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佛陀,부처님)

고행의 바라문 64

근와(槿瓦) 2014. 8. 3. 00:17

고행의 바라문 64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선재 동자는 한없이 기뻐하며 공손히 선인에게 예하고 남쪽으로 향하여 드디어 진구국(進求國)에 이르렀다. 방편명(方便命) 바라문은 지금 고행을 닦으며 험준한 검수도산(劍樹刀山)에서 한없이 타오르는 광염(狂炎)속에 몸을 던지고 있었다. 그리고 보살의 도를 묻는 동자에게 말했다.

"선남자여, 그대가 만약 이 검수도산에 올라와 불꽃 속에 몸을 던진다면 보살의 청정한 행을 얻으리라."

동자는 생각하였다. '사람으로 태어나서 선지식을 만나 바른 가르침을 얻기란 어렵다. 이것은 마이거나 마의 사자가 선지식의 모양을 나타낸 것은 아닐까. 이제야 나의 생명을 앗으려고 다가오고 있다. 이것은 부처님의 도를 벗어난 것임에 틀림없다."

때에 신들은 허공에서 선재 동자를 격려했다.

“선남자여, 그렇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는 대성이시다. 지혜의 빛을 갖추고 중생들의 탐욕의 바다를 마르게 하려고 힘쓰고 계시다. 이분이 멸하여 몸을 태울 때에 큰 빛이 쏟아져 모든 천계를 비추어, 신들을 이곳으로 오도록 하여 법을 설하고 다시 그 빛은 아비 지옥을 비추어 고뇌하는 자를 천계에 태어나게 하는 것이다.”

동자는 이 가르침을 받고 진심으로 기뻐하며, 이 바라문은 참된 선지식이라 깨닫고 잘못을 뉘우치고는 즉시 칼날과 같은 산에 올라 몸을 대화(大火) 속에 던졌으나 아직 불에 이르기 전에 안온한 선정을 얻어, 불에 이르자 적정(寂靜)으로 즐거운 선정을 얻었다. 그리고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대성이시여, 참으로 희유한 일입니다. 이러한 검수도산과 큰 불도 저에게 닿으면 안온한 즐거움을 줍니다.”

“선남자여, 나는 다만 그 다함이 없는 보살의 법을 알고 있을 뿐이다. 모든 원을 채우고 중생들의 번뇌를 멸하고 있을 뿐이다. 모든 원을 채우고 중생들의 번뇌를 멸하는 보살의 대행에 대해서야 어찌 설할 수 있으랴. 여기서 남쪽으로 사자분신성에 자녀(慈女)라고 이름하는 동녀가 있다. 그곳에 나아가 보살의 도를 물음이 좋다.”

 

동자는 몇 번이나 바라문에게 절하고 남쪽으로 향하였다. 공경하는 염을 일으켜 부처님에게 가까이하여 모든 망상을 멸해 가면서 겨우 그의 성에 이르러 자녀(慈女)의 주소를 묻자. 사자당(獅子堂) 왕궁의 궁내라고 했다. 곧 들어가 그 동녀를 보자, 아름다운 수천 개의 금으로 만든 방울을 드리운 주옥의 방안에 있었다. 피부는 황금색과 같이 빛나고 눈이나 머리는 남빛보다도 짙은데, 사자좌 위에서 많은 대중들에게 법을 설하고 있었다.

동자가 공손히 자녀에게 도를 물은즉 자녀(慈女)는 답하였다.

“선남자여, 우선 이 법당의 장엄함을 보라.”

동자는 눈으로 하나하나의 유리로 된 기둥, 금강으로 된 벽, 마니의 구슬로 만든 거울과 금으로 만든 방울 등 보수(寶樹)와 영락 사이로 맑은 물에 비추는 달 그림자처럼 일체 부처님의 발심에서 멸도(滅道)에 이르기까지의 모습이 나타났다.

“대성이시여, 이것은 무엇이라고 하는 법이옵니까?”

“선남자여, 이것은 지혜에 의하여 깨달음의 피안에 이르는 법인 것이다.

나는 일찍이 한없이 많은 부처님이 계시는 곳에서 이 법을 닦았다. 선남자여, 나는 이 법문에 들어 바르게 염하고 바르게 생각하여 평등한 마음을 일으켰을 때에 백 천만 가지의 노래를 얻었다. 그것은 불과 법과 업과 선행과 세계의 기원(起源)등에 관한 것이다.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법을 알 뿐이다. 모든 대보살의 마음은 허공과 같이 깊게 법계에 들어가, 공덕이 충만하고 좋은 방편으로써 일체의 중생들에게 보시하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의 공덕은 내가 알 바가 아니다. 여기서 남쪽으로 구도(求道)라는 나라에 선현(善現)이라는 출가자가 있다. 그곳에 나아가 도를 물음이 좋다.“

 

동자는 자녀에게 절하고 남쪽으로 향하였다. 마음으로 깊이 법문을 염하면서 차례로 여러 곳을 경유하여 그 나라에 이르러, 숲속을 조용히 거니는 선현 존자를 보니, 머리는 남색이고 살결은 자금(紫金)빛이며, 눈은 길고 입술은 붉으며 용자가 단정하고 지혜는 대해와 같이 넓어 보였다.

동자는 예를 드리고 공손히 도를 구하자 존자는 답하기를,

“선남자여, 나는 한없이 많은 부처님이 계시는 곳에서 도를 닦고 많은 대원을 일으켜 모든 보살의 행을 닦았다. 그러했기에 내가 이렇게 거닐고 있으면 일념 속에 모든 세계나 부처도 눈앞에 나타나고 또 중생들을 구제해야 할 한없는 방편이 눈앞에 나타나는 것이다. 선남자여, 그러나 나는 단지 ‘법을 좇는 지혜’를 알 뿐이다. 저 금강의 등불과 같은 보살이 부처의 집에 태어나, 불로도 독칼로도 해칠 수 없는 불사(不死)의 생명을 가지고 악마나 외도를 항복시키고 널리 감로의 법을 전하는 공덕에 이르러서는 내가 알 바 아니다. 여기서 남쪽으로 수나국(輸那國)에 석천주라는 동자가 있다. 그곳에 나아가 보살의 도를 물음이 좋다.”

 

이리하여 수나국에 이른 즉, 석천주(釋天主) 동자는 많은 동자들과 강변의 모래밭에서 놀고 있다가 선재 동자의 물음에 답하기를,

“선남자여, 문수사리 보살은 나에게 사마귀를 보고 점치는 법, 산수법, 결인(結印)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나는 여기에서 일체의 미묘한 재주를 알 수 있었다. 질병, 중독, 귀신에 홀린 자도 모두 고칠 수 있다. 또 산수(算數)의 성(性)을 알고 있으므로 무량 백천 유순의 모래 언덕까지도 그 수를 알며, 모든 부처님이나 보살들의 여러 겁(劫)에 걸친 업까지도 알 수가 있다. 선남자여, 나는 이 교묘한 술수를 알고 있을 뿐이다. 깊은 산수법에 들어선 모든 법을 헤아리는 대보살의 공덕은 내가 알 바 아니다. 여기에서 남쪽으로 해주성(海住城)에 자재(自在)라는 신녀(信女)가 있다. 그곳에서 보살의 도를 물음이 좋다.”

 

선재 동자는 기쁨을 안고 남쪽으로 향하였다. 마음은 항상 많은 물을 받아들이는 대해와 같이 지칠 줄 모르고 선지식을 생각했다. ‘선지식의 해는 밝은 지혜의 빛으로써 연꽃과 같이 마음을 열리게 하여 일체 선근의 싹과 공덕의 지엽으로 이어진 큰 나무를 기른다. 선지식의 달은 시원한 가르침의 빛으로써 많은 번뇌의 열을 제거하고 그 마음은 보물이 가득한 대해와 같고 그 가르침은 공중에서 신변(神變)을 나타내는 용왕과 같은 것이다.’고 찬탄하여 마지않았다.

드디어 그 성에 이르러 자재녀가 머무는 심궁에 들어가니 보석 울타리로 둘러싸이고 네 문이 열렸는데, 기품이 있고 어여쁜 그녀는 사자좌에 앉아 있었다. 몸에는 아름다운 의복을 걸치고 머리칼에서는 빛이 흐르며 천녀와 같은 많은 시녀가 시중을 들고 있는데 그 모습은 보는 자로 하여금 욕심을 여의게 하고 목소리를 듣는 자로 하여금 기쁨이 넘치게 했다. 그녀는 선재의 물음에 답하여,

“선남자여, 나는 다함이 없는 공덕장(功德藏)을 갖추고 있다. 한 그릇의 음식으로써 백 명, 천 명뿐 아니라 수조차 짐작할 수 없는 많은 대중들에게 보시하여 빠짐없이 만족을 주며 그 밖에 수레, 의복, 화만의 보시도 마찬가지이다. 또 시방의 한없는 보살도 나의 보시를 받고 도를 얻을 수 있었다. 선남자여, 이들 1만이나 되는 시녀를 비롯하여 헤아릴 수조차 없는 권속은 나와 행을 같이하고 원을 같이하여 청정한 대비로써 모든 것을 구제하고 있다.”

그리고 그녀는 곧 한 가지 음식물을 가지고 네 문으로 들어온 수많은 대중들에게 보시를 하였다. 다시 말을 이어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다함이 없는 공덕장을 얻었을 뿐이다. 모든 대보살의 바다와 같이 넓고 큰 공덕에 대해서는 내가 알 바 아니다. 여기서 남쪽으로 대흥성에 감로정(甘露頂)이라는 장자가 있다. 그곳에 나아가 보살의 도를 물음이 좋다.”

 

동자는 족하에 절하고 남쪽으로 향하였다. 그는 지금도 다함이 없는 공덕의 법을 얻어 더욱 이타(利他)의 행을 증장하고, 마음에는 항상 부처의 빛이 비치었다. 그 성에 이른즉, 감로정의 장자는 칠보당에 앉았는데 만 명이나 되는 대중들에게 둘러싸인 채 동자를 위하여 설하기를,

“선남자여, 나는 만 명이나 되는 대중들에게 법을 설하여 남김없이 불가에 태어나게 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마음대로 공덕장을 열어서 모든 사람에게 보시하고 그 원을 채워 주었다.”

그리고 동자에게 가르치기를, 중각성에 머무는 남방의 사자, 법보주라(法寶周羅) 장자 앞으로 가게 하였다.

동자는 도중에 장자를 만나 손을 잡고 그 집으로 안내되었는데 ‘잠시 우리 집을 보라’고 말하였다. 곧 두루 그 집을 살펴 보니, 칠보의 울타리, 못에는 공덕의 물이 넘치고 많은 보수(寶樹)가 우거져 있었다. 집은 유리(瑠璃)로 장엄하여 자거(硨磲))의 기둥에 주옥으로 얽은 발을 늘어뜨리고 10층이나 되는 방에 여덟 개의 문이 설치되어 있었다. 제 1층의 방에는 갖가지의 음식물, 제 2층에는 보물과 승의, 제 3층에는 보기(寶器), 제 4층에는 정조가 굳은 여인이 대기했고, 제 5층에는 제오지(第五地)에 달한 보살이 모여 정법을 결집하고, 제 6층에는 그 지혜가 정상에 달한 보살이 모여 지혜의 법문을 설하고, 제 7층에는 음향인(音響忍)을 얻은 보살이 방편의 지혜를 설하고, 제 8층에는 신통을 얻은 보살이 모여 있고, 제 9층에는 보처(補處)의 보살, 제 10층에는 일체의 부처님이 머물러 중생들을 제도하는 업을 시현하고 있었다.

장자는 진귀함에 놀라는 동자에게 말하기를,

“선남자여, 나는 옛날 무량광명 법계불의 출세(出世)를 만나 향화를 공양하고 탐욕을 제거하여 부처님을 우러러보며 정법을 들으려고 원했다. 그것에 의해 지금 이 보(報)를 얻었던 것이다.”

 

동자는 장자의 가르침에 의하여 다시 남쪽으로 실리근국(室利根國)을 향하여 보물성에 머물고 있는 보안묘광 장자의 곁으로 급히 갔다. 그 성은 백천 개의 작은 성으로 둘러싸여 높이 솟아 있었다. 장자는 성의 향대(香臺)에 있다가 동자의 물음에 답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중생들의 병을 알고 있다. 풍, 한, 열 등 갖가지 병이 있는 자가 나에게 오면 다 낫게 될 것이다. 그 뒤에 갖가지 법문을 설하여 탐욕이 많은 자에게는 부정관(不淨觀)을 가르치고 진에가 많은 자에게는 자비관, 우치가 많은 자에게는 법상관(法相觀)을 가르쳐 그들로 하여금 법의 공덕에 환희를 갖게 한다. 선남자여, 나는 또 갖가지 향을 합하는 일을 알고 있다. 이러한 향을 부처님께 공양하면 중생들을 제도하는 원, 부처님의 국토를 장엄하게 하는 원이 모두 채워진다. 또 이 향 속에서 무량한 향을 뿜어내 시방불(十方佛)이 계시는 곳에 이르러 혹은 향전(香殿)이 되고 향의 난간이 되며, 향번(香幡)이 되어 향의 구름이 되고 화려하며 장엄하게 한다. 선남자여, 나는 다만 중생들을 기쁘게 하는 것을 알고, 일체의 부처님을 우러러볼 수 있도록 할 뿐이다. 저 모든 대약왕(大藥王)의 보살에 관한 법은 내가 알 바 아니다.”

 

이리하여 동자는 장자의 가르침에 따라 남방의 만당성(滿幢城)에 사는 만족왕(滿足王)의 처소로 향하였다.

이미 그의 성에 이르러 보니 왕은 정전(正殿)에 있으면서 세간을 다스린다는 말을 듣고 동자가 들어가자, 왕은 금강의 사자좌에 앉아 머리에는 염부단금(閻浮檀金)으로 만든 반월의 보관을 장엄하게 쓰고 있었다. 남빛 머리에 귀는 길게 드리워져 있고, 몸에는 마니(摩尼)로 된 영락을 차고 위에는 주옥을 박아 금으로 만든 일산이 있으며 곁에는 야광이 나는 깃발이 있어 두루 제방을 비추고 있다. 만 명이나 되는 대신들은 좌우에서 국사를 다스리고, 만 명의 용장은 의장을 받들고 쭉 늘어서 있다.

다음에 동자는 왕의 법에 거슬린 헤아릴 수 없는 중생들을 보니 다섯 겹으로 포박된 자, 수족이 잘린 자, 귀와 코가 잘린 자, 두 눈을 도려내인 자, 끓는 물 속에 처박힌 자, 기름을 쏟은 담자리(斫)에 말려 불타고 있는 자 등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동자가 생각하기를, ‘나는 중생들을 위하여 이타적인 행을 닦고 있으나 지금 이 왕은 끝없는 악역(惡逆)을 범하고 있다. 이것은 악인 가운데서 최악인이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신들은 동자에게 고하기를 왕에게 가르침을 청할 것을 권하였다.

왕은 선재 동자의 손을 잡고 궁으로 인도하여 천녀와 같은 5백 명의 시녀가 사는 궁전을 보여 주면서 말하기를,

‘선남자여, 나는 환화(幻化)와 같은 법을 알고 있다. 이 국토의 중생으로서 남의 물건을 훔치고 남의 생명을 해치며 남의 아내를 범하고 또는 사견(邪見)을 일으키는 자는 가르침만으로는 이러한 악업을 버릴 수가 없다. 그래서 징계하여 바른 길로 이끄는 도리 밖에 없다고 생각하여 괴로움으로 악을 버리게 하려는 것이다. 선남자여, 나는 한 마리의 개미도 해칠 마음을 갖고 있지 않다. 항차 사람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사람은 모든 선근을 낳는 복전인 것이다.”

 

 

선재 동자는 이 왕의 가르침에 의하여 다시 남쪽으로 선광성(善光城)에 이르자, 그 장엄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대광왕의 훌륭한 위용은 해와 같았고 또 만월과 중성(衆星)의 빛에 뒤덮혀 번쩍이고 있는 것과 같았다. 왕은 공손히 동자에게 고하기를,

“선남자여, 나는 자비를 행하고 있다. 나는 이 행에 의하여 법대로 나라를 다스리고 백성들을 가르치고 마음의 때를 제거하고 몸도 마음도 부드럽게 하여 뜬세상의 즐거움을 버리고 정법을 즐기도록 한다. 또 가난한 자가 오면 곳간을 열어서 ‘마음대로 가져가라. 모름지기 나쁜 짓을 해서는 안 된다’고 고한다. 선남자여, 이 성 안의 백성들 가운데서 어떤 자는 청정하다고 보며, 혹은 목석으로도 보며 또는 유리(瑠璃)로도 본다. 일찍이 바르고 곧은 마음을 가지고 모든 선근을 닦은 자는 이 성을 여러 가지 장엄한 보물로 보는 것이다.”

이때 왕이 대자비의 선정에 들어가자 선광성은 육종(六種)으로 진동하고 보배로 된 담장, 궁전, 누각, 방울, 나망(羅網)은 신묘한 소리를 내며 왕을 찬양하고, 성의 안팎 사람들은 기쁨에 넘쳐 합장하고 왕을 배례했으며 또 산과 숲까지도 몸을 굽혀 왕을 향하며 강과 우물도 왕을 향하여 흐르니, 피를 마시고 살을 먹는 악귀 나찰과 물이나 뭍에 사는 악수(惡獸)도 모두 자비를 얻어 다음 세상을 믿고 오체를 땅에 대고 왕에게 경배하였다.

드디어 왕은 선정에서 나와 선재 동자에게 가르쳐, 남방의 안주성에 머물고 있는 부동 신녀 곁으로 가게 하였다.

그때 선재 동자는 대광왕의 가르침을 생각하고 기쁜 마음과 욕심을 여읜 마음, 겸손한 마음, 두려움 없는 마음을 얻어 다시 선지식의 덕을 생각할 때에 공중에서 소리가 나며 동자에게 고하기를,

“선재 동자여, 선지식의 가르침에 따르면 부처님은 기뻐하시고 일체지(一切智)에 가까워지리라. 또 선지식의 기르침에 지칠 줄 모를진대 일체의 이익은 모두 그 사람의 앞에 나타나게 될 것이다.”

 

이리하여 동자는 차례로 유행하여 그의 성에 이르러 부동 신녀가 사는 궁전으로 들어갔다. 금빛은 눈부시게 사방을 비추고 동자는 그 빛에 닿아 몸도 마음도 부드러워졌다. 나아가 그녀를 보자, 아름다운 용색은 세간에 비할 데가 없었다. 동자는 게(偈)로써 찬송했다.

 

항상 청정한 계를 지니고 힘써 인욕(忍辱)을 닦으면 비유컨대 밝은 만월이 별 사이에서 번쩍이는 것과 같도다.

 

이리하여 공손히 보살의 도를 묻자, 신녀가 답하였다.

“선남자여, 지나간 세상,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을 때, 나는 그 나라의 왕녀로, 한밤중에 모든 음악이 그치고 많은 시녀들도 잠에 들었을 때, 나는 다만 혼자서 누대에 있으면서 성수(星宿)를 우러러보자 저 부처님은 신들과 보살들에게 둘러싸여 보물로 된 산처럼 큰 빛을 발하면서 허공에 계시고 모공에서는 미묘한 향기가 풍겼다. 나는 그 향기를 맡으며 몸도 마음도 부드러워져 일심으로 합장하고 경배하며 마음으로 생각하기를 ‘어찌하여 이러한 빛이 번쩍이는 상호를 구족하실 수가 있을까? 부처님은 내 마음을 헤아리시고 번뇌를 멸하여 부처님의 법을 받아 지혜의 광명을 낳도록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나는 그때부터 겁을 거듭하여 도를 닦아 꿈 속에서도 부처님을 우러러보고 언제나 법은 평등하다는 것을 보며 뜻대로 신변을 나타내게 된 것이다.”

 

선재 동자는 그로부터 신녀의 가르침에 의하여 남방의 지족성(知足城)에 있는 어느 이교(異敎)의 스승을 찾아갔다. 해질녘에 그 성으로 들어가 한밤중까지 그 이교의 스승을 찾았을 때, 성 북녘에 솟은 큰 산이 여명의 빛처럼 밝게 비추고 있었다. 동자는 새벽에 성을 나와 그 산에 오르자 과연 산책을 하고 있는 그 스승을 발견했다. 동자의 물음에 답하여 말하기를,

“선남자여, 나는 여러 곳을 다니면서 중생들을 제도하고 있다. 곧 평등한 지혜의 빛으로 육도(六道)의 세계에 있는 갖가지 중생들을 각각 그 그릇에 응하여 가르치고 있다. 그렇지만 한 사람도 내가 누구인지를 아는 사람은 없다.”

 

선재 동자는 다시 이 이교 스승의 가르침대로 남으로 길을 떠나 감로미국(甘露味國)에 이르러 청련화향 장자에게 가르침을 구하자, 장자가 답하기를,

“선남자여, 나는 일체의 향기를 알고 있다. 줄거움을 주는 향기, 번뇌를 더하는 향기, 번뇌를 멸하는 향기, 또는 부처님을 염하는 향기, 정법을 따르는 향기 등이다. 선남자여, 여기에 대중의 장(藏)이라는 향기가 있다.

그것은 모든 투쟁에서 생기지만 만약 한 알을 태운다면 커다란 빛의 구름을 일으켜 이 나라를 뒤덮고 8일 7야 동안 향수를 뿌리고, 몸에 지니면 금빛이 되고 닿는 것 모두가 금빛이 된다. 또 냄새를 맡는 것은 7일 7야에 걸쳐 기쁨에 넘치고 일체의 병이 나아 대자비심으로써 중생들을 생각하게 되리라. 선남자여, 나는 그 밖에 많은 수승한 향기를 알고 있다. 그러나 그의 지혜의 묘향을 갖추고 있을 대보살의 경계에 이르러서는 내가 알 바가 아니다.“

 

그리고 동자를 가르치되, 남방으로 누각성에 머물고 있는 자재(自在)라는 뱃사공에게 나아가도록 했다. 동자는 그 성에 이르러 배가 정박하고 있는 해안에서 뱃사공을 보고,

“대성이시여, 저에게 보살의 행을 가르쳐 주십시오.” 하고 말하자,

“선남자여, 저는 대비의 행을 갖추고 이 성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하여 모든 고행을 닦고 그 원을 채우며 다시 널리 법을 설하여 기쁘게 하고 일체 중생들로 하여금 부처님의 세계를 보게 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선남자여, 나는 바다 가운데 일체의 주(州)와 일체의 보물을 알고 있다. 또 일체의 용궁을 알아 용의 난을 멸하고 일체 나찰의 궁전을 알아 나찰의 난을 멸하고 그 밖의 유수의 빛. 바람, 물결, 해, 달, 별의 상 등을 깊이 깨닫고, 대해에 들어가 중생들을 위하여 법을 설하고 생사의 두려움을 여의고 지혜의 바다에 들게 하여 애욕의 바다를 마르게 하고 빛으로 충만한 지혜의 바다를 얻게 하고 있다.”고 대답하였다.

 

동자는 가르침을 받고 기쁨의 눈물로 흐느끼면서 뱃사공의 가르침에 따라 남방의 가락성(可樂城)에 머물고 있는 무상승(無上勝) 장자의 처소로 향하였다.

그 성에 이르러 도를 장자께 묻자 답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모든 사람들의 다툼을 멸하고 싸움을 제거하여 노여움을 여의고 또는 계박(繫縛)을 풀어 옥을 벗어나게 하여 사견과 모든 악을 제거하고, 갖가지의 재주와 학문을 가르쳐 모두 그들을 기쁘게 한다. 또 이교도들을 인도하여 불법을 즐기게 하며 세간의 법을 설하여 세간의 법을 떠나게 하며 보살도를 시현하여 뜬세상의 악을 여의게 한다.”

 

 

선재 동자는 다시 이 장자의 가르침에 의하여 남방의 가릉가바제국(迦陵伽婆提國)에 머물고 있는 사자 분신(獅子奮迅)의 비구니 앞으로 나아갔다. 그 나라에 이르러 본즉 비구니는 일광림 속의 번쩍이는 나무 밑에 무량의 사자좌를 마련하여 황의를 깔고 보망(寶網)을 걸어 헤아릴 수 없는 권속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며, 그 몸은 신통력에 의하여 사자좌에 앉아 상호가 단정하고 위의가 엄숙하며, 마음은 적정하고 조복되어 마치 맑은 연못과 같이 신성하였다. 조용히 동자의 물음에 답하여,

“선남자여, 나는 지혜의 밑바닥을 궁구하고 있다. 사람이 만약 내 곁을 찾는다면 나는 지혜를 얻는 도를 설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나는 타인이라는 생각을 일으키지 않는다. 일체의 말을 알지라도 말에 집착하지 않으며 일체의 부처를 알지라도 부처님에 집착하지 않는다. 그것은 깊이 법신의 이치를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일념 사이에 일체의 법을 알지라도 그것을 분별하는 일이 없다. 일체의 법은 환상과 같은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동자는 공손히 예를 올리고 다시 그 가르침에 의하여 남쪽으로 험난국(險難國)의 보장엄성(寶藏嚴城)에 머물고 있는 세우녀(世友女)의 곁으로 향하였다. 그 성은 광대하여 열겹의 담장으로 둘러싸여 다라수를 심었고, 또 모래가 번쩍이며 청, 적, 백의 연화는 만발하여 향기를 발하고 있었다. 보물로 장엄된 궁전이나 누각에는 향기가 풍성하고 드리운 방울은 백설과 같으며 꽃은 바람에 흩어져 화음을 보내고 있었다.

세우녀의 아름다운 얼굴은 비할 데가 없고 용자는 단려하며 말은 미묘하여 능히 기예와 서도에도 통하였다.

공손히 보살도를 묻는 동자를 맞으면서,

“선남자여, 나는 욕을 여읜 경계에 달하고 있다. 그러니 만약 신들이 내 모습을 본다면 나는 천녀가 되며 만약 인간이 본다면 인계의 딸이 되어 그 미묘한 자태는 천상에도 인계에도 그 유를 찾을 수가 없다. 욕에 얽힌 자가 나에게 오면 가르쳐서 모두 그 욕을 여의게 하고 또 나를 보는 자는 청정한 기쁨을 얻으며, 나와 얘기하는 사람은 미묘한 음에 마음의 귀를 씻고 나의 손을 잡으면 불토에 이르는 비밀을 얻고, 나와 동숙하면 고뇌를 벗어나는 빛에 닿으며, 나를 안은 자는 모름지기 중생들을 구하는 힘을 얻고 나와 입 맞추는 자는 모든 공덕장을 얻게 되리라.”

 

동자는 다시 세우녀의 가르침에 따라 남쪽 선도성에 사는 안주장자의 처소에 이르자, 장자가 말하되,

“선남자여, 나는 모든 부처는 결코 멸도(滅道)되는 일이 없다고 본다. 나는 전단(檀)으로 쌓은 불탑을 열었을 때에 ‘불성은 다하지 않는다’는 선정을 얻었다.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법문을 알 뿐이다. 저 보살은 일념으로 삼세를 알고, 일념으로 모든 선정에 들어 마음은 항상 부처님의 지혜의 해에 비추어져, 모든 법을 재량하는 일이 없이 부처와 나와 일체의 중생들은 다 같은 것임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공덕은 내가 설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리하여 동자는 이 장자의 가르침에 따라 남해에 면한 보타락산(補陀洛山)에 계시는 관세음 보살의 처소로 나아갔다. 그 산에 이르러 보니 보살은 서쪽으로 향한 바위 속의 금강 보석 위에 앉아, 부드러운 풀을 누비고 흐르는 물, 무성한 나무 사이에 모여든 대중을 위하여 친히 대자비의 법을 설하였다. 일심으로 도를 구하여 찾아온 동자를 보고,

“선남자여, 훌륭히 무상의 도심을 발하였도다. 나는 대비의 법, 광명의 행을 갖추고 있다. 곧 중생들을 교화할 때, 어느 때는 보시하고 어느 때는 일을 같이 도모하고, 어느 때는 불가사의한 상을 나타내고, 또 어떤 때는 빛을 발하여 번뇌의 열을 멸하고, 미묘한 소리와 위의로써 법을 설하고, 자재로운 신력(神力)의 방편으로써 그 마음을 깨닫게 하며 또는 그들과 같은 몸을 나타내어 중생들을 제도하고있다. 그리고 ‘모든 중생들을 제도한다’는 원을 일으켜 그들에 대한 험로의 공포, 열뇌(熱惱)의 공포, 미래에 대한 공포, 사랑과 미움에 대한 공포 등을 여의도록 바라고 있다. 다시 또 나를 염하고 나의 이름을 찬탄하고 나의 몸을 보는 중생들로 하여금 일체의 포외(怖畏)를 여의도록 하는 원을 일으킨다.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법문을 알 뿐이다. 모든 이타(利他)의 대원을 충족시켜 주고 이타의 행을 갖춘 대보살의 공덕에 대해서는 나의 알 바가 아니다.”

출전 : 불교성전

 

 

-나무 관 세 음 보 살-

“욕심을 가능한한 적게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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