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아함경-1710-342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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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존자 아난이 존자 마하 가섭의 처소를 찾아가서 존자 마하 가섭에게 말하였다. "지금 저와 함께 기사굴산을 나가 왕사성에 들어가 걸식하십시다." 존자 마하 가섭은 잠자코 승낙하였다. 그 때 존자 마하 가섭과 존자 아난이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왕사성에 들어가 걸식하려고 하다가, 존자 아난이 존자 마하 가섭에게 말하였다. "시간이 너무 이릅니다. 함께 잠시 비구니의 정사(精舍)에 들렀다 가시지요." 그래서 그들은 그곳을 거쳐가기로 하였다. 그 때 모든 비구니들은 존자 마하 가섭과 존자 아난이 멀리서 오는 것을 보고 얼른 자리를 펴고 앉기를 권하였다. 그리고 여러 비구니들은 존자 마하 가섭과 존자 아난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앉았다. 존자 마하 가섭은 여러 비구니들을 위해 갖가지 법을 설하여 가르쳐 보여서 밝게 해주고 기쁘게 해주었다.
그러나 그 때 투라난타(偸羅難陀) 비구니는 기뻐하지 않고 이렇게 욕설을 하였다. "성자[阿梨][아리(阿梨)는 팔리어로는 ariya 또는 ayya로 표기하며 성자(聖者)라는 뜻이다.] 마하 가섭이여, 어떻게 성자 아난 비제하모니(鞞提呵牟尼)[아난 존자에 대해 쓰는 존칭(尊稱)이다.] 앞에서 비구니들을 위해 설법할 수 있습니까? 비유하면 마치 바늘을 파는 아이가 바늘을 만드는 기술자의 집에 바늘을 팔려고 하는 것처럼, 성자 마하 가섭께서 성자 아난 비제하모니 앞에서 비구니를 위해 설법하는 것도 또한 그와 같습니다."
존자 마하 가섭은 투라난타 비구니가 불쾌한 마음으로 욕설하는 말을 듣고 존자 아난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저 투라난타 비구니가 불쾌한 마음으로 모진 욕설을 하는 것을 들었는가? 아난이여, 어째서 나는 바늘을 파는 아이이고 그대는 바늘을 만드는 기술자이며, 또 내가 그대 앞에서 바늘을 판단 말인가?" 존자 아난이 존자 마하 가섭에게 말하였다. "그만 두시지요. 참으십시오. 저 어리석은 늙은 할멈은 지혜가 적고 일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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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부를 못해 그런 것입니다." "아난이여, 세존 · 여래 · 응공[應] · 등정각(等正覺)께서 알고 보신 것을 대중들 앞에서, 달에 비유하여 설한 경[月譬經][바로 위에 나오는 1,136번째 소경인 월유경(月喩經)을 가리키는 말이다.]으로 훈계하고 가르치는 것을 그대는 듣지 못했는가? 그 경에서 말씀하시기를 '비구는 마땅히 달처럼 살아가야 하고 항상 출가한지 오래되지 않은 비구처럼 매사(每事)에 조심하고 삼가라'고 하셨다. 이와 같이 자세하게 말씀해 주셨는데 아난이여, 그대는 달처럼 살아가며 항상 출가한지 오래되지 않은 비구처럼 매사에 조심하고 삼가는가?"
아난이 대답하였다. "그렇지 못합니다, 존자 마하 가섭이시여." "아난이여, 세존 · 여래 · 응공 · 등정각께서 알고 보신 것으로 '비구야, 마땅히 달처럼 살아가고, 항상 출가한지 오래되지 않은 비구처럼 매사에 조심하고 삼가는 자는 오직 마하 가섭뿐이다'라고 하신 말씀을 그대는 들었는가?" 아난이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존자 마하 가섭이시여." "아난이여, 그대는 일찍이 세존 · 여래 · 응공 · 등정각께서 알고 보신 것으로 한량없이 많은 대중들 앞에서 '그대는 여기에 와서 앉아라'라고 하시는 청함을 받은 일이 있는가? 또 세존께서 당신의 광대한 덕과 같은 사람이라고 그대를 찬탄한 일이 있는가? 아난은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여의었고……(내지)……번뇌가 다한 신통이라고 그대를 칭찬하신 일이 있는가?"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존자 마하 가섭이시여." "그렇다면 아난이여, 세존 · 여래 · 응공 · 등정각께서는 한량없이 많은 대중들 앞에서 스스로 '잘 왔다. 마하 가섭아, 그대에게 내 자리의 반을 나누어준다'고 말씀하시고, 또 대중들 앞에서 자기의 광대한 공덕과 같은 공덕이 있는 사람이라 하시며, 탐욕을 여의고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여의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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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내지)……번뇌가 다한 신통력을 지닌 사람이라고 마하 가섭을 찬양하셨는가?" 아난이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존자 마하 가섭이시여." 그 때 마하 가섭은 비구니들 가운데서 이렇게 사자처럼 외쳤다.
1144. 중감경(衆減經)[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6권 13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존자 마하 가섭과 존자 아난이 왕사성 기사굴산에 머물고 있었는데, 세존께서 열반하신 지 오래지 않은 때였다. 때마침 세상은 흉년이 들어 걸식을 하여도 음식을 얻기가 어려웠다. 그 때 존자 아난은 여러 젊은 비구들과 함께 지내면서 모든 감관[根]을 잘 단속하지 못하였다. 음식을 먹을 때에 양(量)을 알지 못하였고, 초저녁과 새벽에도 좌선하기를 힘쓰지 않았으며, 잠자기만을 좋아하였다. 항상 세간의 이익만을 추구하여 세간에 돌아다니다가 남천축(南天竺)으로 갔다. 거기에서 30명쯤 되는 젊은 제자들은 계율을 버리고 속가(俗家)로 돌아갔고, 나머지는 대부분 동자(童子)들이었다. 존자 아난은 남산국토(南山國土)에서 유람하다가 얼마 되지 않는 적은 무리를 데리고 왕사성(王舍城)으로 돌아왔다. 그 때 존자 아난은 가사와 발우를 두고 발을 씻은 다음 존자 마하 가섭에게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의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물러나 앉았다. 존자 마하 가섭이 존자 아난에게 물었다. "그대는 어디서 오는가? 대중이 매우 적구나." 아난이 대답하였다. "남산 국토에서 세간을 유람하며 돌아다녔는데 그때 젊은 비구 30명이 계율을 버리고 속세로 돌아갔기 때문에 대중이 줄었고, 지금 남은 이도 대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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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어린 동자들입니다." 존자 마하 가섭은 존자 아난에게 말하였다. "여래 · 응공 · 등정각께서는 몇 가지 복과 이익을 보고 아셨기에 세 사람 이상이 모여 먹는 것을 억제하는 계율을 만드셨던가?" 아난이 대답하였다. "두 가지 때문입니다. 어떤 것이 그 두 가지인가 하면 하나는 가난하고 보잘것없는 집안을 배려해서이고, 다른 하나는 여러 악한 사람들이 패거리를 만들어 서로 부수기 때문입니다. 즉 나쁜 사람이 승가 대중들 속에 있으면서 대중이란 이름으로 대중들을 가로막아 두 패로 갈라지게 하여 서로 미워하고 다투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존자 가섭이 아난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그런 뜻을 알고 있으면서, 어째서 흉년이 든 때에 많은 젊은 비구들을 데리고 남산 국토를 유람하다가, 30명이나 되는 대중들이 계율을 버리고 속세로 돌아감으로써 대중들이 줄어들게 하고, 대부분 동자만 남아있게 하였는가? 아난이여, 그대가 대중들이 줄어들게 한 일을 보면 그대도 동자라서 주변머리가 없구나."
아난이 대답하였다. "존자 마하 가섭이시여, 제가 이미 머리칼이 두 가지 색깔인데 어찌 동자라고 말씀하십니까?" 존자 마하 가섭이 말하였다. "그대는 흉년이 든 시기에 여러 젊은 제자들과 세간을 돌아다니다가 30명이나 되는 제자들이 계율을 버리고 속세로 돌아가게 하였고, 나머지는 대부분 동자들로서 대중들을 줄어들게 하였으니, 그것은 다 주변머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이 많은 덕 있는 대중들이 다 환속하여 무너지고 말았네. 아난의 대중들은 너무 심하게 무너지고 말았다네'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게 되었으니 아난이여, 그래서 그대를 동자나 다름없다고 하는 것이다. 그것은 다 주변머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 때 저사(低舍) 비구니는 존자 마하 가섭이 존자 아난 비제하모니를 동자라고 꾸짖는 것을 보고 불쾌히 여겨 이렇게 욕설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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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자(聖者) 마하 가섭은 본래 외도 사문이었는데, 어떻게 성자 아난 비제하모니를 동자라고 꾸짖고 그 동자라는 이름을 널리 퍼지게 할 수 있는가?" 존자 마하 가섭은 천이(天耳)의 신통력으로 저사 비구니가 불쾌한 마음으로 욕설하는 소리를 듣고 존자 아난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보라. 저 저사 비구니가 불쾌한 마음으로 '마하 가섭은 본래 외도 사문이었는데, 어떻게 성자(聖者) 아난 비제하모니를 꾸짖고 동자라는 이름을 퍼지게 할 수 있는가'라고 욕하는구나."
존자 아난이 대답하였다. "그만 두십시오. 존자 마하 가섭이시여, 참으십시오. 존자 마하 가섭이시여, 저 어리석은 늙은 할멈이 타고난 지혜가 없어서 그런 것입니다." 존자 마하 가섭이 아난에게 말하였다. "나는 출가한 뒤로 다른 스승은 전혀 알지도 못하고, 오직 여래 · 응공 · 등정각만 알고 지냈다.
나는 출가하기 전에 늘 태어남 · 늙음 · 병듦 · 죽음 · 근심 · 슬픔 · 번민 · 괴로움을 생각하였고, '속가에 있으면 번거로운 일과 온갖 번뇌가 많지만 출가하면 텅 비고 한적하다. 속인은 집이 아닌 곳에 살면서 한결같이 조촐하고 깨끗하게 살고, 목숨을 마칠 때까지 순일(純一)하고 원만하게 깨끗하며 범행(梵行)이 맑게 되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았소. 그래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바른 믿음으로 집이 아닌 데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리라고 마음먹었소. 백천금(百千金) 쯤 되는 귀하고 값나가는 옷을 조각조각 끊어 승가리(僧伽梨)를 만들고, 만일 세상에 아라한이 있으면 가만히 그를 따라 출가하리라고 생각하였소.
나는 출가한 뒤에 왕사성 나라(那羅)라는 작은 마을 중간쯤에 있는 다자탑(多子塔)에서 세존을 뵈옵게 되었소. 그분은 몸을 바로잡고 단정히 앉아 계셨는데 상호(相好)가 원만하고 모든 감관도 지극히 고요하며, 첫 번째 식(息)이 끊어져 마치 금산(金山)과 같았소. 나는 그런 모습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소. '이 분이 바로 내 스승이시고, 이 분이 곧 세존(世尊)이시며, 이 분이 바로 아라한(阿羅漢)이시고, 이 분이 바로 등정각(等正覺)이시다.'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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