눈에 꺼멓게 어두운 것만 보이는 것을 어떻게 본다고 하겠나이까.

 

부처님 : 아난아, 소경들의 눈이 멀어서 꺼멓게 어두운 것만 보는 것이 눈 밝은 사람이 어두운 방속에 있을 적에 꺼멓게 어두운 것만 보는 것과 같겠느냐, 다르겠느냐.

 

아 난 : 세존이시어, 이 어두운 방속에 있는 사람이 꺼멓게 어두운 것을 보는 것과 소경들이 꺼멓게 어두운 것 보는 것을 비교하면 조금도 다르지 않겠나이다.

 

부처님 : 아난아, 눈먼 사람이 꺼먼 것만 보다가 문득 눈빛을 얻어 눈이 밝아지면 앞의 물건의 여러 가지 색을 보리니, 이것은 등이 본다고 하여야 하리라. 만일 등이 보는 것이라 할진댄, 이는 등의 보는 작용이 있으므로 등이라 하지 못할 것이며, 또 등 제가 보는 것인즉 네게야 무슨 관계가 있겠느냐.

 

그러니까 알아라. 등은 책을 비치는 작용만 있을 뿐이요, 보는 것은 눈이라 등이 아니며, 이와 같이 눈은 책을 비치는 작용만 있을 뿐이요, 보는 성품은 마음에 있는 것이라, 눈에 있는 것이 아니니라.

 

아난이 이 말을 듣고 대중들과 함께 입으로는 할 말이 없으나, 마음으로는 아직도 분명히 깨닫지 못하여 부처님께서 일러 주시기를 합장하고 기다리었다.

 

그때에 부처님께서 부드럽게 빛나는 손을 들어 손가락을 펴시고 아난과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부처님 : 내가 처음 성도하고, 녹야원에서 아야다 등 다섯 비구와 여러 대중에게 말하기를 ‘온갖 중생이 보리나 아라한을 이루지 못한 것은 손번뇌, 티끌번뇌 때문이다’고 하였더니 그때에 너희들이 어떻게 깨닫고 아라한을 이루었느냐.

 

교진나가 일어나서 이렇게 여쭈었다.

 

교진나 : 나는 나이가 많아 대중 가운데서 ‘알았다’는 이름을 얻게 된 것은 손번뇌와 티끌번뇌를 깨달은 연고니이다.

 

세존이시여, 비겨 말씀하건댄 길가는 손이 객주집에 들려서 밥을 먹거나 잠을 자거나 하고는 곧 행장을 차리고 길을 떠나는 것이요, 오래 머물러 있지 않거니와 객주집 주인은 가지 않는 것이니이다. 이렇게 생각하건댄, 머물지 않는 것은 손이요, 머물러 있는 이는 주인이오니 머물러 있지 않는 것을 손이라 하겠나이다.

 

또 비가 개고 볕이 나서 햇빛이 틈으로 들어오면, 허공에 있는 티끌을 보게 되나니 티끌은 흔들리고 허공은 고요한 것이니이다. 이렇게 생각하건댄, 고요한 것은 허공이요, 흔들리는 것은 티끌이오니 흔들리는 것을 티끌이라 하겠나이다.

 

 

부처님 : 그러하니라.

 

그때에 부처님께서 다섯 손가락을 구부렸다 펴시며, 폈다 구부리시고 대중 가운데서 말씀하셨다.

 

부처님 : 아난아, 네가 지금 무엇을 보았느냐.

 

아 난 : 여래께서 보배로운 손을 펴락 쥐락 하심을 보았나이다.

 

부처님 : 아난아, 네 말이 내가 손을 펴락, 쥐락함을 보았노라 하니 그것은 내 손이 펴락 쥐락하였느냐, 네 보는 것이 펴락 쥐락하였느냐.

 

아 난 : 세존이 대중 가운데서 손을 펴락 쥐락하시올새 내가 본 것이온즉 부처님의 손이 펴락 쥐락 하였사옵고 나의 보는 성품은 펴지거나 쥐어지거나 한 것이 아니니이다.

 

부처님 : 어느 것이 움직이고 어느 것이 고요하였느냐.

 

아 난 : 부처님의 손이 가만히 있지 아니한 것이오니 보는 성품이야 본래 고요하달 것도 없삽거늘 가만히 있지 않았다 할 것은 무엇이오니까.

 

부처님 : 그러하니라.

 

그때에 부처님께서 손으로 광명을 놓아 오른쪽을 내시니, 아난이 머리를 돌려 오른쪽을 바라보고 다시 한 광명을 놓아 아난의 왼쪽을 내시니, 아난은 머리를 돌려 왼쪽을 바라보았다.

 

 

부처님 : 아난아, 네 머리가 어찌하여 흔들리었느냐.

 

아 난 : 여래께서 광명을 놓아 나의 오른쪽과 왼쪽에 보내시옵기에 내가 그것을 보느라고 머리가 흔들리었나이다.

 

부처님 : 아난아, 네가 여래의 광명을 보느라고 머리가 흔들렸다 하니 네 머리가 흔들렸느냐, 네 보는 성품이 흔들렸느냐.

 

아 난 : 세존이시여, 내 머리가 흔들린 것이오니 보는 성품이야 고요하달 것도 없삽거늘 흔들렸다 할 것은 무엇이오니까.

 

부처님 : 그러하니라.

 

그리고 부처님은 대중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부처님 : 만일 중생들이 흔들리는 것을 티끌이라 하고 가만히 있지 않는 것을 손이라 할진댄, 너희들은 보라. 아난의 머리가 흔들렸을지언정 보는 성품은 흔들리지 아니하였고 내 손이 펴락 쥐락하였을지언정 아난의 보는 성품은 펴락, 쥐락하지 아니한 것이 아니냐. 그런데 너희들이 흔들리는 것을 몸인줄 알고, 흔들리는 것을 앞엣 것인줄 알면서 어찌하여 처음부터 나중까지 몸이니, 앞엣 것이니 하는데서 생각이 났다 없어졌다 하여 참 성품을 잃어버리고 뒤바뀌게 일을 행하느냐. 그리하여 참 마음은 잃어버리고 물건을 내 몸인줄로 잘못 아는 탓으로 이몸이니 앞엣 것이니 하는데서 바퀴 돌듯하는 것이 모두 자기의 잘못으로 헤매는 것이니라.

 

 

출전 : 수능엄경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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